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독주곡

독주곡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힐록 카운티에서 런디니움까지 혼은 고통과 증오에 시달리면서도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데……

등장 오퍼레이터:


(비망록 첫 페이지)

트라이앵글, 스네어, 베이스, 만돌린, 첼로, 오보에.

난 잊지 않을 거다.

3월 20일

다시 한번 더블린과 교전한 끝에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빼앗아 올 수 있었다. 이 노트와 펜도 포함해서 말이다. 이제서야 생각을 좀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만드라고라는 전력으로 싸우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다친 시민들을 구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미치광이는 뜻밖에도 자제하고 있었다. 혹은 그녀도 더블린은 런디니움 소용돌이를 이루는 물줄기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그 소용돌이의 전모는 나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심지어 두려움조차 느껴질 정도다.


더블린 병사A

……만드라고라 님이 정말 그렇게 말했다고?

더블린 병사B

맞아, 명령이야.

더블린 병사A

그분마저 귀족을 찾아가다니! 내가 그분을 따른 건 그 기고만장한 귀족 나리들이 꼴 보기 싫어서였다고!

더블린 병사A

게다가 살카즈에게 무례하게 굴지 말라고 경고까지 하더라니까? 그 마족들이랑 손이라도 잡으려는 건가? 대체 무슨 웃기지도 않는 짓이야?

더블린 병사B

만드라고라 님이 여기 있었다면 넌 이미 돌기둥에 꿰뚫렸을걸. 함부로 말하지 마. 장관님만의 생각이 있으시겠지.

더블린 병사B

……아니면 리더께서 생각이 있으신 걸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렇다면 더더욱 함부로 말해서는 안 돼.

더블린 병사A

거기 빅토리아 놈, 이리 와.

더블린 병사A

네 수갑을 풀어주라는 명령이다. 가서 바람이나 좀 쐬고 오던지.

……이건 또 뭐 하는 짓이지? 뒤에서 석궁을 겨눈 채, 내가 도망 다니는 걸 보며 우롱할 셈인가?

해볼 테면 해봐라, 결국 후회하게 될 테니…… 후회할 목숨이 남아있다면 말이야.

더블린 병사A

하, 들었냐. 여전히 말버릇이 사나운 녀석이야. 오만한 건 다른 빅토리아 놈들과 마찬가지군!

더블린 병사A

그래도 전부 틀린 말은 아니야, 도망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네 발이 화살보다 빠른지부터 확인해 봐야겠지.

더블린 병사B

됐다, 빅토리아 녀석. 만드라고라 님의 명령이다. 런디니움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자유롭게 움직일 시간을 허락하셨으니 감사히 여기는 게 좋을 거야.

더블린 병사B

너희 도시의 성벽이 보이나? 여기서는 아직까지도 높고, 견고하고, 무너질 리가 없어 보이겠지?

더블린 병사B

많이 봐 둬라. 그리고 이 장대한 환상들을 기억해 둬라. 도시 안으로 들어가면 그 환상들이 그리워질 테니까.

……당신들, 런디니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는 건가?

더블린 병사B

며칠 뒤면 직접 확인하게 될 거다.

더블린 병사B

하지만 런디니움이 지금 어떤 상태든, 곧 죽을 운명인 네놈과는 상관없겠지.

도망친 런디니움 시민

저, 저기요.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 얼마나 더 걸릴까요?

더블린 병사A

마을? 하, 도망이라도 친 건가?

더블린 병사A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도망쳐 나온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근처에 받아줄 마을이 어디있다고……

더블린 병사B

닥쳐.

더블린 병사B

……부인, 우리는 멀리서 온 군대라 이곳에 대해 잘 몰라.

도망친 런디니움 시민

실례했습니다……

잠시만요. 당신, 런디니움에서 도망친 건가요?

런디니움은…… 지금 어떻게 되었습니까?

도망친 런디니움 시민

아, 아직 모르는 건가요?

도망친 런디니움 시민

살카즈가 움직였어요. 런디니움은 이미 그들의 손아귀에 떨어졌죠.

