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를 주관하는 자
오래된 탄핵 사건, 이미 사직한 소경, 그리고 염국 법률에 어긋나는 의행. 대리사 린 칭옌, 숙정원 태합과 해진은 두 시간 안에 마지막 결정을 내려야 한다.
……
후……
다녀오느라 고생했네.
오늘이 마침 제 당직이기도 했고……
태합 어사, 숙정원 관청에서 못 할 말이 뭐가 있겠어요?
역시 우 소경 건이었습니까?
린 칭옌 소경에게 있어선 선배일 텐데, 왜 그렇게 처벌을 서두르십니까.
이 사건은 숙정원 어사대의 소임이기도 합니다. 해진 어사, 태만은 금물입니다.
……
……두 사람은 내가 불렀다.
숙정원은 모든 관리를 감찰하는 것이 임무이며, 이미 퇴직하고 고향에 돌아간 사람일지라도 재임 중 저지른 죄에 대해서는 처벌받아야 하는 법.
그 당시 우징 소경이 낭이 지부를 탄핵할 때 증거를 위조한 건 극히 중죄다. 두 사람이 이미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
두 시간 후면 우징 소경이 도착할 것이다……
제게 한 마디 언질도 없이 우징 소경을 부르신 겁니까?
……역시 태합 어사다우시네요.
더는 이 건을 미룰 순 없지. 어떻게 처리할진 두 시간 내로 결정하도록.
공정한 심판을 내리길 원하는 거라면 우리가 삼법사를 대신해 심의하고 염국의 법에 따라 심의해야 한다.
유화책을 선택한다면 내가 우 소경과 옛 추억을 나눌 수 있도록 산에 오를 때 자리를 피해주겠다.
이 산은 도읍에서 20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 도읍에 들어간다면 이후론 돌이킬 수 없게 될 거다.
……
……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당신은 참 정이 없네요.
거듭 말하지만 저는 대리사 소경의 소임을 다하는 것뿐입니다.
10년 전, 우징 소경이 각지의 감옥을 시찰하고 낭이를 지나다가 현지 지부를 탄핵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3개월 후 낭이 지부는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했죠.
그런데 공문서를 정리하던 중 수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3개월 전, 낭이로 가서 몇 번이고 확인한 끝에…… 당시 우 소경이 탄핵에 사용한 장부와 명부 등 중요한 증거가 위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증거가 확실하니 논할 가치도 없는 사항이지요.
이 오래된 사건을 부정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묻죠. 낭이 지부는 탄핵당해 마땅한 사람 아니었던가요?
오랜 임기 동안 동안 주변 사람들을 속이고 조정의 자금을 탕진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사실이잖아요?
사적으로 지방 법령을 바꿔 새로운 징세를 반복한 일 역시 '논할 가치도 없는' 사실 아닌가요?
억울함을 호소하는 백성을 저지하고 감찰부에게 뇌물을 준 걸로 모자라 민정을 허위로 보고했죠. 그런 일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져왔을지는 생각해본 적 없습니까?
……
우징 소경이 탄핵서에 기재한 열댓 개의 죄목 중 조작된 게 있었나요?
……
모두 사실이었죠.
우 소경이 결백하다면 우리가 여기서 논의할 필요도 없겠지.
낭이 지부 탄핵 사건에 연루된 용의자는 낭이, 도읍, 조사부 관리를 통틀어 열댓 명이나 되었지만 조사 결과에는 허위가 없었고, 이에 조정이 흔들리며 지방이 얼어붙으면서 기풍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지.
그때 백성들이 보낸 감사 편지가 대리사와 숙정원에 잔뜩 쌓여 있다고 들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결국 모두에게 좋은 일 아니었던가요?
그러니까 제 말은, 백성들이 우 소경 덕을 보지 않았냐는 말이에요.
……
태합 어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맞는 말이다.
게다가 린 소경, 내 뜻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말합니다.
난 한 번도 이 사건을 처벌하지 않겠다고 얘기한 적이 없어요.
처벌이라는 건……
대리사는 우징 소경을 호연각에서 제명할 거고, 호부에선 지급했던 퇴직금을 회수할 거예요. 물론 고향에 내려가 누리던 특권도 모두 취소되겠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징 소경의 친척이 관리가 되고자 한다면 조정에서도 더 신중히 평가할 겁니다.
