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물에 빠진 자

물에 빠진 자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구오성을 떠나기 전날 밤, 우연히 소동에 휘말린 우요우는 사문과 관련된 소식을 얻게 된다.


길거리 건달

형 선생, 노점상 생활을 청산한 것을 축하하며 이 한 잔을 권하지. 어떤가?

'형 선생'

아, 나도 같은 생각이야. 건배.

길거리 건달

어디로 갈지 정했는가?

'형 선생'

아직. 그냥 멀리 떠나고 싶어. 가면서 기회를 찾아봐야지.

길거리 건달

저번에 구오성에 가봤다고 하지 않았나?

'형 선생'

그렇지. 구오성 주변 마을까지 다 돌아봤지만, 발붙이기는 힘들 것 같더군.

길거리 건달

여기서도 무리인가? 자네 여기 온 지도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아직 우리 운수 마을의 장점을 몰라서 그런 건 아니고?

길거리 건달

……뭐, 됐어. 누군들 어려움이 없겠나. 나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이렇게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데, 하하하.

길거리 건달

자, 한 잔 더 하지.

'형 선생'

거참, 천천히 좀 마시지. 술에 취하면 누가 나 대신 편지를 써주겠나?

길거리 건달

아아, 맞다. 편지도 써야 하는구나. 그렇다면 지금 당장 쓸 테니까, 다 쓰고 천천히 마시자고.

'형 선생'

자, 종이하고 펜. 펜은 잡을 수나 있겠나?

길거리 건달

당연하지. 그런데 뭐라고 써야 하나?

'형 선생'

음…… “츄 사제가 귀인의 도움을 받아 곧 출세한다.” 이렇게 쓰게.

길거리 건달

알았어.

길거리 건달

어, 그런데 '귀인'은 어떻게 쓰더라?

'형 선생'

내가 책상에 적어주지…… 자, 이렇게.

'형 선생'

저런, 한 획이 빠졌네…… 뭐, 됐어. 계속 써.

'형 선생'

“이번 경성행은 삼천리 길로…… 비록 두 분과 멀리 떨어졌지만, 부디 걱정하지 마시길.”

길거리 건달

자, 됐어.

길거리 건달

그러고 보니 이 사제는 누구지? 이렇게 좋은 일인데 왜 자네는 안 데려가나?

'형 선생'

아…… 함께 글룸핀서 당면을 배우던 후배인데, 녀석이 너무 잘해서 경성에서 요리사로 발탁됐지 뭐야.

'형 선생'

문제는 요리사에게 따지는 게 엄청 많아. 지역에 따라 요리 계통이 다르다 보니 만나기 바쁘게 싸우는 건 물론이고, 같은 계통이라도 정통인지 아닌지 따진다니까.

길거리 건달

그 정도인가?

'형 선생'

생각해 봐. 경성에선 찹쌀떡은 오직 단맛뿐, 짭짤한 건 있을 수도 없다는 게 말이 돼?

길거리 건달

그건 당연히 말도 안 되지.

'형 선생'

내 말이. 이 업계는 골이 너무 깊어서 나는 상종하고 싶지도 않다 이거야.

길거리 건달

그런데, 자넨 매일 길가에서 노점이나 차리면서 풍수지리나 봐주고 두부 꼬치 튀김이나 팔던데, 요리사랑 딱히 관련이 없지 않나? 혹시 그 사제가 자네가 요리 못 한다고 무시하는 건 아니고?

'형 선생'

에잇, 그런 말은 실례야.

'형 선생'

……우리가 같은 스승님 밑에서 요리 배울 때, 다들 걔를 얼마나 잘 챙겨줬는데. 비록 이번에 고향을 떠나지만 그래도 동문의 정을 엄청 소중히 여기고 있거든.

'형 선생'

걔는 같이 갈 사람을 계속 구하고 있었어. 적어도 어딜 가든 서로 의지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 길은 너무 험난한 길이야.

