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6의 설립일
A6 결성 초기, 팀원 간에 호흡이 너무나 맞지 않았다. 이에 오키드는 A6를 진정한 팀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기로 결심하는데……
모의 작전 종료.
전원 사망.
평가:불합격
포푸카…… 너무 앞으로 돌진했어. 그러면 스팟이 지켜 줄 수 없는걸.
그리고 캐터펄트. 너는 아예 위치가 잘못됐어.
저 엄폐물 위치가 너무 별로잖아.
거기에 웅크리고 있으면 시야가 절반이나 가려지는데, 어떻게 원석충 무리를 터뜨려?
그것보다, 애초에 스팟이 뒤에서 웅크리고 안 움직였잖아. 안 그랬으면 나도 기습당하진 않았을 거라구.
하? 내 탓이라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라고. 그건 시뮬레이션 된 고에너지 오리지늄 포격이었어.
내가 거기서 방패를 들고 막지 않았다면, 너랑 미드나이트는 진작에 재가 됐을걸.
뭐, 지금도 결과는 거의 비슷하긴 하지만.
확실히 우아하다고 말할 순 없는 결말이었지만, 쓰러지기 전에 난 화려한 검술로 적어도 3명의 적을 데려갔지.
그러니 심심풀이로는 이미 합격 아닐까?
우…… 미안해…… 포푸카가 뒤에 있는 사람을 못 봤어……
포푸카는 그냥 오키드 언니를 도와 그 나쁜 놈을 톱질해 버리고 싶었을 뿐인데……
누가 적을 몇 명 데려갔느냐의 문제가 아니야.
이건 팀 작전이잖아.
우리는 예비작전팀 A6고.
우리는 하나의……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괴짜들의 집합소지.
……
캐터펄트, 다 들렸어.
하아, 됐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해산.
오키드, 왜 그렇게 얼굴을 찡그리고 있어?
뭐 때문이겠어?
하아…… 스팟, 캐터펄트, 그리고 미드나이트. 평소에는 분명 괜찮은 사람들인데, 왜 뭉치기만 하면 잘 안되는 걸까?
그러게. 뭐 그래도 로도스 아일랜드에 괴짜가 그 셋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사실 다들 그 사람들을 꽤 좋아하는걸.
그건 나도 알아.
단순히 상성이 안 좋은 게 아닐까?
예비작전팀은 원래 실험적으로 만든 부대였다고 들었어. 차라리 후방지원부로 이동 신청을 해 보는 건 어때?
(작은 목소리로) 하아, 하지만 나는 사무실에 앉아 있기 싫어서 전방을 선택한 거란 말이지.
뭐라고?
네 말이 맞아. 실은 A6팀의 팀장으로 임명받았을 때, 인사부에선 나더러 어떤 부담도 느낄 필요 없다고 했었거든.
그럼, 왜……
하지만……
로도스 아일랜드가 나에게 그 사람들을 맡긴 건, 분명 내 경험을 활용해서 모두에게 팀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길 바랐기 때문일 거야.
개성이 있는 건 문제 될 게 없어. 하지만 중요한 건, 개성이라는 것도 서로에 대한 존중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거야. 그 사람들에게 부족한 건 능력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이고.
지금의 A6팀은 팀이라고 할 수조차 없어. 그냥 낯선 몇 명의 사람들을 한 곳에 억지로 몰아넣은 것뿐이지.
……아니아니, 오키드. 로도스 아일랜드에 대단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뭐 하러 네가 이런 것까지 걱정해?
그렇다고 내가 걱정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잖아?
호흡을 맞추길 요구하기 전에, 먼저 서로를 알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오퍼레이터로서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으로서 말이야.
기본적인 대인 관계만 형성할 수 있다면…… 앉아서 서로 차분하게 이야기할 수만 있다면 분명……
후우, 너는 마음이 너무 약하다니까.
어쨌든, 한 번 더 시도해 보려고.
