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새로운 탄생

새로운 탄생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거주지를 떠난 후, 필라에는 수행의 길에 오른다. 그 여정 중 그녀는 오리지늄 메뚜기로 고통받는 마을을 마주하게 되고, 그들을 도와야 하는지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필라에


사브라 소녀

……아무리 내가 주는 물을 받고 싶지 않다지만,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멀리 떨어져 있을 필요는 없지 않아?

사브라 소녀

넌 사막에서 온 거야? 사막 사람은 숲의 물을 안 마시나?

필라에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사브라 소녀

저기, 정말로 뭐라도 먹거나 마시지 않아도 되겠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 보이는데.

오랜 시간 사막을 걸어온 탓에 저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습니다.

신관장님, 그때 저는 온통 '수행'의 길에 오르겠다는 마음뿐이었지, 가는 길에 이렇게 많은 고난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육체적 고통은 차치하더라도,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아이가 물어보는 이런 질문들에, 도저히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필라에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다치게 될 거예요.

사브라 소녀

응? 뭐라고 했어?

필라에

(고개를 젓는다) 제가 다른 뭔가를 만지면, 그 상대를 실수로 다치게 해버려요……

사브라 소녀

왜? 너 혹시 독술사야?

필라에

음, 그것도 아니고…… 독이 아니라, 그냥 아주 재수 없는 체질 정도인 것 같아요……

사브라 소녀

그래 보여. 넌 독술사라기보단 어디 신관 같은 느낌이거든. 그렇지만 네 뿔은…… 넌 병에 걸린 사람이구나.

사브라 소녀

병에 걸린 사람은 언제나 보살핌받아야 해.

필라에

고마워요…… 저는 조금만 쉬면 돼요. 그럼, 이만……

사브라 소녀

알겠어…… 저기, 목이 마르면 언제든 돌아와서 마셔도 돼! 여기 있는 물은 아직 벌레에 오염되지 않았거든!


필라에

이게 아마도 마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나무인 것 같네요.

필라에

그러면 일단 여기다가 텐트를 치죠…… 읏차.

필라에

으으, 여기까지 오는 길은 왜 이렇게 황량한 걸까요. 고작 건조식품 반 개로 며칠을 버텼네요……

필라에

밤이 더 깊어지면 물이나 좀 떠 와야겠어요. 음…… 오는 길 내내 저를 잘 억제했으니까, 마을 우물을 말려 버리진 않겠죠……

필라에

……

필라에

제가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좋았을 텐데……

필라에

이런 아츠도, 불길한 능력도 없었다면, 저도 생명을 지키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필라에

그런데도 '생명의 강'은 여전히 절 '생명'의 편에 남겨두었죠. 그건 또 어째서일까요?

필라에

후, 신전에 있었을 때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참 많았는데, 혼자 수행하러 나온 후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더 늘어나 버렸어요……

필라에

제가 다른 사람들만 같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러면 이런저런 걱정 따윈 하지 않아도 될 텐데…… 후우……

그날 밤, 저는 내내 혹시 제가 너무 억지를 부렸던 건 아닌지 돌이켜 보았습니다.

여정을 시작할 때, 다른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닙니다. 저는 친구를 사귀려고 떠난 건 아니에요, 신관장님. 저는…… 몇 가지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실상 제 '수행'에는 뚜렷한 목표가 없습니다. 원래 '수행'이라는 건 이렇게 하는 건가요, 신관장님?

어쩌면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파서일지도, 늘 꽉 쥐고 있던 석판이 예전 일과 모두를 떠올리게 해서일지도 모릅니다.

그날 밤도 여정 중 모든 외로웠던 밤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던졌던 질문들을 곱씹으면서 자신을 끌어안고, 밤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소리를 베개 삼아 서서히 잠들었습니다.

필라에

신관장님, 올해 '생명의 강'은 정말 관대하네요. 이번엔 강에 물이 불어나는 기간이 꽤 오래 계속되고 있어요.

필라에

올해도 분명 비옥한 토지에서 풍성하게 수확할 수 있을 거예요.

필라에

이상하네, '생명의 강'의 수위는 이미 최고점까지 거의 다 올랐는데, 왜 아직도……?

필라에

신관장님! 이, 이상해요, 강물의 모습이 뭔가 심상치 않아요……

필라에

지금은 의식이 진행 중인지 아닌지 따질 때가 아니에요. 어서, 어서 모두를 신전 밖으로 나오게 해야 해요! 서둘러 더 높은 곳으로 가야만 해요, 지금 당장 모두를 산으로 데려가야 한다고요!

???

너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야?


