스토리머나먼 곳의 눈

머나먼 곳의 눈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푸딩에게 도움을 받았던 오퍼레이터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미로 떠났다. 그러던 어느 날, 푸딩은 그녀로부터 편지를 받는데……

등장 오퍼레이터: 푸딩, 그레이


푸딩

제가 조정 중이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엔지니어링부 신입 오퍼레이터

네……

푸딩

여긴…… 다 된 것 같아요.

푸딩

이제 전력 공급 모듈만 연결하면…… 셀리카 씨, 화면 좀 봐주실래요?

셀리카

데이터가…… 안정됐어요.

푸딩

자, 다 고쳐졌나보네요.

셀리카

고맙습니다…… 제가 설계를 잘못했나 봐요……

푸딩

그게 아니라 사소한 문제였어요. 시스템 실행 환경이 전압 안정 모듈의 제어 범위를 벗어난 탓에 일부 부품이 손상된 거예요.

푸딩

손상된 부품을 교체하고 전압 안정 모듈 회로를 조정했으니 앞으로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을 거고요.

셀리카

이렇게 간단히 해결될 문제를 가지고, 전 왜 야근까지 하면서도 발견하지 못했을까요……

푸딩

셀리카 씨 잘못이 아니에요. 이런 복잡한 기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발견해내는 건 어려운 일이잖아요.

셀리카

흐윽……

푸딩

앗, 울지 마세요…… 자, 여기 따뜻한 코코아예요. 마시면 기분이 한결 좋아질 거예요.

셀리카

이건…… 커피잖아요. 으으……

푸딩

죄송해요!

셀리카

푸딩 씨, 저는…… 전기 엔지니어에 어울리지 않는 거 아닐까요?

푸딩

그런 생각 마세요!

푸딩

저, 적어도 저는 셀리카 씨가 전기 공학에 특출난 재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늘 노력한다고 생각하는 걸요.

셀리카

하지만 자꾸 업무 중에 실수하는걸요……

푸딩

도베르만 교관님이 그러셨어요. 신입은 끊임없이 실수하는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거라고요.

셀리카

지난번엔 결합 회로에 문제가 생겼는데, 이번에는 작은 고장도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푸딩

바꿔서 생각해보면 성장했다고 볼 수 있죠.

셀리카

하지만 실수한 걸 바로잡으려면 야근을 해야 하잖아요……

푸딩

괜찮아요. 야근은 저도 자주 하는걸요.

셀리카

아니요, 푸딩 씨와는 결이 달라요.

푸딩

네?

셀리카

푸딩 씨는 다른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야근하는 거잖아요.

셀리카

게다가…… 푸딩 씨의 기술도 대단하고요. 클로저 씨가 구상한 내용을 실제로 제작할 수 있게 도면으로 그려냈잖아요.

셀리카

현지 답사 없이 오직 자료만으로 공사의 모든 요소를 고려하며 작업실에 설비를 설치할 환경을 구현했죠.

셀리카

제가 최선을 다해야만 겨우 해낼까말까 하는 일이 푸딩 씨한텐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잖아요.

푸딩

셀리카 씨, 저는……

푸딩

죄송해요, 제가 위로에는 소질이 없나봐요.

푸딩

셀리카 씨는 슬럼프를 겪는 중인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할아버지가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푸딩

“포기하고 싶거든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를 떠올려라. 그렇게 버티다 보면 그때와 같은 행복한 시간이 다시 찾아올 테니.”

푸딩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해보는 건 어떠세요?

셀리카

가장 행복했던 때……

셀리카

푸딩 씨.

푸딩

네?

셀리카

푸딩 씨는…… 언제 가장 행복하셨어요?

푸딩

저요? 음…… 매번 임무가 일찍 끝낼 때마다 행복하긴 하지만…… 제일 행복했던 건……

푸딩

학교 다닐 때 컬럼비아 엔지니어링부과 사미에 갔던 때일 거예요.