정말이야? 또 실망할지도 몰라.
그래도 다시 한번 해보지 않으면, 이 따뜻한 코코아 한 잔도 마음 편히 마시지 못할 것 같거든.
캐터펄트, 그건 마지막 카드야!
스팟의 카드를 훔쳐보지 마!
이건 전술 정찰이라고 하는 거야!
스팟, 네 손에 들린 건 분명 조커 한 쌍이겠지?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는걸!
바보, 그냥 포커페이스인 거다. 그리고…… 내가 이겼어.
스트레이트.
야! 분명 속임수 쓴 거지? 어떻게 거기서 스트레이트가 딱 나와!
보아하니 오늘도 승리의 여신은 캐터펄트 아가씨에게 웃어주지 않은 모양이네.
하지만, 스팟의 작전이 확실히 훌륭하긴 했어.
하마터면 나까지 속아 넘어갈 정도였으니 말이야.
스팟 오빠, 정말 대단해!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야.
한 판 더?
잠깐만 기다려. 쿠키와 간식을 좀 준비했거든.
으음…… 오키드 아가씨는 차를 우려내는 솜씨가 확실히 뛰어나네. 이건 내가 최근에 마신 차 중에서 가장 훌륭한걸.
고마워, 미드나이트. 맞다, 이 잡지들 너한테 줄게. 아마 네가 원하는 스타일링이 있을 거야.
정말 세심하군.
음, 이 쿠키, 맛이 꽤 괜찮네.
내가 산 쿠키보다 훨씬 나아.
그럼 다음엔 더 사 둘게. 스팟은 최근 외출을 별로 안 한 것 같던데, 좀 더 먹어둬.
티타임을 가지는 건 참 귀찮은 일이지만, 이런 공짜 애프터눈 티라면 나쁘지 않지.
맛있어! 역시 오키드 언니가 최고야!
다들 이렇게 편해 보여서 다행이야.
사실, 우리 충분히 잘 지낼 수 있잖아, 그렇지?
우리가 이렇게 한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고, 음식을 나눌 수 있는 것처럼……
전장에서도, 우린 분명 서로를 신뢰할 수 있을 거야.
……
그러니까…… 서로를 조금 더 깊이 알기 위해 노력해 보지 않을래?
오퍼레이터로서가 아니라, 친구로서 말이야.
예를 들면, 각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얘기해 본다든가?
저기, 팀장, 나 솔직하게 말할게.
응?
과자도 사 주고, 보고서도 대신 써 주고, 오늘은 또 이런 모임까지 준비해 주고…… 팀장이 좋은 사람이란 건 알겠어.
그래도 계속 궁금했던 건데, 왜 우리가 꼭 하나의 팀처럼 되어야만 하는 거야?
우리가 같은 팀이 된 건, 그냥 어쩌다 로도스 아일랜드가 우리를 한데 모아놨기 때문인걸. 안 맞으면 안 맞는 거지. 딱히 문제없잖아?
평소라면, 난 분명 오키드 아가씨 편에 섰을 거야.
하지만 캐터펄트 아가씨의 말이 조금 거칠긴 해도, 오늘만큼은 이쪽 편에 설 수밖에 없을 것 같네.
오키드 아가씨, 억지로 무리할 필요는 없어. 우리는 동료고, 얕은 교분을 나눈 친구 정도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화목한 가족'을 연기할 필요까진 없지 않을까.
그럴 필요는 없어. 당신도, 우리도.
팀장,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야,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진 마.
오키드 언니…… 왜 다들 가 버린 거야?
혹시 포푸카가 말을 안 들어서 그래?
아니.
포푸카는 말을 잘 들었어.
말을 듣지 않는 어른들이……
다 망쳐버렸을 뿐.
여름을 좋아했다.
패션 잡지의 편집자 일을 할 때, 내가 가장 좋아하던 일 중 하나가 바로 여름 의상 섹션을 만드는 것이었다.