사브라 소녀

시끄러워서 깼어? 근데, 넌 왜 여기서 자고 있었니? 난 네가 진작에 떠난 줄 알았는데.

필라에

아, 당신이었군요, 어젯밤 그……

사브라 소녀

좋은 아침, 아직 날 기억하네. 난 아이샤라고 해. 넌 지금 여행하는 중이야? 어디로 가는데?

필라에

……어, 전 필라에라고 해요.

필라에

목적지는…… 사실 저도 어딘지 몰라요……

아이샤

뭐? 사람이 어떻게 자기 갈 곳을 몰라? 그건 그렇고, 네가 숲에서 노숙하는 줄 알았으면, 어제 미리 알려줬을 텐데.

필라에

뭐를요?

아이샤

숲에 메뚜기떼가 발생해서 이젠 별로 안전하지 않아. 게다가 넌 병까지 걸렸으니까, 이렇게 밖에서 노숙하면 안 돼.

필라에

메뚜기떼?

타닥, 타닥.

아이샤의 설명을 보충이라도 하듯, 숲속에서 빠르면서도 왱왱 어지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가 날카로운 이빨로 나무를 파내는 듯했고, 소리는 크지 않지만, 빽빽한 것이 마치 귓가에 속삭이는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

아이샤

쳇, 잠잠해진 지 얼마나 됐다고, 저 못된 놈들이 또 튀어나왔네.

아이샤

조심해, 저것들 사람도 물어. 일단 나랑 같이 마을로 돌아가자, 다음 벌레 떼가 언제 또 튀어나올지 몰라.

필라에

……알겠어요, 그럼 일단 같이 돌아가시죠.

필라에

맞다, 혹시 방금 그건, 오리지늄 메뚜기가 내는 소리예요……?

그제야 떠올렸습니다. 어제 이 마을을 주목했던 이유는, 햇빛 아래 멀리서 봤을 때 이곳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요. 몽롱한 의식 속에서 저는 그것을 사막의 오아시스로 착각했던 겁니다.

저는 아이샤의 어깨 너머로, 숲속에 서서히 반짝이기 시작하는 형광빛을 바라보았습니다.

나무줄기 위로 겹겹이 쌓인 회백색 결정이 타액처럼 기어올라, 한때 무성했던 나뭇잎을 뒤덮고 있었습니다. 껍질 아래 부풀어 오른 나뭇결은 마치 조용히 자라는 일종의 병소처럼 보였습니다.

그 아래 땅바닥에는 몇 구의 오리지늄 메뚜기 잔해가 얇은 결정 가루에 뒤덮인 채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매우 섬뜩한 모습이었습니다.

아이샤

처음 보지? 이 벌레들, 요 몇 년 사이에 선조의 숲을 괴롭히고 있는 못된 놈들이야.

아이샤

이놈들은 보통 메뚜기랑 달라. 쇠도, 수원지도, 심지어 나무 속까지도 갉아 먹지. 아주 못된 놈들이야!

필라에

메뚜기떼가 그렇게 오래됐다고요? 쫓아낼 방법은 없나요?

아이샤

마을에서 계속 살충제를 만들고 있어. 방금도 내가 숲에 살충제를 뿌리고 오는 길이야.

아이샤

예전에는 놈들을 꽤 많이 죽일 수 있었는데, 요즘엔 효과가 별로 안 좋아……

아이샤

그 못된 놈들은 불도 안 무서워하고, 쫓아내도 아랑곳하지 않거든. 그리고 사람의 울부짖음도, 기도도 통하지 않아.

아이샤

애초에 선조의 숲에서는 불을 쓸 수 없어…… 만약 그랬다가 우리 마을의 신목인 이 나무들이 불에 타버리면, 득보다 실이 훨씬 클 테니까.

아이샤

이런, 햇빛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네. 어제 네게 말하는 걸 깜빡했는데, 낮에는 숲이 그리 안전하지 않아. 얼른 따라와, 마을은 이쪽이야.


아이샤

……선조의 숲을 지나가는 카라반은, 이 숲을 멀리에서 보면 마치 에메랄드 같다고 하더라!

아이샤

그리고 예전의 숲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컸어! 그래서 어느 가정이든 아이들 혼자서 선조의 숲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지, 길 잃어버리기 일쑤였거든!

아이샤

헤헤, 어렸을 때 난 천방지축이라서, 어른들과 함께 숲에 들어가더라도, 어른들은 늘 나를 마음대로 놀게 두지 않았어. 혹여나 내가 조상님과 신령님께 실례를 범하면 안 되니까 말이야.