셀리카

사미라면? 북방의 신비로운 땅이자 오래된 빙원과 우뚝 솟은 산맥이 있다던 그 사미요?

푸딩

네, 어렸을 때 가족 덕분에 자주 갔었거든요.

셀리카

전 사미에 관한 건 책으로 본 게 전부예요. 그곳엔 상상을 초월하는 기묘한 경치가 펼쳐져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푸딩

실은 대부분 가족과 휴가를 보내기 위해 간 거라 사미 깊은 곳의 신비로운 장소들엔 가본 적이 없었어요. 제게 있어서 사미는 그저 순수한 흰색이 떠오를 뿐이었죠.

푸딩

딱 한 번, 엔지니어링부을 따라 습지에 있는 사미 마을에 갔었는데.

푸딩

습지의 그 축축했던 여정은 휴가처럼 편하진 않았지만…… 정말 특별했어요.

셀리카

우와.

푸딩

지금까지도 그 마을에서 첫 번째 전등을 밝히던 순간이, 사미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 피어나던 미소가 생생하게 기억나요.

푸딩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던 것 같아요. 과학 기술에는 삶을 바꾸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걸요……

푸딩

그러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기술을 다루는 전기 엔지니어가 된다면 마치 지금처럼 사람들에게 미래로 향하는 다리를 세워줄 수 있지 않을까?

셀리카

미래로 향하는…… 다리.

푸딩

헤헤,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깨달았으니 열심히 노력할 일만 남은 거였죠. 보세요, 지금 이렇게 전기 엔지니어가 됐잖아요?

푸딩

아, 사미에 관심이 있으신 거면 이걸 드릴게요……

푸딩

자, 받으세요.

셀리카

이건……

푸딩

스노우 볼이에요. 사미 마을 미니어처가 담긴 사미 리조트의 기념품이죠.

셀리카

감사해요……

앳된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는 들고 있는 스노우 볼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셀리카

……그러네! 역시 그런 거였어!

푸딩

저한테 얘기하시는 거예요?

셀리카

푸딩 씨, 정말 감사해요! 저도 이제 깨달았어요!

푸딩

아, 아니에요. 전 그저 제 생각을 말한 것뿐인걸요……

셀리카

저 셀리카 윌슨은! 절대 여기서 쉽게 포기하지 않겠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저만의 능력을 키울 거예요!

푸딩

음…… 어쨌든 기운을 차려서 다행이에요.

셀리카

지금 당장 돌아가서 남은 업무를 꼼꼼히 처리해야겠어요!

푸딩

그럼 저도……

셀리카

그리고 갑자기 푸딩 씨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겼는데요!

푸딩

저, 저에게요?

셀리카

푸딩 씨는 로도스 아일랜드에 오래 계셨죠? 클로저 씨도 입사 초보다 푸딩 씨의 실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셨던 것 같고……

셀리카

그때 그렇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다면, 다시 사미에 갈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푸딩

사미…… 에요?


푸딩

(편지를 책상 위에 둔다)

푸딩

후우.

푸딩

……아빠도 참, 예전에 사미에서 휴가 보내던 일을 언급하시면서 휴가 때 같이 사미에 가자고 하시네.

푸딩

……

푸딩

베개야, 너도 사미에 관한 꿈을 꾸니?

푸딩

있잖아, 나 어젯밤에 꿈을 꿨다?

푸딩

꿈에서 말이야, 난 아주 높은 곳에서 그곳을 내려다보고 있었어. 습지의 늪부터 검은 숲, 눈 내린 윈터투스 산맥 그리고 끝없는 빙원이 한눈에 들어왔지.

푸딩

시선이 가닿는 곳 모두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였어.

푸딩

길가의 풀밭은 눈 덮인 채로 잠들어 있었고, 어둠은 오로라를 베일로 삼고 있었지. 빙원의 바람은 그 위로 끊임없이 불어왔어.