밖에 나가서 사람들과 교류하는 걸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그 옷을 입은 모델들이 연출하는 활기 넘치는 느낌만은 참 좋아했다.
그 느낌은 나에게 누군가가 아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려 주었으니까.
그런 생각은 내게 살아갈 원동력을 주기도 했다.
……
하아, 어떡하지. 이왕 이렇게 돼버린 거, 내일이라도 인사부에 가서 이동 신청을 해야 하나.
하지만……
나는……
하아, 짜증 나 죽겠네.
몸도 아프고, 에어컨도 안 되고. 이러면 어떻게 자라는 거야?
진통제, 진통제……
쳇, 다 썼네.
하아, 의무실에나 가자.
여름이 싫다.
내 몸을 감싸는 그 열기가 싫다.
습하고 더운 바람이 불 때 몸이 욱신거리는 건 더 싫다.
습하고 더운 밤마다, 그 고통을 참기 힘들다.
의무실에 가려면 굳이 갑판을 지나갈 필요는 없다.
그래도 나는 여기에 왔다.
나조차도 그 이유를 몰랐다. 어쩌면, 내 몸은 알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진통제가 아니라는 걸.
갑판 위에는 선객이 있었고, 술병 하나를 손에 들고 있었다.
평소의 웃음기는 온데간데없이 그의 얼굴엔 차분함과 약간의 근심만이 보였다.
……오키드 아가씨?
미드나이트는 황급히 술을 감추려 했지만, 당연히 텅 빈 갑판 그 어디에서도 숨길 곳을 찾지 못했고 그저 어색하게 등 뒤로 감출 수밖에 없었다.
이건 그냥 기분 전환이나 좀 할까 하고……
……
……아파?
……
그러네.
그러면 움직이지 마.
지금은 뭐라고 할 힘도 없으니까.
나한테도 한 잔 따라줄래.
오키드 아가씨도 술을 마실 줄 알아?
마시긴 하는데, 그리 좋아하진 않아.
취하는 느낌이 싫거든.
하하, 내 손님 중에도 그런 사람이 꽤 있었지.
유흥가를 좋아하진 않지만, 상사나 친구를 따라 억지로 오는 사람들 말이야.
그럼 그런 손님은 어떻게 상대해?
취하게 만들어서 돈을 쓰게끔 하나?
정말로 취한 사람은 오히려 돈을 많이 쓰지 않아, 오키드 아가씨.
돈을 쓰려는 사람은 평소에는 자신을 억누르다가, 취기를 빌려 낯선 사람에게 조금의 진심을 내주기로 결심한 사람이지.
지금 나 같은 사람이 네게는 최고의 손님이라는 거야?
그녀들은 모두 내 좋은 친구들이지, 아주 좋은 친구들이야.
말은 번지르르하네.
이건 스팟이 증명해 줄 수 있어. 예전에 친구들과 찍은 사진 몇 장을 보여 준 적이 있거든.
그렇지, 스팟?
스팟?!
오해할까 봐 미리 말해 두는데, 제일 먼저 여기 와서 바람 쐬고 있던 건 나야. 미드나이트가 나중에 갑자기 나타나더니, 이제는 너까지 온 거라고.
뭐야, 광석병 걸린 녀석들은 밤에 바람 쐬고 싶어 하는 습성이라도 있는 건가?
너도 참…… 이런 데서 만화를 보다니, 눈 나빠질까 봐 무섭지도 않아?
내 시력은 아주 좋은걸.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팀장, 지금의 네 모습이 평소보다 훨씬 보기 좋아.
그거 참 색다른 칭찬이네……
너희는 여기서 자주 모여?
가끔. 어쨌든 스팟은 내가 그리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우연이야, 우연, 알지? 밤에 여기 오는 사람은 꽤 있어. 그냥 오늘은 우연히 우리들만 있는 거지……
어라.
아, 오키드 언니 정말 여기 있었네!