아이샤

선조의 숲은 마을에 물과 음식을 가져다주는, 우리 모두의 신앙이야. 우리는 숲의 가호 아래 있었기에 지금까지 삶을 이어올 수 있었어……

아이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아무도 선조의 숲에 오지 않아. 낮에는 오리지늄 메뚜기 떼를 마주칠 수 있으니까, 우리는 거의 밤에만 나와서 활동해.

아이샤

아, 하지만 널 데리고 가는 이 길은 괜찮아! 여러 번 다녀봤는데, 아직까진 아침에 오리지늄 메뚜기를 만난 적은 없어.

필라에

……

필라에

(작은 목소리로) 이 길가의 나무들은 대부분 이미 결정화가 돼버렸는데, 이미 오리지늄 메뚜기의 공격을 받은 것 같아요…… 땅 위에 풀까지 다 말라버렸고요.

아이샤

여긴 오래전에 메말라 버렸어. 이 구역은 원래 마을의 스톡비스트를 기르던 목초지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황폐해져 버렸지. 땅에 솟아난 저 돌들이 풀과 스톡비스트 모두 살 수 없게 만들었거든.

아이샤

마을 사람들은 결국 그 가축들을 팔거나 잡아먹을 수밖에 없었어. 그때 아이들이 며칠 동안 계속 울었던 게 아직도 기억나……

필라에

어떻게 그럴 수가…… 오래전부터 이미 오리지늄의 영향을 받고 있었던 건가요……

저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생기 없는 나뭇가지를 측은하게 바라보았습니다.

필라에

가엽게도…… 땅에 떨어진 이 가지들은 오리지늄 결정에 천천히 목을 졸려서, 점점 숨을 쉬지 못 하고 끝내 죽어버린 거예요……

필라에

(작은 목소리로) 생명들은 원래 햇빛 아래에서 평온하게 살아가야 해요. 꽃이 피고, 과실이 익고, 동물들이 자유롭게 자라야 하는데…… 오리지늄이 이 모든 걸 삼켜버렸군요.

필라에

거부조차 할 수 없게 말이죠.

아이샤

네가 이렇게나 감수성이 풍부할 줄은 몰랐네, 신관들은 다 그래?

아이샤

하지만, 네 마음은 나도 이해할 수 있어. 사실 우리 마을 사람들도 다들 그렇거든. 모두가 가장 마음 아파하는 건 식량이 줄어드는 일 같은 게 아니야.

아이샤

지금 선조의 숲이 정말 가엽다는 것, 그리고 늘 우리와 함께하던 생명들을 살릴 기회조차 없이 하나둘씩 빼앗겨 버린다는 점이야.

필라에

……

필라에

(……만약 제 몸에 흐르는 것이 치유의 능력이라면…… 이미 결정화되어 버린 이 부분들을 회복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필라에

(아니면, 적어도 이 나무들의 고통만이라도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었겠죠……)

아이샤

저기, 왜 그렇게 뒤에 떨어져서 걸어? 빨리 와, 벌써 거의 도착했어.

필라에

아이샤 씨, 그 결정이 나타난 나무들…… 전 오리지늄 메뚜기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지만, 그런 결정은 많이 봤었어요.

필라에

방금 저희가 지나온 그 나무들은 정말 위험해요. 만약 당신들이 계속 이런 환경에서 지낸다면……

아이샤

엣, 잠깐, 다들 뭐 하고 있는 거야? 왜 밖에 모여 있어?


근심하는 마을 사람

올해 비축해 놓은 식량으로 연말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 최근 선조의 숲이 입은 피해가 예년보다 더 심각하잖아.

근심하는 마을 사람

그렇다고 마을을 지나가는 카라반과 교환할 만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급한 마을 사람

그러게 내가 예전부터 살충제의 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잖아. 지금 정도의 양으로는 그놈들에게 아무 소용이 없다니까!

근심하는 마을 사람

그것도 결국은 독약이잖아. 약을 너무 많이 써서 나무가 죽으면 어떡해? 전에 내가 자주 열매를 따던 그 과일나무들은 이미 말라 죽었어.

조급한 마을 사람

그게 왜 약 때문이야? 오리지늄 메뚜기가 망쳐 놓은 거지!

조급한 마을 사람

난 이제 그 과일나무 근처에도 못 가. 엊그제는 작은 짐승 한 무리가 그곳에 누워 있는 걸 봤는데, 죄다 꼼짝도 안 하더라…… 하, 예전엔 우리 애가 그 짐승들 그림도 그렸었는데……

촌장

……

촌장

여러분, 우리 이제는…… 이사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촌장

메뚜기 떼는 해마다 더 심해지고, 계속 이렇게 갉아 먹히다간 결국 선조의 숲은 전부 먹혀 없어질 겁니다.

