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 함께하길
키치세이는 계략에 휘말려 카지마치를 떠나야만 했다. 떠나기 전, 그녀는 이웃들을 하나씩 찾아가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그녀가 카지마치를 떠나기 전, 계략을 꾸민 조직이 먼저 곤란을 겪게 되었다.
좁은 방 안에 파칭코 기계가 줄지어 가득 놓여 있었다. 방 안쪽에선 버튼을 두드리는 소리와 게임 속 폭발음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새로운 손님인가?
파칭코 기계는 다 켜져 있으니까 동전 넣고 바로 플레이하면 돼. 음료랑 간식은 카운터 앞에 있으니까, 알아서 가져가~
네가 키치세이냐?
어라, 파칭코 하러 온 게 아니야?
여기서 다른 일도 본다고 들었다. 좀 도와주면 좋겠어.
에이, 내가 뭔 다른 일을 본다는 거야? 사람 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
보스가 사르곤에서 새로 들여온 보석이 있는데, 그걸 좀 봐줬으면 해…… 일을 잘 마치면, 이 정도 챙겨주지.
조직원이 손을 내밀어 숫자를 그렸다.
(침을 삼키며) 정말 그만큼……?
그래, 정말이다.
어서 와, 키치세이 양.
우리 야마카와카이는 여기 미츠쿠에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말이야, 시장 개척을 도와줄 현지인이 절실히 필요하거든.
네 네~ 인사치레는 이만하면 됐으니까. 물건은 어디에 있어?
보스가 손짓하자, 곧바로 묵직한 가죽 트렁크가 두 사람 앞에 있는 탁자 위에 올려졌다.
이렇게 많이……?!
전부 내 친구한테서 받은 천연 보석들이야. 크기도 품질도 극동 전체를 통틀어 최고급이라고 할 수 있지.
손에 넣으려고 꽤 많은 돈을 썼는데, 지금은 오히려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가 문제야……
이렇게 진귀한 보석이 짧은 시간 동안 대량으로 시장에 풀리면, 가치가 떨어질 뿐 아니라 눈치 빠른 자들의 이목을 끌 수도 있으니까.
알아보니 키치세이 양은 보석 감정에도 능하고, 미츠쿠에에서 인맥도 넓어서, 좋은 구매자를 찾아 좋은 값에 잘 팔 수 있을 것 같더군.
잠깐, 잠깐! 난 아직 이 일 맡겠다고 한 적 없어.
키치세이는 손이 가는 대로 상자 속에서 붉은 보석 하나를 꺼내 들고선, 천장 조명에 비추며 한참 동안 살펴보았다.
언뜻 보면 좋아 보이긴 하지만, 아쉽게도……
……아쉽다니?
사르곤의 보석은 확실히 품질이 좋지. 하지만 그쪽은 대부분 작은 공방에서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거라, 연간 생산량 자체가 매우 적어.
네가 보여준 이 보석들, 보기엔 종류가 여러 개지만, 가공 방식이 죄다 비슷해.
절단면이 너무 일정하고, 공구도 바꾼 적 없어. 그건 이 물건을 만든 사람이 아직 경험이 부족한 초짜라는 뜻이지.
그리고 이쪽 모서리도, 자국이 너무 새 것이잖아. 아무리 좋게 봐줘도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거나, 최악의 경우엔…… 원석 자체가 천연이 아닐 수도 있어.
그럴 리가 없어……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이 보석들은 경매장 창고에서 하나씩 꺼내 오는 걸 내가 직접 보고 고른 거야.
하아, 아직도 믿기 어렵다면…… 이걸 한번 봐봐.
바르야반다바드 박물관에 이거랑 완전히 똑같이 생긴 사파이어가 있어. 이름은 '찬란한 눈물'이고, 이름처럼 윗부분에 눈물 모양의 금이 박혀 있지.
사르곤의 국보가 정식 경매로 나와서, 우리 같은 사람 손에 들어올 리가 있겠어?
