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의 의족
어느 날, 해럴드의 의족이 버든비스트에게 밟혀 망가져 버리고, 의족을 수리하기 위해 해럴드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도움을 구하기로 결정한다……
리스번 그 녀석, 우리한테는 목초지 돌보는 걸 도와달라고 해놓고선 자기는 아가씨랑 놀러 갔네.
이봐, 설마 리스번이 정말로 쉐라그에서 정착하려는 건 아니겠지?
네가 제일 열심히 부추긴 거 아니었어?
뭘 이제 와서 정말로 정착할까 걱정하는 거야?
나야 뭐 혹시라도 걔가 속아 넘어갈까 봐 걱정인 것뿐이야.
쉐라그 사람들이 얼마나 순박한데, 우리가 속이는 거면 모를까 그들이 리스번을 속인다고? 아서라, 넌 그냥 질투하는 거잖아.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우리는 군인이야, 나라를 지키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사랑에 빠져서 속아 넘어가는 것도 속는 거잖아!
제발 다음 업무 보고 때도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하길 바란다.
너도 다음번 업무 보고 때 이렇게 독하게 말하길 바라지.
목초지나 돌보러 가자.
야, 그래도 여기서 목초지나 돌보는 게 아무래도 돌아가서 전쟁하는 것보다는 낫지.
뭐가 그렇게 좋은 일이라고.
말도 마라, 며칠 전에 대장이 공작님으로부터 편지를 받았거든? 편지에 뭐라고 쓰여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대장이 요 며칠내내 계속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라니까.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로도스 아일랜드”
그래? 내가 보기엔 대장은 여전히 평소처럼 그 소중한 버든비스트에게 중얼거리는 거 같은데. 봐……
아, 착하지, 우리 애기, 오구오구.
(크르릉……)
맞아, 그렇지, 착하다, 착해. 아프지 않을 거야.
(케켁, 켕……)
어휴, 란란 긴장할 거 없어, 무서워하지 마……
고통스러워 하는 버든비스트가 해럴드 쪽으로 두 발짝 내딛자, 버든비스트를 달래고 있던 해럴드가 급하게 피했으나 이미 한발 늦었다.
“딱”
아야.
머리를 숙여 바라보니, 조각난 의족 부품이 보였다.
……
하하하하!!
……
잭.
하하하…… 죄송합니다, 대장. 제게 병원에 심부름을 시킬 건 알겠는데. 일단 웃던 거부터 마저 다 웃어도 됩니까?
심부름을 시키려는 건 맞지만, 병원은 아니랍니다.
그럼….?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조사해봤는데, 쉐라그엔 제 의족을 수리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요.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저를 도와줄 수 있는 곳은 아마도 로도스 아일랜드뿐일 거에요.
로도스 아일랜드... 하지만, 그쪽과 우리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잖습니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가야 하는 거랍니다.
여러분이 전쟁터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고, 제가 귀족들을 상대하지 않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바로 이거니까요.
정말입니까? 그럼 바로 가겠습니다!
해럴드 씨, 저희가 엔지니어링부의 동료에게 당신의 의족을 한번 봐달라고 했어요.
검사 결과 당신의 의족은 버든비스트에게 밟히기 전부터 이미 내부 구조가 붕괴 직전이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버든비스트가 아무리 무겁다 한들 그걸 부수지는 못했을 테죠.
그 전에, 버든비스트보다 적어도 백 배는 강한 존재를 상대했었으니까요.
……
전문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죠?
여기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하나씩 있어요.
좋은 소식부터 말씀해 주세요.
좋은 소식은, 로도스 아일랜드에 새로 도입된 장비로 당신의 의족을 수리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럼 제가 추측컨대 나쁜 소식은 아마도, 재료가 없다는 거겠죠?
아뇨, 다행히 로도스 아일랜드와 카란 무역회사와의 계약에 이 재료의 거래가 포함되어 있어요.
그렇다면…… 인력이 부족한 건가요?