촌장

그동안 근처 마을에 도움도 요청해 봤었죠. 하지만 도와주러 왔던 사람들까지 사납게 몰아치는 오리지늄 메뚜기 떼에 공격받은 후로는, 이제 아무도 오려 하지 않습니다……

아이샤

어, 어떻게 이사를 하자는 말을 할 수 있어?

필라에

아이샤 씨! 잠깐만……

아이샤

설마 선조의 숲을 이대로 방치하겠다는 말이야?! 어쨌든 난 안 가, 가려면 촌장님 혼자 가버려.

아이샤

내가 다른 마을이든 도시든 가서 대단한 캐스터를 데리고 올게. 분명 저 벌레들을 없애고, 병든 나무들을 치료할 방법이 있을 거라고……!

촌장

아이샤? 하, 네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야……

아이샤

오늘 아침에도 난 약을 뿌리고 나서, 가능한 만큼 선조의 숲을 샅샅이 돌아다녔어…… 분명, 분명히 아직 건강한 나무도 많이 남아있었다고!

촌장

……

촌장

후, 물론 나도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전통이 내 대에서 이렇게 끊기는 건 원치 않지만…… 어쨌든 마을 사람들도 살길을 찾아야 하잖니.

조급한 마을 사람

촌장님, 여기서 다음 수원지까지 가려면 얼마나 많이 걸어야 하는지 아세요? 우리 같은 어른이야 괜찮다 쳐도, 아이들은 절대 버티지 못할 겁니다.

근심하는 마을 사람

우리가 여기 남아 있는 건 선조의 숲이 있고, 물이 있기 때문이잖아요. 이사를 하면…… 거기서 우린 뭐로 먹고살죠? 선조의 숲이 여기 있었기에 그간 우리에게 살길이 있었던 거 아니었나요?

촌장

……

촌장

혹시 다른 좋은 방법이 있다면……

……그때, 저는 갑자기 '생명의 강'을 떠올렸습니다, 신관장님.

눈을 감지 않아도, 생명의 강이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모두가 언쟁을 벌이는 동안, 숲과 마을은 제가 지키고 받들었던 생명의 원천인 과거의 신전, 강가 그리고 들판으로 변했습니다.

저희가 산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그때, 누런 흙탕물이 굉음을 내며 쏟아져 내리고 있었고, 그에 비하면 신전은 너무나도 작고 연약하게만 보였습니다.

저는 원래 모래바람을 견뎌온 그 돌들이라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다음 세기까지도 충분히 굳건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돌들이 밀려온 홍수에 그렇게나 쉽게 한쪽이 깎여 나갈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커피 속에서 하나씩 녹아가는 각설탕처럼 연약해 보였습니다.

지금 저는 곧 운명에 삼켜질 또 다른 마을 앞에 서서, 지난 꿈속에서나 들었던 것 같은 익숙한 언쟁을 듣고 있었습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함부로 나서지 말자, 끼어들면 안 된다고 되뇌었습니다. 저에겐 그들을 회복시키거나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필라에

아무리 선조의 가르침이라도, 산 사람이 지켜야 하는 거예요.

필라에

죄송해요. 저는 그저 지나가던 여행자일 뿐이고, 원래는 당신들 마을 일에 끼어들면 안 되는 게 맞겠죠.

필라에

하지만, 그 결정들은 정말 너무 위험해요…… 그것들은 분명히 점점 확산할 거고, 그러다 나중에 집 근처까지 퍼져버렸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도 없을 거라고요!

타닥, 타닥.

필라에

자신의 신앙을 버리고 싶지 않은 건 이해하지만, 이 숲이 생명을 부양하는 건, 결국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잖아요?

필라에

괜찮으시다면…… 제가 호위가 되어, 여러분이 다음 물가를 찾을 때까지 함께해드릴게요……

아이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필라에?! 촌장 편에 서다니……

아이샤

이 숲은 신이 우리에게 허락해 주신 오아시스야. 그걸 이렇게 포기하는 건 곧 맹세를 더럽히는 거고…… 그랬다간 정말 재액이 멈추지 않을 거야!

타닥, 타닥.

촌장

아이샤, 일단 진정하렴. 우린 아직 상의하는 중이잖니.

아이샤

어릴 때는 나한테 선조의 숲의 전설과 가호를 기억하라고 그렇게 가르쳤으면서, 정작 지금 그걸 깨끗이 잊어버린 사람은 촌장님이잖아!

촌장

그……!

타닥, 타닥.