또 회형부, 숙정원, 대리사, 삼법사 관리 모두 이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을 테고요.
우징 소경이 정말 극악무도한 자라면 당신이 말할 필요도 없이 제가 나서서 감옥에 보내기 전에 이 견사칼로 여러 번 내리 쳤을 겁니다.
하지만 우징 소경은 평생을 성실하게 일해 온 좋은 관리예요.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평온한 노년을 보장해줄 수는 없는 겁니까?
비밀을 숨기고, 약간의 처벌만 내린다면…… 그건 세간의 적절한 처벌이 아닙니다. 그럼 악행도 사라지지 않겠죠. 그런데도 '평온한 노년을 보장해줄 수는 없냐고' 하시는 겁니까?
……
태합 어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난……
……같은 생각이신가요?
태합 어사, 전 당신이 옳고 그름이 분명한 분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지금껏 이렇게 일을 질질 끌지 않았기에 군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감찰어사로 승진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번엔 왜 이러시는 거죠?
과찬이다, 린 소경.
솔직히 말해서……
관등과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난 당시 우 소경의 행위를 높이 평가한다.
그 지부는 오랜 시간 악행으로 얼룩져 있었으니까. 물론 저항한 이들도 있었으나 결국엔 조용히 끝났지.
그자들은 아주 치밀하고도 완벽하게 이런 악행을 숨겨왔다.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우 소경이 이런 졸책을 썼을 리가 있겠나?
우 소경은 그 사건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
그 기개와 용기는 내가 전장에서 함께했던 전우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지.
……
……그러니 오늘 일은 자네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태합 어사, 전 당신의 이런 유한 면을 높이 삽니다.
……
저도 우 소경의 인간성은 높이 삽니다.
앞에 있는 저 나무가 보이십니까?
세 사람이 산모퉁이를 돌자 시야가 확 트였다.
태합과 해진이 린 칭옌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희뿌연 안개가 보였다. 그 사이에 곧게 선 마른 소나무가 쌓인 눈에도 숨겨지지 않는 푸른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1년 전, 천사부에서 대리사로 막 왔을 때만 해도 우 소경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였어요.
고향으로 돌아가신다기에 배웅해 드렸는데, 길을 돌아 저를 이 산에 데려와 주셨죠.
오늘 일찍 도착했다 했더니, 이런 이유에서였군요.
저 소나무는 수년 전 우 소경이 심은 거예요.
……
그렇군.
그 당시 우 소경은 아직 혈기왕성한 젊은이였죠. 높은 곳에 올라 멀리 내다봤지만 구름과 안개만 보였어요. 그런데 그 순간, 햇빛이 비치더니 먹구름 사이로 맑은 하늘이 펼쳐졌어요.
아마 우 소경은 자신이 곧 경성의 대리사에서 일하게 될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겠죠.
우 소경은 사람들을 위해 정의를 구현하고 염국 법률의 마지막 관문이 되어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사람이 생기지 않게 할 거라고 맹세했습니다. 그 마음을 담아 소나무 묘목을 심은 것이죠.
역시 우 소경답군.
맞아요. 그 조그만 묘목이 이렇게 굳센 소나무로 자랐으니 선배도 당시 자신이 품었던 포부에 떳떳할 수 있겠죠.
우징 소경은 대리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소경이었습니다. 다양한 사건을 다뤘지만 낭이 지부 사건은 가장 까다로운 사건도 아니었죠.
그가 실수한 건 그때 한 번뿐이지만…… 문제는 하필 그때 실수를 저질렀다는 겁니다.
……
외딴 소나무가 이렇게 자라는 건 정말 드문 일이죠.
누구든 산을 오르다 온갖 풍파에도 꺾이지 않은 채 안개 속에 우뚝 솟아 있는 나무를 본다면 열정이 불타오를 거예요.
린 칭옌 소경, 이 나무를 쓰러뜨린다면 얼마나 많은 등산가의 열정이 사그라들까요?
……
해진 어사, 말속에 가시가 있군.
전 우징 소경 단 한 사람만을 지키기 위해 이 오래된 사건을 묻어두고 싶은 게 아니에요.
칭옌 소경은 대리사 소경이 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 전임 소경의 서류를 조사했고, 그가 사직한 후 다시 소환해 죄를 따졌죠.
