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 위 댄스
한 로도스 아일랜드 식당 오퍼레이터가 시라쿠사의 콘서트를 보고 싶어 가이드를 찾게 되지만, 오직 루나컵만이 그와 동행하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루나컵
으윽……
어떻게 된 거지, 도시에서 저 활잡이 녀석을 상대할 땐 이렇게 까다롭진 않았는데……
흥.
……내 무릎!
후퇴! 후퇴다!
메저링컵, 그 녀석들 다 갔으니 나와도 돼.
좀 어때, 다치진 않았지?
다, 다친 곳은 없어요…… 고마워요……
다행이네. 난 우두머리니까, 너처럼 싸울 줄 모르는 사람을 앞에 나서게 하진 않아.
근데 애초에 싸울 필요가……
그 도시의 늑대들이 우리를 사냥감으로 착각했잖아. 난 그저 활시위를 당겼을 뿐이야. 이쪽에선 활을 쏘지도 않았는데, 그 녀석들이 쏜살같이 달려든 거라고.
아무렇게나 사람을 죽이는 마피아에게 활시위를 당기는 건 좀…… 무모한 거 아닌가요?
위기의 순간에 송곳니를 드러내고 상대를 위협하는 것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아냐? 아녜제, 넌 어떻게 생각해?
게다가 그 녀석들, 별로 강하지도 않았어. 황야였다면 나 혼자서도 다 상대할 수 있었을걸.
쩝, 스스로 자초한 일이지만, 직접 해결했으니 제가 뭐라고 할 건 아니죠. 빨리 마을로 차 타러 돌아가요.
마을로 돌아가자고?
네. 돈도 다 냈는데, 더 지체했다가는 차를 놓치고 말……
우리가 예약한 차량이네요. 우리를 데리러 왔어요!
형씨, 마을의 패밀리도 우리 단골손님이라서 말이야……
……미안하지만, 이번엔 데려가지 못할 것 같네……
가버렸어?!
루나컵 씨, 우린 이제 어쩌면 좋죠?!
……나도 모르지.
그땐 이렇게 말하지 않았잖아요!
메저링컵 씨, 입사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 한 번도 휴가를 낸 적이 없네.
제가 휴가를 내면 동료가 대신 근무하는 게, 너무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요……
메저링컵 씨가 식당을 관리하는 것처럼, 동료들도 식당을 관리하고 있어. 메저링컵 씨도 동료들이 휴가를 갈 때 대신 근무하잖아.
다른 사람들이 도와준다는 게, 그래도 좀……
(어깨를 으쓱인다) 그럼 이번에는?
이, 이번에는 달라요. 엠퍼러의 콘서트가 있거든요! 전 엠퍼러의 모든 앨범을 가지고 있어요! 제 평생의 꿈이, 엠퍼러를 내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거예요!
꼼꼼히 계산해 봤는데, 로도스 아일랜드가 지금의 항로를 유지한다면, 뉴 볼시니에서의 콘서트가 여기에서 제일 가까워요!
저 대신 근무하는 동료에게도 엠퍼러의 LP판을 한 장씩 사다 주기로 약속해서……
뭐? 그거 아주 비쌀 텐데? 게다가 한 사람당 한 장씩이나?
어쨌든 제 일을 부탁하는 거니까, 저도 성의를 좀 보여야……
메저링컵 씨, 가끔은 제멋대로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내가 대신 휴가 신청해 놨어…… 맞다, 메저링컵 씨는 시라쿠사 출신이 아니지?
그렇긴 한데, 이전에 각자 다른 시라쿠사 여행 책자를 5권 정도 열심히 읽어두긴 했어요……
시라쿠사는 매우 혼잡스러운 곳이야. 내가 시라쿠사를 잘 아는 오퍼레이터를 가이드로 붙여 줄게.
너무 민폐 끼치는 것 같은데, 역시 그냥……
남한테 민폐 끼치는 것과 엠퍼러 콘서트를 못 보는 것 중 어떤 게 더 괴로울 것 같아?