……더 이상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그럼, 내 보석들이…… 전부 가짜라는 거야?
가짜지. 나 말고 다른 누구에게 감정을 맡겨도 가짜라고 할 걸.
……하지만, 이 보석들은 모두 전문가의 인증을 받았어.
뭐……?
이건 어떤 의원님이 나한테 넘긴 거야. 극동의 수집가 중에선 그분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
그거 설마, 토도……
어이쿠, 입 밖으로 내진 마.
내게 넘기기 전에, 그분이 특별히 보석들을 감정 기관에 보냈었거든. 봐, 이거 전부 전문 감정사가 감정한 내역들이야.
조직 보스는 두꺼운 서류철을 탁자 위에 올렸다. 표지엔 각 기관의 로고가 빽빽하게 찍혀 있었다.
(작은 목소리로) *극동 욕설*, 다 건드리기 쉽지 않은 데잖아……
보다시피, 내 보석을 가짜라고 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어. 키치세이 양만 제외하면 말이지.
……이미 더 권위 있는 기관에서 감정받았으면서, 왜 또 굳이 나를 찾은 거야?
처음부터 확실히 말했잖아. 키치세이 양이 좋은 구매자를 좀 찾아주길 바란다고.
내가 좀 알아봤는데, 네 할머니는 미츠쿠에 보석계의 유명 인사였었고, 너는 그 할머니가 하던 일을 이어받았더군.
네가 도와준다면야, 이 물건들을 파는 건 그리 어렵지 않겠지. 보수는 걱정하지 마. 많으면 많았지, 적을 일은 없을 테니까.
하하…… 농담이지? 나는 그저 파칭코 가게 점원일 뿐이야. 그런 대단한 능력이 있을 리가 없잖아?
……아직도 내 물건이 가짜라고 생각해서, 도와주기 싫다는 거군.
무슨 소리야? 난 한 번도 네 보석들이 가짜라고 말한 적 없어!
(손짓한다)
네, 보스. 전부 녹음했습니다.
……함정이었어?!
정직한 거래의 기본 절차일 뿐이지.
키치세이 양, 난 네 능력을 온전히 신뢰해.
그 의원님에게서 이 보석들을 사들이는 데 내 재산 거의 전부를 썼지. 만약 네가 이게 전부 가짜라고 판단한다면, 난 네 감정서를 들고 그 의원님에게 따지러 갈 거야……
하지만 만약 이 보석들에 문제가 없다면…… 물론 나 대신 이 수억짜리 보석들을 전부 팔아 주겠지?
키치세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
오늘은 하루 종일 가게 문을 안 열었어. 입구에 안내문도 안 붙어 있고……
갑자기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긴 거 아닐까? 그 애, 항상 바빴잖아.
하아, 오늘은 저렴한 파칭코를 할 수 없다니 아쉬운걸. 이 가게의 가격에 익숙해지니까, 다른 집은 도저히 못 가겠단 말이지……
키치세이, 돌아온 거야?!
으……
엄청 풀이 죽었네. 무슨 일 있어?
응…… 내가 방심한 탓이야. 진작 알았으면 이런 일에는 절대 안 엮였을 텐데!
상대하면 안 되는 사람과 엮일 줄 누가 알았겠냐고……지금 몇억짜리 가짜 보석을 대신 팔든지, 아니면 몇억을 빚지게 생겼어!
몇, 몇억……?!
내 가게를…… 아니, 나까지 팔아도 어림도 없는 돈이라고!
키치세이는 자기 머리를 때리며 비틀비틀 자기 가게 쪽으로 걸어갔고, 자리엔 놀라 벙찐 사람들만 남았다.
밤이 깊어 갈 무렵, '키치세이' 간판은 당장 꺼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불규칙하게 깜박이고 있었다.
키치세이, 키치세이야…… 넌 어쩜 이렇게 재수가 없니?
보스, 그녀가 집에 돌아왔습니다.