그럼 차기 대리사 소경이 취임하면 당신도 조사받게 되지 않을까요?
칭옌 소경은 규정에 따라 서류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알아요. 근데 그게 무슨 차이가 있죠?
태합 어사도 아시잖아요. 아무리 결백한 사람이라도 '조사'를 견뎌내기란 어려운 일이에요. 특히나 관리라면 말이죠.
……
이런 일이 관례가 되어버리면 모든 관리가 불안해할 거예요. 다들 이렇게 앞날을 걱정한다면 제대로 일할 수도 없겠죠.
결국 공정성을 잃는 순간 자신의 약점이 된다는 거예요. 동료든 후임이든 흑심을 품은 사람에게 그걸 들킨다면 바로 감옥에 가게 되겠죠.
그렇게 된다면 누가 적극적으로 일하려고 할까요?
……
칭옌 소경, 삼법사는 천사부가 아니에요. 저희는 더 많은 것들을 비교하고 헤아려야 하죠.
해진 어사, 갑자기 왜 논점을 흐리는 거죠?
대리사 소경으로서 증거를 조작한 사건이 갑자기 왜 '공정성을 잃은' 일이 되어버린 건가요?
……
게다가 전 당신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호오?
소임을 다하지 않고 체면만 세우겠다는 겁니까?
어린 시절 처음 뇌법을 배울 때, 천사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번개를 주관하고 싶다면 먼저 그 위세부터 경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간 스스로를 다치게 할 테니.”
삼법사 중 숙정원은 관리를 감찰하고, 대리사는 형옥을 재심합니다. 모든 관리와 사건의 배후에는 눈과 관문이 필요하죠.
그렇다는 건 저희처럼 감찰을 담당하는 사람의 배후에도 눈과 관문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습니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 수도 없는 법이죠.
그러니 저희가 제일 먼저 감찰해야 할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법률이 모든 염국 백성을 지킬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다들 삼법사에서 일하고 계시니, 이 이치를 알고 계실 겁니다.
설마 법 앞에선 관용을 베풀 수 없다는 건가요?
매정한 건 당신인가요, 염국 법률인가요?!
염률 집행자가 법을 따르지 않는다면 염국 법률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두 사람 모두 진정하도록……
전 이 오래된 사건을 끝까지 추궁할 겁니다. 이건 우징 소경 단 한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
당시 우 소경은 낭이에서 용의주도하고 악독한 지부를 상대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편파적인' 수단을 썼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
저희 역시 같은 결정을 내렸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훗날 저희가 더 애매한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면요? 혹시라도 흑심을 품게 된다면 어쩌실 겁니까?
'편파적인' 수단으로 나쁜 사람을 놓아주고 좋은 사람을 모함하는 게 더 쉽지 않겠습니까?
결국, 악행을 저지르는 게 훨씬 쉽죠.
국가의 법은 삶과 죽음을 결정합니다. 법률을 집행하는 저희에겐 사소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단 말입니다!
……
……
칭옌 소경의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드는군.
율법 앞에 '융통성'이란 없다. 이건 태부께서 알려주신 교훈이지.
우 소경을 향한 존경심에 염국 법률의 정의를 무너뜨린다면…… 공익을 해치게 되겠군. 내가 터무니없는 생각을 했어.
그러고 보니 이제 우 소경이 도착할 때가 되었군.
해진 어사, 할 말이 남았나?
……
이제 와서 무슨 말을 더 하겠어요…… 칭옌 소경이 제기한 사건이니 결정권도 당연히 칭옌 소경에게 있죠.
당신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는 건 인정할게요.
하지만 우징 소경을 탄핵하면 당시 낭이 지부를 탄핵한 것보다 더 큰 파장이 일어나리라는 걸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
칭옌 소경, 이제 결정을 내려주게.
법이란 사람들의 마음과 머리 위에 걸린 번개나 마찬가지입니다.
번개가 쳐야 세상이 환해지게 되죠.
만약 번개가 치지 않는다면 전 더 이상 대리사 소경이 아닐 겁니다.
한낮에 내리치는 번개에 파울비스트가 푸드득 날아가고, 쌓여 있던 눈이 나뭇가지 사이로 떨어졌다. 소나무는 전보다 한층 더 짙어진 초록빛을 뿜으며 여전히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산어귀 멀리서 온 손님이 막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고, 그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들고는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