음, 맞아요. 당신의 의족에 사용된 기술은 최첨단 기술이라, 쉐라그에 파견된 오퍼레이터 중에는 이 기술을 다루는 사람이 없어요.
정말 유감이군요.
하아, 오랜만에 제 지팡이가 다시 본연의 역할을 하게 생겼네요.
잠깐만요.
네?
사실, 그 기술을 다룰 줄 아는 본함 엔지니어링부의 오퍼레이터 중 한 명이 지금 쉐라그에서 여행 중이에요.
다만 지금 휴가 중인데다가, 쉐라그에 도착한 후 한 번도 사무소에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구체적인 일정은 저희도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연락이 닿기만 한다면, 아마도 도움을 청할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직접 찾아보죠. 단서가 있나요?
음…… 쿠리어 씨가 그녀의 동료에게 물건을 전달했다고 언급한 적이 있어요. 아마도 그 사람은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
쿠리어 씨라면, 바이스 님……
이거, 저에게 어려운 문제를 주는군요.
만약 불편하시다면……
아니요,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다리가……
걱정 마세요, 제가 지팡이를 짚은 기간이 의족을 장착한 기간보다는 길답니다.
……
실버애쉬 씨, 당신 말대로 그에게 말했더니, 정말로 직접 가더군요, 이럼 된 건가요?
그래, 박사와도 이야기했던 일이다.
그가 이번 기회에 로도스 아일랜드에 접근하고 싶어 하니, 우리는 그저 자연스럽게 그를 도와주기만 하면 돼.
본인도 이 점을 모를 리 없지.
나머지는 그에게 달렸어.
바이스 씨, 오늘도 오셨네요.
네, 좀 있으면 주인님과 함께 로도스 아일랜드에 가서 한동안 머물러야 하거든요. 그전에 이쪽에 자주 와서 도와주려고 하고 있어요.
정말 잘됐네요!
맞다, 어떤 노신사 한 분이 여기서 오랫동안 바이스 씨를 기다리고 계셨어요.
노신사요?
바이스 님, 오랜만이군요.
……
자작님, 오랜만입니다.
저는 당신이 이미 쉐라그를 떠나신 줄 알았어요.
하하, 바이스 씨 농담은요. 제 일거수일투족 모두 바이스 씨의 시야 안에 있지 않나요.
알고 계시겠지만, 주인님께서 제게 일찍이 당신의 감시를 그만두게 하셨거든요.
저야 한가해서 좋죠, 적어도 누군가에게 기습당할 걱정은 없으니까요.
저는 바이스 씨 같이 성격이 시원시원한 사람과 교류하는 게 그리 싫지 않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나요?
사실은, 로도스 아일랜드의 장인을 찾고 있어요. 그녀에게 제 의족을 수리해달라고 부탁하고 싶거든요.
당신이 그녀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고 들었지요.
당신이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대충 알 것 같군요.
하지만……
물론, 당신에게서 정보를 거저 얻으려는 건 아니에요.
이미 역의 사람들과 상의도 했지요, 제 의족이 수리되기만 하면, 제가 직접 당신의 편지배달 일을 도와드리기로요, 어때요?
……
죄송하지만, 제 입장에선 빅토리아 군인에게 로도스 아일랜드 오퍼레이터의 정보를 그리 쉽게 넘길 순 없어요.
아, 역시 그렇게 쉽게는 되지 않는군요.
이렇게 되면, 잭을 움직이는 수밖에 없겠군.
아, 아니지, 지금 그들을 드러내면 괜히 오해만 살 테니.
아……
응? 아가씨도 뭔가 걱정거리가 있나요?
……
아…… 별거 아니에요, 그냥 업무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요.
더 이상은 견디지 못할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이 일을 잃을 수는 없는데...
인생은 항상 내 뜻대로 되지 않죠, 아가씨.
오늘은 모처럼만에 쉬는 날이지만, 평소에 거의 놀지를 않다 보니 쉬는 날에도 바보처럼 여기 멍하니 앉아 있는 것밖에 못 하네요.
이런 삶에 무슨 낙이 있겠어요.