그때, 저는 경비로서의 자각을 망각한 채, 스스로를 끝없는 슬픔과 혼란 속에 방치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때문에 언쟁 소리 속에서 어떤 이상함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그때 사방에서 들려온 건, 마치 바람 속에 뒤섞인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그저 희미한 메아리 같았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날개 막에 균열이 가득하고, 배마디가 회백색인 메뚜기 성체였습니다. 마치 사신 손에 들린 짧은 단도처럼 생긴 녀석이, 윙윙거리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마을로 튀어 들어왔습니다.

제가 그 탐욕스러운 날갯소리를 들었을 때, 그놈은 이미 아이샤와 지척의 거리만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아이샤

뭐야……?

필라에

늦지 않았네요……! 괜, 괜찮아요? 아이샤 씨? 다행히 그냥 넘어졌기만 했군요. 음, 이 정도의 찰과상이라면, 저한테 약초가 좀 있으니……

아이샤

어……?

조급한 마을 사람

잠깐, 다들 땅바닥 좀 봐! 방금 날아온 그 오리지늄 메뚜기……

조급한 마을 사람

말라…… 비틀어졌잖아?

근심하는 마을 사람

방금 오리지늄 메뚜기가 여행자 아가씨의 돌판에 부딪쳤을 때, 땅바닥에 갑자기 무슨 무늬가 나타나는 걸 본 것 같은데…… 그거 혹시…… 아츠 아니야?

근심하는 마을 사람

아이샤, 이 사람이 네가 찾은 그 대단한 캐스터야? 그럼, 우리 드디어 저놈의 메뚜기 떼를 해결할 수 있는 거지?!

필라에

……!

필라에

죄송해요, 제가…… 방금 그 순간에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했나 봐요…… 죄송해요……

필라에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아이샤

뭘 사과하는 거야? 필라에, 너 오리지늄 메뚜기를 없앨 수 있는 아츠를 쓸 줄 알아? 왜 진작에 말 안 했어.

저는 무심코 입을 열었다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침묵한 채 아이샤 씨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샤 씨는 바닥에 있는 오리지늄 메뚜기의 잔해를 바라보며 놀람과 기쁨을 드러냈습니다.

아이샤

정말이야…… 겨우 단 한 번의 공격만으로, 저 큰 벌레가 이렇게나 조그맣게 말라비틀어지다니. 정말 대단해, 필라에!

필라에

그런 게 아니라……

촌장

모두 괜찮아요?! 어, 어서, 일단 집으로 들어갑시다. 숲속에서 오리지늄 메뚜기의 움직임 소리가 들려와요!

촌장

여행자 아가씨, 당신도 함께 가요.


필라에

……그러니까, 그건 좋은 힘이 아니에요.

아이샤

이런저런 말을 많이 하긴 했지만, 결국엔 네가 날 구하고, 그 오리지늄 메뚜기도 해결했잖아?

필라에

하지만 그건 파괴의 힘이고, 주, 죽음의 힘이에요. 숲을 치유할 수는 없어요!

아이샤

그렇지만, 오리지늄 메뚜기를 없애는 게, 결과적으로는 선조의 숲을 치유하는 것과 같은 거 아니야?

필라에

……방금 조금만 빗나갔어도, 말라비틀어진 건 오리지늄 메뚜기가 아니라 당신이었을 거예요.

아이샤

하지만 네가 잘 제어했잖아, 안 그래?

필라에

……

촌장

……여행자 아가씨, 아가씨는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준 유일한 사람이에요.

촌장

아가씨의 아츠가…… 방금 사람을 구했죠. 아가씨의 아츠는 사람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게 우리가 본 사실이에요.

촌장

아가씨에게 섣불리 부탁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건 물론 저도 알고 있지만, 지금 마을 상황이 정말 좋지 않아요. 만약 방법이 있다면, 아니, 아가씨가 시도만이라도 한번 해준다면, 어쩌면 지금 상황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요……

필라에

전 잘 모르겠어요…… 죄송하지만, 제게 조금만 더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필라에

후, 하…… 아무도 제가 몰래 빠져나온 걸 못 봤겠죠?

필라에

여긴 아마…… 아, 어젯밤에 노숙했던 그 나무군요. 아직 결정이 없네요…… 다행이에요. 당신도 오늘 오리지늄 메뚜기의 공격에서 살아남았군요.

필라에

하아, 마음이 참 복잡하네요. 다들 먹을 걸 찾으러 간 틈을 타서 이렇게 몰래 도망쳐 나오다니.