그럼……

도망친 런디니움 시민

……도시 방어군이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내부에서부터 무너졌다고 들었어요. 빅토리아의 시민을 지키려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

(내가 뭘 물어볼지 어떻게 안 거지? 게다가 더블린 병사들은 어째서 이 빅토리아 사람에게 평소와 다르게 친절한 거고? )

도망친 런디니움 시민

하지만 사실 저도 런디니움을 떠난 지 오래라,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럼 런디니움 외곽은요? 그쪽에 얼마나 많은 귀족 세력이 모여 있을지 짐작 가는 부분이라도 있나요?

도망친 런디니움 시민

그건 저 같은 평범한 시민이 알만한 일이 아니죠.

도망친 런디니움 시민

……심지어 그 유명한 '화이트 울프' 백작님이 근처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걸요. 제 부모님을 구해주셔서 오랫동안 존경해 온 분이거든요.

……그 사람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이미 오랜 시간동안 그의 이름을 듣지 못했습니다.

(절 아시는군요. )

도망친 런디니움 시민

(고개를 끄덕인다.)

도망친 런디니움 시민

제 생각에 그분은 이미 몇몇 귀족과 협력하고 있다 생각됩니다. 이 분쟁에서의 입장을 표명한 거죠.

……제가 보기에 '화이트 울프'는 다른 귀족과 손을 잡을 것 같지는 않아요. 왕좌보다는 자신의 고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니까요.

도망친 런디니움 시민

그렇군요……

더블린 병사B

미안하지만 정보 교환은 여기까지다.

더블린 병사B

런디니움에서 본 그 오합지졸과는 달리, 우리는 규율이 있는 군대야, 부인.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어서 길을 재촉해 이곳을 떠나도록.

도망친 런디니움 시민

아, 죄송합니다. 바로 떠나겠습니다.

도망친 런디니움 시민

참, 여러분은 런디니움에 들어가시는 거죠? 악수 한 번 해주실 수 있나요?

……

도망친 런디니움 시민

(제 개인적인 희망이랍니다. )

도망친 런디니움 시민

……런디니움에 돌아가신 뒤에 기회가 된다면 저희 가족에게 안부라도 전해주세요. 제가 도망칠 때 다들 남기로 했거든요.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도망친 런디니움 시민

저희 집은 부두에 있어요. 만약 제 딸을 만나게 되신다면 분명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네. 최선을 다할게요.

(만약 내 생각이 맞는다면 그녀는 아마…… 모닝 백작의 전달자일 거야. )

만드라고라

병사, 내가 왜 널 '문안'하러 온 건지는 알고 있겠지?

만드라고라

아직도 귀족 신분으로 발언권을 얻고, 개인의 의사표명으로 타인의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줄 아나봐. 정말 불쌍하네.

만드라고라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기나 하는 거야? 버림패 취급을 받은 것도 모른채 완전한 패배를 당하고, 자신의 부하를 모두 죽게 만들었지.

만드라고라

무엇 하나조차 남지 않은 주제에, 아직도 큰소리라니.

……

한참 지나서까지 나를 비꼬러 올만큼 화가 난 걸 보니, 도움을 청했던 귀족한테 한 거짓말이 들키기라도 했나 보군.

만드라고라

아니. 난 리더를 실망시키지 않아. 그러니 네가 실망해야겠지.

만드라고라

네 약삭빠른 말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 녀석들은 네가 정말 더블린과 손을 잡는지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지. 네가 살아있기만 한다면 더블린에 베팅하게 될 거다.

만드라고라

헛된 꿈은 접어두는 게 좋을 거야. 대다수의 사람들은 너같이 빅토리아만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려 하지 않아. 자기 삶을 지키는 것만으로 벅차니까.

……걱정 마, 꼬마 필라인. 최소한 빅토리아를 위해 죽기 전기 전에 너부터 죽여버릴 테니까.

만드라고라

하, 지지 않은 척 버티고 있는 게 그리도 좋은가 봐?

만드라고라

내가 하는 말을 믿지 않아도 좋아. 어차피 머지않아 사실을 알게 될 거니까.


