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 룸
아이리스는 약속대로 아이가 꿈의 성에 남긴 보물을 돌려주기로 한다. 그러던 와중 한 가지 수상한 의뢰를 받게 되는데……
흐흥~♪ 여기군요?
그래.
레이먼드 버나드, 이건 그가 37년 전에 맡기고 간 물건이야.
동화책?
으음, 아무래도 어린아이가 직접 쓴 동화인 것 같네요. 미숙한 점이 보여요……
하지만 꽤 인상적인 부분도 있네요.
그래?
어디 어디?
'내 동화를 모두가 보게 되는 그날까지.'
첫 페이지에 이렇게 적혀 있어요.
동화라……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은 숨 막힐 것 같은 냄새뿐인걸. 물론 오는 길에 그 버릇없는 건달들이랑 마주치긴 했지만.
아름다운 어린 시절의 환상과 비참한 현실이라.
저희 임무는 늘 이런 식이네요.
밖에 너네, 들어와.
말했잖아, 돈 없다고!! 진짜야!
미안…… 안 갚겠다는 게 아니라……
정말 곧! 조금만 있으면 진짜 돈이 생겨! 정말이야!
(작은 목소리로) 윽…… 이 시간에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작은 목소리로) 할머니가 착각한 건가?
(글쎄요, 확실히 이런 일은 잘 없었는데요.)
(어쩌면 할머니께서 무슨 다른 생각이 있으신 걸지도 몰라요.)
(작은 목소리로) 왜 그렇게 생각해?
(이건 동화니까요.)
(요정은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사람의 곁에 나타나는 법이잖아요.)
저는 아이리스. 꿈의 성의 주인이며, 요람의 파수꾼이랍니다.
약속에 따라, 당신이 과거 꿈의 성에 맡기고 간 물건을 돌려주러 왔습니다.
아 판매원이었나…… 미안, 지금은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네.
그건 그렇고 아가씨들, 그쪽 사장님은 이런 외진 곳까지 물건을 팔라고 보낸 거야?
정말이지, 왜 남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는 거죠?
이 맡겨진 동화책은, 당신이 과거에 꿈의 성과 했던 약속이에요.
……꿈의 성? 미안, 들어본 적 없는 브랜드라.
너희…… 이건 대체 어디서 가져온 거야?
이건 말도 안 돼!
뭘 놀라고 있어! 꿈의 성은 당연히, 동화에 나오는 꿈의 성이지.
아이리스는 꿈의 성의 후계자야.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 주는 요정이지.
짜잔! 동화는 실제로 존재하는 거였답니다!
약속대로 전달해 드렸으니……
저희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어릴 때 자신이 쓴 동화를 자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랄게요.
요정님…… 이라고? 기다려!
잠깐만!
무슨 짓이야?!
미, 미안…… 다른 게 아니라……
너희가 진짜 요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 엄청 요정 같아, 진짜로!
너희 옷도 그렇고…… 너희가 하는 말까지…… 전부 말이야.
실례되는 말이네요.
저희는 말을 지어내는 사기꾼이 아니랍니다.
벌을 줄까?
그게 아니라, 잠깐, 잠깐만 내 사정을 좀 들어 줘.
오늘은…… 어떤 한 아이의 생일이거든, 고아원에 있는 아이야.
그래서…… 혹시 너희 요정인 척하고 나와 함께 그 아이랑 같이 생일을 축하해 줬으면 하는데, 어떻게 안 될까?
그 아이에게…… 동화 같은 좋은 추억 하나를 남겨 주고 싶어.
이게…… 그 아이의 소원이거든.
한 아이의 소원이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저, 정말이야, 거짓말 아니야!
모든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
확실히 그건 요정의 의무가 맞네요.
저기…… 일단 미리 말해두는 건데, 그 아이는…… 조금 다른 아이들과 달라.
다르다기보단, 착한 아이긴 한데, 그……
아무튼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아이한테 화는 내지 말아 줘!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데, 그 아이의 환상은 절대 깨뜨리지 말아 줘, 부탁이야!
