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크루아상은 신상 기계 윤활유를 사기 위해 창고에 쌓인 구형 재고를 처분해야 한다. 철 지난 물건을 어떻게 판매해야 할지에 대해서 크루아상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엑시아, 크루아상한테 답장 왔어?
응, 괜찮대.
회사 물류 창고가 가득 차면 물건을 여기다 둬도 된다고 했지만 그래도 말해두는 게 좋으니까.
하아, 이런 세일즈 시즌에 회사 창고가 가득 차다니, 발 디딜 곳조차 없네.
그러게. 이렇게 바쁜 것도 정말 오랜만이야……
그런데 크루아상의 방 지하에 이렇게 큰 창고가 있을 줄은 몰랐네. 평범한 방처럼 보였는데.
전에 크루아상한테 들었어. 두 층을 임대해 한 층에선 생활하고, 다른 한 층은 창고용으로 사용한다고.
물건이 이렇게 많은데도 종류별로 가지런히 정돈된 걸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야.
어디 보자, 과일 통조림은…… 공예품, 생필품, 옷, 음식은 여기 두면 될 것 같아.
음…… 옆에 있는 이 상자는 뭐지?
메시어 윤활유……?
엑시아 언니야, 내 메시지 받자마자 퍼뜩 돌아왔다! 어떻노, 놓을 곳은 찾았제?
찾긴 찾았는데…… 저기 쌓여 있는 윤활유는 뭐야? 벌써 물건을 받은 거야?
돈은 남아 있는 거야? 지난달에도 천을 산다며 나한테 돈을 빌려 갔잖아.
그건 전에 쟁여둔 구형 제품인 기라. 이 재고를 다시 팔아 뿌면 그기를 원금으로 삼아 새 모델을 구할 수 있을 거다.
이런 유행 지난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있을까?
올 연초에 나온 구형 모델이긴 한디, 보증 기간도 남아꼬 신형 모델보다 저렴하니께 분명 살 사람은 있을 기다.
올해 초? 이 회사 신제품 출시 속도가 엄청 빠른데?
일 년에 신형 모델을 두 번 출시하는 걸 보니 개발 능력이 억수로 좋은갑다.
크루아상……
와 그러노, 소라야?
레코드사에서 나한테 일 년에 레코드 두 장을 내라고 하면 퀄리티를 유지하기 어려울 거 같아. 물론, 업종이 다르니 나도 뭐라 말하긴 좀 그렇지만……
걱정하지 말래이. 내도 이 윤활유를 계속 써왔는디, 품질이 억수로 좋다.
녹슨 기계! 닳고 노후된 설비! 뻑뻑한 부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시겠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고온과 산화에 강하며, 점성은 높이고 불순물은 줄인 메시어의 신상 윤활유가 여러분을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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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아상, 라디오 꺼도 돼?
메시어는 광고에 억수로 공들인 것 같데이. 1초도 넘길 수가 없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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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영상 사이트에서 억수로 핫한 수리의 달인 아이가? 메시어랑 콜라보해서 윤활유를 출시해 삘 줄은 몰랐데이. 신제품이 마음에 든 모양이데이.
제일 중요한 건 소비자들의 후기 아니겠어? 장인의 한 마디만으로는 효과를 알 수 없잖아.
이 제품을 산답시고 줄 서는 사람들이 쌔고 쌨다. 내 생각보다 훨씬 인기 있는 것 같구마.
이런 재고 걱정 없는 물건은 당연히 쟁여야 하지 않겠나!
그래. 안 팔릴 걱정은 없다고 하고 그럼 지금 집에 쌓인 재고는 어떻게 할 거야?
아이고마, 말도 마라. 장사치들이 짜고 치기라도 한듯 하나같이 가격을 후려치는 기다. 내가 급전이 필요하단 걸 눈치 채삔 것 같다.
그래서 어쩔 거야? 그 사람들한테 팔 거야?
이번 주 내로 산다는 사람이 없다카면 그냥 팔아삐야제.
