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성장
어린 시절 듣던 동요는 빙원에 대한 마젤란의 꿈을 키우고는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그녀는 빙원에 발을 들였고, 과학적인 연구 성과뿐만 아니라 소중한 우정도 얻게 된다.
마젤란의 집 근처 길모퉁이에는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자주 가던 작은 꽃가게가 있었다.
또래 아이들은 가게에서 꽃을 사고는 늘 주인 할아버지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질문을 했지만……
마젤란은 할아버지가 자주 부르는 이름 모를 노래가 더 좋았다.
끝없는 설원이여, 이름 모를 꽃을 피웠구나♪
그곳에 남은 나의 친구는 눈꽃이 내리는 것을 지켜보네♪
할아버지, 그 가사는 무슨 뜻이에요? 컬럼비아 밖에는 그런 곳도 있어요? 거기는 정말 뜨거운 물을 뿌려도 금방 얼어버려요?
할아버지, 또 어디 가봤어요?
꼬마 아가씨, 이런 이야기에 관심 있니?
그렇다면 다른 이야기를 해주마.
드디어 빙원이네. 이 길은 수없이 다닌 길인데도 매번 색다르다니까. 이번이 제일 두근두근해!
차량의 동력 장치가 얼마나 버텨주려나. 음, 좋아, 얼지는 않았네. 공학과가 제법이야. 이 정도면 산도 탈 수 있겠는데?
보급품도 다시 체크하고…… 음, 문제없어. 준비는 완벽해!
마젤란, 몇십 년 전의 그 빙원 탐색을 알고 있지? 그 이후로 아무도 그들의 한계 지점에 도전하려는 시도가 없었어.
라인 랩에게 있어서도 정말 흔치 않은 기회니까 가능한 한 멀리,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가져와야 해. 그럼 행운을 빌게!
응, 알겠어! 이건 내 꿈이기도 하니까!
지금부터 통신이 끊길 거야. 마젤란, 준비 완료. 출발!
잠깐, 발소리가 들리는데?
근처에 누가 있는 건가?
으악!! 설마 귀신은 아니겠지?
......
누, 누구야!
하아?
아스베스토스?!
저, 음, 누구시죠?
안녕! 나는……
이 녀석, 내가 혼자 가는 게 걱정된다고 멋대로 따라와서는 하마터면 얼어 죽을 뻔했어. 그래서 막 돌려보내려는 참이었는데.
안녕하세요. 저는 로도스 아일랜드 사무소의 인턴 오퍼레이터 바드라고 합니다. 아스베스토스 씨는 사무소에서 필요한 약품을 교환하고 계셨고요.
규정대로라면 제가 약을 가져간 모든 오퍼레이터의 생명 안전을 책임져야 하거든요. 하지만 아스베스토스 씨는 빙원을 탐험하러 가겠다고 하고, 너무 걱정된 나머지 따라왔습니다.
바드 씨, 이 앞은 진짜 빙원이야. 너는 사무직이라 너무 위험하다고. 오퍼레이터의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본인을 위험에 빠트리면 안 되잖아!
그래, 돌아가는 길은 너도 알잖아. 난 얘랑 같이 가면 되니까 귀찮게 굴지 말고 돌아가.
그렇지만……
바드 씨, 나는 라인 랩 소속 로도스 아일랜드 주재 오퍼레이터 마젤란이라고 해. 여기, 내 명찰이야.
이번 임무는 라인 랩에서 계획한 건데, 내 보급품으로 두 명은 거뜬해. 게다가 감염자용 약품도 있고. 아스베스토스의 안전은 내가 책임질 테니까 걱정하지 마.
아, 본함의 오퍼레이터셨군요? 그럼 저보다는 경험이 있으시겠네요. 알겠습니다.
아스베스토스 씨, 돌아온 이상 이번만큼은 꼭 본함에 가서 신체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제가 데이터를 단말에 업로드할 테니 그렇게 알고 계세요.
