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과거
오랜만에 되돌아온 카시미어의 한 술집에서 바운티 헌터에게 쫓기던 타향의 소녀를 구해준 그라벨. 그런데 도움을 받은 소녀의 출신이 예사롭지 않은데……
등장 오퍼레이터: 그라벨
술집 '공포의 마틴'
(딸랑)
어서 오……
도, 도와주세요!
거기 서! 저 계집애 잡아!
하아, 아까운 내 문…… 그저께 막 고친 건데.
기, 기사님…… 제발 도와주세요……
흥, 이런 곳에 널 구해줄 기사님이 있을 것 같아?
똑똑히 봐. 여긴 그냥 기사라는 간판 하나 달랑 내걸고 장사하는 낡은 술집일 뿐이야!
게다가 기사가 너 따위를 신경이나 쓸 것 같아?
부탁드려요, 누구든 제발…… 전 팔려 가고 싶지 않아요!
그게 어디 네 마음대로 될 것 같아? 다들 들어 봐. 값이 매겨진 '상품'이 제멋대로 도망치고 있어. 게다가 기사에게 도움까지 청하고 있네?
어디 네 마음대로 소리 질러 봐. 어차피 널 도와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잔말 말고 따라와!
시, 싫어요…… 전 속은 거예요. 전 '상품'이 아니란 말이에요! 카시미어에 올 생각 따윈 없었다고요. 집에 가고 싶어요……
하하, 어디 촌구석 출신의 바보 같은 계집애.
꾸며낸 이야기에 속아 카봐렐리엘키에 가서 기사가 되겠다고 순순히 따라오다니…… 웃기는군!
마침 잘 됐어. 이봐, 여기 한 잔 줘! 목 좀 축이고 어디 가서 저 계집애를 늙다리 기사에게 하인으로나 팔아버리게……
미안하군, 손님. 우리 가게는 뒷구멍으로 더러운 짓거리나 하는 헌터 따윈 손님으로 받지 않아.
……뭐?
게다가 이런 곳에 기사가 있을 리 없다고 했던 말도 우리 가게를 무시하는 말이야. 하물며 명성이 자자한 '녹슨 구리의 기사' 잉그라 님도 계시는 마당에 말이지.
노, 녹슨 구리…… 설마 그 녹슨 구리의 기사……!
(으음? 잠깐만, 사장님. 난 그냥 술 마시러 온 거야. 게다가 이건 단지 굿즈일 뿐인……)
(눈짓한다)
(아, 알았어……)
“크, 크흠…… 시끄러워 죽겠군. 한낱 더러운 바운티 헌터 따위가 날 귀찮게 하는 건가?”
“썩 꺼져라.”
쳇…… 야, 들었냐? 기사님 쉬시는 데 방해하지 말고, 썩 따라 나와!
옘*카시미어 욕설*들을 하네 진짜, 이런 예의라곤 없는 녀석을 쫓아내줄 손님 어디 없나?
시, 싫어…… 가고 싶지 않아요……
흐흑…… 하녀 따윈 되고 싶지 않아요. 집에 가고 싶어요…… 악!
이런 *카시미어 욕설*, 안 가면 어쩔 건데. 어서 따라나와……!
엇…… 크윽……!
누, 누구…… 컥, 커허억!
시끄러워라~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뭐야 *카시미어 욕설*, 비겁하게 기습을 하다니…… 커헉……!
겨우 그따위 실력으로 카봐렐리엘키에서 잘난 척하는 거야?
후우…… 도와줘서 고마워. 내가 직접 나섰다면 아마 가게 물건 때문에라도 봐줬을 거야……
벌써…… 끝난 건가? 기사 노릇 하는 기분도 제법 괜찮았는데 말이야, 하하……
으음, 그쪽은……
뭐야? 카봐렐리엘키가 벌써 날 잊어버린 거야?
예전엔 나도 여기 단골이었는데, 마틴.
이 정도의 실력…… 그리고 팔뚝에 있는 건…… '바코드'?
……기억났어. 너였구나, '그라벨'. 메이폴 가문의 기사.
그라벨…… 기사님?
그냥 그라벨이라고 불러. 딱딱한 칭호 같은 건 빼고 말이야.
기사? 흥, 뒤에서 습격이나 하고 암살자들이 쓰는 꼼수나 부리는 게 무슨 기사라고?
진정한 기사란 잉그라 님처럼 막강한 힘과 압도적인 무력을 갖추고 있어,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벌벌 떠는 그런 존재여야 한다구!
손님, 이런 말 하기 미안한데 경기장에서 돈으로 만들어 낸 대스타와는 달리 내 기술은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것들뿐이라서 말이야.