그 아이의 이름은 뭐죠? 나이는요?
줄리언.
올해로…… 일곱 살, 아니…… 여덟 살인가?
아이의 나이도 모르시는 건가요?
하하……
여덟 살…… 여덟 살이야.
(작은 목소리로) 이 사람 왠지 이상한데, 진짜 가 볼 생각이야?
(작은 목소리로) 물론 넌 내가 지켜 줄 거지만.
(어른이든 아이든, 요정에게 거짓말은 통하지 않아요.)
(저 사람이 진실만을 이야기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전 그 아이가 신경 쓰여요.)
줄리언.
어디 숨었니?
아이가 계속 우릴 몰래 지켜보는데, 신경 쓰이는 거라도 있는 걸까?
그건 아마…… 어쩌면 당신이 계속 가위를 들고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몰라요.
흥, 항상 저런 어른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어쩔 수 없어.
……
조심해!
……
아이를 놀래키면 어떡해요, 베나.
그냥 아이일 뿐이에요.
……
넌…… 파란색이네, 예쁘다.
보라색은…… 위험한데……
(작은 목소리로) 야!
(이래서 레이먼드 씨가 8살이라고 했던 거군요.)
(영원히 같은 시간에 머물러 있는…… 아이네요.)
안녕하세요, 줄리언.
전 아이리스라고 해요, 파란색이기도 하죠.
마치 재앙이 없는 푸른 하늘과도 같답니다.
아이리스…… 푸른 하늘.
저분은 베나라고 해요, 보라색이죠. 독이 있는 등나무예요.
하지만 그 독은 나쁜 사람에게만 통하는 독이랍니다.
후후.
(작은 목소리로) 이…… 이쪽은 쳐다보지 마!
악당……
아저씨는 악당이 아니야.
(일부러 저흴 피하고 있네요, 특히 레이먼드 씨를 더 피하고 있어요)
(줄리언은 자신이 악당이라고 여기는 걸까요?)
줄리언, 악당은 동화에 나오는 요정을 볼 수 없어요.
그리고 아저씨께서, 오늘이 줄리언의 생일이라고 알려 주셨지요.
……생일.
그래, 네 생일이야!
응, 생일!
오늘은 내 생일이야! 아저씨.
그래서 동화에 나오는 요정님들이, 오늘 줄리언의 생일을 축하해 주려고 오신 거야.
동화 속…… 요정님, 새로운 친구야?
……
그게…… 응, 맞아!
안녕……
줄리언, 다치게 할 거야…… 위험해.
만나면 안 돼.
……
앗, 줄리언!
도망쳤네.
저 아이한테 겁이라도 준 건 아니지?
겁을 준 건 제가 아니에요.
(그것보다 이 고아원에는 왜 다른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걸까?)
(왜 이 두 사람밖에 없는 걸까?)
줄리언, 착하지.
문 좀 열어봐, 착하지?
일단은 혼자 있게 두죠.
이러면 오히려 아이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 뿐이에요.
미안…… 아마 낯선 사람은 오랜만에 봐서 그런 걸 거야.
평소엔 이렇지 않아…… 정말 착한 아이인데……
동화 속에 나오는 요정과 함께 생일을 보내는 것.
레이먼드, 이게 정말 줄리언의 소원이 맞나요?
……
게다가 그 아이는 계속해서 당신을 피하고 있던데요.
일부러 거리를 둘 뿐만 아니라, 아예 닿기를 바라지 않는 것 같았어요.
아이는 당신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아니야!
아니라고!
(싹둑싹둑)
아, 미안…… 내 말은……
줄리언이 조금……
기분이 좋지 않을 뿐이야.
나도 꽤 오랜만에 아이를 보러온 거라서……
(이걸로 확신했어요.)
(동화 속의 요정을 바란 건 레이먼드 씨지, 줄리언이 아니에요.)
거짓말을 하면 나쁜 사람이랍니다. 심지어는 동화 세계에서 쫓겨날 수도 있어요.