'형 선생'

결국 찾지 못한 채 황급히 떠나게 됐고, 내게 가족에게 쓸 편지를 부탁할 수밖에 없었지. 그 말인즉, 내가 걔랑 제일 친하다 이거지.

길거리 건달

어…… 일리가 있네.

길거리 건달

그럼 이어서 뭐라고 쓸까? 언제 부모님을 경성으로 모실 건지? 아니면 언제 부모님 뵈러 돌아올 건지?

'형 선생'

어…… 그건 장담하기 어려운데.

'형 선생'

……이 편지는 그냥 이대로 하고, 다시 한 통 더 써줘. 술은 계속 마시면서.

'형 선생'

주인장, 술 두 병 더!

객잔 주인

자, 여기.

길거리 건달

역시 형 선생은 의리의 사내군.

'형 선생'

거야 당연하지.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가기 전에 충분히 마셔야 하지 않겠어?

'형 선생'

자, 이번엔 이렇게 써줘. “아들은 죽었으니 몸을 숨기고 강호의 일에 관여하지 마시길.”

길거리 건달

아들이…… 죽었다…… 응?

'형 선생'

쉿…… 묻지 마, 그냥 그렇게 써.

길거리 건달

어? 아, 알았어.

길거리 건달

그런데, 자네도 글씨를 잘 쓰면서 왜 나보고 편지를 쓰라는 거지……?

길거리 건달

뭐, 뭐야, 갑자기 웬 행패지?!

'형 선생'

이쪽이야!


'형 선생'

아이고, 무서워라. 발이 빨라서 살았네.

길거리 건달

후우…… 여긴 어디지? 이 객잔에 이런 통로도 있었나?

'형 선생'

음, 나도 황급하게 들어온 바람에 어딘지 모르겠네.

흉악한 목소리

야, 얼른 술 안 가져와?

주인장 목소리

네, 네……

흉악한 목소리

뭐야, 돈은 이것밖에 안 돼?

주인장 목소리

한겨울이라 손님이……

흉악한 목소리

보따리 장사 주제에 감히 이것저것 따져대기는. 아무리 우리 아가씨가 너 같은 꼴사나운 놈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이놈이 아주 우리 지씨 가문을 호구로 보는구나?

'형 선생'

(지씨 가문……?)

길거리 건달

하아, 또 쟤네들이네.

'형 선생'

무슨 일이지?

길거리 건달

남녀 간의 일이잖아. 구오성 지씨 가문의 영애가 이 가게 주인장에게 한눈에 반했는데, 주인장은 그럴 마음이 없나 봐. 그래서 그 여자가 심심하면 가게에 사람을 보내 깽판을 치는 거야.

흉악한 목소리

요것 봐라, 너 역시 다른 여자가 있었구나. 이 촌스러운 은팔찌는 누굴 선물하려고?

주인장 목소리

아닙니다, 그건……

흉악한 목소리

우리 아가씨를 대신해 일단 맡아두마.

길거리 건달

아니, 이대로 행패를 부리게 놔둘 순 없어!

'형 선생'

그러게, 저 주인장은 도대체 뭐가 불만이래? 하루아침에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데……

길거리 건달

무슨 소리야? 우리가 돈이 없지, 자존심도 없나?

길거리 건달

지금 당장 뛰쳐나가서……

'형 선생'

……관청에 신고할까?

길거리 건달

응?

'형 선생'

경솔한 짓은 하지 마.

'형 선생'

아무리 주인장이 우리한테 잘해주긴 했지만, 풍수나 볼 줄 아는 내가 뛰쳐나간들 뭐 할 수 있다고.

'형 선생'

게다가 지씨 가문은 구오성의 세력가 집안이잖아. 미움이라도 사게 되는 날엔 아마 하늘 끝까지 도망가야 할걸.

길거리 건달

……어, 그것도 그렇네. 주인장, 미안하게 됐어.


'형 선생'

풍수, 점술, 침술, 형씨의 백 년 비전입니다. 손님……

'형 선생'

……엇, 주인장. 헤헷, 몸은 좀 어떤가? 혹시 반창고라도 필요한가?