스포츠 기사를 무시하는 거냐? 흥, 너희 출정 기사들은 그저 납세자의 혈세만 탕진하는 주제에……
자자, 그만들 해.
헌터는 당분간 정신을 차리지 못할 테니 도망치려면 기회는 지금뿐이야, 꼬마 아가씨.
그러고 보니 꼬마 아가씨는 방금 도움을 받은 일에 대해 그라벨에게 감사의 인사도 안 했네.
가,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그 그라벨 씨로군요……
응? 나 그렇게 유명한 사람은 아닌데.
예전에 저희 마을에 와 주신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마을 주변에 바운티 헌터가 잔뜩 있었는데, 저희 마을이 워낙 외진 곳에 있는지라 저희를 도와 바운티 헌터들을 쫓아내 주시는 기사님들이 거의 없었거든요.
예전? 단서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다니긴 했는데…… 그래도 무척 오래전 일이야.
지금 네 나이라면 날 만났을 리는 없을 테고…… 너, 누구야?
저, 저는 그러니까……
아직도 놀란 것 같은데 괜히 겁주지 마.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 줘.
오랜만이네, 그라벨.
그러네, 마틴. 영감님은 요새도 여기에 자주 오셔?
하하, 사람 많은 곳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분이니까. 지난번에 낚시하다가 호수에 빠져 다리를 다치셨다더니, 식사하러 가게에 들른 지도 한참 되셨어.
그렇다면, 영감님이 드시지 않은 걸로 부탁해.
저 꼬마 아가씨도 뭐 좀 시켜주지 그래?
생명의 은인인 내가 밥까지 사줘야 해?
그, 그라벨 씨. 저, 저는……
음…… 어쩔 수 없지. 일단 이쪽에 앉아. 마틴, 2인분으로 부탁해.
감사합니다, 기사님……!
그래서 이번엔 왜 돌아온 거야?
그냥 휴가를 보내는 중이야. 물에 빠진 영감님이 어떤지도 좀 보고. 며칠 뒤에 다시 돌아가야 해.
돌아간다고? 어디로? 카시미어의 기사이니 당연히 가문의 기사장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야지.
으응? 하지만 난 이미 카시미어를 떠났는 걸……
어디로 가든, 뭘 하든, 어떤 사람이 되든 그건 네 자유다.
네 결정이 네 지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을 거라고, 자신의 이름도 더럽히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면……
떠나도 좋다, 그라벨.
……그러니까. 난 분명 영감님에게 내 결정을 알렸었고, 마틴에게도 작별 인사를 건넸었는걸.
아무리 건망증이 심해도 그렇지, 벌써 나에 관한 일들을 잊어버린 거야?
허허, 나이를 먹으니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거든.
(……뭐지, 이 반응은……? 이상한데……)
(그렇게 중요한 일을 마틴이 잊어버렸다고?)
그라벨 씨, 혹시 그 '영감님'이라는 분이……
메이폴 가문의 기사장 게코스키, 과거에 명성을 날렸던 출정 기사님이시다.
지난날의 메이폴 가문은 지금의 젊은 기사들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만큼 전장에 공헌했었지.
흥, 그래 봤자 이젠 뒷방 늙은이일 뿐이잖아……
……
……당신의 가문과 기사장에게 무례를 범한 점, 사과드립니다, 기사님.
다음엔, 사과할 기회조차 없을 거야.
으윽…… 쳇, 여기 계산!
그라벨 씨, 혹시 메이폴 가문의 그 기사님은…… 당신이 존경하는 분이신가요?
응, 맞아. 영감님 덕분에 난 다른 '상품'들처럼 밑바닥 일을 하지 않을 수 있었거든.
또한 영감님이 훈련에 참가할 기회를 주신 덕분에 기사가 될 가능성을 얻게 된 거야.
정말 부러워요, 기사가 될 기회를 얻었다니…… 저도 기사가 될 수 있다면 돌아가서 부모님을 만날 수 있을 텐데……
……
너 벌써 상품 번호가 찍힌 거야?
아, 아직요…… 중간에 도망쳐 나왔어요.
용기가 가상한걸.
그라벨 씨, 혹 절 도와주시는 바람에 그라벨 씨가 곤란해지는 건 아닌가요? 저, 저도 알아요. 헌터들이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걸……
괜찮아, 이런 더러운 거래는 원래 일찌감치 사라져야 하는 거야.
(아니, 사실은 이미 사라졌어야 하는 거지만……)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저 바운티 헌터는 이제 널 건드리지 못할 거야. 너도 더는 '상품'이 아니고, 누구도 널 막지 않을 거니까, 어서 집으로 돌아가.
……
왜 그래?
저는…… 돌아갈 수 없어요, 그라벨 씨.