거짓말은 안 했어!
이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끝내고 싶지 않으시다면……
……
이곳에 있는 건 당신과 저 아이 둘 뿐인가요? 다른 아이들은 어디에 있죠?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하아……
꼭 그렇게 알아야겠다면 대답해 줄게.
몇 년 전에, 난 잠시 마음이 약해진 나머지 한 아이를 맡게 됐었어.
그러다 결국…… 아이들은 하나둘씩 점점 늘어났고, 어쩌다 보니 이곳은 고아원이 되었지.
하지만…… 가업이 점점 여의치 않다보니 이젠 이런 꼴이 된 거야.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대부분 떠났지만, 줄리언만이 이곳에 남은 유일한 아이가 되었지.
그 녀석이 어떤 모습인지는 너희도 봐서 알잖아.
아, 그러고 보니 케이크가 올 시간이 됐네.
조금만 더 있어 줘, 생일만 같이 보내면 끝이니까. 이렇게 부탁할게!
지금까지 정말 요정처럼 잘해 주고 있어, 추가로 돈이라도 더 주고 싶을 정도야! 진짜 고마워!
정말 너무하네.
우리가 대충 돈만 주면 찾아오는 빅토리아 b급 배우라도 되는 줄 알아?
잘 짜인 이야기는 그렇게 좋아하면서,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동화에는 다들 별로 관심이 없나 봐?
잘 짜여진 이야기는 어느 정도 현실의 요소를 담고 있으니까요. 그건 마치 비상구 표시처럼 사람을 들뜨게 하고, 마치 구원을 받았다고 느끼게 하곤 해요.
하지만 동화는 제멋대로예요. 너무 제멋대로라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 속의 구원을 얻어야 할지조차 알 수가 없죠.
그래서 어른은 동화를 믿지 않아요. 그들에게 필요한 건 언제 어디서나 부를 수 있는 확실한 내 편이니까요.
반면 아이들은 동화를 믿죠. 왜냐하면 동화는 자신이 힘겨운 상황 속에서 홀로 있더라도, 늘 함께할 친구가 되어 주니까요.
……
그건 그렇고, 혹시 눈치채셨나요?
요정이 존재하길 바라고 있는 건 오히려 레이먼드 씨 쪽이에요.
그 사람이? 이제 동화를 믿지도 않으면서.
그분이 동화를 믿는 것과는 관계없이, '요정'은 언제나 기적을 가져다주니까요.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줄리언의 믿음이에요. 줄리언이 오늘 완벽한 생일을 보내게 된다면……
아마 그도 받아들일 수 있겠죠.
왠지 이용당하는 느낌인데, 우리 말이야.
내가 그 사람을 뒤쫓아 볼게.
섣불리 움직이시면 안 돼요, 조심하세요, 베나.
그럼 아이리스는 뭐 할 거야?
전 이 주변을 둘러볼게요. 동화 같은 꿈의 광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만져도 보고, 알아도 보고, 이해할 필요도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저 아이를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만약 레이먼드 씨가 진심으로 못된 짓을 꾸미고 있는 거라면……
그땐 내가 벌을 줄게.
싹둑싹둑!
……
너흰 정말 조금도 못 기다리는구나.
하루라도 빨리 부자가 되고 싶어서 그래. 이건 완전 대박 기회잖아.
이제 꺼내봐, 이번엔 어떤 물건을 가져왔지?
……
잠깐 기다려.
이번엔 이게 전부야.
오호!
조용히 해!
왜? 아직도 그 바보한테 들킬까 봐 무서운 거야?
들키면 뭐 어때, 죽이면 그만이지.
……
그래서 내 돈은?
자.
……
정말이지……
나쁜 자식들이네.
누구냐?!
아무래도 이곳에 많은 아이들이 있었던 건 사실인 모양이네요.
거의 대부분의 방이 아이들 침실로 꾸며져 있는 데다, 아이들이 쓰는 물건도 잔뜩 있죠.
그런데 참 이상하네요…… 왜 줄리언의 방만 다른 아이들의 방과 멀리 떨어져 있는 걸까요.
