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카즈델에서

카즈델에서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카즈델 근처에 정착한 후, 머드락 팀의 공통된 소망은 맥주를 마시는 것이었다.

등장 오퍼레이터: 머드락


밥, 지난번 편지에서 네가 강력히 피력한 그 제안에 대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봤는데, 호의는 고맙지만 당분간 컬럼비아에 가지 않기로 했어.

결국엔 우린 카즈델 외곽의 한 마을에 머물고 잠시 쉬기로 했지.

맞아, 아주아주 먼 길을 걸어온 거야. 카즈델에서 한걸음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가, 다시 되돌아 떠나기로 했어.

마지막까지 우린 망설였고, 고민하고 또 말다툼했어…… 빙빙 돌기만 하다가 카즈델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떠나지도 못한 이유는 아무도 몰라.

아마도 여전히 내 생각이 다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몰라.

어쩌면 카즈델에 좋은 변화들이 있었다 해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아서일 수도 있지.

혹은 많은 사람들이, 다시 긴 여정을 시작할 기력을 잃었을 뿐일지도 몰라. 나도 마찬가지고.

참, 조금 말하기 어려운 일이 있어. 큰일은 아닌데, 어쩌면 네게 좀 폐를 끼칠 수도 있을지도 몰라. 게다가 어느 정도는 내 욕심이 과한 부분도 있어.

네 업무 범위에 포함되는지를 몰라서, 미리 사과할게…… 내 말은, 만약 괜찮다면 나와 내 동료들은……

맥주를 좀 사고 싶거든.

적어도 서우인 축제 날에는, 카즈델 외곽에서 진행되는 변장 퍼레이드에 우리도 참가하고 싶어. 맥주도 같이 마실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

살카즈 전사

콜록, 콜록…… 숨 막혀 죽겠네.

라이타니엔 감염자

가면 쓰고 있으면서.

살카즈 전사

가면이 먼지를 막아주진 않는다고. 위르겐, 트집 잡으려거든 리자한테나 가서 얼마나 꼼꼼하게 가렸는지 봐봐.

우르수스 캐스터

……

라이타니엔 감염자

머드락, 돌아왔구나! 편지는 잘 보냈어? 서우인 축제 전에는 확실히 맥주를 받을 수 있는 거지?

우르수스 캐스터

머드락, 맥주 건은 어떻게 됐어?

살카즈 전사

머드락?

머드락

전달자가 부재중이라, 로도스 아일랜드의 사무소에다가 넘겨주고 전달해 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어.

라이타니엔 감염자

그러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릴 텐데……

우르수스 캐스터

카즈델 주변에선 정말 맥주 한 병도 찾을 수 없는 거야?

살카즈 전사

(어깨를 으쓱한다) 오죽하면 빅 밥에게 머드락이 편지를 썼을까.

라이타니엔 감염자

안돼, 서우인 축제에서 맥주를 마시기로 정했으니까, 꼭 그렇게 해야지. 우리가 직접 움직여야겠어.

머드락

우리가 직접 움직이자니…… 양조를 하자는 말이야?

살카즈 전사

헛소리하는 거 듣지 마, 양조하는 게 어디 그리 간단한 줄 알아.

라이타니엔 감염자

뭐가 헛소리라는 거야!

라이타니엔 감염자

양조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리를 물에 담가 싹을 틔우고, 그다음 맥아를 삶아 걸러낸 뒤, 홉을 넣고 마지막에 발효시키면 돼.

우르수스 캐스터

다른 재료는 다 있다 쳐도, 홉은……

살카즈 전사

근처에 가서 찾아보자. 이 자식이 양조가 어렵지 않다고 했으니까, 홉이 어떤 건지도 분명 알고 있을 거야.

라이타니엔 감염자

당연히 알고 있지!

라이타니엔 감염자

근데 너희들 왜 이리 적극적인 거야? 아깐 헛소리라더니……

살카즈 전사

쓸데없는 소리 말고, 위르겐, 내가 가서 모두에게 양조에 대해 말해볼게.

우르수스 캐스터

위르겐, 들었지? 이미 결정된 거야, 너 네가 한 말은 지켜야 해.

