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온 편지
극동에서 온 전보를 받은 미드나이트, 동료들이 격려해준 덕에 마침내 전보를 끝까지 들을 용기가 생기는데……
11:18 P.M 날씨 / 흐림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 오퍼레이터 숙소
미드나이트, 빨리 안 나오면 나 그냥 간다.
기다려 봐. 잠시면 돼. 넌 완벽한 모습의 내가 너와 함께 이 야근의 밤을 보내주기를 바라지 않는 거야?
차라리 파트너를 바꿔 달라고 하는 게 낫겠네.
어, 네 단말기 울린다.
오키드 아가씨일 거야. 내가 안 보이니 애간장이 타나 봐. 대신 좀 받아줘.
싫어. 나 지금 만화책 들고 있어.
그렇다면 물방울이 방울방울 묻어있는 나의 이 아름다운 육신을 영접할 준비나 해. 이 정도 수준의 서비스를 무료로 받는다면, 아무리 스팟 너라도 엄청 감개무량할걸……
……
미드나이트 씨, 다음은 당신에게 온 개인적인 음성 전보로 이미 복사가 완료됐으며, 3초 후 자동으로 재생됩니다……
……미드나이트, 내가 보낸 편지 받았니? 우…… 우리는 네가 어딨는지도 모르는데, 벌써 반년이나 지났구나……
그들이 너에게 연락할 방법이 있다고 해서 이렇게 다시 시도해본단다. 아직 늦지 않았기만을 바란다……
지난번에 편지를 보낸 후부터 네 아버지의 상태가 날이 갈수록 나빠지셨는데 지금은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하신다……
네…… 네 아버지가 요즘 정원 밖을 자주 쳐다보신다. 내 생각엔 전달자를 기다리고 계신 것 같아…… 말로는 너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하시지만 아버지는 항상 널 기다리는 것 같아……
미드나이트, 너 혹시……
……크흠, 크흐흠.
네 머리카락에 묻은 물방울이 내 만화책에 떨어졌어.
가끔은 자연스럽게 말린 내 헤어스타일도 색다른 매력이 있을걸.
정말 괜찮아?
내 외모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내 말은, 이 전보 정말 끝까지 안 들어도 돼?
내가 극동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긴 하지만……
……임무에 나가려고 날 기다리고 있던 거 아니야? 내 친애하는 파트너가 밖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걸 생각하면 정말이지 1분도 지체할 수가 없다니까.
방금 샤워하고 머리 만질 때는 그렇게 말 안 했잖아.
됐다. 해야 할 야근이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까 준비되면 바로 출발하자.
너희 둘, 이미 출발한 줄 알았는데.
이게 누구 탓이라 생각해?
안녕, 오키드 아가씨. 늦은 밤인데도 당신의 화장은 여전히 이렇듯 완벽하니, 창밖의 저 달빛마저도 더욱 매력적으로 빛나는군.
……전에 말한 걸 또 까먹은 건 아니겠지?
잡담으로 허비한 시간은 근무 시간에서 차감이다. 즉, 쓸데없는 말을 한마디만 더 했다간 오늘 저녁 야근 수당이 없을 줄 알아.
에이, 오키드 아가씨는 말을 참 섭섭하게도 하네. 내가 늘 신경 쓰는 건 하찮은 금전 따위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오키드 아가씨의 근심을 덜어드릴 지인 걸.
……임무 정보는 모두 확인했어?
우리의 임무는 근처에서 실종된 한 청년을 찾아서 돌아오는 거지.
미드나이트는?
알았어.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젊은이를 쫓으러 가는 거지.
오키드 아가씨, 안심해. 내 매력에 사로잡히지 않을 인간은 아무도 없어. 나만 있으면 그 젊은이는……
……문제는 그 아이의 부모는 현지 마피아에게 납치됐다고 의심하고 있어.
어?
정말 납치된 거라면 해결하기 쉽지.
내가 써야 할 보고서는 이미 넘치도록 많으니까, 일을 크게 벌이지 마.
애초에 그 아이의 부모와 로도스 아일랜드가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맡아야 할 임무도 아니었어.
알았어. 친애하는 팀장님, 그냥 조용히 처리하는 거잖아?
그 어떤 환경에서도 나의 이 뛰어난 기질을 감추긴 힘들겠지만 기꺼이 도전하도록 할게. 당신이 난처해하는 모습은 보기 싫으니까.