캐터펄트, 포푸카? 왜 여기에 있어?!
눈이 아파서 잠이 안 왔어. 그래서 오키드 언니를 찾으려 했는데 못 찾았어.
그래서 캐터펄트 언니를 찾아갔지. 캐터펄트 언니는 정말 대단한 거 같아, 오키드 언니를 순식간에 찾아냈어!
캐터펄트, 너……
(작은 목소리로) 아, 팀장, 오해하지 마.
(작은 목소리로) 난 그냥 내가 익숙한 곳에 포푸카를 데려와서 사탕이나 좀 주고 재우려던 거라구.
(작은 목소리로) 설마하니 너희가 여기 있을 줄은 몰랐지.
(작은 목소리로) 이거 진짜야? 여기가 이렇게나 사람이 많이 오는 곳이었어?! 아까는 그냥 아무렇게나 말한 거였는데.
……그래, 이래야 너희답지.
오빠, 언니들은 왜 모두 여기에 있는 거야?
……
포푸카, 아직도 눈이 아파?
아파.
그런데 오빠, 언니들을 보니까 많이 좋아졌어.
너희는?
……
……
……
됐어, 대답 안 해도 돼. 업무 보고하라는 게 아니니까.
어쨌든 나는 아파. 죽을 만큼 아파.
나도 아파, 안 그랬으면 아마 포푸카가 나를 깨우지도 못했을걸.
안 아팠으면 나도 만화를 보고 있지 않았지.
난 방금 말한 대로야.
혹시 약 가져온 사람 있어?
내가 나올 때 챙겨 왔어. 아마 우리끼리 나눠 먹기엔 충분할 거야.
미드나이트, 마실 게 아직 있으면 다 꺼내봐.
사실 스팟 말이 맞긴 해. 꽤 많은 사람이 밤에 이 갑판에 와서 바람을 쐬곤 하지.
그러니 혹시 모를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해서, 이 갑판에 여러 가지 음료를 숨겨 뒀거든.
흥, 갑작스러운 상황이라니, 말이나 못 하면. 결론은 뭐든 있다는 거지?
뭐든 있지.
모처럼 온 기회인데, 다 같이 한잔하자.
진짜로? 여기서, 지금?
왜, 설마 이대로 그냥 해산하라고 할 줄 알았어?
응. 아니면 적어도 낮에 그랬던 것처럼, 내가 여기서 뛰어내리고 싶어질 정도의 말을 할 줄 알았지.
지금은 피곤해서, 도저히 그럴 힘이 없어.
그럼 좀 더 피곤해주라, 난 지금의 팀장이 더 좋거든.
……
그건 네가 나를 아직 잘 몰라서 그래. 난 평소에도 이런 모습이야.
이 팀장 자리만 아니었다면 귀찮게 그런 짓 하지도 않았을 거야. 게다가 너희는 딱히 그걸 고마워하지도 않으니까, 생각할수록 화 나 죽겠네.
근데 난 진짜로 싫단 말이야.
알았어, 미안해.
……
왜?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우리가 정말 서로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아서.
포푸카 아가씨, 뭐 마실래?
포푸카는 사과주스가 좋아, 미드나이트 오빠!
알겠어.
난 진으로 줘!
문제없지.
미드나이트~ 난 브랜디로 부탁해.
직접 해.
쳇, 네가 따른 술 같은 거 내 쪽에서도 거절이거든.
전에 잡지에서 이런 말을 본 적이 있어.
진정한 우정은 서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것이 아니라, 서로 무엇을 싫어하는지 아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제안 하나 할게.
각자 무엇을 싫어하는지 한번 말해 보는 게 어때?
나부터 시작할게. 나는 사람들을 웃음을 짓지 못하게 만드는 모든 걸 싫어해. 병, 전쟁, 증오, 거짓말, 바람피우는 것……
어이, 왜 말을 하면 할수록 이상해지는 건데?