그, 그렇다면 부탁 좀 드릴게요……
지금 함선에서 시라쿠사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루나컵뿐이야. 둘이서 괜찮겠어?
……
……
어라, 서로 아는 사이?
식당을 관리하는 사람 중에 루나컵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루나컵 씨는?
상관없어. 나도 마침 로도스 아일랜드가 지루해진 참이거든.
메저링컵 씨, 루나컵 씨가 가이드해 주는 게 싫으면, 혼자 시라쿠사에 가야 하는데, 괜찮겠어?
저는……
솔직히 제가 그때 가이드를 맡아주겠다는 당신의 압박을 이겨냈더라면, 지금쯤 이미 차에 타고 있지 않았을까요?
내 기억으론 너한테 딱히 어떤 압박도 주지 않았었는데.
그게, 그 오퍼레이터가 루나컵 씨를 이미 데려왔는데, 거기서 계속 거절하면, 그 사람한테 너무 미안하니까……
거절하는 게 미안할 일이야?
아니, 그 말이 아니라……
후, 여행 책자엔 차를 못 타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 나와 있는데……
뉴 볼시니에 지금이라도 가고 싶으면, 방금 그 차의 바큇자국을 따라 쭉 가면 되는데.
차량 행렬은 늑대 떼와는 달리 틀에 박혀있지. 기본적으로 한 길만 따라 왔다 갔다 하거든.
하지만 이 길 주변에는 모래뿐이야. 사냥은 말할 것도 없지. 너 정말 걸어서 갈 거야?
만약 차량이 여기서부터 왕복한다면, 가능할 것 같아요. 어쩌면 히치하이킹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히치하이킥? 갑자기 웬 발차기?
히치하이킹, 다른 사람이 가는 길에 우리를 태워다 줄 수 있다는 말이에요.
메저링컵, 얼마나 더 남은 거야? 배고파 죽겠어.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돼요!
(작은 목소리로) 여기서부터 뉴 볼시니까지, 넉넉잡아 십일은 걸리니까…… 식량을 십 등분해야겠네……
(작은 목소리로) 남은 식량은 잘 숨겨야겠어…… 절대 루나컵 씨에게 들켜서는 안 돼……
아직 안 됐어?
다 됐어요!
여기, 오늘치 밥이에요.
아직 식량이 많이 남았는데, 왜 오늘은 이것밖에 없는 거야?
우리 식량은 차를 타고 가는 걸 기준으로 준비했었죠.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겠어요…… 식량을 십일에 맞춰 나누다 보니 이 정도밖에 없었어요.
루나컵은 두세 입 만에 자기 식량을 다 먹고 나서, 메저링컵의 곁으로 가, 방금 싼 보따리를 풀었다.
메저링컵은 자신이 정성껏 숨겨둔 식량 주머니를 루나컵이 꺼낼까 봐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루나컵은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짐승 가죽과 로도스 아일랜드 제복, 그리고 지지대를 꺼냈다.
메저링컵은 루나컵이 모닥불 옆에 빠르게 텐트를 치는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작은 목소리로) 내가 너무 예민했나.
루나컵 씨, 저도 텐트 치는 거 도울게요……
내 제복이잖아?!
루나컵 씨 제복도?!
출발하기 전에, 몇 달 동안은 이렇게 두꺼운 옷 입을 일 없다고 말했잖아.
예상 밖의 일 때문에, 네가 챙긴 물건이 도움이 됐네…… 이렇게 좋은 원단을 고작 텐트 치는 데 써야 하다니.
제복이 망가진 건 돌아가서 보고해야 해요. 후방지원부에 사정을 설명해야 할 텐데……
뭐가 그렇게 번거로워. 후방지원부가 물자 창고의 위치를 감추려 했지만, 나는 결국 후방지원부도 잊고 있던 창고까지 발견해 줬다고.