라이타니엔 감염자

아, 이거 참, 하하하……

머드락

내가 같이 도와줄게.

머드락

모두 다 같이.


며칠 후

라이타니엔 감염자

……아니야, 이건 홉이랑은 거리가 멀다고.

머드락

이건?

라이타니엔 감염자

(킁킁)이것도 아니야. 냄새만 맡아도 시큼하잖아.

라이타니엔 감염자

여기 카즈델은…… 그러니까 우리가 머물고 있는 이곳은, 네가 길에서 말했었던 거랑은 다르게 주변 식물이 너무나도 척박하다고.

머드락

하지만 나는…… 카즈델에 식물이 무성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머드락

다른 사람이 한 말 아니야? 아마도 윈터위습 산맥 근처, 눈 내리는 밤이었던 것 같은데……

머드락

아니, 아니다.

라이타니엔 감염자

아, 맞네.

라이타니엔 감염자

그날 때마침 눈이 내렸고, 우린 배가 너무 고팠었잖아. 밭의 무는 근처 마을 사람들이 모두 뽑아버려서 없었고……

라이타니엔 감염자

황폐한 집에서 떨고 있을 때, 아냐가 아무리 카즈델이라도 야생 무조차 자라지 못하는 곳은 아니라고 했었어. 그 뒤로도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점들을 한바탕 늘어놓았었지.

라이타니엔 감염자

식물이 울창한 언덕, 밀림, 계곡 사이의 비옥한 토지…… 아, 당연히 밀밭이랑 홉까지. 그게 무슨 카즈델이라고.

머드락

위르겐, 만약에 카즈델에 들어가고 싶으면……

라이타니엔 감염자

나도 알아, 못 들어가는 게 아니란 걸. 하지만 도둑질처럼 몰래 들어가는 게 무슨 재미야.

라이타니엔 감염자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라이타니엔 감염자

하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머드락

이건…… 무잖아?

라이타니엔 감염자

맞아, 게다가 무가 이렇게나 많아! 카즈델에 정말 이런 게 있었구나!

라이타니엔 감염자

*라이타니엔 욕설*, 무도 있는데, 왜 홉은 없는 거야, 정말……

머드락

일단 계속 찾아보자……

라이타니엔 감염자

기다려봐, 머드락, 움직이지 마.

머드락

……?

라이타니엔 감염자

네 머리 위로 조그마한 열매가 떨어졌어. 내가 잡을 테니까 떨어뜨리면 안 돼.

라이타니엔 감염자

잡았어, 냄새 좀 맡아보자…… 이 냄새는……

라이타니엔 감염자

이걸로 해보자, 이거 될지도 모르겠어.


십여 일 후

우르수스 캐스터

머드락, 여긴 왜 왔어?

머드락

다들 맥주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해서 내가 보러 왔어.

우르수스 캐스터

벌써 뭐가 있겠어, 계속해서 발효시켜야지.

우르수스 캐스터

위르겐 그 자식, 완전 속 빈 강정 같은 놈은 아니었나 봐, 맥아랑 맥즙 끓이는 것도 얼추 그럴듯한 모양새가 됐어. 다만 발효부터는 쩔쩔맬 테니까, 내가 대신해 줘야겠지.

머드락

소대에서 위르겐 혼자만 양조에 대해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우르수스 캐스터

날 잊은 거야?

머드락

너…… 음……

머드락

맞네, 네가 설원에서 맛있는 산딸기주를 빚어줬었지.

우르수스 캐스터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용케 기억하네. 산딸기주…… 그게 벌써 몇 년 전이야. 그때 우리는 리유니온이었는데, 맞지?

머드락

응, 넌 그때 '달콤한 입과 붉은 이빨 리자'였었지.

우르수스 캐스터

하, 벌써 다 기억해 냈네.

우르수스 캐스터

그냥 도수 낮은 달콤한 술을 좋아한 것뿐인데, 왜 내가 '달콤한 입'이 된 거지? 내 말솜씨가 그렇게 좋았나?

우르수스 캐스터

뭐, '붉은 이빨'은 맞긴 한데.