장사를 하다 보면 손해도 보고 그러는 거긴 한데……
어, 지금 나 위로한 기가? 엑시아 언니야.
나 말고 앞이나 봐,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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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내처럼 창고 가득 쌓여삔 재고로 애먹는 불쌍한 사람이 또 있네.
그 억지웃음은 뭐야, 크루아상.
오트밀라떼가 여러분의 삶을 더 아름답고 건강하게 만들어 드립니다. 때론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둘 이상이 되는 것처럼.
으으, 요즘 광고들은 하나같이 뭔 소린지 모르겠다니까.
음…… 내 보기엔 일리가 있는 것 같데이.
오트밀라떼가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준다는 게?
아이다, 거 말고 다음 대사.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둘 이상이 된다는 거?
기래.
앙증맞은 향기 대표님께서는 이 안쪽에 계십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미스터 창, 오전 미팅 약속하신 손님이 도착하셨습니다. 지금 시간 괜찮으신가요?
들어오라 해.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안녕하신교, 무턱대고 찾아와서 미안타.
후후, 괜찮아. 호칭은 어떻게 하면 되지?
크루아상. 크루아상이라 불러라.
크루아상 씨, 그럼 오늘은 무슨 일로 찾아온 건지……?
아, 그기 말이제. 나한테 메시어 윤활유가 잔뜩 있는디, 이렇다 할 구매자를 찾기가 어렵데이.
뭔가 오해를 한 모양인데, 우리도 윤활유는 필요가 없어. 보시다시피 우리 제품 재고도 쌓여 있는 상태라서 말이야.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인다)
노노노, 내는 물건을 팔러 온 기 아이다.
흠…… 그럼 무슨 일로?
그쪽과 협력하고 싶어 찾아온 기다.
고마운 말이긴 한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쪽에 대단한 판매 루트가 있어 보이진 않는데.
보는 눈이 좋네. 하지만 내가 제공하려는 건 루트가 아니라 전략이데이.
흠, 전략?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전략.
그게 뭐지?
서로의 재로를 묶어 파는 기제.
구형 윤활유와 재고 디퓨저라. 소비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을 조합인 것 같은데.
나가 가진 윤활유는 냄새가 쪼매 나니 디퓨저와 함께 사용하면 만족도가 훨씬 높아질 기다.
게다가 여 디퓨저는 향이 다양한디, 거기서 감이 왔지.
윤활유와 디퓨저 조합은 씸쁠하지만 여기 향이 다양하니께 여러 가지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겠제.
고객들의 재미를 위해 포장에 어떤 향인지 적지 않고 랜덤으로 팔아보는 거 어떻게 생각하나?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실례지먼 장 씨예, 여기서 인기 좋은 제품 몇 가지 알려줄 수 있겠나?
장미 향이 가장 잘 팔리지.
오호 그럼 사은품은 그기로 하까?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을 사은품으로 주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제. 사은품은 향을 전부 모은 고객에게만 줄 기다.
그렇군…… 그런데 장미 향은 재고가 별로 없는데, 혹시 모자라게 되면 어떡하지?
흠, 그럼 별수 없이 경품으로 써야지.
향을 전부 모은 고객에게 추첨 기회를 주는 것으로, 이건 어떻제?
그렇군. 이런 소소한 제품은 참가상으로 하고, 2등과 3등상은 각각 윤활유와 디퓨저로 하자는 건가.
그럼 1등상으로는 뭐가 좋으려나……
1등상 상품은 나가 내놓겠지라. 맴이 아프긴 하지만 사업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제.
뭐길래?
엠퍼러 씨의 사인 포스터 괜찮겠제?
정말인가?! 이런 걸 경품으로 해도 되겠어?!
흑…… 오랫동안 소장해온 보물이긴 헌디.
(됐스! 작년에 받은 최우수 직원상을 이렇게 써먹는구마!)
크루아상 씨, 이렇게까지 해준다니 우리도 전력을 다해 협력하지. 근데 향후 이익 배분은 어떻게 하지?