……
이봐, 도와줄 거야 말 거야?
후우, 후우……
너 왜 그래?
아무 일도 아니에요……
너 되게 안 좋아 보이거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바로 좀 말해줄래?
햇빛이 너무 강해서, 곧 말라죽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텐트를 치는 걸 멈추자니, 시간이 더 지체되니까……
난 또 뭐라고. 받아.
너희가 말하는 '우산'이라는 물건, 되게 좋은 것 같아. 근데 어떤 작은 장치들은 너무 복잡하더라. 그래서 그냥 텐트 지지대랑 천을 써서, 분리해야만 접을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어.
아, 고맙…… 잠깐만, 이 천…… 제 제복인가요?
어때, 쓸만하지?
확실히……
(작은 목소리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이제 팔 일치 식량이 남았어……
멍하니 있지 마! 모래 폭풍이 올 것 같으니까, 서둘러 이동해야 해!
하늘이 이렇게나 맑은데……
너 설마 공기 중의 이 모래 냄새를 못 맡은 거야?
조심해, 강바닥이 마르긴 했어도, 안에는 아직 글룸핀서의 둥지가 있으니까. 그 사이에 끼이기 싫으면 딱 붙어서 따라와.
어떻게 그걸 아는 거죠?
그쪽 땅의 색깔이 달라…… 조심해!
너 말하는 게 답답하긴 한데, 요리는 정말 잘하네.
글룸핀서 고기는 원래 비린내가 엄청 심하지. 굶을 걱정만 아니었다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글룸핀서를 사냥하진 않았을 거야.
이래 봬도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몸이라니깐요?
(작은 목소리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엊그제 먹은 글룸핀서덕에 하루치 아꼈네, 다행이야……
또 식량 세고 있는 거야?
루나컵 씨?!
감추지 않아도 돼, 네가 보따리 안 어디에 식량을 숨겨뒀는지 정도는 진작 알고 있었으니까.
식량 사정을 이해해 줘서 고마워요……
너 왜 그렇게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거야? 그 말이 아니면 번거롭게 했다느니, 민폐를 끼쳤다느니…… 매일같이 그렇게 말하는 거 자체가 번거롭겠네.
고마운 건 됐고, 나는 '히치하이킹'에 대해 물어보러 온 거야. 도대체 '히치하이킹'이란 건 어디서 우릴 기다리고 있는 거야?
그건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마주쳐야 하는 거예요…… 흠, 닷새가 지나는 동안 차 한 대 못 봤으니 운이 정말 나쁘긴 하네요.
주변에서 얼마 되지 않은 터스크비스트의 배설물을 봤어, 주변에 터스크비스트 떼가 있는 것 같아. 나랑 친한지는 모르겠지만, 터스크비스트가 있다는 건 사냥감이 있다는 거지.
사냥감 쪽으로 따라가다가, 사냥감이 어느 도시든 비교적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면, 다시 그곳에서 차를 타고 로도스 아일랜드로 돌아가자.
그럼…… 뉴 볼시니는……
어차피 이대로는 콘서트에 제때 도착하지 못해. 적어도 내 말대로 하면 매일 굶진 않을 거 아냐.
……그래도 가고 싶어요!
가서 뭐 할 건데?
뉴 볼시니에 가기 위해 두 달이나 휴가를 냈다고요! 이렇게 중간에 포기하는 건 용납할 수 없어요!
콘서트가 끝났더라도 갈 거예요! 공연장 문을 부여잡고 울고, 콘서트 굿즈도 모으고, 그 공연이 남긴 마지막 여운을 느끼고 싶다고요!
흥, 이제야 좀 봐줄 만한 표정이네.
저는 오히려 제가 콘서트 관련된 일에는 너무 제멋대로인 것 같다고 늘 생각했었는데……
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
분명……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대부분일 테니까요.
네가 그렇게 말하고 보니, 확실히 도시 사람들은 다 그런 것 같네.