심지어 같은 층에 있지도 않고요.
하지만 레이먼드 씨의 방과는 상당히 가까워요.
어머?
이건 아이들의 단체 사진인가?
하나…… 둘……
총 13명이네요.
줄리언은 위에 있으려나요?
흠~♪ 왜 우리는 항상 길 위를 걷고, 도시를 떠나, 마을을 건너야 하는 걸까~♪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네, 그 누구도 바라보지 않네, 양치기는 짐승을 황야에 두고 떠났다네~♪
울지 마, 슬퍼하지 마……
오드리는 이쪽에 앉고.
피위, 넌 그 옆에 앉아.
녹슨 은색 찻주전자, 색이 바랜 나무 블록……
생명이 깃들지 않은 물체들은 줄리언에 의해 하나씩 이름이 붙여졌다.
줄리언의 몽롱한 의식 속에서는 그들이 바로 친구였던 것이다.
안녕하세요, 줄리언.
앗!
어라, 왜 그러세요?
어지럽혀졌어! 어지럽혀졌어!
어지럽히면 안 돼!
숟가락, 칼……
포크, 포크……
아, 정말 미안해요.
자, 이제 깔끔하게 정리된 거 맞죠?
응…… 어지럽히면 안 돼……
제가 누군지 기억하시겠어요?
응, 파란색.
재앙이 없는 파란색 친구야.
맞아요, 재앙이 없는 파란 하늘이에요.
제게 이 귀여운 친구들을 소개해 줄 수 있나요?
……줄리언은 건드리면 안 돼.
……
정말, 이런 식으로 요정님을 대하는 건 상당히 버릇없는 행동이랍니다?
이렇게 된 이상……
앗……
불아 등불아 이끌어줘~♪
작은 다과회에 오렴~♪
'아이'의 눈꺼풀이 마치 서서히 막을 올리는 무대처럼 크게 들어 올려졌고, 눈동자도 천천히 커졌다.
동화 속 숲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이 커튼을 스쳤고,
촛대 위의 불꽃 역시 환하게 피어오르더니, 마치 바람과 춤을 추듯 하늘하늘 흔들리기 시작했다.
파수꾼이 노래하고~♪
춤추는 가위를 들고 짤랑짤랑~♪
설렘.
두근거림.
이것은 아이에게 선사하는 마법이다.
……
엄청 예뻐, 멋져!
모든 아이가 요정님의 마법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
그러니, 이 마법을 본 당신은 분명 특별한 존재인 거예요.
요정님, 새로운 친구……
요정은 당연히 친구죠.
줄리언은 친구를 다치게 해, 무서워.
요정은 그 누구도 다치게 할 수 없는 친구예요.
언제나 당신 곁에 있는 친구이기도 하고요.
응?
사람은 거짓말을 하면 글룸핀서로 변한답니다.
……
오드리, 수다쟁이야.
피위, 자주 같이 노는 친구야.
로니, 매일 화를 내고, 목소리가 커.
(뚜껑이 없는 찻주전자는 말이 많은 오드리.)
(색바랜 나무 블록은 자주 같이 노는 피위.)
(보석이 박힌 목걸이는 화가 많은 로니.)
(아마 친구들이 남기고 간 물건들이겠지.)
줄리언,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거짓말쟁이는 글룸핀서가 되니까, 솔직하게 말해줘야 해요.
……
응, 거짓말하면 글룸핀서가 되니까!
그럼……
레이먼드 아저씨는 어떤 사람이에요?
……아저씨는 계속 줄리언을 돌봐줬어. 모두를 돌봐줬어.
그런데 왜 계속 아저씨를 피하나요?
아저씨, 사라질 거니까.
난…… 나쁜 아이, 아저씨를 다치게 해.
당신의 친구, 다른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건가요?
……
친구, 친구들이 전부 사라졌어.
……
줄리언이 친구들을 다치게 한 거야! 그래서 사라진 거야!
전부 사라졌어!