쳇, 알겠어.
마젤란 씨, 그럼 아스베스토스 씨를 잘 부탁드립니다. 조심하시고요.
응, 알았어. 돌아가는 길도 꽤 험하니까 내가 중간까지 바래다줄게.
그러니까, 약은 다 써버렸지만 아직 탐험 중이었어서 임시로 사무소에서 약을 교환했다 그거지?
헷, 아는 사람이랑 같이 임무를 진행할 수 있다니 정말 좋은데.
그런데 너는 처음부터 빙원에 오려고 했던 거야? 보급은 충분해? 만약 바드 씨를 따돌리려고 한 거라면 당장 돌려보낸다!
……그럼 돌려보내던가.
응?!
쳇…… 됐다.
어차피 탐험하러 온 건 사실이니까. 준비는 너처럼 충분하지 않지만.
원래는 컬럼비아에서 탐험을 끝내고 본함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마침 약품이 부족해서 사무소에서 좀 교환하려 했었던 거야.
그런데 길을 가다가 어떤 노인이 빙원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듣게 됐어. 그래서 흥미가 생겼고 이렇게 오게 됐지.
노인이? 빙원 이야기를? 그럼 “끝없는 설원이여, 이름 모를 꽃을 피웠구나♪”, 이 노래는 들어봤어?
그 노인이 부른 거 같은데?
아스베스토스, 우리 집 근처를 지나갔었나 보네! 그 할아버지는 잘 계셔? 그 가게에서 파는 꽃이 정말 예뻤는데!
……
아스베스토스, 어디 가는 거야? 노선대로라면 이대로 북쪽으로 가야 하는데?
이 빙하를 올라가려고.
일반적으로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리고, 여름에 적절한 기온으로 녹아 형성된 빙하 아니면 올라갈 수 없는데. 그렇지 않으면 크레바스에 떨어지고 말 거야.
아스베스토스, 블랙 플로우라면 네 말대로 하겠지만 여기는 빙원이야.
난 라인 랩의 관측원이고, 이 길은 벌써 수백 번도 더 답사했어. 아마 나보다 여기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러니까 이번에 혼자 탐색 임무를 맡을 수 있었던 거지.
만약 독단적으로 뭔가를 하려고 한다면, 흠, 아주 내가……
야, 귀 막지 마! 나 진지하다고!
아스베스토스, 아스베스토스!
들었어!!
……저 빙탑 봐봐. 저게 내가 요 몇 년간 연구하고 있는 대상이야.
하의 크레바스가 교차하면서 이런 수직 얼음 기둥이 형성되는데, 보기에는 견고해 보여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녀석이지.
그러니까 멀리 돌아서 이쪽으로 가자. 그리고 여기 안전 로프를 몸에 매둬, 알겠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 풀면 안 돼.
이러다가 사고 나면 둘 다 끝장나는 거 아닌가?
이 로프로 상대를 찾을 수 있잖아. 한쪽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사람이 구할 기회가 있지.
빙원에 개인은 없어. 탐험가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앞으로 그리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어.
날이 갈수록 마젤란과 아스베스토스는 점점 빙원의 더욱 깊은 곳을 향해 나아갔다.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조금이라도 체력과 온기를 보존하기 위해 그들의 교류는 갈수록 짧고 간결해졌다.
“극한을 탐험하는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무엇을 발견하고 무엇을 얻고, 또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모든 이들은 깊이 들어갈수록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그 장면을 보기 전까지 목숨을 잃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피켈을 단단히 꽂아! 밑으로 미끄러지면서 틈새에 걸어야 해...... 안전 로프는 절대 풀지 말고!
그러면 너도 떨어지잖아!
난 드론이 있어. 말하지 말고. 드론 신호를 보고 잡아. 다리 힘 빼고. 하나, 둘, 셋!
흐앗!!
됐어, 올라가! 자리 잡고 로프를 묶어. 그럼 나도 올라갈 수 있어!