객잔 주인

……풍수를 물어보러 왔습니다.

'형 선생'

얼마든지! 좋은 터를 찾고 있든, 액운을 떼러 왔든 얼마든지 물어보게.

객잔 주인

마침 선생님께 액운을 뗄 방법을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형 선생'

음, 그 액운이라는 게 설마……?

객잔 주인

짐작하신 대로입니다, 형 선생님.

'형 선생'

……

객잔 주인

당신은 빚이 있어 돈이 필요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형 선생'

……응? 그래그래, 확실히 그랬지.

'형 선생'

전에 나를 죽이려…… 아니, 빚쟁이들은 너무 위험했지. 주인장이 비밀 통로를 알려준 덕분에 몸을 숨길 수 있었어.

'형 선생'

그 당시에도 감사의 절이라도 올리고 싶었지만, 필요 없다고 해서 말이야…… 그럼 지금이라도……

객잔 주인

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 이번만큼은 돈이 깨지더라도 액운을 털고 싶으니, 부디 도와주길 바랍니다.

객잔 주인

저게 오래된 팔찌가 있었는데 어제 그들이 빼앗아 갔어요.

객잔 주인

비싼 팔찌는 아니지만, 모친께서 남겨주신 기념품이라……

'형 선생'

아하, 선물이 아니었군. 내 기억엔 어머님께서……

객잔 주인

돌아가셨어요.

객잔 주인

돈은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팔찌만큼은 꼭 되찾고 싶어요.

'형 선생'

……그토록 애절한 그리움이 담긴 물건을 나쁜 놈들이 빼앗아 가다니, 정말 가슴이 다 아플 지경이네.

'형 선생'

유감스럽게도 그건 풍수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힘이 되어줄 수는 없겠어.

'형 선생'

아, 그래도 어젯밤에 관청에 신고했으니 기다리면 곧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싶네.

객잔 주인

그 사람들은 매번 정도에 맞춰서 행패를 부리죠. 저도 여러 번 신고해 봤지만, 증거도 없고 사건으로 성립될만한 심각한 피해도 아니라고 하더군요.

객잔 주인

게다가 고작 은팔찌 하나이니…… 그 사람들에게는 정말 하찮은 물건이죠. 저택 구석에 대충 내버려 두지는 않을까 걱정이에요.

객잔 주인

그래서 저는 선생님께서 저를 도와서 그 팔찌를 다시 사주셨으면 합니다.

객잔 주인

어젯밤, 선생님도…… 일단은 그 자리에 계셨으니, 은팔찌를 마음에 들어 사고 싶다고 하면, 그 사람들의 노여움을 살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객잔 주인

물론, 비용은 제가 내겠습니다.

'형 선생'

어, 내가 이렇게 호사스러운 일을 하면 금방 들통이 나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형 선생'

주인장, 혹시 다시 생각해 보시지 않겠나?

객잔 주인

선생님 말씀은 도울 수 없다는 건가요?

'형 선생'

그래, 아직은 죽고 싶지 않거든.

'형 선생'

……하하하, 나 같은 놈은 의협심은 있지만 그럴 능력이 없어서 말이야.

객잔 주인

하아…… 아쉽군요. 선생님께서 항상 부채를 들고 다니시길래 당신 역시 협객이신 줄 알았는데.

'형 선생'

음? '역시'라고?

'형 선생'

요즘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협객을 자처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가?

객잔 주인

네. 몇 년 전 이 마을에 젊은 여 협객이 찾아왔죠. 평소에 불의를 보면 바로 싸웠고, 부채를 휘둘렀다 하면 적들이 막 쓰러져 나갔어요.

객잔 주인

나중에 지씨 가문에 원한을 샀는지 그 이후로는 모습이 보이지 않더군요.

'형 선생'

……안타깝군.