……알았으면 됐어. 빨리 갔다 와.
맞다, 미드나이트……
응?
방금 전달자를 만났어. 극동에서 너에게 보내온 긴급 전보가 있다던데, 받았어?
……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 거라면 이 임무는 캐터펄트에게 맡길게.
오, 신이시여, 오키드 아가씨가 갑자기 자상하게 대해주니까,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와 뜨거운 눈물이 흐를 것 같습니다……
그럴 필요가 있는지만 말해.
……하지만 난 결코 고향에서 전해져 온 사소한 일로 중요한 임무에 영향을 끼치게 할 생각은 없어.
알았어. 그럼 또 연락해.
쯧, 정말 괜찮은 거야?
왜? 오늘 밤엔 너마저 나에게 신경을 써주는 거야? 감동이네. 아무래도 그동안 변함없었던 내 진심 어린 미소가 드디어 너희들의 마음을 녹였나 보구나!
뭔 소리야. 난 그냥 파트너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간 게 아까울 뿐이야.
제레미? 너야, 제레미? 어떻게 여기에 온 거야? 분명히 당분간 돌아오지 않는다고…… 아!
아름다운 아가씨, 가만히 계시죠.
다, 당신들…… 당신들은 누구야?
저희는 당신이 말한 '제레미'를 찾는 사람들입니다.
나…… 나는 제레미가 어디 있는지는 몰라. 오후에 이미 경찰에게 말하기도 했고……
하지만 저희는 경찰이 아닙니다만.
뭐?! 그럼…… 당신들은 도대체 누구야?
아가씨, 친구가 몇 명의 흉악해 보이는 마피아에게 납치당했다…… 라고 친구의 부모님에게 말했죠?
어, 맞아……
그럼 저 뒤쪽에 서 있는 리프로바를 봐주시죠.
……
당신을 째려보는 눈빛을 보셨나요? 충분히 흉악한 것 같나요?
너, 너무 무서워! 세상에, 설마 당신들이 바로……
쉿.
맞습니다. 저희는 바로 지금 당신이 생각 중인 그 사람들이죠.
우리는 자신이 한 일은 당연히 인정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우리가 하지도 않은 일을 우리에게 뒤집어씌우려 한다면……
제레미는 18번가 길모퉁이의 아이언 마인 술집에 있어요!!!
말했어요, 전부 말했어요…… 제레미를 도와 사람들을 속이면 안 되는 거였는데……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저에게 손대지 말아 주세요…… 흑흑…… 아……
해결됐네.
목표는 멀쩡하게 술집 안에 있어. 누가 납치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가출한 것일 뿐이야…… 나로 인해 또 한 번 놀랐지? 내 사람 보는 눈은 역시 아직도 정확하다니까.
……방금 그 손짓, 나한테 손쓸 준비를 하라는 거 아니었어?
무슨 소리야. 저렇게 귀여운 아가씨에게 손을 쓰다니, 내 마음이 못 견딜걸? 이런 상황에서는 안심하고 내 화려한 연기에 맡겨주면 돼.
나는 내 무기 덕분인 줄 알았는데.
내 친애하는 파트너여, 그렇게 많이 보여줬는데 왜 아직도 모르는 거야?
말이 무력보다 더 효과적일 때가 많아.
한 잔 더? 아니지. 한 잔으로 되겠나! 박스째로 줘!
겨우 간섭하는 사람이 없어졌는데, 시원하게 마셔줘야 하지 않겠어?
우리 집 그 망할 노인네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쓸데없는 공부나 하라 그러고……
내가 하고 싶은 건 음악이야! 난 이 술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뮤지션이 될 거야. 그리고 시에스타에서 콘서트도 하고!
(짝짝짝~)
당신들…… 뭐야?
야, 우리는……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찾으러 왔습니다.
한 명의 음악 애호가로서 미래에 이 술집에서 가장 인기 있게 될 뮤지션님과 한잔 함께할 수 있는 영광을 가질 수 있을까요?
하, 하하하…… 물론이지. 당…… 당신은, 꽤 보는 눈이 있구나!
많은 사람이 제가 아름다운 것을 잘 찾아내는 눈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사실 그 사람들은 제 귀도 똑같이 예민하다는 걸 간과한 거죠.
