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
병으로 쓰러진 히비스커스를 발견한 라바는 그녀를 간호하다 잠깐 눈을 붙이게 되지만, 그것은 꿈이었을 뿐, 진짜 아픈 사람은 자신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띠띠띠띠——
띠띠띠띠——
띠띠띠띠——
툭
아…… 시끄러워 죽겠네……
히비스, 빨리 일어나.
......
왜 답이 없지.
늦잠 자는 거 아니지?
......
어젯밤에 나한테 메시지 보내서 진료 가야 하니까 일찍 깨워달라고 했잖아.
난 일어났는데, 언니가 아직 자고 있네. 하암……
에잇, 자라 자. 나 먼저 씻는다.
......
응?
언니 왜 아직도 자?
일어났어?
......
나도 방금 외근 다녀왔어. 이번 임무는 쉽지도 않고 너무 까다로워서, 나 말고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안 됐거든.
아미야가 며칠 휴가를 줘서 나도 온종일 잘 수 있었는데.
언니 깨우는 거 아니었으면 나도 한두 시간은 더 잤을 거야. 하암……
......
아직도 안 깬 거야?
안 일어나면 때린다!
어젯밤에 언니는 의료부의 정예 중 하나니까 절대로 지각할 수 없다고 했잖아. 잡아당겨서라도 깨워달라더니.
그런 말이 처음도 아니지만……
진짜 언니를 이불 밖으로 잡아당기는 건 처음이네.
흥, 나 없으면 어떻게 할래?
……
이래도 안 일어나? 진짜 이불 치운다. 춥다고 뭐라 하지 마.
히비……
히비스, 왜 그래?
손은 왜 이렇게 뜨겁지?!
……
히비스? 언니? 장난치지 마, 멀쩡한 거 아니었어?
어떻게 갑자기……
언니, 언니, 말 좀 해봐!
나 일어났어…… 라바……
흔들지 마……
아, 미, 미안.
괜찮아?
조금 춥고…… 기운이 없네……
열이 났나 봐……
열? 언니도 열이 나?
아, 맞다!
잠깐 기다려. 당장 가서 의사를 불러올게!
무슨 큰일도 아니고…… 라바, 그럴 필요 없어……
아휴…… 너도 참……
10분 후
히비스, 의사 불렀어!
안셀, 빨리 봐줘. 언니는 괜찮아?!
잠깐, 서두르지 마세요. 너무 잡아당기지 좀……
나 참…… 갑자기 날 끌고 와 무슨 일인가 했더니, 언니 때문이었군요.
난…… 괜찮……
환자는 괜찮다는 말을 할 자격이 없는 법이죠.
음……
숙소에 체온계 있죠?
어, 있어!
구급약 상자에……
바로 가져올게!
괜찮아요.
그냥…… 열이 나는 거예요……
음.
체온이 좀 높네요.
기운도 없고요?
네……
구급상자, 여기에 둔 걸로 기억하는데!
요 며칠 음식이나 휴식은 문제없었죠?
건……
건강식.
됐어요. 안 물어본 거로 하죠.
히비스커스 씨랑 폴리닉 씨는 이쪽으론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니.
……
요 며칠 너무 무리했나 보네요.
찾았다!
이따가…… 검사할 때…… 신세 좀 질게요……
그럼 라바가…… 안심할 수 있을 거예요……
알았어요.
여기, 체온계!
구급상자를 통째로 가져와주세요. 그래야 히비스커스한테 기초검사를 다 할 수 있을 테니.
히비스커스 씨의 구급상자에는 이런 설비가 다 있을 거예요.
어!
충분한 데이터가 있으면 히비스커스 씨의 발열이 몸의 방어 시스템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다른 증세에서 나타난 건지 판단할 수 있겠죠.
일단 체온 검사부터…… 자, 입 벌려봐요.
아……
어, 어때?