필라에

그렇지만 제가…… 어떻게 촌장님한테 알겠다고 할 수 있겠어요. 그랬다가 만약 숲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그 사람들 마음이 분명 더 아플 텐데. 특히 아이샤 씨는 선조의 숲을 엄청나게 사랑하니까, 정말 많이 괴로워할 테고……

필라에

무엇보다 그렇게 큰 규모의 아츠를 써본 적도 없어요. 게다가 다른 생명들이 다치지 않도록 정교하게 운용해야 하고…… 으으, 안 되겠어요, 생각만 해도 벌써 긴장돼요. 이건 제가 할 수 없는 일이에요!

필라에

그, 그래도 이렇게 몰래 도망가면 안 되겠죠. 다시 돌아가서 확실하게 말해야 해요. 그냥…… 그냥 못 하겠다고……

필라에

으으, 하지만 제가 모두를 돕지 않고 저버리면, 그 후에 이 마을은 어떻게 되는 거죠? 오늘도 오리지늄 메뚜기가 마을로 들이닥쳤는데, 그럼 내일은?

필라에

신관장님, 저 대체 어떡하면 좋죠……

???

찾았다! 여기 그 아가씨가 있어!

필라에

어……?

조급한 마을 사람

그 아가씨가 여기 있다! 도망치려는 것 같아!

필라에

도망? 아니, 저는……

조급한 마을 사람

가면 안 돼! 네가 가버리면, 내 아이는…… 아가씨라면 분명 그 오리지늄 메뚜기들을 없앨 수 있잖아? 아까 그렇게 다 해봤으면서!

근심하는 마을 사람

여행자 아가씨, 우리를 도와줄 생각이 아니었으면, 대체 왜 우리에게 그런 희망을 준 거야?

조급한 마을 사람

애초에 아가씨가 만지는 모든 게 정말로 '말라 비틀어' 진다면, 아까 아이샤를 부축했을 때, 아이샤는 왜 멀쩡한 건데? 내가 아까 봤어! 분명 아이샤가 넘어질 때 부축했었잖아!

필라에

아니에요! 그럴 리가……!

필라에

제가 설명해 드렸잖아요……

근심하는 마을 사람

음, 여행자 아가씨. 재해를 없애는 힘을 가졌으면서, 왜 그게 불운하다는 듯이 말하는 거야? 아니면…… 저기 저 풀, 저걸 말라비틀어지게 할 수 있어?

필라에

……!

필라에

어떻게 감히 무고한 생명을 가지고 시험해 볼 수 있겠어요! 고작 그걸 증명하기 위해……

근심하는 마을 사람

아가씨가 지금 이렇게 떠나면, 시도조차 안 해 보고 바로 우리를 포기한 캐스터들과 뭐가 달라? 제발 가지 말아 줘, 여행자 아가씨……

필라에

안 돼, 저한테 손대시면 안 돼요……!

조급한 마을 사람

우릴 돕는 게 그렇게 어려워? 보상 같은 건 걱정하지 마, 그런 건 얼마든지 협의 가능하다고!

필라에

그게 아니라……

아이샤

거기!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렇게 필라에를 몰아붙이지 마!

필라에

죄송해요, 아이샤 씨…… 당신들 선조의 숲에 제 힘을 쓸 순 없어요. 시도해 볼 용기도 없고요. 제 시도가 마을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까 봐, 전 그게 두려워요……

아이샤

……

아이샤

필라에, 난 이해가 안 돼…… 너는 왜 항상 한 걸음 물러서는 거야?

필라에

네……?

아이샤

내가 건넨 물도 안 받으려고 하고, 걸을 때도 항상 내 뒤만 따라오고, 스스로 독술사가 아니라고 했으면서 지금은 또 자신이 파괴를 가져온다고 말하잖아.

아이샤

필라에, 생명은 네가 생각하는 만큼 연약하지 않아.


필라에

제가…… 또 모두를 실망하게 한 걸까요?

필라에

신관장님, 모든 사람이 존재하는 데는 다 의미가 있다고 하셨죠? 그렇다면 제 존재 의미는 대체 어떤 모습인가요?

필라에

신관장님께선 늘 저더러 스스로에게 맞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 하셨지만, 제 능력은 결국 '생명을 빼앗는 것'이고, 그건 절대 '생기를 불러오는 것'이 될 수 없어요.

필라에

제가 아무리 스스로를 억제하고 아츠를 통제한들, 그 힘의 본질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필라에

신관장님께서 주신 시련들에서, 매번 제가 다다른 결과는 모두 죽음뿐이었기에…… 결국 제가 배운 건 통제하고, 억누르고, 거리를 두는 법이었어요.

필라에

하지만, 그다음은요?

필라에

……

필라에

어떻게 해도 도무지 불안을 떨칠 수가 없는데, 그런 제가 대체 뭘 할 수 있겠어요……

필라에

불쌍한 나무들, 몸에 이런 결정이 자라서, 정말 많이 아프겠죠?