싹둑싹둑
나쁜 아이를 잡았어!
나쁜 아이! 줄리언, 나쁜 아이야!
그녀가 말한 나쁜 아이는 줄리언이 아니에요.
줄리언은 나쁜 아이야!
베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내가 몰래 따라가 봤는데, 맛있는 생일 케이크 같은 건 없었어.
오히려 그 녀석이 돈 되는 물건들을 몰래 바보들한테 팔아치우고 있는 모습을 봤지.
잠깐! 내 얘기 좀 들어봐!
이번이 처음일 리가 없어, 맞지?
다른 아이들은 어디에 있어? 설마 네가 그 아이들을 전부 팔아넘긴 건 아니겠지?
아저씨……
줄리언?!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소곤소곤) 어디 조용한 곳에서 얘기하면 안 될까?
(소곤소곤) 적어도 줄리언이 없는 곳에서 이야기하자.
후후~ 그건 안 돼.
보라색은…… 악당.
줄리언!
아얏!
오리지늄 아츠? 아츠 유닛 같은 건 없었던 거 같은데?
줄리언! 안 돼!!
조심해!
베나, 방금 레이먼드 씨가 물건을 팔고 있었다고 했죠?
응.
줄리언, 잠깐만요!
이거 놔, 아저씨 괴롭히지 마!
안 때려!
진정하세요, 베나!
정말, 말 안 듣는 아이들뿐이네요.
이리 오세요, 레이먼드 씨.
하아.
그 사람들은 당신의 동료인가요?
(작은 목소리로) 아니야!
악당!
싹둑싹둑
줄리언, 요정님의 말을 잘 들어야죠.
우리 다 같이 줄리언의 친구를 찾으러 가요.
친구!
(작은 목소리로) 여기에 다른 아이들도 있다고? 어디에?
(흥, 그 아이들이라면 이미 당신이 팔아넘겼잖아요.)
(어쩌면 당신이 매번 파는 물건들 속에 섞여 있었을지도 모르죠.)
(작은 목소리로) 그럴 리가? 내가 판 건……
(친구를 그리워하고 바라는 줄리언의 마음……)
(줄리언은 그 마음을 모두 친구와 관련된 물건에 쏟고 있었어요.)
(작은 목소리로) 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어떻습니까?
흐음…… 안타깝지만 그 아이는 이미 감염됐습니다.
어, 어째서? 분명 다른 아이들은 괜찮았는데……
감염 정도는? 심각한 건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선생님 걱정부터 하셔야 해요.
만약…… 이곳에 감염자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위험해질 겁니다.
……
아저씨, 외출? 외출이야!
나, 정리할게, 짐도 챙길게.
……
잘 따라와, 줄리언.
앞으로 넌 이 층에서만 지내는 거야. 이건 아저씨가…… 줄리언을 더 잘 보살펴 주기 위해서야.
그렇지만……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는, 아저씨한테 꼭 얘기해야 해.
앞으로 놀고 싶으면 아저씨가 같이 놀아 줄게.
그렇지만……
'그렇지만'이 아니야!
피…… 아저씨, 피 나……
줄리언 때문에, 줄리언 잘못이야.
미안해…… 줄리언은, 나쁜 아이야.
정말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던 건가요?
그 아이는 친구가 안 보이면 속상해하고 마음이 초조해지는 거예요.
난…… 무슨 물건이라도 잃어버려서 그런 줄 알았는데……
난 줄리언이 그냥 심심해서, 물건들이랑 혼잣말하면서 노는 건 줄 알았어……
물건이 아니에요, 친구죠.
당신이 줄리언의 곁에서 모두를 떠나보내고, 마지막으로 줄리언에게 남은 소중한 친구들이라고요.
……
……이제 됐어!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귀족인 내가 지금 이런 꼴로…… 하……
아마 내가 아니었으면 그 누구도 줄리언을 데려오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나도 이제 정말 돈이 없어…… 이렇게 하루하루를 값어치 있는 물건이나 팔아가며 보낼 수밖에 없다고.