음……
아가씨, 혹시 춤에 관심 있으신가요?
그저 그래요.
그렇다면 장애인의 춤은, 감상해볼 생각이 있으신가요?
네? 하지만, 당신 다리가……
다리 하나 없다고 춤을 못 추겠습니까?
해럴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지팡이를 짚고 소녀 앞에 다가가 신사답게 인사를 했다.
어?
소녀의 놀란 목소리와 함께, 해럴드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춤을 시작했다.
그는 먼저 지팡이 주위를 돌며, 가벼운 스텝을 밟았다.
지팡이와 구두가 바닥을 두드리며 내는 리드미컬한 소리는, 주변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완벽하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헤럴드는 지팡이를 위로 던져 공중에서 회전시키고, 다시 안정적으로 받아내는 등 묘기를 선보여 소녀로부터 연이은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내 소녀도 해럴드에게 동화되어 일어나 그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느새 주변의 행인들도 해럴드에게 이끌려 모여들었고, 일부는 감상하고, 일부는 아예 그들과 함께 춤을 추었다.
순식간에 광장은 활기로 가득 찼다.
망설이기보다는, 함께 하시죠, 아가씨.
당신 말이 맞아요!
음악이 점점 끝나가자, 해럴드는 화려한 지팡이 던지기로 춤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큰일 났다……)
아마도 오랜만이라서였는지, 그도 아니면 흥분된 분위기에 휩싸였기 때문인지, 마지막 순간 그의 손이 미끄러졌다.
지팡이는 공중에서 아름다운 곡선을 그렸지만, 해럴드가 한순간 닿을 수 없는 위치로 떨어지고 말았다.
쯧.
그러나 이 쇼가 초라한 실패로 끝날 것 같던 바로 그 순간, 한 그림자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며 공중에서 지팡이를 살짝 건드렸다.
지팡이는 즉시 궤도를 바꾸어 해럴드의 손에 안정적으로 떨어졌다.
해럴드는 자연스럽게 주변에 인사를 하며 공연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내 주변은 순식간에 터져 나오는 박수갈채로 가득 찼다.
저도 당신처럼 될 수 있을까요?
왜 저처럼 되려고 하죠, 아가씨? 당신은 건강한 두 다리, 아름다운 얼굴,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있잖아요.
당신은 분명 저보다 더 나을 거에요.
……한번 해볼게요, 감사합니다.
당신 같은 젊은이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니 영광입니다, 아가씨.
그리고…… 데겐블레허 님, 대체 언제부터 보고 계셨던 건가요?
근처에서 식사하다가 우연히.
꽤 춤을 잘 추더군.
에휴, 사교계에 들어가기 위해, 별수 없이 노력을 좀 했지요.
몇몇 귀족들이 제 다리를 가지고 농을 치길래, 그냥 제 아내에게 아예 제대로 배워버렸습니다.
이제, 늙은 해럴드가 춤에서 한 '다리' 하는 것도 제 소소한 자랑거리가 되었죠.
그 다리는 어떻게 된 거지?
하하, 임무 중에 그만 의족이 망가져 버렸지요. 이유는 데겐블레허 님께서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오…… 그 상태로 지금까지 버텼다니, 품질이 제법 좋군.
수리는 안 되는 건가?
쉐라그에선 로도스 아일랜드의 기술 전문가 한 분만이 수리할 수 있는데, 바이스 님이 그분을 제게 안내해 주지 않아서, 이렇게 한숨만 쉬고 있답니다.
당신이 한숨을 쉬는 이유는 장인을 찾지 못해서인가, 아니면 로도스와 관계를 맺지 못해서인가?
데겐블레허 님…… 만약 사교계에 입문하신다면 당신은 정말 무서운 존재가 되시겠군요.
흥미 없어.
근데, 꽤나 한가해 보이는군.
콜로드.
네, 보스?
오후에 네 아버지 쪽에서 파종할 사람이 부족하지 않나?
마터호른에게 말해, 이 빅토리아의 노병이 도와주러 간다고.
음?