별거 아니네요. 신체의 자율조정 과정이 좀 격렬할 뿐이에요.
피로가 주요 원인입니다.
한 이틀 푹 쉬면 빨리 회복할 거예요.
음식은 싱겁게 드시고, 소금, 설탕은 조금만. 영양 밸런스를 맞춰서.
언니에게 건강식을 주라는 얘기지?
식당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는데, 직접 만든 게 아닐 거예요.
다른 건 히비스커스 씨가 잘 알 테니 더 말하진 않을게요.
의료부에는 제가 히비스커스 대신 병가를 내줄게요, 팽 씨한테도 말해주고요.
둘 다 외근이나 다른 임무는 없죠?
난 없어.
없어요……
그럼 문제없겠네요.
궁금한 점 없으면 먼저 갈게요. 히비스커스 씨의 간호는 라바 씨에게 맡기죠.
앗……
……
내가 이틀 동안 간호해야 해?
아……
간호 수업은 들은 적이 없는데.
라바…… 훈련 가야 하면…… 갔다 와……
언니는…… 의사는…… 그렇게 약하지 않아……
혼자서도…… 있을 수 있어……
콜록, 콜록콜록……
말하지 마! 목은 안 아파? 물 좀 줄까?
아니야……
그러니까, 음, 아니, 내가 언니를 돌보기 싫다고 말한 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내가 경험이 없어서……
뭔가 잘못하면 언니가 불편하잖아.
그런 거지.
라바……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하자. 일단 아침부터 먹자. 다 먹으면 내가 설거지할게.
입맛이 없어?
아니야……
음……
그럼 세숫대야 좀 갖다줄 테니까 씻을래?
(끄덕)
잠깐만.
(라바의 옷을 잡아당긴다)
아, 무슨 일이야?
(고맙다는 입모양을 한다)
고맙긴 뭘. 언니는 아프고, 난 휴가 중이니까 괜찮은 거야.
앗, 세숫대야를 어디에 뒀더라?
......
하…… 드디어 끝났네……
간호하기 진짜 귀찮네. 하나도 안 쿨해.
남 앞에서 이 일을 하라고 하면 난 거절했을 거야.
……
다 먹었어?
(끄덕)
그럼 눈 뜨지 마.
눈 감고 푹 쉬어.
난 세숫대야 좀 닦고 설거지를 할게. 그다음은…… 모르겠네.
일단 이렇게 하자. 무슨 일이 있으면 이 시계의 알람을 울려, 그러면 내가 소리를 듣고 올게.
말 좀 들어.
(히비스커스의 얼굴을 토닥여 준다)
……
음…… 브러쉬, 세제.
(내가 방금 히비스 얼굴을 토닥인 건가?)
엄마 아빠는 늘 너희를 그리워한단다.
편지 자주 보내렴.
말 좀 들어.
흠……
(아빠, 엄마는 이렇게 우릴 좋아했었는데.)
(지난주에 보낸 편지는 받았나 모르겠네.)
(음…… 히비스도 나한테 이렇게 해줬나?)
건강식으로 먹어야 해.
말 좀 들어.
(윽……)
(언니가 저러는 건 다 나한테 뭔가를 시키려고 그러는 거야.)
(……)
(아까 그 소고기 죽으로 배가 찼나 모르겠네.)
(과일이라도 깎아줄까?)
(아니면 고기를 구울까?)
(정말, 언니 침대 앞에 화로를 가져다 두고 고기 구워 먹고 싶다.)
(그럼 옆에서 약이 올라 죽겠지.)
(……)
(과일이나 깎자……)
과일 좀 깎았어. 먹을래?
쿠울… 쿠울……
잘 자네.
……
잠잘 때는 그렇게 꼴 보기 싫지 않네.
(히비스커스의 얼굴을 꼬집는다)
쿠울……
아직 너무 뜨거워.
언니가 좀 나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도 마음 편하게 장난칠 텐데.