항상 자기 마음대로 남들을 먼저 생각하곤 하지. 남들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이것도 하면 안 돼 저것도 하면 안 돼, 정작 아무도 하지 말라고 한 적이 없는데 말이야.
그게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의 스케일이 너무 커져서 도저히 이룰 수 없는데도 기어코 하려다 보니, 다른 사람과 자기 자신 모두 못 버티게 되는 거지.
이것도 일종의 '교활함'인건가? 이렇게 하면 사냥감을 잡지 못할 때도 굶지 않을 수 있는 거야?
으으……
또 무슨 일이야?
(작은 목소리로) 방금 남들을 먼저 생각한다는 말을 들으니까, 더욱더 뉴 볼시니에 가야 될 것 같아요. 콘서트에 가서 동료에게 LP판을 사다 줘야 하거든요……
아휴, 정말 하나도 이해가 안 된다.
그렇겠죠, 저도 제 자신이 이해가 잘 안 돼요……
루나컵 씨, 당신 몫이에요.
루나컵 씨?
응? 아.
어쩐지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는 거 같은데요?
터스크비스트의 냄새를 맡았어.
터스크비스트…… 그러고 보니, 로도스 아일랜드에 오기 전에는 짐승 무리와 함께 생활했었죠?
맞아.
짐승 무리를 떠나 로도스 아일랜드에 오고 나서 이것저것 많은 다른 것들을 봤겠네요. 엄청 재밌었겠어요.
응, 본 적 없던 것들이 정말 많았어. 맛있는 것들에다가 또 재밌는 것들도, 그런데 아직도 눈을 떴을 때 천장부터 보이는 건 적응 안 되더라.
아녜제가 나한테 로도스 아일랜드에 있으라고 하지 않았으면, 언제든 떠났을지도 몰라.
아녜제…… 그 친구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가요?
왜 또 묻는 거야, 답해주기도 짜증 나네. 아녜제는 내 곁에 있다니까.
……엥?
메저링컵은 루나컵이 기분이 상할까 봐 서둘러 설명하려 했지만, 루나컵은 별다른 반응 없이, 멍하니 허공 속 어딘가를 응시했다. 메저링컵으로는 그 시선의 끝이 근처인지 먼 곳인지 알 수 없었다.
모닥불 주변이 순간 조용해지자, 별안간 메저링컵은 터스크비스트 떼가 아주 멀리서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루나컵 씨, 설마…… 무리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죠?
응? 뭐라고? 난 방금 아녜제의 말을 듣고 있었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
텐트는 이미 설치 다 했으니, 자고 싶으면 일찍 자도록 해.
터스크비스트 떼가 또 울기 시작하네. 루나컵 씨, 정말 짐승 무리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겠지?
후, 루나컵 씨가 며칠 동안 많은 것을 알려주기도 했고, 어차피 난 적수가 되지도 못하니까……
후우, 괜한 생각만 했군, 그럴 리가 있나……
(고른 숨소리)
……
(하품하며) 무슨 소리지…… 루나컵 씨? 무슨 일 있나요?
루나컵 씨? 루나컵 씨!
없어졌어?!
하, 하지만…… 루나컵 씨가 터스크비스트가 있다는 건 근처에 사냥감이 있다는 뜻이라고 했으니까, 나는 여기서 마음 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아무래도 보따리부터 먼저 확인해야겠어. 식량……
하나도 안 남았어?!
캠프 서쪽에 남은 사람이 떠난 듯한 발자국은, 루나컵이 신은 신발의 크기와 일치했다.
다급해진 메저링컵은 모닥불 근처에 있는 철 냄비를 들었다가, 철 냄비로는 부족할 것 같아 한쪽에 있는 바비큐 꼬치까지 들고는 발자국을 급히 쫓아갔다.
후, 후, 후…… 루나컵 씨! 루나컵 씨! 어디 있나요~
오지 마!
아무리 말없이 갔다고 해도, 최소한 식량은 좀 남겨줘야죠!