(잠깐, 마터호른 님이라…… 어쩌면 이게 돌파구가 될지도 모르겠군.)
(게다가, 그 사람도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상대니까.)
……
하지만……
갈 건가?
당연하지요.
그리고, 방금 한 말을 다시 반복해야겠군요.
데겐블레허 님, 당신이 만약 사교계에 입문하신다면 정말 무서운 존재가 될 겁니다.
주인님이 데겐블레허를 찾으셨는데, 바빠서 이분을 대신 보냈다고?
네, 맞습니다.
……
오랜만입니다, 마터호른 님.
다른 건 묻지 않겠습니다, 농사를 지을 줄은 압니까?
물론입니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직접 영지의 밭에서 농사일을 돕곤 했으니까요.
밭은 이 늙은 해럴드에게 있어 가장 친한 친구이지요.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아, 그런데, 마터호른 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네?
밭에서 일하기엔 지팡이는 좀 거추장스러울 것 같아서요.
간단한 의족을 만들려고 하는데, 몇 가지 물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무엇이 필요합니까?
목재, 작은 칼, 약간의 솜, 그리고 밧줄 하나… 뭐, 이 정도면 됩니다.
이것들만으로 의족을 만들 수 있습니까?
물론이지요.
마터호른은 약간 의아했지만, 해럴드는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을 시작했다.
그는 먼저 원통형의 가는 나무를 골라 자신의 절단된 다리 길이에 맞춰 양쪽 끝을 평평하게 깎아 의족의 '다리'로 사용했다.
그다음 둥글고 평평한 나무 조각을 골라 가운데에 구멍을 뚫고 '다리'를 그 안에 끼워 넣자, 순식간에 간단한 의족의 형태가 완성되었다.
이런 의족을 만들어 본 적이 있습니까?
물론이지요.
군대에서도 의족을 지급하지만, 전장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니까요. 의족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그걸 고칠 시간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럴 때, 간단하지만 실용적인 이런 의족은 최소한 행군에 방해가 되진 않더군요.
게다가 의족의 가격은 결코 싸지 않지요. 특히 군인들은 의족에 대한 요구치가 더 높거든요.
해럴드는 말을 하면서도 나무 조각을 그릇 모양으로 깎아 솜으로 채웠다.
그런 다음, 그는 다리를 그릇에 넣고 밧줄로 그릇과 의족을 묶은 후 단단히 매듭지었다.
이후 일어나서 두 걸음 걸어보고 한 바퀴 돌며 마터호른에게 인사를 함으로써 다 만들었음을 알렸다.
얼핏 보면 다소 우스운 상황이었건만, 마터호른은 참지 못하고 박수를 두 번 쳤다.
사실 고향에도 이런 자체 제작 의족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밭에 나갈 때는 보통 그 의족을 사용하지요.
아무튼, 제가 평소에 사용하는 그 의족은 큰맘 먹고 비싼 돈을 주고 산 것이니까요. 그 가격에 걸맞게, 몇 년 동안 큰 문제는 없었죠.
저는 종종 부하들에게 농담으로 전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저보다 제 의족을 먼저 구하라고 하죠.
그 가격이 거의 제 사망 위로금과 맞먹으니까요.
……하하.
당신의 고향에도 많은 들판이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하지만, 쉐라그와는 좀 다릅니다. 그곳의 들판은 황금빛입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선 똑같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마터호른 님?
……
후……
거의 다 됐습니다.
그렇군요.
석양이 지고 난 후, 해럴드와 마터호른 그리고 농부들은 다 같이 논두렁에 서서 오후 내내 일한 결과물을 보며 절로 감탄했다.
이런 일을 하면 항상 성취감을 느끼죠. 그렇지 않습니까, 마터호른 님?
물론이죠…… 다만, 설마하니 당신 같은 빅토리아 귀족이 나와 같은 감회를 느낄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 그렇다고 다른 빅토리아 귀족들에게까지 기대를 갖진 마세요. 실망할 겁니다.
어째서 당신 같은 사람이 빅토리아 귀족인 겁니까?