묶었어!
좋아, 그럼……
……으아앗!
잡았다!
후우! 그런데 드론이……
떨어져 버렸네.
후, 후우…… 우리가 무사하면 됐어. 방금은 왜 안전 로프를 풀려고 한 거야!
……
우리에겐 드론이 있으니까 로프를 푸는 건 절대 안 돼! 나중에 누군가 지나갈 때를 대비해서 여기에 마크를 해둬야겠다……
한 달이 지났다.
마젤란은 무수한 자료에서 빙원에 관한 많은 사람들의 상상을 엿볼 수 있었다. 부와 권력 그리고 예언까지…… 인간은 빙원에 대해 무수한 상상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어릴 적의 꿈, 그리고 노래 속의 이야기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빙원도 그녀들이 한 걸음 한 걸음 정복해나갔다. 이건 매 순간 이뤄낸 확실한 승리다.
하지만 빙원의 끝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아득한 눈발 저 너머에 숨어 언제든지 눈사태로 그들의 목숨을 앗아갈 것만 같았다.
빙원 위에는 발자국이 새겨졌지만 이내 새로운 눈으로 흔적을 지워버린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굳건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괜찮아? 드론은?
아직 한 대 남았는데 곧 고장 날 것 같네.
탐지기에 의하면 앞에 커다란 바위가 있어. 일단 거기서 쉬자. 이번 데이터와 샘플만 있으면 여기에도 관측소를 세울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게, 우리 탐험가 아가씨의 꿈도 참 야무지셔라.
……그 큰 바위라던 게 이건가?
맞아! 생각했던 것보다 크네. 이 정도 크기의 얼음 결정은 정말 드물다고. 이렇게 커다란 녀석이 남아있었다니, 이건 기적이야!
……바위에 글씨가 새겨져 있어. 이름의 이니셜일까?
글씨가 새겨져 있다고? 그건 아니지! 함부로 낙서하면 암석 샘플이 손상되고, 무엇보다 이건 자연에 대한 모독이야!
하지만 지난 빙원 탐색 이후에 이곳에 온 탐험가가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아니 잠깐만?
마젤란은 거대한 바위에 다가가 눈보라를 피할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한 뒤 차분히 바위에 새겨진 글자를 살폈다.
이 이니셜…… 자료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이건……?
……아스베스토스, 여기에는 아마 우리 선배들이 잠들어 있는 것 같아.
마젤란은 거칠고 헤진 장갑을 낀 채 필사적으로 눈과 얼음을 팠다. 그리고는 삽으로, 다시 손으로 바닥을 긁어냈다.
서서히 눈 밑에서 얼어버린 옷자락이 보였다. 그건 완벽하게 보존된 한 구의 시체였다. 뒤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시체가 나왔고, 아스베스토스가 합류하면서 네 번째 시체까지 눈 위에 고이 눕혀졌다.
……라인 랩의 선배들에게서 들은 적 있어. 몇십 년 전의 탐험가들은 모두 빙원에서 죽었다고. 하지만 설마 이곳이었을 줄은 몰랐네.
모두 데리고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적어도 여기에나마 선배들 무덤을 만들고 싶은데, 실례 좀 하겠습니다. 이 유품들은 잘 정리해서 가족들에게 전달할게요.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탐험가들은 여전히 젊은 시절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들이 발견한 데이터 덕분에 수많은 후배들이 빙원을 계속 탐색할 수 있었고, 그들은 마침내 후배들에게 발견되어 다시금 빙원의 바람을 쐴 수 있었다.
음, 내 미래도 이런 식일 것 같아. 탐험하다가 숨을 거두는 거지.
아스베스토스, 난 가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묻곤 해. 내가 나를 희생함으로써 빙원의 탐색을 끝마쳐 과학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나는 과연 그 길을 갈 것인가 라고 말이야.
솔직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선배들이라면 분명 '반드시 간다'고 답했을 것 같아.