3월 27일

그 병사의 이름을 미처 물어보지 못했다. 더블린의 오리지늄 아츠는 그를 폐허 속에 묻어버렸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런디니움에 대한 정보 수집을 계속해 온 결과, 대다수 도시 방어군의 행방에 대해서는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살카즈를 택한 사람이 대다수였고, 난 모든 것이 예상대로라고 애써 나를 달랬다. 그 병사를 통해 우리는 살카즈 구치소 중 한 곳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그곳에는 우리 쪽 사람이 일부 갇혀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들한테 싸울 의지나 능력이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고문으로 상처투성이인 몸을 수없이 봐왔으니까.

어째서 그들을 더 일찍 찾아내지 못했을까?

그 병사는…… 어쩌면 내게 뭔가를 더 알려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심지어 그의 이름조차 기억할 수 없었고, 그의 소중한 이들에게 말 한마디 전해줄 수도 없었다. 그를 더 일찍 찾아내지도 못했다.

……이 원한들을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더블린, 그 미친놈을 죽이려면 몇 명이 더 필요할까? 더블린은 죽어야만 한다. 내게 검과 캐논 실드가 없다 해도, 질 싸움이라 해도 나는 복수할 것이다.

……내 생각을 제어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만 써야겠다. 이건 냉정한 책략이 아니다.


더블린 병사A

어이, 그 빅토리아의 미친놈 말이야. 아직도 지켜봐야 해?

더블린 병사B

정해진 시간마다 한 번씩 보고 오면 되겠지. 위에서 살려두라고 했잖아.

……열아홉, 스물, 스물하나…… 다시. 트라이앵글, 처음부터 다시 카운트다운 한다……

더블린 병사A

들어 봐, 또 혼잣말이야. 전에는 그래도 정신이 멀쩡할 때라도 있었지. 지금은 뭐라 말해도 듣지도 않고, 매일 죽은 놈들의 그림자랑 얘기나 하니 말이야.

더블린 병사B

자, 자. 가서 쉬어. 교대 시간이야.

더블린 병사B

어이, 병사.

......만약 적군에 방패병과 캐스터가 있다 가정하고, 이쪽이 유탄 사수의 위치라고 한다면......

더블린 병사B

이봐, 음식도 잘 챙겨주고 심문이라고는 한 적도 없는데 벌써 정신이 나가버린 거야?

더블린 병사B

이렇게 슬퍼하는 이유가 고작 친구 몇 명 죽어서인 거냐? 우리 타라인이 얼마나 죽었는지는 알기나 해?

더블린 병사B

너 같은 쓰레기가 어떻게 빅토리아의 군대에서…… 중위씩이나 했는지 모르겠군. 하, 네 직위 맞지?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내 방패 뒤로 숨어. 아무리 신체 능력이 좋다고 해도, 폭발을 견딜 수는 없을 테니까……

더블린 병사B

반응이라고는 전혀 없구만. 관두자. 계속 네 환상 속 친구랑 수다나 떨라고.

더블린 병사B

맞다. 이것도 기억나지 않겠지. 예전에 뭐랬더라. 임무에 실패해 본 적이 없다면서 네 방패는 모든 사람을 지킬 수 있다고 했었지.

더블린 병사B

뭐, 우리한테 이 지경으로 당하니 너무 치욕적이라 억지로 그동안의 기억을 지워버리기라도 한 건가?

더블린 병사B

뭐 널 이곳에 남겨두는 것도 꽤 재미있기는……

더블린 병사B

……저 미친놈이 또 뭐 하는 짓이야?

더블린 병사B

……어디 갔지? !

더블린 병사B

천장의 환풍구가 뜯겼잖아?…… 정말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더블린 병사B

환풍구로 탈출할 셈이냐? 어서 나오지 못해! 망할 빅토리아 놈!

내가 정말 미쳐버리기라도 한 줄 알고 있으니 감히 혼자서 문을 열고 날 잡으려 하는 거겠지. 그 방심에 감사하마

더블린 병사B

이 자식……!

더블린 병사B

네가 어떻게…… 그 칼은 어디서 난 거지?