좋은 질문이군요, 마터호른 님.
마치 모든 캐스터 가문의 사람들이 왜 엔시오데스 님이 쉐라그 사람인지 한탄하는 것과 같죠.
우리는 항상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없고, 결국 운명의 장난으로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
마터호른 님, 다음에 엔시오데스 님이 저희 영지를 지나갈 때 꼭 저에게 알려주세요.
제 아내가 직접 요리한 빅토리아 가정식을 여러분께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쩌면 엔시오데스 님과 함께 그곳에서 잠시 머무를 수도 있겠죠.
그때, 제 고향의 노래를 들려 드릴 수 있을 겁니다……
해럴드는 말하면서 고향의 노래를 가볍게 흥얼거렸다.
옆에 있던 몇몇 농부들도 해럴드의 노래를 듣자 감흥을 참지 못하고 쉐라그의 민요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빅토리아 노래 한 곡, 쉐라그 민요 한 곡이 이어지는 들판 노래 대회가 되었다.
오늘은 정말 시끌벅적하네요.
바이스, 또 편지 배달하러 왔어요?
네.
이 노래 좀 익숙한데, 뭔가 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빅토리아 할아버지도 같이 노래 부르고 있네요.
노래도 꽤 잘 부르시네요.
빅토리아 할아버지?
노랫소리를 따라간 바이스는, 해럴드가 한 마을 주민의 노래에 맞춰 박자를 맞추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표정이 몇 차례 변하다가, 이내 마지막엔 평온해졌다.
바이스 쪽은 내가 몇 마디 해보겠지만, 그가 들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본래 그의 성격이 그러하니, 부디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제 젊은 시절과 비하면야, 바이스 님이 훨씬 낫다고 있다고 할 수 있죠.
네?
보아하니 제가 도울 필요는 없겠군요.
어?
……
바이스 님.
진작에 이런 결말이 될 줄 알았으면서, 처음엔 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셨습니까?
바이스 님, 군인에겐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거나 떳떳해할 자격 따윈 없습니다.
그렇기에 전 그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군요……
저는 정말로 쉐라그 이 땅을 좋아합니다.
때문에 가능하다면, 이곳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미래에 제 가족과 함께 다시 이곳을 방문하고 싶거든요.
……
하……
마침 가는 길에 그 장인 아가씨에게 물건을 배달하러 가야 합니다.
따라올 수 있으면 따라오세요.
바이스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분명 얼마든지 날렵하게 뛰어 몇 걸음 만에 멀어질 수 있었지만, 그저 보통 사람보다 약간 빠른 걸음으로 눈 덮인 산을 향해 걸어갔다.
바이스도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누가 고민하지 않겠습니까, 마터호른 님.
늙은 저도 많이 고민합니다. 마치 절단된 부분이 가끔씩 은근히 아픈 것처럼요.
단지 거의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은 것일 뿐이지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니까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마터호른 님.
응? 잠깐만요, 해럴드 씨.
왜 그러시죠?
주인님이 방금 제게 메시지를 보내셨는데, 며칠 후에 만찬을 열 계획이라고 하시네요. 당신을 초대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저와 바이스, 그리고 데겐블레허 씨도 참석할 겁니다.
……
그렇군요.
예?
이제 보니, 제가 신세를 진 사람엔 데겐블레허 님뿐만 아니라 엔시오데스 님도 포함되는군요.
(원래는 이 기회를 빌려 로도스 아일랜드와 관계를 맺으려 했는데, 지금 보니 당장 내일 입사 신청을 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군.)
(그 장인의 행방은 당신의 작품이겠죠, 엔시오데스 님.)
(아니, 그렇게만 볼 수도 없겠군. 단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같을 뿐, 내가 로도스 아일랜드에 가는 것이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쉐라그에게도, 캐스터에게도 좋을 테니까.)
해럴드 씨?
엔시오데스 님께 전해 주세요, 늙은 해럴드가 그때 좋은 술을 가져가겠다고. 우리 취할 때까지 마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