뮤지션님, 어떤 악기를 가장 잘 다루시는지 알려줄 수 있나요?
뭐…… 뭐든 다룰 수 있어! 특히 잘 다루는 건…… 기타지!
그럼 저게 바로 당신의 기타인가요? 사람을 취하게 하는 색채와 라인이라, 마치 어여쁜 미인을 보는 것 같군요.
당신의 말은 어떻게 들어도 기분이 좋네……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구나 잘하는 일이 있기 마련이죠. 제가 잘하는 건 사람들과 이야기를 잘 나누는 것이고요.
우리의 재능을 위해!
재…… 재능을 위해!
그럼 젊은 뮤지션님, 당신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음악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물, 물론이지! 시…… 시작할게!
(기타를 연주한다)
어…… 어때? 엄청 대단하지?
음……
……이 얼마나 인상적인 음악인가.
(네 거짓말 실력은 잘 봤어.)
계속해 주시죠.
(진심이야? 그럼 난 좀 멀리 가야겠어.)
하…… 하하! 한 곡으로는 부족해? 그럼 요 이틀 동안 만든 곡을 들려줄게!
(기타를 연주한다)
사장, 뭐 하자는 거야? 저 노래 너무 끔찍하잖아??
맞아. 계속 저딴 식으로 내 귀를 괴롭힌다면, 우리 확 나가버린다!
당신들……!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내 노래는 최고야…… 당신들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내 음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거야?
소음을 내는 주제에 어디서 감히 말대답질이야? 어디서 온 꼬맹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집에 가서 숙제나 해!
……
내 음악이, 그렇게 별로야?
음…… 진실을 말할까요?
……말해줘.
뮤지션님은 확실히 음악엔 재능이 없으신 것 같습니다.
허…… 헛소리!
화내지 말아 주세요. 재능이 없다고 꿈을 가질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계속 꾸준히 해나가면……
시끄러!
재능이 없다면…… 음악이나 기타 따윈 아무 의미가 없어!
……그렇게 아름다운 기타를 그렇게 난폭하게 다루시면 안 됩니다.
(대충 연주한다)
설마……
이야, 이 곡 좋은데! 이제야 음악 같네!
뭐야, 다른 사람이 치고 있었던 건가 보네…… 사장! 사장도 들었지? 뮤지션을 부르고 싶은 거면 적어도 저 양반을 고려해봐!
사람들이 좋아해 주지만 사실 저는 뮤지션은 아닙니다. 이 잔재주는 손님들을 더 편하게 해드리기 위해 몇 달 배운 것에 불과하죠.
뭐냐고…… 너 그냥 이 자리를 망치러 온 거지?
뮤지션님, 그건 절대 아닙니다.
자신이 사랑하던 악기를 망가뜨리려던 건 당신이었지, 제가 아닙니다.
기타는 지금 바로 돌려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생각해보셨나요?
당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고 얼마나 많은 돈을 써야 할지에 대해…… 그 모든 준비가 되어 있으신가요?
돈…… 그래…… 난 돈이 부족해!
하지만 곧 돈이 생길 거야. 그 사람들이랑 잘 얘기해 놨거든. 며칠 동안 집에 돌아가지 않기만 하면 큰돈을 쥘 수……
무슨 짓이야…… 퉤퉤…… 왜 갑자기 술을 뿌려!
미안, 손이 미끄러졌어.
손이 미끄러지긴 무슨……
이제 정신이 좀 들어?
난……
술에는 용도가 참 많아. 그중에서도 이건 가장 낭비하는 방법이지.
그렇지만 계속 마피아와 결탁한다는 헛소리를 지껄인다면 완전히 정신 차릴 때까지 몇 잔 더 '마시게' 해줄게.
그, 그만해!
노인네한테 돈 좀 뜯으려던 것뿐이잖아? 제대로 준비하라고 했던 건 너잖아,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딴소리야?!
뮤지션씨, 네게 필요한 건 나의 지지도, 다른 사람의 지지도 아니야.
어쩌면 네가 말한 방법으로 돈을 좀 얻을 수는 있겠지만 그걸 진정한 의미에서의 '준비'라고 할 수는 없어.
그게 아니라면 한 번 대답해봐. 지금, 이 순간 네 부모님의 심정을 생각이나 해봤어?