어느 마음씨 좋은 사람이 런디니움으로 돌아가면 가족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하면서 작은 접이식 칼을 주더군. 무기라고는 할 수 없지만, 환풍구를 망가뜨리기엔 충분하지.

덧붙여 말하자면, 환풍구 파이프가 사람이 다니기에 좁은 게 아니라면, 벌써 도망쳤을 거다.

……통신 단말기 좀 빌리지.

더블린 병사B

정말 미쳤군. 우리 기지의 가장 깊은 곳에서 당당하게 걸어 나가기라도 할 생각인가? 그 작은 칼 하나 가지고?

더블린 병사B

거기 서! 창문에서 뛰어내릴 생각인가? 절대 그렇게 둘 수는……


만드라고라

섭정왕이…… 드디어 날 만나겠다고 했나?

더블린 전달자

네. 그들도 더블린의 무력을 확인했으니까요…… 비록 양측 모두 더블린과 살카즈 왕정이 진정한 동맹을 맺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해도 말입니다.

만드라고라

흥. 리더께서는 이미 모든 걸 계획……

만드라고라

……무슨 소리지? !

만드라고라

습격인가? 하지만 살카즈일리는 없는데…… 그들의 왕은 더블린을 손님으로 대접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만드라고라

설마 주제를 모르는 빅토리아 군인들인가?

만드라고라

아니, 아니야. 녀석들은 얼마 남지도 않은데다 먼저 우릴 건드릴 리가 없어. 게다가 런디니움 상류층 녀석들은 애초에 더블린의 불을 본 적도 없을 텐데……


……멋진 아츠로군. 너 자신이 일으킨 폭발 속에서 편히 잠들길 바라마.

네가 하는 말은 이제 됐어. 애초에 내 동료들을 우스갯거리로 취급한 순간부터, 영원히 입 다물게 만들 거라 다짐했지.

......하지만, 제정신이 아니라는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야. 이제는 나도 모르겠어. 내 상처를 한 번 또 한 번 긁어 보는 게, 날 정신 차리게 만드는 건지...... 아님 더 깊이 빠져버리게 만드는 건지.

더블린 통신기

어…… 어떻게? 건물 전체가……

더블린 통신기

건물 내에서 일어난 폭발이다!

더블린 통신기

어서 대열을 인솔해서 사람들을 구하러 가! 난 보고하러 가야겠어!

(주위의 순찰대가 폭발 지점으로 이동하고 있어. 계획대로다. )

그럼, 이번 임무를 개시한다……참가자는 한 명뿐.

목표는 여기서 탈출하는 것.

예비 작전은, 더블린과 끝장을 보는 것.

어떻게 되든 실패하지 않는 임무라니, 마음이 편하군.

……제2폭풍돌격대 대장 혼. 출발한다.


더블린 병사

만드라고라 님! 보고드립니다!

더블린 병사

오래된 담배 공장에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통풍 파이프에 쌓인 먼지로 인해 발생한 것 같습니다!

만드라고라

뭘 그렇게 당황하고 그래. 그 정도 일도 처리하지 못하는 거야? 폭발이라면 많이 있었잖아?

더블린 병사

아닙니다…… 그 빅토리아 병사 녀석도 담배 공장에 갇혀 있었다는 걸 기억하시겠죠.

만드라고라

죽었어?

더블린 병사

음, 폭발 현장을 지원한 병사의 발견으로는 아무래도…… 도망친 것 같다고 합니다.

만드라고라

……

만드라고라

빌어먹을…… 이 쓰레기만도 못한 녀석들!

만드라고라

그 녀석이 미쳤다고? 다 연기일 줄 알았어…… 그렇게 쉽게 쓰러질 녀석일 리가 없지!

만드라고라

그럴 줄 알았어…… 살카즈가 우리를 적대시할리는 없고, 런디니움의 군대도 한동안은 우리를 신경 쓸 여유가 없을 테니까…… 남은건 그 녀석뿐이야, 우릴 습격할 사람은 그 녀석뿐이라고!