객잔 주인

아, 그럼 혹시 강호의 술법이나 오리지늄 아츠 같은 건 쓸 줄 모르시나요?

'형 선생'

그럴 리가. 쓸 줄 알았다면 이미 천사가 되었겠지.

객잔 주인

그럼 이 풍수라는 건……

'형 선생'

크흠, 이건 학문이야.

'형 선생'

그래도 글씨에는 자신이 있는데, 부채에 글씨라도 써 줄까? 어떻게 '일확천금'으로 하겠나, 아니면 '운수대통'?

객잔 주인

필요 없어요, 어차피 한겨울인데.

'형 선생'

하하, 그것도 그렇군.

'형 선생'

그런데 주인장, 그 지씨 가문 부하들은 어딜 가야 만날 수 있는 건가?


'형 선생'

음, 차도 샀고 전달자 신분도 만들었고, 부모님께 쓴 편지도 보냈겠다…… 이 시점에 일이 터지면 곤란한데.

'형 선생'

그 지씨 녀석이 스승님의 원수이긴 하지만…… 주인장을 괴롭혔던 부하들은 아마 나를 못 알아보겠지.

'형 선생'

들킨다고 해도 바로 도망치면 그뿐이니까.

'형 선생'

……사저는 살아 있을까. 선배들의 행방이라도 알면 강호를 다니기 훨씬 편할 텐데.


'형 선생'

거기 두 사람, 잠깐 괜찮나?

지씨 가문 건달

점쟁이가 여긴 무슨 일이야?

'형 선생'

실은, 어제 당신들이 여의 객잔에서 가문 아가씨를 위해 그 어리석은 녀석을 혼낼 때, 마침 나도 있었는데 말이야.

지씨 가문 건달

……가게 안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형 선생'

주방, 주방에 있었지.

'형 선생'

아, 오해하지 말게. 나는 당신들이 잘했다고 생각하네. 혼쭐이 나도 싼 녀석이었지.

지씨 가문 건달

흥, 용건이나 말해.

'형 선생'

그럼, 그렇게 하지…… 그 가게 주인장의 은팔찌 말인데, 지금 컵라면 밑에 깔아둔 그걸 나한테 넘길 의향은 없나?

'형 선생'

내가 볼 땐, 이런 걸 아가씨에게 가져다줘 봤자 노여움만 살 것 같아서 말이야.

'형 선생'

게다가 이 팔찌는 순도도 별로고, 귀한 보물도 아니니 당신들 두 사람의 신분에도 전혀 어울리지 않지.

'형 선생'

……실은, 이 팔찌를 사서 노모께 효도하고 싶은데, 노인들은 유행보다는 오히려 이런 촌스러운 걸 좋아하니.

'형 선생'

자, 돈은 이 정도면 괜찮겠나? 양보만 해준다면 평생 은인으로 모시겠네.

'형 선생'

아, 점은 어떻게? 이건 서비스로……


'형 선생'

……어라?

'형 선생'

객잔에 정전이라니?

'형 선생'

……엇.

'형 선생'

(암기인가?)

'형 선생'

이런, 이런! 오자마자 객잔에 정전이라니, 설마 내가 불운을 몰고 온 건가…… 폐를 끼쳐 미안하군!

'형 선생'

(이상하네. 왜 갑자기 날 잡으려고 하지? 설마 주인장 대신 팔찌를 되찾는 계획이 들통난 건가?)

어둠 속 목소리

저놈 잡아.

'형 선생'

(……벽 뒤에 숨겨진 방이?)

'형 선생'

이만 실례하지! 카운터에 가서 바로 수리하라고 해두겠네!


'형 선생'

……따라오는 사람은 없는 모양이네.

'형 선생'

다행이다, 목숨은 건졌네. 팔찌도 어둠을 타 슬쩍 해왔고.

'형 선생'

하지만, 주인장은 이 마을을 떠야 할지도 모르겠어.

'형 선생'

내가 자초한 일에 남을 끌어들이다니…… 부끄럽기 그지없군.