그 인간들은…… 아마 드디어 나라는 혹을 뗐다고 기뻐하고 있겠지!
어쩌면…… 너의 안위가 걱정되어 초조함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면?
그럴 리가…… 믿을 수 없어……
믿을 수 없는 거야, 아니면 믿기 싫은 거야?
그리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면서, 너의 이런 행동이 너와 너의 부모님에게 가져다줄 결과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거지?
난……
결과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당신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자기소개하는 걸 잊었군. 난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야. 저기 저 엄숙한 얼굴의 리프로바는 내 파트너고.
로도스 아일랜드?! 당신들은 우리 엄마에게 약을 가져다줬던……
당신들…… 당신들은 날 찾으러 온 거야? 설마 우리 엄마가……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너도 어머니가 걱정되긴 하는가 보네?
그…… 그런 적 없어!
꿈을 추구하기 전에 가끔 뒤를 돌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아.
만약 돌아가고 싶다면, 나와 내 파트너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
알았어……
호오?
임무 완료…… 그 표정을 보니 또 황홀한 내 활약상에 놀랐나 보네.
……그 사람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야. 무력 행사는 싫으니까.
분명 나올 거야.
돌아왔어? 일찍 왔네.
나의 멋진 활약 덕분에 이렇게 일찍 돌아올 수 있었지. 만약 수면시간을 5시간 채우지 못했다간, 내일 얼굴에 잘생김이 덜해질 거니까.
너희들이 오는 길에 제출한 간이 보고서를 봤는데, 걔 진짜 가출했던 거야?
오키드 아가씨, 내 예측이 정확했다는 걸 칭찬해주려는 거라면 절대 망설이지 마.
……칭찬이라면 네가 네 입으로 다 했잖아.
그 녀석…… 현지 마피아랑 결탁해 부모의 돈을 뜯어내려 한 거였어? 그 돈은 엄마의 목숨을 구할 돈이었잖아…… 하마터면 정말로 줄 뻔했다고.
어쩌면 정말로 경찰한테 한 번 잡혀가 봐야지만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깨달을지도 몰라.
괜찮아, 오키드 아가씨. 그런 비참한 일이 진짜로 일어나기 전에 그 길을 잃고 헤매던 청년이 제때 뉘우쳤으니까.
정말 두 번 다시 소란을 피우진 않겠지?
팀장님, 나를 좀 더 신뢰해도 돼.
나도 간만에 미드나이트 말에 적극 동의할게.
결국 그 애송이가 마지막에 이 녀석을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니까. 덕분에 내 털까지 더러워졌어.
……또 동야의 마왕이 가진 '특수능력' 뭐 그런 거야?
미드나이트가 걔네 집 대문 앞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해줬는데 듣다 보니 그 꼴이 됐어. 미드나이트를 거의 멘토로 여기면서 하마터면 못 가게 할 뻔했다니까.
자신이 겪은 일?
미드나이트, 네 부모님에 관한 일은 아직 우리에게도 말 안 해줬잖아.
설마, 오키드 아가씨가 나에게 그렇게 관심이 많으신지는 정말 몰랐네……
……정말로 관심 없다고 말하고 싶긴 하지만……
미드나이트, 이번만큼은 네가 하고 싶은 얘기를 들어줄게. 아니, 나뿐만 아니라 스팟도 같이……
왜 나까지 끌어들여?
평소의 너였으면 이미 도망가고도 남지 않았을까?
됐다. 그래. 미드나이트, 나도 같이 있을게.
……
너무 감동적이어서 한 번씩 꼭 안아주고 싶네. 안타깝게도 오키드 아가씨는 눈앞에 없어서 안을 수 있는 건 스팟뿐이긴 하지만……
하지 마. 제발 이번 한 번만이라도 손 말고 입만 놀려 줘.
사실…… 아까 너 이미 이 이야기의 반 이상을 들었어.
네 아버지가 설원에서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철검으로 만신창이가 되도록 때렸지만 너는 의연하게 집을 떠나 꿈을 좇았고, 산전수전을 겪은 후에 업계 정상의 자리에 올랐었다는 그거?
얻어맞았다는 부분 빼고 다른 건 이미 너무 많이 들어서 귀에 있는 털이 뭉쳐버릴 지경이야.
그 후의 이야기는 그렇게 멋지지 않아…… 심지어는 상당히 지루하기까지 해.