필라에

아이샤 씨가 촌장님을 막았을 때나,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을 때, 그리고 끝내 촌장님이 '이사' 가자고 말했을 때도, 분명 모두 많이 아팠겠죠?

필라에

신관장님, 저희가 높은 곳에서 '생명의 강'을 내려다보던 그때, 신관장님께선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나요?

필라에

……

필라에

만약 가능하다면, 전 제가 쓰는 아츠가 그 어떤 생명도 빼앗지 않기를 바라요…… 그건 파괴의 힘이에요. 자연 속의 생명들이 이런 인위적인 힘 때문에 끝을 맞이해서는 안 되니까요……

필라에

신관장님,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어떤 생물 자체가 본질적으로 악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심지어 이 오리지늄 메뚜기조차도, 어쩌면 단지 억울하게 오리지늄의 영향을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필라에

하지만 제가 보고 느낀 것은 더 거대한 고통과 끝없는 파괴였어요.

필라에

이 땅과 이 숲은 본래 온전한 생명과 미래를 가져야 했죠.

필라에

하지만 오리지늄 메뚜기들이 마치 역병처럼 통제되지 않고 퍼져버렸어요. 그리고 오리지늄 메뚜기가 몰고 온 고통은, 그것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도를 훌쩍 넘어섰고요. 그것들은 정말 파괴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걸까요?

필라에

신관장님, 그렇다면 전 …… 제가 걸어온 과거와, 앞으로 나아갈 미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요……

필라에

…… 안 돼, 울어선 안 돼요.

필라에

메뚜기떼의 확산이 너무 빨라서, 더는 지체할 수 없어요. 만약 제가 조금 더 망설였다간, 마을도 숲도, 이곳의 모든 것들이…… 이 무고한 생명들은 이미 너무 많은 대가를 치렀어요.

필라에

촌장님 말이 맞아요. 이사하면, 다들 더 이상 불안과 걱정에 떨지 않아도 되는 데다가, 살아 있기만 한다면 늘 길은 있을 테고, 새로운 곳엔 새로운 희망도 반드시 있는 법이니까요.

필라에

그리고…… 제가 시도한다면, 실패한들 마을의 전통이 촌장님 손에서 끊긴 거라고는 할 수 없을 거예요.

필라에

제가 죄를 떠안을지언정, 계속 결정이 확산하게 내버려둬서는 절대 안 돼요. 제가 책임지고 모두와 함께 새로운 수원지를 찾을 거예요……

필라에

신관장님, 이게 제 '의미'인 걸까요?

필라에

……

필라에

생각은 여기까지 하죠. 곧 날이 밝겠어요.

저는 천천히 두 손을 펴서 땅바닥에 대고, 결연한 마음으로 숨을 내쉬었습니다.

주위는 여전히 조용했지만, 숲속에서 무엇인가 모여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땅 아래 깊은 곳에서도 무언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이내 지면에 옅은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차가운 기운이 아니라, 묘한 적막이었고, 시간마저도 제 의지에 눌려 마치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에 갇힌 듯했습니다.

이윽고 결정이 깨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바깥의 몇 그루 나무를 시작으로, 한 줄기 한 줄기 균열이 가지까지 퍼져 나갔고, 가지에 겨우 남아있던 생명력이 지워졌습니다. 오리지늄 결정은 끝내 버티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며 흩어졌습니다.

멀리서 시끄럽게 깨지는 소리가 더 많이 들려왔습니다. 신관장님, 이번에 저는 눈을 감지 않았습니다. 지난 모든 시험 때와는 다르게요.

저는 그저 결정이 붙은 나무들이 더는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한 그루씩 차례대로 말라가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또, 벌레 떼가 쏟아져 나오다가, 마치 떨어지는 눈처럼 공중에서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지는 것도 보았습니다.

눈가에서 눈물이 제멋대로 흘러나와선, 조용히, 조용히, 손 아래서 요동치는 대지로 떨어졌습니다. 제가 직접 만든, 이 아무도 목격하지 못한 장례식장 안으로.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숲에서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나지 않게 되었을 때, 그제야 저는 비로소 두 손을 거뒀습니다. 제 손바닥엔 아직 아츠의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신관장님, 그거 아세요? 그게 제가 처음으로 제 아츠의 흔적을 똑바로 본 순간이었어요.

필라에

숲이…… 엄청나게 조용해졌네요. 벌레 떼의 날갯짓도, 오리지늄 결정이 자라는 소리도 더 이상 나지 않아요.

필라에

전부, 끝났네요.