정말 용감한 사람들이야. 난 부모님이나 친한 친구들을 남겨둔 채 죽고 싶지는 않거든. 물론 동료들이 목숨을 잃는 것도 싫고.
이상을 위해 희생하는 건 정말 멋진 일야. 하지만 아스베스토스, 내가 있는 한 난 누구도 죽게 두지 않을 거야.
그렇군……
눈보라가 잦아들었어. 우선 텐트부터 칠게.
“대장은 동상으로 발가락을 잘라냈고, 그 뒤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다. 우리의 썰매도 닷새 전에 망가져 버렸다. '23년이다!' 대장은 그렇게 외치며 앞으로 기어갔다.”
“함께 출발했던 24명의 대원 중 다섯 명의 대원만이 남아있다. 하지만 우리도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내 하반신은 이미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다. 대장의 다리도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싶다. 잘라낼 때는 피조차 흐르지 않았다. 다행히도 아직 손은 움직일 수 있다.”
“대장이 아직 있었다면 분명 욕했을 것이다. 덥수룩한 수염으로 침을 튀기며 말이다. 그러면 분명 수염에 또 얼음이 맺혔겠지. 하지만 이것은 마지막이고, 분명 나를 용서해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우리의 이름을 이곳에, 이 바위에 새긴다!”
“피어리, 아비가일, 메를로, 아벨, 콜트. 이게 우리의 인생이었고 우리가 이뤄낸 쾌거이다. 부서지지 않는 빙원의 바위에 우리의 이름을 새긴다!”
“물론 자연이 이를 용서치 않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다. 죽음을 앞둔 게 아니라면 이런 행동은 추천하지 않는다.”
“됐다, 이제 잠들 시간이다. 메를로도 몇 분 전에 눈을 감았다.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는데. 아쉽네...... 그래도 뭐, 눈꽃 웨딩드레스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잘자, 내 사랑.”
메를로 선배는 컬럼비아, 아비가일 선배는 쉐라그 사람이었네. 선배들은 모두 다른 나라에서 왔던 거구나……
이런 팀을 꾸리는 게 내가 꿈꿔왔던 일인데. 선배들 진짜 대단하네.
안쪽에 또 뭔가가 쓰여 있네……
“끝없는 설원이여, 이름 모를 꽃을 피웠구나.”
“그곳에 남은 나의 친구는 눈꽃이 내리는 것을 지켜보네.”
선배들도 이 노래를 알고 있었구나.
끝없는 설원이여, 이름 모를 꽃을 피웠구나♪
그곳에 남은 나의 친구는 눈꽃이 내리는 것을 지켜보네♪
부디 편히 잠드시길.
치직…… 치지직……
야, 단말기가 계속 울린다. 시끄러워 죽겠어.
단말기? 여기는 신호가 없을 텐데. 왜 갑자기? 어디 보자……
……
이거, 정말 뭔가 수신되는 것 같은데……?
마젤란, 사진&% 받았어. #@ 고마워. 오로라a#& 정말 아름다#¥전율이*% 더 좋은 말을 못 찾아서 @%% 게다가#¥다른#@
전에 빙원을 탐색하면서 오로라에게 사진을 잔뜩 보냈었거든. 혹시 이건 그때의 답장인 건가?
에, 어떻게 여기에서 신호가 잡히는 거지? 여기는…… 여기는 로도스 아일랜드랑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
…… 기, 기적이야!
오로라는 나도 본 적 있어. 그 우르수스에서 온 애?
맞아! 걔는 정말 대단해! 아, 단말기 신호가 끊겨버렸네. 다 전달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진짜 수신이 됐다니!
선배님들, 방금 여기서 통신을 받았어요. 원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오로라라는 친구가 보낸 거예요!
쉐라그 사람인데 엄청 귀여운 우르수스 아가씨예요. 하얀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나 있는데, 광석병이 좀 괜찮아지면 함께 빙원을 탐험하기로 약속도 했어요.