왜냐하면 현실이 그렇기 때문이지. 이 대지에는 사람들을 웃지 못하게 만드는 것들이 아무래도 너무 많거든.
그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네.
칭찬해 주니 고맙군. 캐터펄트 아가씨는?
내가 싫어하는 건 엄청 많아. 지루한 삶, 맛없는 음식, 도전이 필요 없는 임무…… 아 맞다, 검과 방패를 들고 있는 기사 나리들도 싫어!
싫어하는 게 그렇게나 많은데 대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았대?
난 그런 것들이 날 역겨워하게 만들려고 살거든, 하하!
스팟은 어때? 싫어하는 게 나보다도 훨씬 더 많지 않나?
그럴 리가.
난 너랑 다르게 싫어하는 게 아주 구체적이지. 성격이 밝은 놈, 잘난 척하는 놈, 말만 번지르르한 놈, 너무 활력 넘치는 놈……
그냥 모든 사람을 싫어한다고 해. 혹시 너 지금 대놓고 우리 말하는 거 아니야?
아직 말 다 안 끝났어.
너희는 내가 싫어하는 부류랑 거의 비슷하긴 한데,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예외인 것 같아.
우와, 참 꼬아서 말하는구나.
너한테는 그런 말 듣고 싶진 않거든.
스팟은 우리를 제외한 전 인류를 싫어한다는 뜻으로 해석하자, 듣기에 훨씬 낫지?
쳇, 말하지 말걸.
포푸카는?
으음…… 포푸카…… 포푸카가 싫어하는 건……
졸리니, 포푸카? 그럼 언니 무릎에 누워서 자렴.
우…… 싫어. 좀 더 오빠랑 언니랑……
알았어, 알았어.
오늘 밤은 여기까지만 해야겠네.
팀장, 설마 도망치려는 건 아니지?
맞아.
이러면 공평하지 않지.
나는……
나는 광석병이 싫어. 밤에 아파서 잠 못 드는 것도 싫고.
내가 정말 싫은 건, 이 모든 것이 내가 원한 게 아닌데도, 어쩔 수 없이 전부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야.
그래서 오키드 아가씨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리와 어울리려 한 거군. 그러면 어떠한 선도 넘지 않을 거로 생각한 건가?
모르겠어. 하지만 안심해, 좋은 팀장을 연기하는 건 이미 포기했으니까.
오늘 밤의 일은 보고하지 않을 거야.
다음 훈련에서도 내가 명령은 내리겠지만, 너희는 그냥 너희 생각대로 하면 돼.
그건 좋은 소식이네.
이제 됐지, 충분히 마셨으니 이만 돌아가 쉬도록 하자.
그럼, 해산하기 전에 건배 한 번 할까.
좋아, 좋아!
……그래.
……너희들, 낮에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잖아.
어쨌건 오늘 밤은 건배할 가치가 있잖아, 안 그래?
근데, 이 건배는 뭐를 위한 건데?
……
그럼 지금 우리의 아픔을 위해 건배하자.
풋, 그건 전혀 축복할 일이 아닌데?
그래도, 마음에 들어!
나쁘지 않네.
아프긴 한데, 누군가 같이 아프니까 좀 나은 것 같아.
오키드 아가씨, 그거 알아? 평소 자신을 억누르다가 취기를 빌려 낯선 이에게 진심을 내주는 친구들에겐 한 가지 특징이 있어.
그건 바로, 자기 고민을 말하기 전까지는, 늘 자기 고통만이 가장 특별하다고 생각한다는 거야.
내가 화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화내지 않을걸. 왜냐하면, 내 말의 의미를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자기 고통이 흔하다는 걸 아는 게 뭐 좋은 일이겠어, 남과 고통을 나눈다는 것도 그저 고통을 나누는 것뿐이야. 그러니 참고 있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라고.
다음에 누군가를 위로할 땐, 좀 더 알아듣기 쉬운 말로 해.