우리 제품의 판매 비중이 더 크니 수익도 더 많이 가져가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걸 따지기엔 아직 이르제. 지금은 구체적인 판매 계획부터 세우는 게 좋을 거 같다.
알겠어. 이건 내 명함이야. 언제든 연락 줘.
그럼 내 명함도 받으래이.
이거는……
왜 그라제, 장 씨?
아니, 이렇게도…… 귀여운 명함은 처음이라서.
하하하, 그라모 기억에 딱 남겠제.
왔어? 미팅은 어땠어?
잘 끝냈데이. 근디 수익 배분을 우야 할지 아직 못 정했다.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지금 한번 전화해 볼까나?
앙증맞은 향기 대표님께서는 이 안쪽에 계십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 명함 지갑 땅에 곧 닿겠는데. 아니, 그건 그렇고 전화하겠다는 걸 보니 구체적인 계획이 생겼나 봐?
구체적인 계획? 아직 그걸 얘기할 때가 아니래이.
안녕하십니꺼. 창 씨 맞나? 아침에 만난 사람이데이.
맞제, 맞제. 크루아상이다.
이짝 물건은 점검이 끝나서 언제든 포장할 수 있제. 근디……
방금 한 수리점 구매 담당자가 내가 가진 윤활유에 관심이 있다며 찾아와가지고.
흠…… 저쪽에서 제시한 가격도 괜찮고, 윤활유를 팔아넘기라 얘기하던데.
아이다 아이다. 아직 대답하지 않았다. 물론 내도 장 씨처럼 규모 있는 회사랑 협력하고 싶었는디……
알제, 내도 잘 알제. 하지만 사업이라는 게 항상……
큰일났다, 장 씨. 그짝 바이어가 쫓아왔데. 잠시만예.
(이 녀석 연기파였잖아……)
(마이크를 일부러 손으로 가린다)
진짜가?! 전부 다 산다고예?
아이고마, 근데 이러시면 안 됩니더. 벌써 저짝이랑 묶어 판매하겠다고 다 약속했는디. 왜 이러십니꺼. 가격 문제가 아니랑께예!
참말로 난처하네예. 아무리 급해도…… 어려울 것 같습니더…… 예예, 생각해 보겠심더.
(마이크에서 손을 뗀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저짝에서 계속 물고 늘어져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해가 윤활유가 억수로 필요한 모양인기다.
아이고……
방금 내한테 수익을 더 주겠다 한게제? 참말로 부끄랍네 원……
양보해줘서 고맙데이. 내일 아침에 미팅 괜찮겠나? 응, 그라모 내일 보자고, 장 씨.
잘 끝났어?
응, 끝났데이.
따져 보이 신제품도 사고 소라한테 돈도 갚을 수 있다. 정말 다행이데이.
크루아상, 혹시 배우가 돼서 사업을 발전시키는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돈벌이가 안 되니 관심 없데이. 뭐꼬…… 이기 진심이가?
(어깨를 으쓱거린다)
흠…… 어째 일이 아주 술술 풀리는구마.
(창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본다)
응, 네가 안 벌면 누가 돈을 벌겠노?
영차! 이게 오늘 팔린 마지막 물건이다. 어디 보자…… 딱 두 박스 남았구마. 아직 다 팔지도 않았는디 벌써 본전을 뽑았데이.
예전엔 네가 왜 사재기를 하는지 몰랐는데, 이젠 확실히 알 것 같아.
아부지 어무이한테 물려받은 안목이다. 억수로 정확하고 믿을 만하데이.
사업가 집안이었어?
음…… 그런 셈이다. 아일 때부터 부모님 가게에서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부지 어무이의 생각과 습관을 물려받게 됐구마.
그럼 남은 윤활유는 누구한테 팔 거야?
두 박스는 내가 사용할 거구마. 후기가 좋다카니 분명 품질도 좋을 거래이.
나한테 한 병 줄 수 있을까?