만드라고라

흥, 하지만 도망쳐 봤자 어디로 갈 수 있겠어?


더블린 통신기

……제3소대, 창고 부근을 봉쇄하라……

더블린 통신기

응답하라, 윌터…… 오늘 경비 당번은 윌터 아니었나? 제 7소대. 폭발 현장에 두 녀석을 보내서 월터를 찾아라……

더블린 통신기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그 녀석은 분명 이 구역에 있을 거야……

……정확하네.

이런 식의 봉쇄 수색이라면 도망갈 구석이 없지.

……누구지?

아니, 아무도 없어. 발소리가 벽 너머로 지나간 걸 보니, 더블린 병사들은 날 발견하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누군가 이곳을 지켜보고 있어. )

더블린 통신기

……녀석이 흔적을 남겼다. 아마 식품 가공 공장 쪽으로 갔을 것이다.

더블린 통신기

공장에 숨어들지 못하게 해! 문을 전부 닫아라!

......시끄럽게 됐네.

더블린 통신기

……월터는 이미 죽었다.

더블린 통신기

……그리고 통신 단말기도 탈취당했다.

더블린 통신기

경비대의 통신 접속 권한을 끊어라!

……통신 단말기에서 소리가 안 들려온다. 알아차렸나 보군.

더블린 병사

저기다! 누가 올라갔다! 탐조등을 비춰라!

더블린 병사

우리는 옥상에서 추적하겠다! 너희는 옆에서 석궁을 준비해!

……잠깐.

공장 문이…… 열려있어?


더블린 병사

보고드립니다. 이쪽은 조용합니다.

더블린 병사

문이…… 문이 어떻게…… 방금 분명 닫아놨었는데……

더블린 병사

윽……

아무래도 더블린 쪽에서 방심하고 있던 건 아닌가 보네. 문을 연 사람은 따로 있나 보군.

병사는 벽 뒤에 몸을 숨기고 주위를 경계했다. 공장의 음습한 공기는 마치 숨통을 조이듯 고요했고 미세한 흐름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바람을 잘라버린 듯 말이다.

이상한 시선이 느껴진 건 처음이 아니다. 그녀가 갇혀있던 작은방에서도 날카롭게 당겨진 신경이 흔들린 적이 있었다.

날 보고 있는 당신…… 당신은 누구지?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다만 방금 공장 대문을 지날 때 잠깐 느껴졌던 오리지늄 아츠의 기운만이 이곳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아니야. 그 사람은 더블린 전체를 지켜보고 있어. )

(살카즈인일까? 왕좌 높은 곳에 머무는 의지가 런디니움의 혼란을 지켜보고 있는 걸까? )

더블린 병사

문이 열려있다!

더블린 병사

찾았다! 저쪽에 있다!

……

(병사 한 부대가 위층에서 내려오고 있어. 안전 통로의 문은 금방 열릴 거야. )

(최소한 궁수 세 명이 이쪽 창문 밖의 테라스를 조준하고 있어. )

(하지만 이곳에는 파이프와 컨테이너가 잔뜩 있지. 인내심을 가지고 잠깐만 숨어 다니면 돼. 저 더블린 병사들보다 더 끈질기게 말이야. )

(게다가 더블린 녀석들은 병사들에게 필요한 물자를 보충하기 위해 이 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있어. )

(그렇다면 이 공장에는 정해진 시간마다 열리는 출구가 하나 더 있을 거야…… 지하층으로 향하는 물류 운송구 말이지. 기회를 봐서 그걸 열어야겠어. )

……

탈출 방법을 떠올림과 동시에 지하에서 대문이 천천히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맙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자여.

만드라고라

그 병사가, 이 안에 숨어있다고?

……

만드라고라

어디에 있지? 또 어디로 도망갈 셈이지? 병사, 네 군대는 이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만드라고라

너는 이 사디엔 지역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을 거다.

만드라고라

이미 통제된 구역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오리지늄 아츠를 이용한 마족의 칼날에 꿰뚫리고 말 테니까.