'형 선생'

……그런데, 아까 객잔 벽 뒤에서 난 소리는 설마 잘못 들었겠지?

어둠 속 목소리

……우산쟁이?

여자 목소리

맞아. 츄씨 그 녀석이 틀림없어. 부채와 권법을 쓰지 않더라도 알 수 있지.

어둠 속 목소리

어쩐지 몇 사람으로도 못 막는다 했어.

여자 목소리

내가 쫓아가지.

'형 선생'

……하아, 이제 사저를 찾는 건 물 건너갔네.

'형 선생'

이 길은 이제 안 되니까, 얼른 마무리하고 밤새 도망가야겠다.


'형 선생'

주인장, 할 얘기가……

'형 선생'

……

객잔 주인

아, 형 선생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자, 이분이 제가 낮에 말씀드렸던 그 여 협객입니다. 설마……

'형 선생'

……이런, 이런 우연이. 괜찮다면 제가 협객님의 손금이라도 봐 주겠네. 자, 일단 부채를 내려놓으시게나.

여 협객?

……이 사람이, 형 선생?

객잔 주인

하하, 이분은 워낙 농담을 좋아하는 편이라서요. 아무쪼록 신경 쓰지 마시길 바랍니다……

객잔 주인

형 선생님, 저번에 손금 보셨을 때 말했던 내용이 맞는 게 하나도 없었거든요.

'형 선생'

그래서 돈은 안 받았잖아.

'형 선생'

아, 걱정 말게.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공짜로 손금을 봐 주겠네. 괜찮다면 점괘도 봐 주고 말이야.

여 협객?

그럼 부탁할게.

'형 선생'

손금을 보니 어렸을 때 구오성에서 지냈던 것 같군.

여 협객?

그래, 맞아.

여 협객?

하지만 그 정도는 나도 알 수 있어. 당신도 구오성 출신이지. 딱 봐도 알아.

'형 선생'

이야기는 원래 가벼운 것부터 시작하는 법이네. 계속하지…… 협객님의 삶엔 은인이 한 분 있군.

여 협객?

내게 은혜를 베푼 사람은 한둘이 아니야.

'형 선생'

이 은인은 부모가 아니라, 십수 년 동안 협객님께 영향을 준 인물이지…… 혹시, 은사님 한 분이 계시지 않은가?

'형 선생'

짐작건대 그 은사님은 “세상엔 불평등이 너무 많아 누군가가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자주 말씀하셨을 거네. 그래서 협객님도 운수 마을 백성들에게 인정받는 협객이 된 것이고.

여 협객?

……뭐, 대충 맞아.

객잔 주인

선생님, 이건 합리적인 추측이잖아요. 누가 학교에 안 다니고, 어떤 스승이 인간의 도리를 가르치지 않겠습니까?

'형 선생'

이건 추측이 아닐세.

'형 선생'

협객님, 실은 손금에서 흉상이 보이는군. 실례지만, 최근에 은사님을 뵈러 간 적이 있나? 아직도 그분을 걱정하고 있나?

여 협객?

……돌아가셨어.

객잔 주인

돌아가셨다고? 참으로 유감이군.

여 협객?

……은사님은 이미 고령이었지만, 젊었을 때처럼 강을 건너려고 했지. 하지만 강물이 불으면서 거센 물살에 휩쓸려 다시는 나오지 못했고.

'형 선생'

……

객잔 주인

그런…… 분명 뭔가 제정신이 아니셨겠죠.

'형 선생'

흐름에 몸을 맡기고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다…… 그런 건가?

여 협객?

애초에 물에 가지 않는 게 현명한 거지. 최근 2년 동안 조수를 구경하러 갔다가 파도에 휩쓸려간 사람도 많아. 생사는 불분명한 상태지만.

여 협객?

……어차피 발견되더라도 분명 시체가 되었을 테고.

객잔 주인

하아, 관청에서도 매년 주의하라고 고지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간혹 사고가 일어나고 있어요.