언니야한테는 박스째 줄 수 있다. 맘껏 가져가래이!
(포장을 자세히 살핀다)
하이고, 뭘 그리 빤히 보노?
성분. 총기에도 쓸 수 있는지 확인하려고.
아차차, 팔기에 바빠 신상 윤활유에 무슨 성분이 추가되었는지도 못 봤구마.
지난 윤활유 공병도 아직 안 버렸으니께 함 비교해 보제이.
가져왔데이! 보자…… 도대체 무슨 성분을 추가했다카노?
일단 광물 계통 기름이 75%네.
똑같구마…… 첨가제는?
점도개선제, 산화방지제, 부식방지제……
쓰읍, 것도 똑같구마. 뭐꼬, 재료가 똑같다. 광고에서 말한 새로운 성분은 어디로 갔노?
잠깐, 뒤에 새로운 재료가 하나 있는 것 같아…… 로즈옥사이드?
그건 또 뭐꼬? 내 함 찾아보께…… 로즈옥사이드. 가향 성분으로 장미향이 난다.
그러니까 신상 윤활유에 추가된 게 고작 향료 하나라는 거야?
뭐꼬…… 왠지 당한 기분이다.
역시 사업가끼린 통하는 게 있나 봐.
(크루아상의 어깨를 다독인다)
가자. 저녁까지 배달해야 할 주문이 남았잖아.
하아……
크루아상, 안 갈 거야?
……
한 달 후
여긴 왜 항상 이렇게 줄을 길게 서는 걸까…… 모퉁이를 돌아왔는데도 줄의 끝이 전혀 보이지 않잖아.
신상품 출시일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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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버, 메시어. 포에버, 굿 라이프.
저 브랜드, 지난달에도 윤활유를 출시하지 않았나? 그새 또 신상을 낸 거야?
혹시 크루아상도 저 줄에 서 있을까?
당연히 있다고 하는 게 정답이긴 한데. 왠지……
응?
왠지, 이번에는 없을 것 같아.
어째서?
크루아상이 꽤 우울해하는 것 같던데? 쇼핑도 맛집 탐방도 거절하고, 원래 하던 사업도 별로 신경 쓰고 있지 않는 것 같더라고.
크루아상 창고도 텅 비어 있는 상태야, 알고 있었어?
아무래도 그 일 때문에 충격을 많이 받았나 봐. 하긴, 이리저리 바쁘게 다녔는데 결국엔 그 장사치들 손바닥 위에서 굴러다니는 거였으니. 우울할 거야.
설마 그걸로 완전히 사업을 포기한 건 아니겠지……? 그러고 보니 요즘 통 얼굴을 못 봤어.
에휴,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활기찬 크루아상이 그리워. 이익을 보든 손해를 보든 다음날이면 기운을 되찾던 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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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엑시아. 봐봐. 대기 줄에 크루아상이 없어.
굿 이브닝! 오늘 하루의 마무리로 내 신메뉴 오돌뼈 완자 맛 좀 봐도.
고마워.
둘 다 지금 갈라꼬? 타라. 가는 길에 내려 주께.
(몸을 돌린다)
있잖아, 뭔가 바뀐 거 모르겠어?
어…… 헤어 스타일을 바꿨나?
아니, 나 말고. 뒤쪽에 있는 쇼윈도 말이야.
아…… 저거 말이제. 일주일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 출시된 신제품인데?
메시어 내부 정보를 들었데이. 내가 서로가 좋은 파트너를 소개해줬구마. 그 장 씨 말이다. 고맙다면서 나한테 신제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게 해줬데이.
어쩐지 귀에 익더라 했어…… 그럼 신제품은 다 쟁여둔 거야?
아이다, 거절해삣다.
왜? 또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였잖아.
더는 이 일에 엮이기 싫데이. 새로운 판매 계획도 있꼬.
이번에는 뭘 팔려고?
와, 크루아상. 이 오돌뼈 완자 너무 맛있는데!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