필라에

부디 편히 쉬기를. 이젠 더 이상 오리지늄에 지배받지 않고, 두 번 다시 파괴의 매개체도 되지 않기를, 부디 자유롭길 바랄게요.

필라에

성스러운 나무여, 죄송합니다. 어쩌면 저로선 이렇게 당신들을 어루만지는 것밖에 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제 다시는 아프지 않을 거예요. 부디 자유롭길 바랄게요.

필라에

후…… 조금만 더 있다가, 마음을 좀 다잡고 마을로 돌아가서 모두에게 솔직히 말해야겠네요……

바스락, 바스락.

필라에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필라에

뭐지…… 이 나무도, 저기 나무 몇 그루도, 아직 다 살아 있어……?

필라에

제 아츠는…… 모든 걸 시들게 만드는 게 아니었나요?

필라에

어떻게 이럴 수 있죠…… 제가 불러온 재액이 모든 생명을 없애지 않았다고요?

필라에

이게 대체…… 모두 정말 존재하고 있는 거예요……?


아이샤

필라에, 생명은 네가 생각하는 만큼 연약하지 않아.


필라에

신관장님, 정말 제가 신전 재건을 같이 돕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신관장

후후, 왜 그러니. 혹시 우리가 신전 보수를 잘 못할까 봐서 걱정이라도 돼?

필라에

그럴 리가요……!

신관장

괜찮아, 필라에, 생명은 그렇게 연약하지 않아.

신관장

이번에 '생명의 강'이 양쪽 농지를 물에 잠기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홍수는 결국 물러갔지. 두텁게 남은 토사는 결국 다시금 비옥한 땅이 되어, 새로운 생명이 자라날 거란다.

신관장

생명은 늘 이렇게 끊임없이 순환하는 거야.

필라에

그렇지만, 그건 '생명의 강'이잖아요. '생명의 강'이야 언제나 저희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니까요.

신관장

너도 마찬가지야, 필라에. 너도 생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어.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멀쩡히 서 있을 수 있겠니?

신관장

너 자신을 믿고, 생명을 믿어보렴. 필라에, 생명은 그렇게 연약하지 않아.


신관장님, 저는 그제야 떠나기 전에 신관장님께서 해주셨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살아남은 나무들을 보며, 저는 저도 모르게 무심코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러다 아차 싶어 손을 거두려는 찰나, 한 마리 나비가 제 손끝에 내려앉았습니다.

태양이 막 떠올라, 햇빛이 숲속을 비추자, 숲은 아이샤 씨가 말했던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그 나비는 푸른 보석 같은 빛을 내뿜었습니다. 나비는 더듬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그곳에 멈춰 있다가, 몇 번 날갯짓하더니 이내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 나비는 말라비틀어지지 않았습니다.

신관장님, 그거 아세요? 그때 저는…… 손끝이 간질간질했습니다. 생명이 다가오는 느낌은 조금 간지러운 거였군요.


필라에

후, 이만 다시 출발해야겠어요. 날씨도 정말 좋은 게, 시작이 아주 좋네요.

필라에

여기까지면 충분해요, 아이샤 씨.

아이샤

사례로 고작 필기구랑 편지지 같은 걸 받다니, 겨우 그 정도로 충분하겠어? 이건 내가 만든 식량인데, 이것도 가져가.

필라에

괜찮아요, 제가 가진 양으로도 이미 충분하니까요.

필라에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결국 끝까지 제 능력을 오해했잖아요…… 제가 딱히 어떤 '정화' 같은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너무 큰 선물을 받으면 도리어 마음이 불편할 거 같아요.

아이샤

너희 신관들은 정말 겸손하구나…… 그럼 나한테 편지 쓰는 거 잊지 마! 여행을 어디로 갈지 결정하면, 나한테도 꼭 알려 줘야 해!

필라에

네, 꼭 그렇게 할게요. 하지만 그 전에, 고향에다 먼저 편지를 한 통 쓰려고 해요. 당신과 만난 덕분에 얻게 된 깨달음을, 하루라도 빨리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거든요……

신관장님, 죄송하지만, 지금 다시 한번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고, 다시 한번 신관장님께 작별 인사를 드릴게요.

여전히 아직 잘 모르는 일이 많지만, 제 여정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제가 무엇을 찾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된 것 같아요. 답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저 자신과 마주하기 위해서도요.

저는 제 가능성을 마음속 작은 상자에 꼭꼭 잠가 두곤, 그것을 건드리는 것도, 그것이 다른 사람을 건드리는 것도 두려워했어요. 그래서 계속 혼란스러워하고 헤맸던 거였죠.

하지만 지난 며칠 동안 일어난 여러 일들 덕분에, 전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 손을 내미는 게 사실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