돈이…… 돈이 없어요. 게다가 집이 어딘지도 모르겠어요……
집이 카시미어에 있는 거 아니었어? 마을 이름만 대면……
저, 전 카시미어 사람이 아니에요…… 어렸을 때 카시미어의 마을로 유괴됐어요.
……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그래, 네 집이 어딘데? 카시미어의 어느 마을인 거니?
아…… 아니야……
으음?
……난…… 카시미어 사람이 아니야.
꼬맹아, 넌 대체 어디서 온 거냐?
……난…… 잘 모르겠어.
하나도 기억이 안 나.
저, 전 도망치고 싶었어요. 하지만 어디에서 왔는지 잊어버려서……
그러다가 어떤 헌터가 저를 기사님에게 데려다주겠다고 했어요. 기사님이 저를 집으로 돌려보내 줄 거라면서…… 운이 좋으면 저도 기사가 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렇게 해서…… 카봐렐리엘키에 오게 된 거예요. 절 하녀로 팔아넘기려 했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됐구요.
하지만 전 하녀로 팔려가고 싶지 않아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집에 데려다줄 기사님을 찾아주겠다고 해서 전……
어린아이 혼자서 카시미어를 떠나 고향과 부모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어려운 일이지.
쳇, 그건 나도 알아.
(알고 있다고. 그 일이라면…… 나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으니까.)
그라벨 씨, 팔뚝에 그건…… '바코드'인가요?
설마, 그라벨 씨도……
……응, 맞아.
하지만 너와 달리, 헌터의 손에서 도망칠 기회조차 없었던 난 상품으로 팔리고 말았어. 딱 하나 운이 좋았던 건, 날 산 영감님이 좋은 사람이었다는 거지, 의심할 바도 없이.
하지만 기사가 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그라벨 네 노력 덕분이었어. 평민 출신이 출정 기사가 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지.
대단해요, 기사가 되다니……
그라벨 씨, 기사가 되고 나서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만나셨나요?
저는 부모님이 보고 싶어요. 두 분을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난 부모님을 찾지 못했어.
네?
네가 머물렀던 마을에 갔던 건 아마도 헌터들의 흔적을 따라갔기 때문일 거야. 혹시 놈들이 날 어디에서 유괴한 건지 알 수 있을까 해서……
하지만…… 난 찾지 못했어.
아니, 모두 사실이 아냐.
그라벨…… 기사님?
날 더는 기억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이지 말아 줘. 그 모든 것들은 내게…… 줄곧 두려운 일이었으니까.
영감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기사가 되지 못했다면, 그리고 가족을 찾지 못한다면…… 나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하지만 난 진작에 알고 있었어. 나의 과거들이 더는 나의 마음을 좀 먹는 일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라벨, 그게 무슨 말이야?
그리고 마틴…… 당신도 마찬가지야. 내가 카시미어를 떠나 로도스 아일랜드에 들어갔다는 걸 마틴 당신이 모를 리 없잖아…… 그래, 난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오는 길이야.
……네 눈빛을 보니 알겠다. 너는 내게 작별 인사를 고하러 왔구나.
전…… 그 사람을 따라 로도스 아일랜드로 갈 거예요.
흠, 그 녀석에게 네 이름을 벌써 가르쳐 준 거냐?
아직요. 우선 그 사람의 말이 사실인지, 절 이용해 나쁜 짓을 꾸미는 건 아닌지 제 두 눈으로 다시 한번 더 확인해야겠어요.
그럼 가거라.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곳으로 가는 김에 네 고향을 계속 찾아보는 것도 좋겠지.
……
네가 아직도 고향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건 당연한 거란다, 그라벨.
영감님, 전……
그만.
전에도 말했었지, 그라벨. 가거라. 어차피 조만간 넌 여길 떠날 테지. 그러니 이번에 결심한 이상 더는 이곳에 미련 가질 것 없다.
그리고 돌아오고 싶을 때는 카시미어로 돌아오너라. 설령 그러고 싶지 않다고 해도…… 부담 가질 것 없다. 그러니 가거라!
'로도스 아일랜드'? 그라벨, 넌 메이폴 가문의 가신이야. 게다가 4등급 기사라고……
이미…… 다 지나간 일이야, 마틴. 지금의 난 로도스 아일랜드 소속이니까.
너……
방금 이 아이가 말한 건 모두 '내' 이야기야.
나는 기사한테 구원받은 적이 없어. 그냥 카시미어로 유괴되어 카봐렐리엘키로 팔려갔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조차 알지 못했어.
하지만 그라벨 씨…… 카시미어에도 그라벨 씨의 가족이 있지 않나요? 메이폴 가문의 가신이자, 기사로서 당신은 무척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
메이폴 가문의 가신으로서, 나는 영감님에게 영원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품고 있어.