만드라고라

나와.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만드라고라

여길 나가고 나면 보게 될 거야. 말을 듣지 않는 대다수의 빅토리아 병사들의 결말이 네 소대의 동료들보다 훨씬 비참하다는 것을 말이야.

당신……

그림자를 따라 운송구를 향해 기어가던 혼은 갑자기 멈춰섰다. 더블린의 캐스터가 그녀에게 등을 보이며 복도 밖의 불빛 밑에 서 있었다.

혼의 손에는 더블린 병사로부터 빼앗은 가느다란 검이 쥐어있었다. 필라인이 먼저 아츠를 발동한다면, 가느다란 그 검은 뻗어나가는 순간, 바위에 부딪혀 부러질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미처 반응하지 못한다면……

혼이 검을 굳게 움켜잡는 순간, 만드라고라는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3월 28일

또 비슷한 꿈이었다. 나는 배수용 파이프 안을 달려가고 있었고, 어둠 속에서 나를 쫓는 걸음 소리가 메아리쳤다. 살해된 병사들의 얼굴이 자꾸 꿈에 나온다. 그중엔 심한 고통을 겪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 비참한 최후를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려웠던 것은…… 그들의 얼굴이 내 기억 속에서 점점 흐릿해져 간다는 사실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 비망록에 매우 감사한다. 한 페이지씩 넘기면서 그들의 이름을 되짚어보고 다시 정성스레 써볼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복수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매번 더블린 혹은 살카즈 놈들의 무리에 뛰어들려 할 때면 놀라서 잠에서 깨곤 한다. 지금처럼 말이다. 가끔씩은 이런 가설을 생각해 보기도 한다. 만약 내가 그날 더블린의 캐스터를 향해 검을 뻗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결과가 어떻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내 이성은 더는 생각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것은 일종의 의무가 되었고, 살아가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런디니움, 심지어 빅토리아 전체를 앞에 두고 있는 난, 눈앞의 전투 외에는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희망을 품어야만 한다. 온 힘을 다해 여기 서는 것이 고작이라 하더라도.

빅토리아 병사

중위님, 깨어있으셨군요.

그래, 지금 막 일어났다. 곧 교대시간이기도 하니까. 무슨 일이지?

빅토리아 병사

아뇨…… 아직 깨어있던 참에, 중위님이 촛불을 켜시는 걸 봐서요.

빅토리아 병사

……죄송합니다. 비망록을 쓰시는 걸 방해한 건가요?

괜찮아. 그다지 중요한 일도 아니니까.

빅토리아 병사

휴, 다행이군요.

빅토리아 병사

중위님, 제가 말씀드린 적 있나요? 저는 예전에 사디엔 구역에 있는 직물 공장 뒤의 골목에 살았었습니다.

빅토리아 병사

집에서는 거리 쪽에 있는 창턱 위에 늘 불붙인 초를 올려두고는 했어요. 골목에 등불이 없다 보니, 한밤중에 퇴근하는 사람들에게 길을 밝혀주고 싶었던 거였죠.

빅토리아 병사

중위님의 촛불에 감사드립니다. 순간적으로 뭔가…… 모든 게 그리 암담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예전이었으면 추억에 잠겨있는 건 그리 좋은 일이 아니라 말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빅토리아가 가졌어야 할 모습, 런디니움의 시민들이 누렸어야 할 생활을 목표로 해야만 이 도시의 어둠 속에서 싸워나갈 수 있다.

하, 현실적인 생각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빅토리아 병사

그렇지 않습니다. 중위님, 저희는 중위님을 믿습니다.

빅토리아 병사

빅토리아의 군인은 그렇게 쉽게 쓰러지지 않을 거예요…… 빅토리아의 사람들 또한 그럴 겁니다.

빅토리아 병사

……하지만, 저희는 중위님이 걱정입니다.

딱히 걱정할 만한 일은 없다만?

빅토리아 병사

비록 저희에게 많은 얘기를 하시지는 않지만…… 같은 병사로서, 많은 일들로부터 받는 느낌은 비슷할 거라 생각합니다.

빅토리아 병사

오늘 밤은 제가 대신 망을 보겠습니다. 그러니 조금 더 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