에헤헤, 고마워요. 분명 선배님들이 여기에 계셔서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을 거예요!
아스베스토스, 오로라가 자기 고향 특산품인 치즈퐁뒤 밀키트를 보내줬어! 식재료는 전부 익힌 상태로 진공 포장돼있어서 우리는 그냥 데워서만 먹으면 된다고!
한번 먹어볼래? 오로라가 겨울에 먹으면 정말 최고라고 했단 말이야. 다음 눈보라가 오기 전에 먹어 치우자!
치즈퐁뒤? 뭐, 먹겠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을게.
……
……
소화불량에 걸릴 것 같아.
애초에 난 이런 거 잘 못 먹어.
너무 느끼해! 쉐라그에서는 평소에도 이렇게 먹나? 컬럼비아는 햄버거에 치즈 한 장이면 충분한데……
역시 난 내가 가져온 걸 먹을래.
흐어엉, 나 혼자서는 다 못 먹는데……
림 빌리턴 사람 입에는 안 맞아. 북쪽으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 보고 올게.
흐어어엉……
29일째, 아스베스토스에게 그 노래를 알려줬다. 아스베스토스는 노래를 매우 잘 부른다. 다음에는 오로라에게도 알려줘야겠다!
계속해서 북쪽으로 이동했다. 오늘은 예정했던 위치에 도착했다.
선배들의 유품도 다 정리했다. 유품에서 아직 탐사하지 못한 장소를 많이 알아낼 수 있었는데, 앞으로의 탐사 목표로 정해서 선배들이 못다 한 임무를 내가 완수할 것이다.
그리고 내 꿈도.
92일째, 새로운 기계도 잘 작동된다. 드론도 수리했다.
계속해서 북쪽으로 나아갔지만 기상 악화로 예정된 지점에 도착하지 못했다. 한계 지점에 표식을 남겼다. 조금만 더 가면 대량의 크레바스가 있다. 한동안은 나아가지 못할 것 같다.
선배님들이 남긴 목표 지점은 대부분 탐사를 끝냈다. 그중에 일부 유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샘플 수집은 완료했지만 지금 단계에서 나머지 목표 지점은 무리일 것 같다. 일단 표기는 해 뒀다.
가장 최근 발견한 것은……
132일째, 빙원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출발하면서 계획한 최북단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구조에 사용할만한 드론도 하나밖에 남지 않았고 장비의 손상 상태도 매우 심각하다. 장비를 교체하고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빙원을 보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냐고 아스베스토스와 오로라에게 물어봤다. 자연을 정복하는 거? 자아를 추구하는 거? 아니면 목표를 이룬 성취감?
내가 여기에 온 건 단지 어렸을 때 들었던 그 노래의 이야기에 더 다가가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결정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아스베스토스는 부모님이랑 대판 싸웠으며, 오로라도 가족과 부딪힌 적이 있다고 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아주 운이 좋은 편이다. 나를 지지해주는 부모님이 계셨기에 어떤 좌절을 마주해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빙원은 나의 꿈이다. 나는 어떻게든 이 꿈을 실현하고 싶다. 마치 선배들이 여기에서 잠들면서도 후회하지 않았던 것처럼.
나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네.
그때는 대장만 돌아왔었구나……
맞아. 피어리라는 사람이었는데, 그가 가져온 데이터는 당시의 탐험 사업에 엄청난 도움이 됐어. 그를 빙원 정복의 선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
네가 가져온 유품들…… 비록 이제 와서 데이터가 쓸모 있겠냐만, 이 자체로도 매우 의미 있으니까.
라인 랩 명의로 정부에 의뢰해야겠어. 유가족을 찾는 일은 그쪽에 맡겨야지. 찾을 수 없으면 박물관에 기증하면 되고. 기자들에게도 최대한 많이 보도하라고 해야겠네.