이 멍청아, 네 식량을 안 쓰고선 어떻게 내가 어떻게 샌드비스트를 유인하겠어? 황야에 글룸핀서처럼 날로 먹을 수 있는 게 매일 있는 줄 알아?!
그렇다고 절 두고 가면 안 되죠……
……이 멍청아!
나 혼자를 위해서 사냥하는 게 아니라, 우리 둘을 위해서 사냥하고 있다고……
빌어먹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정말 돕고 싶다면, 이것저것 묻지 말고 빨리 내 옆으로 와!
……터스크비스트? 친구였던 거 아닌가요?
어떻게 시라쿠사 황야에 있는 모든 터스크비스트와 좋은 사이겠어. 저놈들은 샌드비스트를 못 잡으니까, 남의 물건을 뺏으러 온 거라고, 흥.
그러면…… 최소한 얘기라도 해보는 게 어때요?
무슨 말을 할까? 샌드비스트는 한 마리뿐이야. 우리가 먹거나, 녀석들이 먹는 것뿐이지. 너 굶고 싶어?
저는 그저……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굶어 죽을 수도 있는 문제라고!
너도 콘서트 얘기를 할 때면, 쓸데없이 다른 사람 먼저 생각 안 하잖아? 지금 샌드비스트를 먹지 못하면, 우리 모두 굶어 죽을 거고, 굶어 죽으면 콘서트고 나발이고 다 없는 거야!
어쩔 거야? 터스크비스트 떼가 곧 들이닥칠 거야. 도망치고 싶으면 빨리 도망가!
(깊게 심호흡하며) 어, 어, 어쩔 수 없겠네요!
그럼 좋아, 다른 데 갈 필요 없이 딱 거기에 서서, 내가 “두드려”라고 외치면, 그 냄비를 있는 힘껏 두드리면 돼!
냄비를…… 두드리라고요?
지금은 내가 우두머리야, 내 말 들어! 놈들을 놀라게 해야 해, 겁을 주라고! 저놈들이 죽든가, 아니면 우리가 죽는 거야,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어! 네가 쟁취해야 해, 아무도 네게 공짜로 주진 않아!
……
너 진짜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어요!
좋아……
두드려!
두터운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퍼져 나갔고, 처음 듣는 소리에 터스크비스트들은 깜짝 놀라, 다가서던 발걸음을 멈췄다.
지금이야!
다시 두드려!
더 두드려! 더 세게!
세 번의 냄비 소리가 울리자, 세 마리의 터스크비스트가 화살에 맞고 쓰러졌다.
내가 다시 한번 두드리라고 하면, 있는 힘껏 냄비를 두드려. 최대한 두드릴 수 있는 만큼 두드려야 해! 빠르고 강할수록 더 좋아!
……두드려!!
터스크비스트는 이미 기세가 눌린 상황에서, 계속해서 울리는 금속소리 속에서 난사되는 화살에 한 마리 또 한 마리 연이어 쓰러졌다.
결국, 선두의 터스크비스트가 두 번 울부짖자, 터스크비스트 무리는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 도망갔군. 우리도 빨리 저 샌드비스트를 끌고 가야 해.
……알았어요.
저기,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하나만 물어볼게요. 활에 맞아 죽은 터스크비스트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휴, 드디어 도시 사람같이 우물쭈물하지 않는구나.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도시에서는 유용할지 모르겠지만, 황야에서는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해야 해.
하지만 그 터스크비스트는 잊어버려. 그렇게 했다간 그놈들과 원수가 될 거야, 그럴 필요까진 없어.
아까 확실히 도움도 줬으면서, 지금은 또 주눅 들어 있네. 너는 정말……
앗 뜨거워!
(와그작) 요리 솜씨 하나만은 최고네.
(작은 목소리로) 그래도 꽤 도움이 됐잖아요……
뭐라고 했어?
저도 충분히 도움이 됐다고요!