'형 선생'

확실히 안타깝군. 나도 낚시하다가 누군가 강물에 빠진 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구하러 가지만 찾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객잔 주인

선생님도 그런 마음 따뜻한 분이셨군요.

'형 선생'

뭐, 생사가 걸린 일이니까 말이야.

여 협객?

나는 형 선생이 의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라 믿어.

여 협객?

선생이 꼭 미래를 점쳐 줬으면 좋겠는데.

'형 선생'

아, 그래그래, 어디 보자……

'형 선생'

미래는 뭐랄까…… 순탄치 않군. 협객님의 운명에 고비가 있네. 그렇다고 넘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야.

객잔 주인

선생님…… 또 재물을 들여 액땜한다는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좋은 말로 해주시라고요.

'형 선생'

협객님은 의롭고 또 은혜까지 베풀기도 하셨으니, 하늘은 당신이 고난을 겪는 걸 원하지 않을 걸세…… 보게나, 이 얼마나 상서로운 말인가. 물론 돈은 받지 않겠네.

객잔 주인

의로움과 은혜를 베푸는 건 똑같은 것 아닙니까?

'형 선생'

물론, 다르지.

'형 선생'

주인장, 반나절이나 얘기한 것 같은데, 술 정도는 내줘도 되지 않겠나?

객잔 주인

앗, 이야기에 너무 집중하느라 전혀 생각지도 못했군요.

객잔 주인

마침, 저도 협객님께 여쭤볼 게 있는데, 우선 좋은 술을 가져올게요.

'형 선생'

……

여 협객?

……

'형 선생'

이만 손을 놓을까?

여 협객?

대련은 오랜만이니까, 아무튼 잘 부탁해.

'형 선생'

사양은 하지 않도록 하지, 가겠네 사저!


스승님, 밥이 다 됐습니다. 글룸핀서 당면입니다. 제가 아르바이트하면서 주방장한테 배웠는데, 맛은 어떤가요?

네, 물론 생각은 해봤습니다. 스승님도 말씀하셨죠. 저는 리엔 가문 무술 도장의 마지막 제자라고. 제가 좋은 일자리를 구하면 바로 은퇴하셔도 됩니다.

선배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요 몇 년간 스승님을 뵈러 온 적이 없죠? 하아, 지금쯤 다들 뭐 하고 있을까요? 나를 도와줄 수 있다면 더 좋을 텐데.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스승님. 이번 무도대회가 끝나면 바로 부모님 뵈러 다녀오겠습니다.

정 안 되면 돌아가서 농부라도 하겠습니다. 고향에서 들짐승을 쫓아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리엔 가문의 무공을 배운 보람이 있을 겁니다.

……리엔 가문의 무공을 아직 다 가르치지 않으셨다고요?


'형 선생'

……양보를 받았군.

여 협객?

……네가 한 수 위였잖아.

'형 선생'

책임이 막중하니 죽는 게 두려울 뿐이야.

'형 선생'

……그때 선배들은 모두 떠나고 아무것도 몰랐던 이 바보 제자만이 남았기에,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무공을 나한테 가르쳐 주셨지.

여 협객?

……스승님은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해.

여 협객?

그분이 가르치기를 원하지 않는 것은 전부 살인 기술뿐이야.

여 협객?

왜 갑자기 멈춘 거야?

'형 선생'

그냥 대련이니까. 끝장을 볼 필요까진 없지. 서로 얼굴을 안 볼 것도 아닌데, 그렇지 않나?

여 협객?

내가 네 원수의 부탁을 받고 네 목숨을 노리고 온 걸 알 텐데?

'형 선생'

그래, 알고 있어. 사저는 두 가지 물건을 가지러 왔지. 하나는 주인장의 은팔찌, 다른 하나는 내 목숨.

'형 선생'

어, 그런데 돌아가서 츄씨 녀석을 또 놓쳤다고 대충 둘러대도 되잖아. 한두 번 놓친 것도 아닌데. 어차피 경공을 몰라서 혼자 잡기도 무리일 테고.

