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이”
'야옹이'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헤이즈. 당신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헤이즈는 그녀와 '야옹이' 사이에 있었던 더욱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야옹이'.
다양한 '야옹이'.
뭐랄까……
이를테면 길가에 나타난 귀여운 녀석들…… 으음, 당신도 귀여운 녀석들을 분명 마음에 들어 할 거야.
그 녀석들은 갑자기 당신 곁에 소리소문없이 나타날 수도 있어.
그리곤 어느 날 문득 당신의 삶에 들어올 거야.
야옹이는 인간과 달라. 누가 정의롭다고 해서 달라붙거나, 도둑이라고 해서 버리는 일은 없어.
카페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야옹이? 있지. 밤에 갑자기 쓩~ 지나가 경비 아저씨를 놀래는 야옹이? 그것도 있지.
감옥, 물샐틈없는 감옥에서조차…… 야옹이는 사뿐사뿐 걸어 들어갔다가 여유롭게 빠져나와.
음, 난 야옹이를 정말 많이 좋아할 거야. 어떤 야옹이든 그 기분을 느낄 수 있거든. 좀 더 자고 싶어, 배고파, 따뜻해…… 갑자기 장난치고 싶어!
야옹이는 모든 게 마음대로야.
인간이 어찌 야옹이의 자유자재를 배울 수 있겠어! 야옹이는 무리 지어 다른 야옹이를 괴롭히진 않잖아.
아, 그렇다고 해서 애완동물과 같다는 건 아냐. 야옹이를 기르거나 가둬둘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야옹이를 해치려는 사람은, 마지막까지 단 한 마리의 야옹이도 볼 수 없대.
……헤이즈, 헤이즈!
냐앙?
괜찮나요?
응…… 내가 방금 또 뭐라고 했어?
갑자기 고개를 파묻곤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잠든 것처럼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정말이지 이 모자는 여전하네. 괜히 의미심장한 말만 해서 다른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게…… 내 성격이랑 전혀 달라.
오퍼레이터가 자아를 잃으면 즉시 의료팀에게 보고하라고 켈시 선생님께서 그러셨는데……
괜찮아, 괜찮다냥~ 몇 번이나 붉게 물들었는지도 모를 병상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진 않거든. 단지 발 옆의 야옹이들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구경하고 있던 것뿐이야.
후후, 무스가 있는 곳에는 항상 야옹이들이 잔뜩 몰려들죠.
그렇다냥~! 나처럼 '야옹이를 목숨처럼 여기는 타입'에게 무스는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후후, 모두 착해서 그래요. 빅토리아에 있을 때부터 줄곧 절 지켜줬거든요……
……
……헤이즈?
(왜 또 멍한 표정이지……)
헤이즈?
…헤이즈 씨!
냐앙! ……앗, 미안.
헤이즈 씨, 뭘 그렇게 주시하고 있는 거예요? 아까부터 계속 주변을 경계하는 것 같던데……
(작은 목소리로) 서, 설마…… 로도스 아일랜드 기지에서 위험한 기운이라도 느껴지나요?
아냐, 그냥…… '그분'이 지나가는 걸 우연히 봤거든.
'그분'…?
그분이라면 혹시……?
……앗, 미스 크리스틴 말인가요? 전혀 눈치 못 챘는데.
주변 야옹이들은 광장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데, 미스 크리스틴은 별 관심이 없어 보여서 말이야.
미스 크리스틴은 워낙 독립적이잖아요. 혼자 조용히 있는 게 더 좋은가 보죠.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그랬어요. 헤이즈 씨는 평소엔 우리랑 장난도 잘 치면서, 미스 크리스틴을 대할 때면 무척 진지해 보인다고나 할까요?
왜냐면…… 미스 크리스틴에게서 익숙한 경외심이 느껴져. 그래서 나도 모르게 시선을 못 떼는 것 같아.
......
설마, 헤이즈는 전에 미스 크리스틴을 만난 적이 있는 건가요?
나 같은 도망자가 그런 신분을 가진 분을 알게 될 기회가 있을 리 없잖아. 그냥…… 그 우아하면서도 느긋한 모습에서 한때 날 도와줬던 '은인들'의 모습이 떠올라서 말이야.