흥, 그렇겠지. 그렇지 않았으면 네가 받은 건, 샌드비스트의 발톱뿐이었을 거야.
어째서죠? 방금 돕지 않았다 해도, 저는 요리를 해주잖아요!
그러게 누가 요 며칠 동안 계속 나를 굶기래?! 아무리 갈 길이 남았다지만, 매일 손바닥만 한 식량만으로는 너무 적었어!
철저하게 소분하다 보니 그랬죠!
이제 소리도 지를 줄 아네?
어? 그런 것…… 같네요.
그래, 바로 이거야! 말을 해야,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알지.
네가 항상 숨기고 말하지 않으면, 난 네가 어떤 좋은 일을 했는지 점점 더 기억하지 못하게 될 뿐이야.
그럼 이제 차분하게 얘기해 주세요. 제가 그동안 얼마나 도움이 됐죠?
음……
루나컵은 말없이 조그마한 칼로 그릴 위에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샌드비스트 뒷다리를 썰어 메저링컵에게 건넸다.
우리 이제 다 먹고 어떻게 할 건가요? 혹시라도 터스크비스트가 복수하러 오는 걸 피하려면, 여기서 계속 야영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소리 지를 줄만 아는 게 아니라, 종적을 숨길 생각도 하다니. 배우는 게 꽤 빠르네.
뭘 배웠는지는 둘째 치고, 그런 소리를 들으니…… 좀 기쁜 것 같기도 하네요.
기분 좋아? 그럼 됐지, 뭐. 배불리 먹었으면 당연히 기분 좋겠지. 어쩌면 뉴 볼시니에 도착할 때쯤이면, 너도 우리 짐승 무리의 일원이 될 자격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뉴 볼시니에 도착할 때쯤”?
으으……
이번엔 또 뭔데?
콘서트…… 내 콘서트……
메저링컵, 천천히 좀 가, 너처럼 급하게 가다가는 점심도 되기 전에 먼저 지쳐 쓰러질 거야.
루나컵 씨, 빨리 와서 보세요. 저기 차 한 대가 길가에 서 있지 않나요?
이봐, 거기 두 사람. 내 차 앞에서 수상하게 뭐 하고 있는 거야……
윽……
……이 녀석, '보수'를 받고도 우리를 길가에 내팽개친 그 운전기사 아니야? 메저링컵, 이게 바로 네가 말한 '히치하이킹'이야?
(어깨를 으쓱인다)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기사 아저씨, 돈을 환불해 줄 필요는 없어요. 대신 우리를 뉴 볼시니로 데려다주시겠어요?
나도 그러고 싶지만, 여기서 이 낡은 차가 고장이 나서, 나 혼자서는 고칠 수 없어……
이제는 세 사람이야.
그건……
아니면 '종이 쪼가리'를 돌려주고 서로 갈 길 가던지.
종이 쪼가리?
차비 말이에요.
……됐어, 최선을 다해보지. 너희가 차 수리하는 걸 도와주면 내가 어떻게든 뉴 볼시니에 데려다줄게.
이 정도면 다 고쳐진 것 같은데.
아니, 아직이야. 차에 이상한 결함이 있는데, 보닛을 열고 나서 그대로 좀 둬야 해, 그렇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질 않아……
잘 되는 것 같은데요?
어라, 그러네. 갑자기 잘 되잖아.
그럼 어서 출발하죠. 일분일초가 급해요. 콘서트가 오늘 저녁에 바로 시작한다고요!
잠시만, 뉴 볼시니는 저쪽 아닌가요?
여기가 지름길이야. 급한 거 아니었어? 제일 빠른 길로 가는 거야.
쳇……
메저링컵, 이게 무슨 소리지?
통신기인 거 같아요. 아마 근처에 다른 사람이 통신하고 있어서, 차 안의 통신기가 신호 방해를 받았을 수도 있겠네요.
맞았어! 더 빨리 달려야겠군, 어서 뉴 볼시니로 가자!