우리는 단지 모종의 공통된 이유로 이 밤에 우연히 여기 모였을 뿐이야. 딱히 그게 어떤 의미를 갖는 건 아니지.
하지만 그 우연이 없었다면, 적어도 나는 이 술을 마실 수 없었겠지.
술 고르는 센스가 나쁘지 않네.
과분한 칭찬이야.
적 디펜더 접근.
고에너지 오리지늄 반응 감지.
12시 방향, 중기갑. 스팟, 앞으로!
쯧. 이미 가는 중이거든?
야! 미드나이트! 거기서 한가롭게 포즈나 취할 때야? 내가 맞아 죽는 거 보고 싶어서 그래?
서두르지 마, 우아하게 진입할 수 있는 각도를 찾는 중이니까.
스팟, 네가 빛을 가렸어.
미드나이트!
쓸데없는 말 말고, 좌측으로 진입! 저 경기갑 두 기를 막아!
알겠어, 오키드 씨.
캐터펄트! 엄폐물 뒤에 저격수!
엄폐물이 터지든 말든 신경 쓰지 말고, 저 녀석을 날려 버려!
어이, 앞에 다들 비켜! 통구이가 되기 싫으면 말이지!
잠깐 캐터펄트 씨! 방금 유탄이 내 머리카락을 태울 뻔했다고!
안 맞았으면 징징대지 좀 마!
그래, 그거야. 포푸카! 가서 스팟을 도와주렴! 저 덩치는 밀어내 버리고!
알겠어!!!
스팟 오빠를 괴롭히지 마!
오키드 씨! /오키드 언니! /팀장! /오키드 언니!
알고 있어! 재촉하지 마!
전술 깃발……
잡았다!
모의 작전 종료.
전원 생존.
평가: C-
축하합니다. 예비작전팀 A6, 테스트 통과.
힘들어 죽겠네……!
C-? 모처럼 열심히 했는데 점수가 너무 낮잖아!
살아 남은 것만으로도 잘한 거야, 만족하라고.
점수는 우아하지 않지만, 방금 마지막 일격을 날리던 내 자세는 완벽했지?
오빠 언니들 다 멋있었어!
너희……
아, 난 스팟이 분명 도중에 포기할 줄 알았는데.
그리고 난 원래부터 오키드 언니가 팀장인 게 엄청 좋았거든, 적어도 반성문 쓸 때 핑계는 대신 생각해 주잖아.
야, 호칭까지 바꾸고, 너무 대놓고 친한 척하는 거 아니냐? 난 오히려 네가 게으름 피울 줄 알았거든.
그리고 난 오키드가 팀장인 게 문제라고 한 적 없어. 지난번에는 만화 찾는 것도 도와줬는걸.
나는 전부터 오키드 씨야말로 하늘이 내게 선사한 승리의 여신이라 생각하고 있었지.
스팟.
그래, 같이 죽여버리자.
징그러운 놈!
오키드!
……너도 왔어?
아무래도 네가 걱정돼서 말이지.
근데 A6의 분위기가 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 같네. 네가 말했던 방법이 통한 건가?
전혀 아니야, 말하자면 좀 길어.
나중에 천천히 말해 줄게, 오늘은……
알았어, 빨리 가봐. 네 팀원들이 기다리잖아.
죽어라, 미드나이트.
오늘은 로도스 아일랜드를 위해 쓰레기 청소를 좀 해야겠군.
설령 나를 죽이더라도, 이 대지 위에 존재하는 진심 하나만큼은 없앨 수 없을 거야.
오키드 언니, 어떡해?
하아……
그래, 포푸카, 전기톱 좀 들어봐.
응? 응!
그만, 이제 장난은 그만해.
오케이.
가자, 식당에 가서 축하 파티나 하자고.
오늘은……
내가 안 사, 더치페이야.
이런 짠순이!
그 입 다물어.
나도 원단 살 돈을 모아야 하거든. 너희 밥까지 사 줄 여유 같은 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