푸딩

베개야, 널 만났던 그 기념품 가게도 꿈에 나왔다?

푸딩

넌 네 친구들과 함께 선반에 옹기종기 누워 있었지. 스노우 볼은 네 이웃이었고.

푸딩

흩날리는 눈이 조그마한 마을 오두막에 내려앉았어. 내가 손을 흔들자 불빛이 처마를 비췄지.

푸딩

넌 어때? 우리가 사미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

푸딩

하지만……


푸딩

살려주세요…… 거기 아무도 없어요……?

푸딩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푸딩

너무 무서운걸.

푸딩

부모님이 나랑 같이 출발하기 위해 집에서 기다리고 계시리라는 건 알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위험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푸딩

뭐? 친구들이 데려다 줄 거라고?

푸딩

그렇다 해도 갑자기 길에서 엔진에 불이 붙으면? 아니면 파울비스트와 부딪힌 비행체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면 어떡해?

푸딩

내가 가장 무서운 건 본함에서 나가자마자 돌에 걸려서 넘어지는 거야. 넘어진 자리에 날카로운 조각이라도 있으면……

푸딩

역시 안 되겠어! 난 그렇게 멀리 갈 수 없어……

푸딩

꿈…… 그래도 꿈속은 안전하잖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푸딩

그러니까 베개야, 우리 다시 꿈속으로 가자.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저희는 이만 퇴근할게요. 푸딩 씨, 내일 봬요.

푸딩

내일 봬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커피는 너무 많이 마시지 마시고요.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지만 건강이 우선이잖아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셀리카 씨가 떠난 후로 작업실에서 야근하는 분은 푸딩 씨뿐이네요.

푸딩

셀리카 씨가…… 떠났다고요? 그러고 보니 요즘 못 만나긴 했는데.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어라, 모르셨어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외근부의 기술 테스트를 통과했거든요. 두 달 전쯤인가 임무 수행을 하러 본함을 떠났어요.

푸딩

셀리카 씨의 실력이 그렇게 늘었다니……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건 셀리카 씨한테도 좋은 일이죠.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듣기로는 희망하던 임무에 참가하게 돼서, 설렌 나머지 출발하기 전날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대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그도 그럴 게 컬럼비아 엔지니어링부의 수행 고문으로서 사미로 갔으니 얼마나 기뻤겠어요? 저라도 잠을 못 잤을 거예요.

푸딩

아, 결국 사미로 가셨군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푸딩 씨도 사미에 가본 적이 있으시죠? 아, 이야기로만 듣던 절경을 직접 볼 수 있다니 정말 부러워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몰래 알려드리는 건데요, 셀리카 씨 저희와 얘기할 때마다 푸딩 씨를 얼마나 우상처럼 숭배했던지. 어쩌면 푸딩 씨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서 사미에 간 걸지도 몰라요.

푸딩

그럴리가요…… 제가 숭배받을 사람도 아니고요.


푸딩

베개야, 그거 알아? 셀리카 씨가 이미 사미로 떠났대.

푸딩

그 절경을 직접 본다면 정말 감격스러워할 거야. 내가 다 기쁘다니까.

푸딩

앗,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쩐 일로……

전달자

좋은 밤입니다, 푸딩 씨. 사미에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네요. 보낸 사람은…… 셀리카 씨고요.

푸딩

아.

전달자

그럼 편안한 밤 보내시길.

푸딩

……

푸딩

그래도 읽어봐야겠지.

푸딩

……벌써 사미에 도착했나 보네.

푸딩

“사미로 향하는 내내 웅장하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상상했어요. 그런데 사미에 도착한 후 깨달았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사미의 땅이 광활하다는 걸 말이에요.”

푸딩

“잿빛 꼬리깃을 가진 파울비스트가 하늘로 날아오르자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마치 꽃잎처럼 떨어졌어요. 반짝이는 투명 우산 같은 버섯도 봤어요. 햇빛이 가득 담긴 유리그릇 같았죠.”