머드락

항상 가면을 쓰긴 했지만, 산딸기 때문에 자주 네 이가 붉게 물들었던 게 기억나.

우르수스 캐스터

하하하, 피차일반이야.

우르수스 캐스터

그래도 서로 별명도 지어주고, 농담도 하고 술 먹고 싸우지도 않으면서, 시간도 금방 지나간 거 같아.

우르수스 캐스터

너도 그때쯤 떠나기로 결정한 거, 맞지?

머드락

처음에 리유니온은 마치 벽난로 속 불꽃이 훨훨 타오르는 설원 위의 집 같았어. 정말로…… 집 같았지.

머드락

근데 나중에는 오히려 활활 타오르는 전차로 변해버렸지. 눈이든, 나무든, 흙과 돌 모든 걸 태워버리고 앞으로만 나아갔어.

우르수스 캐스터

그것 때문에 네 살카즈 동료 말고도, 평소에 어울린 적 없었던 우르수스인들까지 너와 함께 떠난 거야.

우르수스 캐스터

위르겐이랑 아냐 같은 라이타니엔인들도, 네가 있었기에 비로소 우리와 함께하게 된 거고.

머드락

……미안해.

우르수스 캐스터

뭐가 미안해.

우르수스 캐스터

네가 카즈델이 우리 모두의 집이 되길 바랐던 걸 알아. 하지만 현실에서 우린 서우인 축제조차 외곽에서밖에 참여하지 못하는걸.

우르수스 캐스터

하지만 그러면 뭐 어때?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아주아주 긴 시간 동안 카즈델에서 지내는 거…… 그것도 나름 좋을 것 같지 않아?

우르수스 캐스터

이번 서우인 축제도, 결국엔 아냐 때문은……

우르수스 캐스터

쳇, 깨진 발효통에서 공기가 새잖아. 내가 때워볼게.

우르수스 캐스터

망했다, 공기가 너무 많아!

머드락

내가 도와줄게!

우르수스 캐스터

안돼, 발효통에 흙이 묻으면 안 된단 말이야! 그냥 내가 하는 게……

우르수스 캐스터

홈부르크 이 자식, 하필 깨진 통을 찾아가지고 와서는!

우르수스 캐스터

머드락, 괜찮아……? 아, 나보다 더 껴입었었지.

우르수스 캐스터

흥, 다음번에는 나도 갑옷을 찾아서 입어야겠어. 우선 가면부터 써야지. 홈부르크 녀석 것도 좋을 것 같긴 한데……

머드락

……

우르수스 캐스터

머드락?

머드락

좋은 냄새.

우르수스 캐스터

그러고 보니…… 그러네, 좋은 냄새야.

머드락

근데, 우리 원료는……

우르수스 캐스터

걱정하지 마, 맥아는 다시 발효하면 되고, 홉을 대체한 것도 위르겐이 많이 숨겨놓았으니까, 내게 다 생각이 있어.

머드락

숨겨 놓았다고? 뭘 하려고?

우르수스 캐스터

넌 상상도 못 했을 걸…… 그걸 베갯속으로 쓰고 있지 뭐야.

우르수스 캐스터

그 위에서 아주 죽은 듯이 자더라고, 지진 난 것처럼 코까지 골면서.

우르수스 캐스터

맞다, 산딸기 좀 먹을래?

머드락

산딸기?

우르수스 캐스터

카라반에서 효모를 사는 김에 바꿨어. 맥주가 다 빚어지고 나면 산딸기주를 만들까 했는데, 전혀 달지 않아서 그냥 먹으려고.

우르수스 여성은 말을 하며 가면을 살짝 들어 올리고는 산딸기 한 알을 입에 넣었다.

우르수스 캐스터

쳇, 아무 맛도 안 나.

우르수스 캐스터

역시 설원의 산딸기가 더 맛있긴 하다.


수십일 후

서우인 축제 당일

살카즈 전사

머드락, 퍼레이드가 곧 시작하니까 우리도 준비해야 해. 위르겐하고 리자는 뭐래? 맥주는 빚어졌대?

머드락

곧 알게 되겠지.