레이먼드 씨……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내가 어떻게 했어야 하는 건데!
난 광석병 같은 건 잘 몰라…… 단지 다른 아이들도 광석병에 감염될까 봐 두려웠을 뿐이야……
하지만 난…… 그래도 줄리언을 포기할 순 없었어.
난……
친구가…… 다쳐……
가까이 가면 친구가 다칠 거야……
아저씨는 착한 사람이야.
……
미안…… 나도 너희가 좋은 마음으로 이런다는 건 잘 알고 있어.
너흰 정말 프로구나.
하지만 가짜는 결국 가짜에 불과해.
가짜……
친구…… 찾을 수 없어?
……
요정인 척은 이제 여기서 됐어. 물건 팔아서 받은 돈이긴 하지만 가져가 줘.
만약 너희마저 감염되면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없으니까, 어서 가.
요정님…… 파란색, 가짜야?
미안하다 줄리언, 널 속여선 안 됐는데.
난……
줄리언! 돌아와!
줄리언!
어디 가는 거야?!
떠나야 해…… 줄리언은 떠나야 해.
그러면…… 오드리, 피위…… 돌아올 거야.
줄리언은 떠나야 해.
오지, 마!
잠깐만요, 줄리언!
파란색, 재앙이 없는 색깔.
식당, 동화, 좋아해.
고마워.
줄리언, 참을 수가 없어.
위험한 보라색, 위험해.
정말 어쩔 수 없네요.
말 안 듣는 아이에게는 따끔한 교육이 필요한 법이겠죠!
(베나, 레이먼드 씨를 데려오세요!)
어두워! 줄리언, 어디에 있는 거야?
여긴 어디야?
안심하세요, 제가 당신 곁에 있으니까요.
파란색이에요.
……
지금 당신의 손을 잡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은 상처를 입었나요?
손…… 파란색…… 하지만 파란색 같지 않아.
대답해 주세요, 상처를 입었나요?
아니…… 따뜻해……
엄청 꽉 잡고 있어…… 줄리언 느껴져, 두근거리고 있어.
엄청 빠르게 뛰고 있어.
그렇다면 이제 눈을 떠 보세요.
……
……
당신을 붙잡고 있었던 건 당신의 아저씨, 레이먼드 씨예요.
이제 알겠어요? 당신은 그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아요.
크흠……
조금…… 쑥스럽네.
줄리언은 보라색이 아니에요.
당신도 파란색이에요, 그게 뭔지 기억하죠?
응, 재앙 없는 하늘.
가장 맑고 깨끗한 하늘이죠.
하지만…… 줄리언의 친구는……
줄리언이 제게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 기억하세요?
그건 줄리언이 요정님과 한 약속이에요.
한번 약속한 건 되돌릴 수 없어요.
……
그리고 당신 말이에요.
나?
당신은 분명, 아이들을 위해 동화 속의 과자집을 직접 지어 주었죠.
조금씩 녹고 무너져 내렸지만, 당신은 끝까지 그 집을 떠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당신은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잊어버린 것 같네요.
내가…… 내가 뭘 잊어버린 거지?
하아…… 정말 고집불통에 아무것도 모르는 게 참 어른답네요.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꿈의 성으로 향하는 길에 어른이 없었던 이유가 이제야 이해되네요.
과거에 꿈의 성에 맡겼던 그 물건은 가지고 계신가요?
어? 어어어.
아이들이 집안으로 숨었지만, 사나운 짐승은 단번에 지붕을 날려버렸어요.
놀란 아이들이 황급히 빠져나왔지만, 짐승은 한 번의 가벼운 부딪힘으로 아이들의 마지막 보금자리를 가볍게 무너뜨렸어요.
그렇게 갈 곳이 없어진 아이들은 빵 부스러기를 따라 숲속의 과자집을 발견했어요.
그렇게 당신은 아이들을 위해 마치 견고한 성벽과도 같은 과자집을 지어주었죠.
원래 이 동화는 이렇게 결말을 맺었던 걸로 기억해요.