아니, 이 길은 뉴 볼시니로 가는 길이 아니잖아. 멈춰.
곧 도착하는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아가씨. 어이 형씨, 아가씨한테 잘 말 좀 해봐.
……
형씨?
그렇네요. 날씨가 너무 더운데, 우산 좀 쓸까요.
고마워…… 우산 참 독특하네. 무슨 옷으로 만든 것 같은데?
맞아요, 그 아가씨가 만든 거죠. 그 사람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제 우두머리가 되고 싶다고 해서, 어떻게 할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에요.
그, 그렇구나.
샌드비스트 한 입 할래요?
잠깐 기다려, 나 지금 배 안 고파…… 어이, 내 눈 가리지 마! 지금 뭘 누르는 거야……
상테, 우리 통신을 안 받다니, 너 간이 부었구나?
오래 기다렸지. 좀만 참아, 우리 금방 도착할 거야, 도착해서 바로 네 차를 고쳐줄게.
차 수리가 끝나면 도시에서 한바탕 난리를 친 그 두 녀석을 버려둔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 줘. 그 녀석들, 분명 멀리 가지 못했을 거야.
우리 형제들이 와서 칼침을 놓고 화를 풀고 나면, 그놈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은 다 네 거야. 네가 패밀리에 들어오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그렇게 되면 누군가가 널 운전기사로 쓸 수도 있겠지……
메저링컵, 지금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싶어?
(어깨를 으쓱인다) 기사 아저씨에게 마지막 기회를 줘보죠. 혹시 모를 사정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상테 아저씨, 차비는 돌려주시고, 차에서 내리시죠.
(이빨을 꽉 깨물며) 웃기고 있네, 마피아들이 오기만 하면……
결국 죽거나 살거나네요. 이제 평화로운 해결책은 없어요.
메저링컵은 철 냄비에 맞아 기절한 운전기사를 차에서 발로 밀어 떨어트리고는, 운전석에 올라탔다. 차량은 반원을 그리며 쏜살같이 달려갔다.
이것 봐, 내가 말했었지. 황야에서는 네가 쟁취해야 하는 거야, 아무도 네게 공짜로 주진 않는다고!
우리 무리에 합류하는 걸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게 어때?
생각해 볼게요. 그것보다 지금은……
뉴 볼시니여, 내가 간다!!
엠! 퍼! 러! 엠! 퍼! 러! 엠! 퍼! 러!
루나컵 씨! 정말 최고예요!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어요! 당신은 정말 행운의 요정이에요!
아…… 그래.
저 녀석을 보려고…… 뉴 볼시니에 온 거야?
누구 얘기죠?
누가 더 있겠어, 무대 위에 있는 녀석 얘기지.
당연하죠! 설마 엠퍼러가 누군지 모르는 건가요? 학생 때부터 쭉 쫓아다녔어요. 엠퍼러가 낸 LP 판도 모두 다 가지고 있고, 엠퍼러는…… 콘서트가 끝나면 다시 말해줄게요!
엠! 퍼! 러! 엠! 퍼! 러! 엠! 퍼! 러!
아녜제, 메저링컵은 고작 저 녀석이 무대 위에서 소리 지르고 난리 피는 걸 보려고, 목숨을 건 거야?
그럼 왜 우리가 출발하기 전에, 저 녀석을 불러오지 않은 거야? 진작에 메저링컵에게 몇 마디 해달라고 했으면 됐잖아?
……내가 메저링컵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 네 목적이 달성된 거라고?
그래…… 어쨌든 지금은 이해 못 하겠어. 시끄럽기만 하네.
엠퍼러는 무대 위에서 리듬에 맞춰 랩을 했고, 열광적인 팬들은 무대 아래에서 소리를 지르며 랩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루나컵은 이해 못 하겠다는 듯 곁에 있는 아녜제와 무대 위에 있는 아녜제의 동족을 번갈아 보다, 의문을 가득 품은 채 사람들을 밀어내며 공연장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