살카즈 전사

혹시 몰라서 그러는데, 빅 밥은?

머드락

아직 소식이 없어.

살카즈 전사

……그렇군.

살카즈 전사

왜 아직도 가만히 서 있어?

머드락

생각하고 있었어…… 카즈델을.

살카즈 전사

뭐 생각할 게 있다고, 저쪽에 큰 화로가 있네.

머드락

하지만 이 카즈델은…… 우리와 함께 나아갔던 그곳과 정말 같은 걸까?

살카즈 전사

분명히 다르지.

살카즈 전사

특히 아냐 그 녀석, 지금 생각하면 카즈델에 대해 얼마나 허풍을 늘어놓던지, 듣고 있는데 내 얼굴이 다 빨개지더군.

살카즈 전사

만약 카즈델이 정말 그렇게 변했다면, 한번 이틀 정도 그곳에서 살아보고 싶네……

살카즈 전사

우선 캠프로 돌아가자. 맥주 마시고 싶어서 도저히 못 참겠어.


라이타니엔 감염자

……

우르수스 캐스터

……

다른 머드락 소대원

……

머드락

……실패했어?

라이타니엔 감염자

그건 아닌데, 그러니까, 뭐라고 하면 좋을까……

우르수스 캐스터

아무 말 하지 말고, 바로 우리의 걸작을 꺼내와 봐. 자, 우선 작은 잔으로 맛 좀 보자.

머드락

향기로워……

머드락

윽……

머드락

……식초잖아.

우르수스 캐스터

풉.

라이타니엔 감염자

웃어?

우르수스 캐스터

아니면? 울까? 아냐가 너 우는 걸 보고 싶어 할 거 같아?

라이타니엔 감염자

아냐는……


“내가 카즈델에서 첫 번째로 죽은 머드락의 소대원이네, 내 집에서 죽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 죽은 후에 내 유골은 바다에 뿌려줘……”

……

“너네 정말 이베리아에라도 갈 것 같은 모양새다? 이베리아 쪽 소문을 들은 적 있는데, 난 시본의 먹이가 되긴 싫다고!”

“난 그냥 차선책을 택할게, 카프리니로서 모두를 위해 내가 길을 찾고, 영혼 용광로에 들어가겠어.”

“세상에나, 너희들 왜 이렇게 진지한 거야. 설마 진짜 카즈델 전체와 싸울 준비를 하려는 건 아니지?”

“진지하게 말하는 건데, 서우인 축제 날에 카즈델 외곽에서 변장 퍼레이드가 열린대.”

“그날에는 너희가 나를 데리고 거기 이곳저곳을 같이 구경하고, 재밌게 놀고, 다시 맥주 두 모금 마시고…… 그래, 맥주, 카즈델이 보물처럼 여기는 그 냄새 풀풀 나는 맥주가 아니면…… 충분해.”

……

“……난 맥주 얘기 한 마디 했을 뿐이야. 다들 마시고 싶어 하는 거 봐봐. 머드락, 네 탓이니까, 네가 다 책임져.”

“그래, 웃자, 웃자고.”

“이렇게 웃어본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네.”


라이타니엔인은 매섭게 앞에 있는 리유니온 옷차림의 소대원을 쳐다본다……

……갑자기 머드락 손에 있던 컵을 빼앗아, 단숨에 식초를 마셔 비워버렸다.

머드락

위르겐!

라이타니엔 감염자

머드락, 괜찮아, 나 멀쩡해…… 콜록!

라이타니엔 감염자

리자, 오늘 나 반드시 카즈델에 가야 해. 외곽 퍼레이드 대열에서……

라이타니엔 감염자

……스파클링 식초를 마실 거야!

팽팽하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풀리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드문드문 웃음이 흘러나왔다.

살카즈 전사

머드락?

머드락

위르겐이 말했듯이, 우선 먼저 아냐를 데리고, 우리의 '맥주'를 챙겨서…… 카즈델에 가보자.

살카즈 전사

아쉽네, 진짜 맥주를 마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빅 밥은?

머드락

날이 곧 어두워질 거야. 빅 밥을 기다릴 시간은 없어.