하암…… 정신없이 일했더니 나도 좀 피곤하네……
언니 침대 옆에서 좀 자야지……
……
쿠울 쿠울……
띠띠띠띠——
띠띠띠띠——
띠띠띠띠——
응?!
띠띠띠띠——
툭
시끄러워서 깼어? 미안……
이건 죽 알람이야.
난……
지금 먹을까? 아니면 이따가?
지금 먹자.
내가……
일어나지 마. 어제 지쳐 쓰러졌는데, 오늘 바로 날아다닐 리 없잖아?
누. 워. 있. 어.
으윽……
(히비스가 언제 이렇게 힘이 세졌지?)
하나만 물어볼게. 피스 씨가 너 데리고 특훈 하다 이렇게 된 거야?
피스 선생님의 문제가 아니야.
원래 이번에는 고강도 훈련 일정이었어. 처음 시작할 때는 힘들었지만, 뭐든 처음이 어렵잖아. 나중에는 익숙해지니까 괜찮아.
그렇다고 훈련 끝나고 이렇게 녹초가 되면 안 되지……
난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이렇게 훈련하다 보면 내가 점점 강해지는 느낌이 들어. 오리지늄 아츠의 정확도도 그렇고 다른 분야도 그래.
게다가……
게다가?
이번 특훈 전에 내가 깨달은 바가 있거든. 훈련 강도도 높고 과정도 힘들 테니까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어.
내가 교관님한테 “괜찮아. 우리 언니가 메딕 오퍼레이터야. 초주검이 돼도 숨만 붙어 있으면 언니가 살릴 수 있어.” 라고 말했어.
……
대충 이런 뜻이야. 이해해 주면 돼.
라바.
어?
이번에는 넘어가지만, 다음에 특훈 끝나고 또 이런 상태면, 그땐 진짜 정식으로 인사부에 이의 제기할 거야.
그럴 정도는 아니잖아……
이 훈련으로 네가 얼마나 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네 몸이 상하지는 않을까 걱정돼서 그래.
적어도……
……
미안해……
히비스커스? 언니?
다, 다 큰 어른이 왜 울고 그래……
내가 너 찾았을 때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괜찮잖아……
약간 지치고 찰과상만 조금 있을 뿐이야.
아니야. 이번에는……
네가 어떻게 로도스 아일랜드에 왔는지 기억나?
그건……
길에서 상단의 상인들을 도와 강도를 처치할 때, 감염자라는 걸 들켰어……
상인들에게도 버림받은 후엔…… 그때 누가 내 머리를 내려쳤고, 난 기절했지.
깨어나 보니 로도스 아일랜드에 있더라고.
상처도 다 치료됐어.
외근하는 오퍼레이터가 날 데리고 왔다면서? 작은 상처여서 다행이야, 주위에 그렇게 폐를 끼치지도 않았고.
중상이야……
어?
헤어진 후 평소처럼 어색하게 널 볼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네가 수술대에 누워있었어. 라바, 몸이 불덩이였어……
난 아무 도움도 안 됐어……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수술이 끝난 후 널 간호하는 것뿐이었어. 지금처럼 말이야.
그때 넌 침대에서 내 이름을 계속 불렀어.
뭐? 잠깐, 난 처음 듣는 얘긴데……
그, 그럼 왜 말 안 했어?
네가 또 삐딱하게 말 안 들을까 봐. 어렵게 널 찾았는데 만약 또 가버리면 어떡해?
그래서 네가 의식을 회복하고 입사하기 전까지 난 나설 수 없었어.
아……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진짜야!
우리가 빅토리아 떠날 때, 라바 네가 삐져서 헤어진 거 아니었어?
그, 그건……
어쨌든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면 안 돼. 알았지?
(작게) 알았어……
그래. 착하지.
아, 맞다! 무슨 꿈 꿨어?
괜찮으면 편안하게 꿈 얘기 좀 해줘. 정신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응?