하지만 영감님의 마지막 말은…… 언제까지고 이곳에 미련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거였어.
카시미어를 떠나려고 한 건, 떠나야 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어. 그리고 나의 진짜 고향과 부모를 찾아야 할 때가 된 거기도 했고.
그래…… 이 모든 건 그저 꿈에 불과해.
왜냐면 말이지, 더는 카봐렐리엘키에 유괴되어 온 아이가 없기 때문이야.
그 '바운티 헌터'라는 허울 좋은 가면을 쓴 잔인한 자들은 인신매매로 먹고사는 최후의 세력이었어. 예전에 내가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헌터들을 응징할 때 이미……
- 그라벨.
……후우…… 엇.
(여긴…… 로도스 아일랜드?)
- 그라벨.
응, 박사.
(역시, 방금 본 건 모두 꿈이었구나.)
(비슷한 꿈을 연달아 꾸고 있어, 하지만……)
미안. 나도 모르게…… 잠들었나 봐.
- 괜찮은 거야? 표정이 안 좋던데……
후후, 지금 나 걱정해 주는 거야?
이런 일이 다 있네. 평소엔 내가 쳐다보기에 바빴는데, 박사도 날 봐줄 때가 있다니.
- ……
- 관심 한 번 가져본 것뿐이야.
- 별 뜻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마……
알아, 박사는 일할 때 한눈팔지 않는다는 거. 박사는 그냥 내가 호위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한 거야, 그렇지?
아~ 어쨌든 나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열심히 일하라고.
- 그라벨…… 피곤하면 한숨 자도 괜찮아.
으응? 그건 직무태만이잖아, 박사~
- ……
- 그렇지 않아.
- 별거 아니야.
……정말이지 교활하네, 박사는.
카시미어에 있을 때 모처럼 시간이 나서 잠을 자게 되면 난 언제나 꿈을 꾸곤 했어…… 좋은 꿈은 아니었지만.
박사, 박사는 기억을 잃은 뒤에…… 당황스러웠던 적 있어?
- ……
- 응.
난 종종 고향을 떠나 카시미어에 끌려간 꿈을 꿔. 그곳에서 나는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곤 해. 심지어 꿈속의 '나' 자신에게 마저도…… 날 집으로 돌려보내 주길 바라면서 말이야.
하지만 내 고향이 어디냐고 사람들이 물을 때마다 난……
난 아직도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 기억나는 거라곤 단지 카시미어와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는 것뿐이야.
가난, 폐쇄…… 무력함. 거기는 부모가 제 아이조차 지킬 수 없는 곳이었어.
하지만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난 여전히 고향을 찾아가 한 번만이라도 부모님을 만나보고 싶어. 건강히 잘 지내는지, 아직 날 기억은 하는지……
난 정말 운이 좋았어. 영감님이 거둬주신 덕분에 나는 다른 '상품'들과는 달리 자신의 노력으로 기사가 될 기회까지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난 내가 기사가 되려 했던 이유를 잊은 적 없어.
내 스스로를 찾을 수 있는 힘과, 타인을 지켜줄 수 있는 능력을 얻기 위해. 그리고 이젠…… 박사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사명이 생겼어.
- ……
- 크, 크흠.
어라~ 지금 부끄러워하는 거야? 괜찮아, 박사. 박사의 마음까지는 들여다보지 않을 게. 지금의 나는 내 두 눈으로만 박사의 모든 걸 보고 싶으니까.
박사가 나에게 언제나 박사의 곁에서 박사를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자, 이젠 빨리 돌아가서 일해, 박사~ 설마 나에 대해서 뭘 더 알고 싶은 건 아니지?
- (고개를 끄덕인다)
- (고개를 힘껏 젓는다)
- ……
상관없어, 박사. 난 박사 곁에 엄청 오래 붙어있을 거거든. 그래서 언젠가 박사가 궁금해지면 그때 내 과거를 전부 들려줄게.
카시미어를 떠나 로도스 아일랜드에 온 뒤로 나는 한결 자유롭게 지내게 됐어, 계속해서 고향에 관한 단서도 찾을 수 있고.
지금처럼…… 이렇게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날 차분하게 하는 거야.
하지만……
(박사의 사무실이 언젠가부터 내가 잠도 잘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니…… 이것도 나름 특권인가?)
(참, 다음에 박사한테 같이 카시미어에 가자고 해야겠다.)
(으휴~ 혼자서 카시미어로 돌아가는 꿈이라니…… 너무 처량하잖아!)
(앗, 일하는 도중에 딴생각을 하다니…… 정말이지 난 엉망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