머드락

다들, 준비해. 우린 카즈델로 간다.

머드락

오늘은 서우인의 축제야, 외곽엔 변장 퍼레이드가 있으니, 다들 최선을 다해…… 음……

머드락

상상력을 발휘해 봐.

머드락

다른 변장을 한 살 카즈들이 우리한테 어떤 불만이 있을지 모르니, 모두 될 수 있으면 살카즈처럼 변장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머드락

나랑 다른 살카즈들이 앞에 서도록 할게.

필라인 소대원

내가 한 가짜 뿔 좀 봐봐, 진짜 같지 않아? 자자, 아직 준비 안 됐으면 모두 내 쪽으로 오라고!

우르수스 소대원

뭐 이렇게 엉망으로 했어, 귀에다가 걸 수도 없잖아!

필라인 소대원

난 잘했거든! 네 귀가 너무 동그래서 그런 거야!

카프리니 소대원

그럼 나는 어떡하라고? 뿔 갈기 싫단 말이야! 아프다고!

살카즈 소대원

변장, 변장하라고! 후드 같은 거 쓰면 되잖아!

엘라피아 소대원

성 안에는 산크타로 변장한 사람도 있다던데. 자, 이 광륜을 머리 위에 달아봐.

살카즈 소대원

휴우, *살카즈 욕설*, 이거 꽤 밝은데!


카즈델 외곽 시민 A

봐봐, 머드락 쪽 사람들도 왔네.

카즈델 외곽 시민 B

그쪽 사람들 중에 저렇게나 살카즈가 많았었나? 저 사람 머리 위에 뿔…… 삐뚤어진 거 같은데?

카즈델 외곽 시민 B

그리고 저 후드 안에서 튀어나온 뿔은, 딱 봐도 카프리니 거네……

살카즈 소대원

야, 쟤들을 보지 말고 날 보라고!

카즈델 외곽 시민 A

아, 너구나, 정통 살카즈! 사람들 틈에서 말도 안 하고, 머리 위에 광륜을 달고 있네!

카즈델 외곽 시민 B

이건 조금 그렇지 않나……

카즈델 외곽 시민 A

뭐 그리 많은 걸 신경 쓰고 그래, 머리 위에 뿔이 있으니 당연히 살카즈겠지!

카즈델 외곽 시민 B

걘 뿔이 없는데……

카즈델 외곽 시민 A

리유니온 따라 한 것도 정말 똑같은데!

우르수스 캐스터

역시 네가 뭘 좀 알긴 아는구나!

우르수스 캐스터

자, 이거 하나 마셔봐. 분명 턱이 빠질 만큼 놀랄 거야!

카즈델 외곽 시민 A

맥주? 거품이 이렇게나 많아? 정말 오랫동안 못 마셨었는데, 빨리 한 입 줘봐……

카즈델 외곽 시민 A

푸웁…… 시큼해라!

퍼레이드의 사람들

하하하하하하……

여러 이유로 인해 들어오길 꺼리거나, 혹은 도시에 들어올 수 없는 살카즈들은 이 팀을 눈여겨봤다.

여건상의 제한으로, 머드락 소대원 대부분의 변장은 너무나 쉽게 간파됐다.

하지만 그 날밤에는, 아무도 굳이 그 사실을 들추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차라리 이 이종족들이 자신들과 똑같이 기나긴 귀향길을 걸어왔고, 마침내 그들의 고향에 돌아온 거라고 믿고 싶어 했다……

카즈델에 돌아왔다고.


라이타니엔 감염자

하하하…… 꺼억!

살카즈 전사

위르겐, 그만해. 뱃속으로 연달아 식초를 들이붓지 말라고.

라이타니엔 감염자

식초면 또 어때! 내가 맥주라고 하면, 그건 맥주인 거야!

머드락

위르겐……

라이타니엔 감염자

이봐, 머드락! 오늘 밤 정말 즐겁다, 그렇지?

라이타니엔 감염자

아냐, 넌 어때?

머드락

……

머드락

시간도 늦었으니, 우리도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을 해야겠군.

라이타니엔 감염자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

머드락

우리는…… 카즈델로 가야지.