푸딩

“이런 기묘한 풍경에 저도 모르게 자꾸 빠져들게 돼요.”

푸딩

뒤에는 인사말인가 보다. 그 말이 없어서 다행이야……

푸딩

베개야, 날 원망하진 마.

푸딩

인정해, 예의없다는 건 아는데, 솔직히 처음엔 못 본 척하려고 했어……

푸딩

너도 알지만 부모님은 매번 편지를 보내실 때마다 사미에 가자고 하시잖아. 그래서 셀리카 씨도 똑같은 말을 할 거라고 생각했어.

푸딩

그래서 무서웠나봐……

푸딩

미안해요, 셀리카 씨. 내일은 꼭 답장할게요!

푸딩

아래쪽에 글이 더 있었네.

푸딩

“참, 엔지니어링부 동료한테 들었는데 곧 있으면 사미에 봄이 온대요. 제가 눈밭에서 뭘 찾았는지 맞춰보실래요?”

푸딩

“정답은 동봉된 사진에 있어요. 잘 생각해본 후에 확인하셔야 해요, 푸딩 씨!”

푸딩

사진……

푸딩

안 돼, 베개야. 우선 곰곰이 생각해 봐야지.

푸딩

넌 여전히 버섯이라고 생각해? 그럼 난…… 예쁜 얼음이라고 생각할래.

푸딩

자, 그럼 대망의 정답 공개 시간이야!

푸딩

앗, 눈이…… 녹았네.

풀밭에 쌓인 눈 사이로 초록빛이 드문드문 보였다.

흰옷을 벗은 분홍빛 꽃봉오리가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었다.

사진은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푸딩

정말 아름답다.

푸딩

베개야, 우리 말이야…… 사미의 봄은 본 적이 없지?

푸딩

혹시 나랑 같은 생각이야? 하지만 안 될 거야……

푸딩

진행 중인 업무를 마치고 외출 신청까지 하려면 한참 걸릴 거고, 그때가 되면 사미의 봄도 지난 후겠지. 게다가……

푸딩

난 그렇게 먼 곳까지 갈 수 없어…… 이미 여러 번 시도해봤잖아.

푸딩

아, 그렇지! 셀리카 씨한테 사진을 더 많이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면 되겠다, 그렇지?

푸딩

지금 바로 편지를 써야겠어!

푸딩

“친애하는 셀리카 씨에게……”


의료부 오퍼레이터

푸딩 씨, 셀리카 씨 편지 아직이죠?

푸딩

네, 아직요.

의료부 오퍼레이터

얼추 두 달이 다 되어가니 편지도 도착했을 거예요!

의료부 오퍼레이터

아, 얼마나 기대되는지 일이 손에 안 잡힐 지경이라니까요.

푸딩

곧 퇴근 시간이네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푸딩 씨, 오늘은 야근 안 하세요? 30분 째 여기 앉아 계시잖아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아니면 이따가 같이 뭐라도 드실래요? 겸사겸사 셀리카 씨의 '여행기' 얘기도 하고요. 매운 거 잘 드세요? 바베큐는요?

푸딩

앗, 저요? 전 다 괜찮아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전 셀리카 씨가 사미인이 버든비스트에게 주는 먹이를 과자로 오해하고 먹은 이야기가 제일 웃기더라고요! 으하핫!

의료부 오퍼레이터

엔지니어링부이 사미인의 뜻을 거스르고 설비를 수리한 일에서, 셀리카 씨가 절묘하게 갈등을 해결했다는 이야기가 가장 흥미진진했어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푸딩 씨는 어떤 이야기가 제일 재밌었어요?

푸딩

전……

전달자

다들 잘 지내셨어요? 여러분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셀리카 씨의 편지가 도착했답니다!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얼른 읽어보죠!