나는 자리를 잡은 후, 매달 집에 돈을 좀 보냈었어. 어머니는 가끔 답장을 하시곤 했지만 아버지는……
아버지의 성격이면 날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나도 아버지에게 다시 미움을 사긴 싫어서 아예 말을 하지 않게 됐어.
너…… 병에 걸려 극동을 떠난 일은 부모님에게 말씀드린 거야?
오키드 아가씨, 당신도 바깥에서 여러 해 동안 일하면서도 부모님에게 일이나 생활에 관련된 걱정거리는 거의 전하지 않잖아?
……광석병은 일반적인 걱정거리가 아니잖아.
맞아. 광석병은 좀 큰 걱정거리야.
나는 극동을 떠날 때 저금의 대부분을 남겨두었고 부모님을 보살필 좋은 사람도 찾아뒀어. 늘 그랬던 것처럼 부모님이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기에 충분한 돈도 매달 보내고 있고.
네가 그때 정말로 허풍 떠는 거 반만 했어도 치료비 벌겠다고 일할 정도는 아니었을걸.
돈 같은 건 다시 벌면 그만이야. 내 가장 소중한 재산은 바로 나 자신이잖아?
네가 말한 것처럼…… 네 부모님은 돈과 너 중에 뭐가 중요할까? 아직도 너에게 편지를 보내는 걸 보면 부모님이 필요한 건 돈뿐만은 아니라는 거겠지……?
……오키드 아가씨, 나에게도 대답할 수 없는 것이 있어.
솔직히 말해서 네 부모님의 생각은 우리가 고려할 것도 아니긴 하지.
……사실 나와 스팟의 관심사는 지금 네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는가야.
하아.
굳이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사실 내 문제는 아주 간단해.
거의 20년 동안 집에 돌아가지 않은 사람이 정말 굳이 돌아갈 필요가 있을까?
두려운 건 아니고?
이 당당한 동야의 마왕에게……
……
확실히 마주하기 두려운 문제가 조금 있기는 해.
……집에 돌아가는 게 두려워? 설마 처음에 한 선택을 후회하는 거야?
찬란하고 자유분방한 인생을 살 수 있었는데 무슨 후회를 하겠어?
그럼 부모님이 여전히 너를 받아들이지 않을까 봐 걱정되는 거야?
내가 10대였을 때는 오늘 그 청년처럼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오키드 아가씨, 지금의 나는 이미 단념한 지 오래야.
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하네.
어쩌면…… 내가 정말로 두려워하는 건……
뭐 됐어. 뭘 하든 이미 늦었을 테니까.
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날이 밝게 생겼네, 다시 술집에 가서 한잔하는 거 어때?
거절해도 돼?
네가 정말 거절하고 싶은 건 아니라는 데에 걸게.
그래, 이번만이야. 네가 이겼어.
미리 말해두는데 취해도 널 숙소로 업고 가진 않는다.
하아, 정말 그렇게 매몰차게 굴 거야? 마음이 너무 아프네.
……그냥 관두자.
장거리 여행 전에 과음하는 건 좋지 않다는 걸 알려주지 않았다고 원망하지나 마라.
어…… 내가 멀리 간다고 했었나?
네가 말했었잖아? 가끔 뒤를 돌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말이야.
돌아본다니……
……그 음성 전보. 네 단말기는 아직 켜져 있어. 다시 재생하기 시작한 것 같더라.
……!
친애하는 파트너, 내일 봐.
야, 말했잖아! 난 극동 말은 못 알아듣는다고!
그리고 장기 휴가를 낼 거라면 오키드에게 미리 말해야 한다는 거 잊지 마. 난 야근까지 하면서 네 몫의 일까지 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후……
……음성 전보라.
미드나이트, 아버지가 지금까지 버티고 계신 건 널 다시 보고 싶어 하시기 때문이란다.
네 아버지가 말은 안 하시지만 엄마는 알고 있단다…… 아버지가 말하고 싶은 건 나랑 같을 거야.
아빠랑 엄마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미안하다.
……미안하다니……
하하…… 역시 정말로 두려운 일일수록 일어나는구나……
부모님이 먼저 사과하시면 돌아가지 않을 이유가…… 완전히 사라져 버리잖아?
극동으로 가는 차표가……
음, 출발하기 전에 일단 답장부터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