라이타니엔 감염자

됐어, 아냐도 말했잖아, 자기 때문에 도시 전체와 싸우지 말라고.

머드락

괜찮아.

머드락

아냐를…… 내게 줘.

머드락은 라이타니엔인이 건네준 유골 단지를 받았다.

그녀는 제자리에 서 있었다.

요란한 밤바람 소리 속에서, 그녀는 바람 속의 바위처럼 그저 묵묵히 그곳에 서 있었다.

머드락

영원히 멈추지 않는 그 용광로만이 카즈델을 의미한다고, 대체 누가 정했지?

머드락

흙과 돌, 늪, 모래와 자갈…… 아마 더 고요하고, 더 넓은, 더 평안한 그곳이야말로 우리들의 카즈델이고……

머드락

우리들의 집이야.

사람들은 조용해졌고, 조용히 기다렸다.

머드락이 유골 단지를 내려놓고 땅을 향해 무언가 조용히 속삭일 때까지.

땅이 조금 흔들리고 나서, 마치 머드락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없이 부탁했었던 그 모습처럼, 화로 모양으로 쌓아 올려진 흙과 돌들이 들썩이며 그 부르짖음에 응답했다.

사람 키만한 화로에 장작이 쌓이고 따뜻한 불꽃이 피어오를 때까지, 슬픈 탄식도, 울부짖음도 없이 오직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만 날 뿐이었다.

???

머드락.

???

머드락!

머드락

이 소리는……?

빅 밥

너희 여기에 있었구나, 찾느라고 고생했네.

빅 밥

오랜만이야, 머드락.

머드락

……빅 밥?! 너 정말…… 정말 와줬구나!

빅 밥

길에서 시간이 조금 지체되긴 했지만, 간신히 시간 맞춰서 도착했네.

빅 밥

너희들 캠프에는 한 명도 없길래 난 또 무슨 일 생겼나 걱정했다고. 다행히 내가 아직 바운티 헌터 때의 실력이 전부 무뎌지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살카즈 전사

밥!

우르수스 캐스터

빅 밥, 정말 와줬구나!

빅 밥

당연히 와야지. 머드락 소대가 맥주를 마시고 싶다는데, 내가 안 도와주고 배기겠어?

라이타니엔 감염자

네가…… 빅 밥? 정말 맥주를…… 가지고 온 거야?

빅 밥

여어, 신입인가?

빅 밥

그래, 내가 너희들에게 맥주를 주러 왔다고!

빅 밥

농장주가 직접 배달하는 밥 농장의 수제 맥주다. 머드락 소대 모두 마실 수 있지.

빅 밥

근데 지금 보니까 술 마실 때가 아닌 거 같네?

머드락

아니, 아니야……

머드락

밥, 딱 맞아. 지금이…… 마침 맥주 마시기 딱 좋을 때야.

머드락이 유골 단지를 열자, 먼 길을 떠난 전사의 유골이 불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머드락은 빅 밥에게서 맥주 한 병을 받았다.

황금빛 술에 거품이 나타나자, 마치 서우인 축제를 오지 못한 동료의 웃음소리같이, 화롯불은 맑게 터지는 소리를 냈다.

우르수스 캐스터

(훌쩍)

우르수스 캐스터

숨 막혀 죽겠네, 안 그래?

살카즈 전사

……말했었잖아, 내 마스크는…… 먼지를 막아주진 않는다니까.

라이타니엔 감염자

……

라이타니엔 감염자

아냐…… 아냐야……

라이타니엔 감염자

흑……

머드락 소대에서 낮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자, 아직 흩어지지 않은 퍼레이드 사람들도 모두 화로로 모여들었다.

훨훨 타오르는 난롯불을 보면서, 저마다 여기 있어야 하지만 이곳에 도착하지 못한 사람을 그렸다.

라이타니엔 감염자

……빅 밥, 맥주 더 남았어?

빅 밥

아직 더 있지.

라이타니엔 감염자

한 병 줘! 아냐 혼자 몰래 마시게 할 순 없지.

머드락

다들…… 술 받으러 와.