푸딩

천, 천천히……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여기 좀 보세요. 으하핫, 웃느라 배가 다 아프네요.

푸딩

셀리카 씨 말로는…… 엔지니어링부이 검은 숲을 떠나 북동쪽 습지로 향하고 있대요.

푸딩

“가이드는 습지 구역의 첫 번째 정착지가 사미인 마을 근처라고 했어요. 예전에 엔지니어링부이 그 마을에 기본 전력 설비를 설치해준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푸딩

“그 말을 듣고 그때 푸딩 씨가 다녀왔던 마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푸딩

“전력을 누리게 된 사미인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아마 푸딩 씨도 저만큼 궁금하시겠죠.”

푸딩

“이곳까지 오는 길이 마냥 즐겁지만 한 건 아니었지만, 제 소원이 곧 이루어질 거란 생각에 웃음이 새어 나오네요.”

푸딩

“혹시 저와 이야기했던 그날 기억하세요? 그날 이후 저도 기술로 사람들의 인생을 변화시키리라고 다짐했어요.”

푸딩

“그래서 지금 제 소원은…… 최선을 다해 마을의 전력 시스템을 개조하는 거예요.”

푸딩

“그래서 그런데 푸딩 씨, 제게 최적화 방안을 제안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푸딩

아……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푸딩 씨? 가시려고요?

푸딩

죄송해요, 저녁은 같이 못 먹을 것 같아요.

푸딩

꼭…… 준비해야 할 일이 생겼거든요.


그레이

좋은 아침이에요, 볼 씨. 후아…… 복도가 정말 춥네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안 그래도 아침에 올때부터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불길래 온도 제어 단말기를 확인해 봤는데, 복도 쪽 에어컨은 꺼져 있었어요.

그레이

찬바람은 통풍구가 아니라…… 저쪽에서 불어오는 것 같은데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저쪽은…… 전기 공학 실험실인데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아휴, 추워 죽겠네…… 으앗, 바닥이 온통 물바다예요!

그레이

실험실에서 흘러나온 모양인데…… 안에 누구 계세요?

푸딩

죄송해요. 그래도 방수 처리는 미리 해뒀어요. 방수 신발 커버는 문 옆에 있고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푸딩 씨였네요. 또 공사 환경을 시뮬레이션 중이신 거예요? 이 모형은 설마…… 사미인가요?

푸딩

네…… 정확히 말하자면 사미의 습지 환경이에요. 실험실에서 이런 환경을 구현하는 건 처음이라……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커피 스틱이 이렇게나 많이…… 밤새 여기 계셨던 건 아니죠?

푸딩

전 괜찮아요…… 아, 죄송한데 좀 도와주실래요? 이제 해야하는 게 조금 까다로워서……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잠시만요…… 으앗, 신발에 뭔가가 걸렸어요!

푸딩

그건 아마 제가 전선으로 구현한 수초일 거예요. 조심하세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이건…… 사미 습지에 최신 송전 기술을 적용할 생각이세요?

푸딩

네.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이 기술이라면 분명 원거리 송전의 안정성과 제어성을 대폭 높일 수 있을 테지만, 정말 실현 가능할까요?

푸딩

전에 건설한 오리지늄 변전소와 전력 설비 파라미터를 봤을 때, 이론적으로는 문제 없어요.

푸딩

게다가 셀리카 씨도 기술 개발에 참여했으니 설비 개조나 케이블 부설쯤은 어렵지 않을 거고요.

푸딩

다만 부하 제어가 가장 큰 난관이에요. 보세요, 전력 조류 계산 결과에 따르면 개조 이후, 이 부분은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푸딩

향후 잠재적 전력 최대 수요까지 생각하면 부하가 기준치를 초과하게 되거든요.

푸딩

한참 고민했는데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질 않네요.

그레이

푸딩 씨…… 저도 전에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것 같아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가서 서류를 가져올게요.