헤이즈, 그 말은……
아, 이미 지나간 일이야…… 냐하항, 모자가 또 헛소리를 하네? 잠시라도 한눈팔면 이 모양이란 말이지.
응, 두 사람 모두 농담으로 들어줘!
……하지만 그게 농담이 아니라는 걸 나는 알아.
다른 사람에게는, 나 같은 도망자가 죽든 살든 전혀 상관없어…… 오히려 저주를 퍼부을지도 몰라.
사회에는 타인의 생명에 가치를 매기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어. 전부터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해왔고.
간신히 그 감옥에서 탈출했지만…… 병은 점점 심해졌어.
하지만 이 귀찮은 병 덕분에…… 전에는 감히 상상도 못 했던 오리지늄 아츠를 다룰 능력을 지니게 됐잖아.
다만…… 애당초 좋은 일이 일어난 적은 없었지만 말야.
그 마음씨 좋은 주인아주머니도 감염자만 가진 상처를 본 뒤로, 내게 상한 빵 한 조각조차 내어주지 않았지.
아츠의 힘을 빌려 다른 가게를 협박하려고 했었지만…… 제대로 다루지 못해 주변 민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적도 있었어.
난 이런 거친 힘을 지닌 채로는 절대 빅토리아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다른 사람에게 나 같은 '골칫덩어리'는 생사 따위 알 바 없는, 증오의 대상일 뿐이야……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 살아간 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
하지만 난 죽고 싶지 않았어.
……그렇게 고생해서 겨우 감옥을 빠져나왔지만, 빅토리아 어디에도 날 걱정하거나 받아주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지……
심지어…… 그 작은 호의마저도 받을 수 없었어.
그런 내가 '그'와 '그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감옥을 탈출한 이유 같은 건 진작 잊어버렸을지도……
......
......
냐앙! 아까부터 왜 여기에 서 있는 거야, 박사?
- 너는 마치 '야옹이' 같네. 산책하고 있던 건가?
헤헤, 그래도 할 일은 다 했다고. 교대 후 휴식 시간에 돌아다녀도 된다고 규정에 적혀 있단 말이야.
박사, 그거 알아? 어떤 일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중요한 일을 잊어버리는 거.
이를테면 오늘 박사의 주머니에 든 펜을 내가 써볼 수 있을까 같은?
- 아! ……또 시작이다.
미리 말해두는데, 뭔가를 숨기려는 게 아니라 박사랑 평범한 인사를 하는 것뿐이야. 응, 평범하게 말이지.
......
앗…… 저기 봐. 미스 크리스틴이 박사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더 높은 기둥으로 올라갔어.
냐앙? 맞아, 방금까지 미스 크리스틴을 보고 있었어.
멀리서 가만히 바라본 것뿐이야. 상대가 경계심을 느끼지 않는 거리 밖에서…… 박사가 지나가기 전까지는 미스 크리스틴과 분위기 좋았는데……
으응? 어째서 미스 크리스틴과 얘기하지 않냐고?
빅토리아에서 숨어지내던 시절에 미스 크리스틴과 같은 야옹이한테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
배불리 먹을 음식을 주고, 따뜻하게 지낼 옷을 줬어. 몸을 숨길 수 있는 골목과 창고를 찾아주기도 했지……
나중에 아츠를 좀 쓸 수 있게 된 난, 날 도와준 야옹이를 찾아 보답해주고 싶었어.
그래서 더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옷을 훔쳐서 야옹이에게 선물했지. 그 다음부터는 뭐, 내가 버림받는 처지가 되었지만 말이야.
하아…… 박사, 까마귀는 왜 책상과 닮은 거야? 왜 오후 세 시에 만나야 하는 거지? 왜 착한 사람들이 악당 대신 희생되어야 하는 거지? 왜 착한 사람들은 행복하지 못한 거야?
어째서…… 나는 야옹이처럼 살아갈 수 없는 거야?
- 헤이즈……
- 지난 세월 겪어야 했던 부당함은, 네 잘못이 아냐.
하하…… 박사, 실례했다냥.