별다른 움직임은 없고?
없습니다…… 쿠션을 껴안고 한참을 울더니, 바닥을 뒹굴다가, 지금은 비디오게임 하는 중입니다.
……누군가와 통화한 적은 없고?
없습니다.
보스, 혹시 사람 잘못 본 거 아닐까요? 집에 게임기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게, 전혀 부자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럴 리가 없어!
예전에 그 녀석 할머니가 가짜 보석을 팔아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데, 설마 그걸 손녀에게 한 푼도 물려주지 않았겠어?
일전에 미리 알아봤을 때도 지금처럼 빈둥거리는 모양새였잖아. 그건 전혀 돈 걱정이 없다는 소리야.
이런 손쉬운 먹잇감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수는 없잖아?
여보세요…… 뭐라고?
……그래, 알겠다.
보스, 정보원 말로는 그녀가 지금 짐을 싸고 있다고 합니다!
흥, 그럴 줄 알았어…… 도망 못 가도록 잘 감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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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키치세이? 무슨 일로 그렇게 큰 가방을 메고 있어?
스즈키 아저씨, 작별 인사를 하러 왔어. 나 아마도…… 한동안 카지마치를 좀 떠나야 할 것 같아.
뭐? 무슨 일이야, 갑자기 왜 떠나는데?
별, 별거 아니야. 그냥…… 그냥 일 때문에 그래. 이제부턴 다른 곳에서 일할 거거든.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급하게…… 키치세이, 혹시 무슨 문제에 휘말린 건 아니지?
무슨 일 있으면 그냥 말해. 우리가 이웃으로 알고 지낸 세월이 얼만데, 도울 수 있으면 무조건 도와줄 테니.
(두리번거리며) 뭐랄까…… 꽤 큰 문제이긴 한데, 이건 온전히 내가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이야. 모두를 곤경에 빠트리고 싶지는 않아.
어쨌든…… 그렇게 됐어.
키치세이…… 나 정말 서운해……
네 할머니께선 생전에 나한테 정말 잘해주셨고, 나도 너를 친동생처럼 여겼어. 그런데 이런 식으로 떠나게 된다니.
그리고 가게는 어떻게 할 건데……?
파칭코 가게는 텟사이 영감 거니까, 가게 볼 사람은 영감이 알아서 잘 찾겠지.
위치가 좋아서, 우리 가게는 2층에 있긴 해도 임대 걱정은 없어. 어쩌면 다음엔 음반 가게나 라면 가게가 들어올지도 모르지……
흑, 키치세이, 그만 말해…… 난 다른 사람이 여기에 새로운 가게를 열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냥 네가 계속 카지마치에 있기를 바랄 뿐이야.
하, 하지만…… 언니, 난 정말 떠나야 해.
아니, 왜 이리 급하게 떠난다는 거야? 내가 사람들한테 연락 돌릴 테니까, 최소한 송별회라도 하고 가지 그래?
(두리번거리며) 아니, 괜찮아! 내일 바로 떠나야 하니까, 굳이 이웃들에게 폐를 끼치진 않을게.
……
키치세이는 오늘 온종일 밖을 돌아다니며, 집집이 찾아가 주민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습니다.
처음부터 제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눈치채서인지, 감정이나 빚에 관한 이야기는 누설하지 않았습니다.
흥, 그 녀석이 별 수작을 부리지 못할 거라는 건 예상했었어.
어쩌면…… 나중에 돈을 빌리려고 밑밥을 까는 걸지도 모르죠.
이 낡은 거리의 노점상들한테 뭐 얼마나 대단한 능력이 있겠어?
이 녀석이 언제까지 감출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
……오늘은 이만 끝내지, 도저히 카드 칠 기분이 아니야.
키치세이 일, 다들 들었지?
그 아이가 이른 아침부터 뛰어와선 작별 인사를 하더라. 가엽게도, 그렇게나 괴로운 표정이라니……
배후에 누가 있는지 찾아봤어?