카즈델 외곽 시민 A

그, 혹시 맥주 더 있으면……

빅 밥

자, 가져가!

빅 밥

어차피 오리지늄 냉각 장치도 오는 길에 고장 나버렸어. 머드락 소대는 이렇게 많이 마시진 못해서 내심 걱정했었거든.

눈물은 알코올이 뱃속으로 내려가며 가져오는 에너지로 인해 빠르게 말랐다.

마침내 꾹 닫은 입술이 열렸고, 약간 취한 얼굴이 발그레해지면서, 흐느낌이 노래가 되었고, 노랫소리는 열렬한 대화로 또 변해갔다.

홉의 향기는 까만 밤, 잠들어 있는 먼 곳에까지 널리 퍼졌다.

라이타니엔 감염자

머드락! 넌 흙과 돌로 피난처와 석상을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럼 흙과 돌로 좀 더…… 음…… 시적인 것도 만들 수 있을까?

머드락

시적인 거?

라이타니엔 감염자

예를 들어…… 카즈델 주변의 황무지를 기름기가 잡힐 정도로 비옥한 검은 흙으로 바꾸고…… 밀밭으로 바꾸는 거지!

우르수스 캐스터

산딸기 과수원으로 바꾸는 거야!

살카즈 전사

난 밀밭에 한 표!

라이타니엔 감염자

이거 봐…… 봐봐!

우르수스 캐스터

홈부르크, 좋은 생각이야. 위르겐은 기껏해야 스파클링 식초밖에 못 만드니까, 산딸기 과수원이 있으면, 넌 매일 산딸기주를 마실 수 있을 거야!

기뻐하는 사람들

산딸기주! 산딸기주!

머드락

밥, 이렇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빅 밥

아니야, 굳이 이 맥주들이 아니더라도, 설령 식초를 마셨더라도 오늘 밤은 따뜻한 서우인 축제였을 거 같네.

머드락

그리고, 미안해. 이전 편지에서 널 보러 컬럼비아로 간다고 했었는데, 결국엔 네가 먼저 카즈델에 와버렸네.

빅 밥

그것도 좋잖아? 컬럼비아에는 밀밭도 있고, 홉도 있지만, 주류, 담배, 아츠 유닛 및 오리지늄 제품 관리국도 있단 말이지.

머드락

술 담배…… 뭐?

빅 밥

한마디로, 세무 조사가 요즘 날이 갈수록 짜증 난다고.

빅 밥

원래는 너희에게 술을 배달해 줄 사람을 찾으려 했는데, 세무 조사가 너무 짜증 나서 견딜 수가 없는 거야. 그리고 혹시나 다른 사람이 갔다가 사고가 날까 봐 걱정도 되고 해서, 그냥 내가 직접 오게 된 거지.

빅 밥

아무튼 네게 홉 샘플을 주는 것보다야, 내가 직접 맥주 한 수레를 가져다주는 게 낫지.

머드락

그럼 너 돌아가면……

빅 밥

글쎄, 세무 조사가 너무 살벌해서, 돌아가자마자 철창행일지도 몰라, 하하!

머드락

하하……

빅 밥

그럼 너는, 여기에 계속 머무를 거야?

머드락

아니, 언젠가는 떠나겠지, 우린 계속 저항할 테니까.

빅 밥

누구에게 저항한다는 거야?

머드락

우르수스의 영주, 라이타니엔의 귀족…… 아직 부족해.

빅 밥

그럼 다행이구만, 혹시 주류, 담배, 아츠 유닛 및 오리지늄 제품 관리국도 거기에 넣어주면 안 되나?

머드락

(미소를 지으며) 우리가 정말 컬럼비아에 가게 된다면 말이야.

머드락

하지만 우리가 저항해야 하는 것은 보고 만질 수 있는 것보다…… 아마 상대하기 많이 어려울 거야.

두 사람은 침묵했지만, 화로와 가까운 곳에서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맴돌았다.

머드락

하지만 지금 우리는 기억과 꿈을 품고, 살아가고, 웃고 있어.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작은 저항이지.

머드락

우리 모두의 고향.

머드락

카즈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