박사에게 불평을 털어놓은 건 헤이즈가 아니다냥. 방금 누군가 박사에게 이상한 말을 한 걸 들었다면 이젠 괜찮을 거야.
다정다감한 녀석이라면 방금 헤이즈가 처치해 버렸다냥~
어쨌든 헤이즈가 툴툴거리는 성격이었다면 분명…… 진작에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
하지만 모든 걸 겪고도 난 내 의지에 따라 결단을 내렸고, 믿음을 가지고 로도스 아일랜드에 왔어.
이것도 대단한 일 아냐? 냐하하~
자, 펜 돌려줄게. 후암…… 나도 슬슬 꼬리 흔들면서 늘어지게 잘 만한 곳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
냐앙? 후냐앗!!
- ……헤, 헤이즈?
앗, 저기 있어요!
헤이즈 씨, 괜찮아요?
별거 아냐, 실수로 넘어진 것뿐이니까. 걱정하지 마. 민트, 무스, 그리고 박사.
어쩐지 신체검사할 때마다 좀처럼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도망치더라니…… 메딕 오퍼레이터가 헤이즈를 진료실로 데려오라는 임무를 내렸다고요.
쳇…… 자신의 건강 상태를 직접 확인하라니 너무 잔인하잖아.
헤이즈?
아냐, 상관없어. 로도스 아일랜드의 의사들은 그래도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주는 편이니까…… 잠깐 눈 좀 붙이고, 소독약 냄새 풀풀 나는 진료실에 가자.
하, 하지만 방금 기절할 뻔했는데……
민트랑 무스가 있어 줄 거잖아. 내가 진짜 쓰러지면 그때 진료실로 데려가도 늦진 않을 거야.
마침 박사도 여기 있고.
안.돼.요!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건 아주 중요해요! 앗, 물론 우리가 '건강'하다곤 할 수 없겠지만……
따분한 설교는 귀여운 야옹이들과 푹 쉬고 나서 들으면 안 될까? 무스, 야옹이들 오늘은 어디서 쉬고 있어?
네? 아, 아무래도 정원일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서둘러야겠네. 야옹이들 불러다 정원에서 일광욕이나 해야겠다!
……앗, 박사! 아직 있었던 거야?
보다시피 늘어지게 한숨 자고 나서 간단하게 신체검사를 받을 생각이야. 그다음엔 팀으로 복귀해서 오늘의 '정의'를 집행할 거고.
……과거의 절도, 도주범이 이런 말을 꺼내다니 좀 아이러니하네.
하지만 박사…… 지금의 내게는 아주 의미 있는 일이야.
그랬던 내가, 이제는 타인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을 지니고 싸우면서 인정받을 기회가 아직 있다니……
박사는 귀여워서 사랑을 받는 야옹이나 미스 크리스틴처럼 자신의 자유만을 추구하는 우아한 야옹이랑은 전혀 달라.
난 박사를 잘 모르겠지만…… 지금의 박사는 나랑 놀아도 주고, 긍지와 자신을 가지고 임무를 맡겨주잖아.
그것만으로도 나는 매우 만족해.
……냐하하! 이렇게 말하려고 했지, 미치광이 모자야? 그럼 안녕~
......
냐앙.
- 안녕, 미스 크리스틴. 아직 여기 있었네.
냐앙!
- 방금 저 아이, 널 무척 좋아해.
......
맞아, 난 야옹이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존중한다고나 할까?
어쩌면…… 부러워하는 걸지도.
그런 기분 때문에 가끔은 고민이 많아지기도 해.
사람이라는 건…… 언제나 그런 편이야. 어떤 욕망도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가져다줄 수 있지. 잠깐 한눈팔면 고민의 늪에 빠질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바라는 대로 야옹이가 행동한다고 생각하면 안 돼.
야옹이는 야옹이야. 자유로운 야옹이, 즐거운 야옹이, 운 좋은 야옹이, 불행한 야옹이, 우울한 야옹이……
더 중요한 건 아무런 구속도 없이 자유롭게 오가며, 인간처럼 복잡한 사회적 사명감 없이 그저 삶을 즐기고 있을 뿐이라는 거야……
사람들이 야옹이한테서 뭘 더 바랄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