요 며칠 낯선 얼굴들이 제법 하늘 거리에 보이던데, 계속 키치세이 뒤를 몰래 쫓고 있더라고. 행동거지를 봐선 조직 놈들 같아.
가게 정리할 때, 타카하시랑 와타나베한테 뒤를 밟으라고 했어. 우선 상대 정체부터 알아봐야지.
좋아, 나도 옛친구들에게 연락을 한 번 해봐야겠군.
어이, 손을 쓸 생각이야?
잊었어? 그때 우리, 손 씻고 이 거리에서 조용히 여생을 보내겠다고 텟사이 씨와 약속했잖아.
텟사이 씨는 지금 그 이인자랑 싸우느라 바쁘잖아. 키치세이를 도와주고 싶어도, 그럴 여유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
게다가 우리 집 아이가 억울한 일을 당했잖아. 이래도 가만히 있으면, 나중에 우리가 무슨 낯짝으로 같이 앉아 카드를 치겠어?
……그 말도 맞긴 하네. 십수 년 동안 너무 편하게 지냈나 봐, 젊었을 때의 혈기도 다 사라져 버렸어……
우스갯소리는 그만하고, 이제 움직이자.
근데…… 지금도 여기서 가게 문 열고 있지 않나. 결국 어떻게 해결한 긴데?
아아, 이상한 일이긴 해. 그때 짐을 다 싸고 나서 마지막으로 텟사이 영감한테 작별 인사를 하려고 문을 나서는데, 그 조직원들이 문 앞을 딱 막고 서 있는 거야……
(깊이 허리를 숙이며)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엥?
(계속 허리를 숙인 채로) 키치세이 님, 저희는 당신이 설마 이사자키의 마츠타케카이와 연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하? 그건 또 뭔데?
저희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이제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부디 넓은 아량으로 저희를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이건 저희의 작은 성의입니다. 키치세이 님, 부디 받아주십시오!
(더 깊이 허리를 숙이며)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결국 난 돈은 한 푼도 물지 않았고, 오히려 적잖은 보석 감정비를 받았어…… 헤헤, 대단하지?
억수로 파란만장한 이야기구마…… 누가 니를 도와준 건지, 내 좀 알아봐 줄까?
괜찮아 괜찮아, 이런 일을 그렇게 꼬치꼬치 알아서 뭐 하게~
날 도와준 그 좋은 분이 끝까지 나타나지 않는 건, 나에게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뜻이잖아.
게다가, 어쩌면 그냥 진짜로 내가 운이 좋았던 걸 수도 있지…… 이것 봐, 아까 신사에서 뽑은 오미쿠지인데, 무려 '대길'이라구!
휴…… 뭐 니만 괜찮다면 괜찮은 거 아니겠나.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보내든 괜찮잖아. 난 그냥 여기서 평생 가게를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어!
하아, 니는 딱 보면 진짜 부러운게 많데이, 내한텐 가족이 남겨준 막대한 유산 같은 건 없다 아이가……
나한테 무슨 막대한 유산이 있다고 그래?
할머니께선 늘 “인생은 짧으니까,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라.”라고 말씀하셨어. 돈을 좀 벌 때마다 꼭 날 데리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셨지.
지금 생각해 보니까, 여행 갔다가 돌아올 때쯤에는 늘 밥 먹을 돈조차 없었던 것 같아……
(땀을 닦으며) 하아, 니 성격이 누굴 닮은 건지 이제 알았다. 그나마 니네가 그때 가게를 안 뺐기에 망정이지……
가게를 뺄 리가 없잖아. 여긴 우리 유일한 집이니까, 여길 빼버리면 진짜 살 데도 없어져! 이 정도는 나도 잘 알고 있다고!
앗, 손님 왔다. 파칭코 기계는 다 켜져 있으니까 동전 넣고 바로 플레이하면 돼. 음료랑 간식은 카운터 앞에 있으니까, 알아서 가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