……
맞아.
하지만 성을 가진 걸로 뭘 할 수 있다는 거죠?
사악한 마녀가 성안에 있었다면? 그녀는 성안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둘씩 잡아먹기 시작했을 거예요.
만약 잔혹한 왕이 성안에 있었다면? 그는 성안에 모두를 노예로 만들어 버릴 테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앞으로 성안에서 벌어질 일을 말하는 건가……
……
첫 페이지에 뭐라고 썼는지 기억하세요?
'내 동화를 모두가 보게 되는 그날까지.'
그래요, 동화.
모든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작은 성에서 아름답고 희망찬 동화 이야기들을 만들어 나가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성을, 그 아이들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거예요.
제 말이 틀린가요?
하지만 내가 아이들에게 알려준 건 두려움뿐이었네.
내가 쓴 동화라니…… 그런 건 진작에 다 잊어 버렸다고.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동화를 믿죠.
?!
그렇지 않다면, 저와 베나가 어떻게 이곳에 나타날 수 있었겠어요?
물론 이건 당신만을 위한 건 아니에요.
줄리언을 위한 것이기도 하죠.
파란색…… 아이리스, 파란색은 아이리스라고 하는구나.
아이리스 요정님, 그렇지?
정말, 정말로 요정님이야?
맞아요.
'그럼 나는 어디에 있는 거야?'
숲에서 깨어난 줄리언은 숲속에 남겨진 흔적을 따라 꿈의 성으로 향하는 길을 발견했어요.
줄리언은 걷고 또 걷다 뚜껑이 없는 찻주전자와 만났어요.
그것은 수다쟁이 오드리였죠.
'줄리언, 줄리언! 내가 어제 숲에서 한 맹글러비스트가 꿀을 땅에 묻는 걸 봤는데.'
'있지 있지, 그다음에는 말이야!'
'그 맹글러비스트가 계속 빙빙 돌면서 그 꿀이 땅에서 자라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거 있지, 하하하하!'
줄리언과 오드리는 걷고 또 걷다,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발견했어요.
그것은 화가 많은 로니었답니다.
'흥, 날 이렇게 기다리게 하다니.'
'줄리언 너 바보 아니야? 그걸 믿니? 꿀을 땅에 묻는 맹글러비스트가 어딨어.'
줄리언과 오드리, 그리고 로니는 걷고 또 걸어, 색이 바랜 나무 블록과 만났어요.
그것은 줄리언의 최고의 놀이 친구인 피위였어요.
'빨리빨리!'
'꿈의 성은 이 앞에 있어!'
줄리언과 오드리, 로니 그리고 피위는 걷고 또 걸었어요.
이윽고 눈앞의 숲은 아이들에게 하나의 길을 열어주었어요.
그곳엔 꿈의 성이 있었고, 천천히 성의 대문이 열리더니.
파란색 옷을 두른 한 요정이 우아하게 네 사람의 앞에 나타났어요.
'꿈의 성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아이리스. 꿈의 성의 주인이며, 요람의 파수꾼이랍니다.'
할머니께 말씀드렸어요. 줄리언은 꿈의 성에서 머물게 될 거예요.
그 아이는 꿈의 성을 방문하는 아이들을 맞이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할 거예요.
고마워, 내가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감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건 그 아이에게 마땅히 주어져야 할 동화의 결말이니까요.
그래.
땅이랑 다른 남은 것들은 전부 팔아서 처분했어. 이제 난 시내의 다른 장소에서 다시 일을 시작해 볼 생각이야.
물론 고아원은 계속해서 운영할 생각이고.
난 모든 아이들에게 내 동화를 들려줄 거야.
꿈의 성에 있는 물건은, 한번 돌려주고 나면 시간의 마법이 해제돼.
이제 그 동화책은 앞으로 네가 잘 보관해 봐.
알았어, 내가 잘 간직할게.
줄리언과 다른 아이들도 분명 레이먼드 씨가 자신들을 위해 쓴 동화를 들려줄 그날을 기대하고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