여 협객?

나를 돕는 이유가 뭐지?

여 협객?

……“의협심을 가지고 남을 돕고, 은혜를 베풀어서”인가?

'형 선생'

그렇지. 부모님이 도장에 나를 보러 왔을 때, 선배들은 한 수 물러서 내가 이기게 해 줬잖아? 덕분에 부모님은 아직도 내가 무공 천재인 줄 착각하고 계신다고.

'형 선생'

스승님은 우리 고향의 특산이 매실청이라는 걸 알고 늘 넉넉하게 준비해 주셨지. 선배들도 사양하면서 그걸 뺏으려 하지도 않았고.

'형 선생'

나에게 은혜를 베풀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 그건 절대 잊을 수 없어.

'형 선생'

……게다가, 급류에 휩쓸린 그 사람은 원래 어쩔 수 없었으니까.

여 협객?

훗,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구하려 한 거지?

'형 선생'

……사저, 스승님은 나 때문에 죽은 거야.

'형 선생'

어떤 이유가 있던 간에 내가 그 녀석을 죽인 건 사실이지. 스승님은 이런 한심한 나를 위해서 그랬을 뿐이고…… 나는 사문의 수치야.

'형 선생'

그래서 스승님이 가르쳐주신 무공을 쓸 면목이 없지. 아까는 사문 제자들끼리의 대결이니까 썼던 것이고.

여 협객?

……너도 똑같이 물에 빠진 것 같은데, 누가 와서 도와주길 기대하는 거야?

여 협객?

그 부채에 쓰인 글씨를 이제야 제대로 봤네. 스승님이 너에게 부채를 물려준 이상 너는 실망시켜선 안 돼.

'형 선생'

……그렇다면 더더욱 마지막 일격을 가할 수 없지. 스승님께 배운 무공은 이런 무의미한 일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니까.

여 협객?

계속 고집할 거야?

여 협객?

알았어…… 봐줘서 고마워, 사제.

객잔 주인

협객님…… 엇, 협객님은?

객잔 주인

왜 선생님 혼자인가요?

'형 선생'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자 협객님은 바로 뛰쳐나갔네.

객잔 주인

그렇군요. 아까 싸우는 듯한 소리와 부채를 펴는 소리가 들렸는데, 역시 협객님이었군요.

'형 선생'

그렇지. 일단 싸움이 끝날 때까지 숨어있어야겠어.

'형 선생'

맞다. 주인장, 당신 팔찌야.

객잔 주인

……정말 되찾으러 갔습니까?

'형 선생'

돌아가신 분의 유품을 잃어버리는 건 마음이 아프긴 매한가지지…… 아, 주인장, 그래도 보수는 제대로 받아야겠어.

객잔 주인

물론이죠, 감사합니다.

'형 선생'

어, 그리고 앞으로는 조심하는 편이 좋을 걸세. 가급적 빠른 시일에 운수 마을을 떠나는 게……

객잔 주인

그 사람들을 화나게 했나요?

'형 선생'

음, 엄청나게 말이야.

객잔 주인

……

객잔 주인

그것참 신세를 많이 지게 됐군요.

'형 선생'

미안하네! 주인장, 사죄의 뜻으로 공짜로 한번 점을 쳐줄 테니 용서해 주지 않겠나?

객잔 주인

하아, 알겠습니다. 어차피 지씨 가문이 제 객잔에 눈독을 들인 이상 장사는 못하니까요.

객잔 주인

보수는 저번에 말했던 대로 드리죠.

'형 선생'

아, 고맙네.

'형 선생'

그런데 주인장, 혹시 매실청 안 남았나?

객잔 주인

많이 남았어요, 드릴까요?

'형 선생'

그래, 긴 여행이 될 테니 좀 챙겨둬야겠어.


그 츄라는 녀석은 도망간 건가?

죄송합니다.

……하지만, 밤을 틈타 차를 타고 동쪽으로 도망친 걸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