그레이가 서류 더미를 든 채, 물웅덩이를 넘어 힘겹게 돌아왔다.

그 이후, 세 사람은 발목까지 올라오는 '늪'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진지하게 공사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푸딩

메일은 보냈어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드디어 끝났네요. 이제 뒷일은 셀리카 씨한테 맡기는 걸로!

푸딩

두 분 모두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별말씀을요. 간만에 푸딩 씨를 도울 일이 생겨서 좋았는 걸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사미의 환경이 복잡하다는 건 인정해야겠네요. 방해 요인도 골치 아플 정도로 많고요. 현지답사 없이 이렇게 세심하게 고려할 수 있는 건 푸딩 씨뿐일 거예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셀리카 씨가 실수 없이 해내야 할 텐데……

푸딩

제가 고려하지 못한 요인이 있을까 봐 걱정돼요……

그레이

푸딩 씨의 개조 방안은 현대화된 농촌의 전력 공급 수요를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인걸요. 그러니 너무 걱정 마세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맞아요. 이미 충분히 잘하셨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현지답사를 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놓치는 요인이 생길 수밖에 없는걸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어쨌든 현지 상황에 따라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저희가 현장의 그런 변화까지 상상해내긴 어렵잖아요.

푸딩

역시 현지에 가서 직접 답사를 했어야 했나……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괜찮을 거예요. 저희 모두 푸딩 씨가 외출을 싫어한다는 걸 잘 알고 있는걸요. 그렇게 자신을 몰아세우지 마세요.

푸딩

그렇지만…… 이러면 여러분을 제대로 도와드릴 수 없잖아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그럴 리가요.

푸딩

하지만…… 전 다시 실수할까봐, 위험한 일을 겪게 될까 봐 두려워요……

그레이

그건…… 걱정 마세요.

그레이

푸딩 씨가 나가고 싶으시다면, 그곳이 어디든 저희가 함께할 테니까요. 지금처럼 말이에요.


푸딩

베개야, 셀리카 씨한테 아직도 답장이 안 왔어.

푸딩

그렇다니까. 오늘은 야근 안 하고 그냥 여기 있을래.

푸딩

커피 마실 거냐고……? 하지만 야근하지 않을 땐 왠지 모르게 따뜻한 코코아가 더 마시고 싶은걸.

푸딩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고? 너도 알겠지만 한동안 내가 고민이 많았잖아.

푸딩

돌이켜봤는데 로도스 아일랜드에 온 뒤로 내가 한 일은 사람들의 생각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과 시뮬레이션 실험뿐이더라.

푸딩

그래서 이렇게 갇힌 환경 속에서도 뛰어난 전기 엔지니어가 될 수 있다고 착각한 걸지도 몰라.

푸딩

하지만 바깥은 바람을 타고 흐르는 시간 속에 많은 것들이 변했겠지. 우리도 모르게 말이야.

푸딩

셀리카 씨가 부러워…… 거기서 뭘 봤을지 정말 궁금해……

전달자

푸딩 씨, 좋은 밤이에요!

푸딩

셀리카 씨의 답장인가요?

전달자

네, 받으세요. 그럼 즐거운 저녁 보내시기를.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얼른 뜯어보죠!

의료부 오퍼레이터

더는 못 기다리겠어요.

푸딩

네…… 어라? 다들 언제 오신 거예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앗, 그게…… 지나가던 길에, 그러니까 맞다! 코코아를 가지고 오는 길이었어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자, 한 잔 드릴게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그럼 저희 얼른 셀리카 씨가 보내온 편지를 읽어볼까요?

푸딩

아……

푸딩

“친애하는 푸딩 씨, 어쩌면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받아들이기 어려우실지도 몰라요. 저도 처음엔 정말 놀랐답니다.”

푸딩

“이걸 어떻게 설명해드려야 할지……”

푸딩

그 밑으로는 아무것도 안 적혀 있네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다음 장에 뭔가 쓰여있는 것 같은데요.