응. 듣고 있어.
내가…… 내가 꿈에서 본 건……
꿈에서 뭘 봤는데?
꿈에서 히비스를 봤어……
내가 왜?
히비스가……
말해봐. 듣고 있어.
(라바의 얼굴을 토닥여 준다)
……응?
빨리 말해. 도대체 꿈에서 뭘 본 거야?
(안 돼. 너무 부끄럽단 말이야! 말 못 해!)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빨리!
안 돼!
아무 꿈도 안 꿨어!
라바, 어떻게 깨어나자마자 또 싸우냐.
아……
우리 자주 싸우잖아. 왜 얼굴이 빨개지고 그래?
또 열이 나나?
아니야!
얌전히 누워있어. 체온 좀 재보자.
체온은 왜?
체온계 가져오지 마. 열 안 나!
환자는 괜찮다는 말을 할 자격이 없는 법이야.
언니는 얼굴 빨개지는 거랑 열나는 것도 구분 못 해?
왜 언니를 보고 얼굴이 빨개지는데?
언니가 꿈에서 말도 못 할 정도로 아팠어. 말하려니까 진짜 창피하단 말이야!
아.
대충…… 그런 꿈이었어……
헤헤, 듣고 보니 너무 기쁜걸.
히비스…… 언니가 평소에……
난 그렇게 쉽게 쓰러지지 않아.
응. 하지만 의외의 사고는 피할 수 없지. 그러니까 앞으로 진짜 라바의 간호가 필요해지는 날이 올지도 몰라.
당연히 라바는 언니가 위급할 때 도와줄 거라 믿어.
평소에는 말도 안 듣고 고집불통에, 생각도 많고 행동도 빠르지만 말이야.
빙빙 돌려서 나한테 잔소리하는 거 아니야?
아니야.
하……
그만해.
먹을 거 있어? 배가 좀 고프네.
어, 있어.
잘 됐다. 웬일로 라바랑 마음이 통했지.
잠깐 기다려. 내가 가져올게.
……
(그때 언니도 있었구나.)
(익숙한 소리를 들었던 것 같아.)
(……)
(요한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히비스가 날 못 봤을 거야……)
(선생님은 라이타니엔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네. 선생님처럼 재능 있는 음악가는 이미 명성이 자자하겠지.)
(편지……)
(엄마, 아빠는 언제쯤 답장을 할까……)
(다들…… 힘들게 사는구나……)
(내가 더 강해질 수 있다면……)
자, 방금 만든 죽이야. 뜨거울 때 먹어.
(킁킁)
아무 냄새도 안 나는 것 같은데, 소고기 죽 아니야?
꿈에서 소고기 죽을 봤나 보네. 이건 최근에 개발한 건강죽이야. 맛있고 건강에도 좋다고!
(건강?!)
잠깐, 설마 언니가 만든 그 건강 가루를 죽에 넣은 거야?!
맞아. 이렇게 하면 영양 성분이 몸에 더 빨리 흡수되거든.
하나만 물어볼게…… 직접 맛은 봤어?
물론이지~
언니는 삼시 세끼를 다 먹는걸. 영양 밸런스가 특히 좋아. 그러니까 언니가 아니라 네가 아픈 거라고.
먹어봐. 건강이 제일 중요해.
싫어. 한 입도 못 먹겠어.
내가 어렵게 개량한 건데… 한 입만 먹어보자 한 입마안~
믿을 수 없어! 저번에도 괜찮아졌다면서 결과는 영……
야!
으윽!!!
어?
……
냄새가 약간 괜찮은 것 같은데?
그렇지~?
음……
?!?
웩,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맛이 왜 이래?
웩, 네가 말한 게 더 맛없게 만드는 거였어??
그래. 그래야 한입에 죽을 다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히비스커스, 두고 보자!
우웩……
기억해. 내가…… 우웩…… 언젠간 끝장을 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