이 사람들을 찬양하는 건 정부나 우리 라인 랩에 있어 모두 윈윈이야. 게다가 이번엔 최북단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라인 랩이 한계를 돌파했다고 소식을 내보낼 수 있으니까.
그러면 명성도 프로젝트도 모두 우리 것이 되겠지. 아주 잘했어, 마젤란.
……
폴리 씨, 나는 그냥 내 꿈을 이루고 싶었을 뿐이야……
나도 알아. 이건 내 꿈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일이기도 하잖아. 이 일을 마치면 한동안 푹 쉬고 와.
엄마, 길모퉁이에 있던 그 꽃집 할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 자주 갔던 그 집 말이야. 다리가 불편하신 할아버지 있잖아.
그리고 오면서 예전부터 있던 그 과자 가게도 들렀는데 맛이 하나도 안 변했더라고.
그 할아버지는…… 몇 개월 전에 돌아가셨어. 할아버지의 자식은 꽃집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는 것 같던데.
네가 분명 물어볼 걸 알고 이미 다 알아봤지. 그 할아버지는 네가 어렸을 때 자주 놀던 그 공터에 꽃을 잔뜩 심으셨단다.
저번에 가봤는데 엄청 큰 꽃밭이었어.
아가야, 슬프면 울어도 돼, 참지 말고. 저녁 먹고 보러 가보겠니?
……
응.
여기였구나…… 정말 아름다운 꽃밭이네.
비석도 있네. 할아버지를 기념하기 위한 건가……
“끝없는 설원이여, 이름 모를 꽃을 피웠구나”
“그곳에 남은 나의 친구는 눈꽃이 내리는 것을 지켜보네.”
“내 생애는 여기서 끝난다.——피어리”
“피어리”?
아……
선배님…… 당신의 대원들을 제, 제가 빙원에서 만났어요.
저번 달에 당신이 도달한 곳에 갔었어요. 심지어 800미터를 더 들어갔죠. 다음번에는 더 멀리 갈 자신이 있어요.
친구랑 둘이서 갔어요. 선배님의 탐험대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친구가 많이 생겼어요. 이름이 오로라인데, 걔도 빙원에 관심이 많아요!
그렇군요…… 그런 거였군요. 제가 어릴 때 선배님의 노래를 들으면서 빙원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이제는 당신조차도 도달하지 못했던 곳까지 가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배님. 저는……
마젤란은 뭔가 기념으로 남기고 싶어 온몸을 샅샅이 뒤졌지만, 늘 가지고 다니던 노트밖에 찾지 못했다.
그건 무슨 대단한 방정식이나 심오한 내용도 없는, 그저 그녀가 빙원에서 느꼈던 희로애락과 빙원의 경치에 대한 간단한 스케치를 적은 노트였다.
마젤란은 노트를 꺼내 꽃밭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화초들은 부드럽게 노트를 감싸 안았고,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노트가 한 장씩 넘겨졌다.
끝없는 설원이여, 이름 모를 꽃을 피웠구나♪
그곳에 남은 나의 친구는 눈꽃이 내리는 것을 지켜보네♪
벌써 날이 저물어 가네. 선배님, 이만 가볼게요. 여기서 집까지 꽤 멀거든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 빙원을 탐험할 겁니다! 그리고 대원들의 유품도 잘 챙겨서 가족들에게 전달했어요. 그럼 다음에 봐요, 선배님.
야호! 저기 봐! 내 말이 맞지? 저기 커다란 꽃밭이 있다고 했잖아. 아는 사람도 별로 없어! 예쁘지?
와아아! 너무 예뻐! 꽃이 잔뜩 있어!
가자! 앞에 더 많아! 저 앞에 있는 바위에 올라가 본 적이 없지? 저기 오른 건 내가 처음일걸!
누가 더 빨리 가는지 시합해보자!
잠깐, 여기 노트가 떨어져 있네. 너희 거야?
얘들아!
와…… 북쪽의 빙원은 이런 곳이었구나!
나도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