푸딩

“사미 마을에 도착했을 때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저희의 예상과 달리 마을 주민들은 전력과 현대적인 설비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거든요.”

푸딩

“그들은 여전히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불을 밝히고 있었어요.”

푸딩

“사미 마을 주민들의 삶은 수년 전 컬럼비아 탐험대가 처음 방문했을 때와 똑같았어요. 과학 기술로 인한 변화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죠.”

푸딩

말도 안 돼…… 그럼 그때 그 미소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푸딩 씨……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아직 내용이 더 있잖아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크흠, “하지만 제가 더 놀란 점은 바로, 주민들이 과학 기술을 헌신짝처럼 버리지 않았다는 거예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그들은 오히려 사미만의 방식으로 과학 기술을 녹여냈어요.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봉투 안에 사진이 들어있는 것 같아요.

빛.

눈물이 앞을 가리기 전, 푸딩은 빛을 보았다.

그 빛이 현대 문명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오리지늄에서 공급되는 전력으로 빛을 내는 다이오드는 포근하면서도 차가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사진 속 그 어떤 곳에서도 전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나뭇가지에서 처음 떨어지는 얼음 결정처럼 느긋하게 숲을 빠져나가는 뿔 달린 생물이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의 털은 마치 달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설마 얼음 조각상? 살아있는 생물인 줄 알았는데!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이야, 얼음 조각상에 조명을 넣어서 빛나는 털을 만들어냈다니. 정말 아름답네요.

의료부 오퍼레이터

이게 아무래도 앞으로의 제 최애 파트가 될 것 같아요.

푸딩

아래쪽에…… 글이 더 있어요.

셀리카는 편지 말미에 이런 말을 남겼다.

푸딩

“보셨어요? 사미인의 이런 행동은 한 번도 책에서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런 일이 제 눈앞에 일어날 줄이야.”

푸딩

“비록 푸딩 씨의 노력이 주민들의 삶을 바꾸진 못했지만 지금 이 결과도…… 그만큼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푸딩

“푸딩 씨도 저와 같은 느낌을 받으셨을지 모르겠네요. 전 이 광경을 봤을 때, 새로움과 평범함이 동시에 느껴졌거든요.”

푸딩

“과거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개념이 지금은 저희 곁을 따라다니는 것만 같아요.”

푸딩

“사미는 멈춰 있는 스노우볼이 아니었어요. 예나 지금이나 저희의 상상을 뛰어넘는 땅이었던 거죠.”

푸딩

“푸딩 씨, 전 계속 나아갈 거예요. 하지만 그게 꼭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서는 아니에요. 미래는 자연스럽게 다가올 테니까요.”

푸딩

“그저 다양한 풍경을 직접 보기 위해서라도 전 멈추지 않을 거예요.”

푸딩

나도…… 더는 멈춰있지 않을 거야……


의료부 오퍼레이터

내 눈이 이상한 건가……

의료부 오퍼레이터

푸딩 씨가…… 함선 밖에 있잖아?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다들 여기 있었네요.

그레이

오셨어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푸딩 씨와 함께 함선 밖에서 설비 회로를 점검했어요. 오늘은 푸딩 씨가 본함에 온 뒤로 처음 밖에 나간 날이랍니다!

의료부 오퍼레이터

설마……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그렇게 쳐다보지 마세요. 제가 억지로 끌어낸 게 아니라 푸딩 씨가 결정한 일이라고요.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

돌아오는 길에 얼마나 의욕이 넘치던지, 못 믿겠으면 가서 확인해보시던가요.

그레이

푸딩 씨…… 왠지 좀 떨고 있는 것 같아요.


푸딩

무서워…… 무서워 죽겠어……

푸딩

베, 베개야…… 역시…… 역시 난……

푸딩

밖에 나가면 안 되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