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연습책
우연히 어떤 노래를 듣게 된 프로스트리프는 그 멜로디에 감동받는다. 그렇게 그녀는 가사의 의미를 알기 위해 글자를 익히기 시작했다.
……이게 끝이야? 나도 오늘 더 이상 임무가 없어?
켈시 선생님께서 당신은 지금 환자니까 몸조리 잘하고, 임무는 나중에 다시 보자고 말씀하셨어요.
그럼 난 얼마나 쉬어야 하는 건데?
지금의 여러 지표로 봤을 때, 빈혈과 영양부족만 해도 한 달 이상은 푹 쉬어야 몸이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될 거예요. 하물며 오래된 다른 부상도 있잖아요.
건강을 완벽하게 회복하기 전에는 격렬한 운동은 안 하는 게 좋아요. 재활 훈련도 저희 쪽에서 따로 스케줄을 짜드릴게요. 한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기만 하면 돼요.
한 달 이상이나? ……하지만 난 용병으로 고용돼서 여기 온 건데.
내게 임무를 줄 거라고 했잖아. 나는 치료받고 쉬려고 온 게 아니라 돈을 벌러 온 거야. 당신들에게 줄 돈도 없고.
네? 거기에 대해서라면 입사 계약에 쓰여 있었을 텐데요. 예를 들어 의료비는 일정 비율로 급여에서 매달 차감된다는 것 말이에요. 모르고 있었나요?
'급여'? 그게 무슨 뜻이야?
네? 그러니까 당신의 임금, 월급…… 음, 보수? 사례금? 이렇게 말하면 이해되나요?
응, 이해했어. '보수'가 뭔지는 안다.
하지만 이상하네요. 인사부 오퍼레이터가 계약에 관해 설명해주지 않았나요? 그냥 사인한 거예요?
원래 그런 거 아니야? 당신들은 돈을 주고 난 일을 하고. 예전에 있었던 팀에서 그런 종이는 이 팀에 몇 명이 있고, 얼마를 줘야 하는지 적을 때나 사용했다.
……아니에요. 인사부에 가서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다시 설명해달라고 하는 게 좋겠어요. 돈뿐만 아니라 다른 중요한 조항도 확인해야 해요.
……
……음?
예전에 돈을 주지 않는 고용주도 만나보긴 했지만, 여기는……
프로스트리프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거대하고 정밀한 함선 내부를 둘러봤다.
이토록 커다란 게 움직이는 건 또 처음 보네. 그러니까 돈을 안 주지는 않겠지.
난 그냥 얼른 임무가 주어지기를 바랄 뿐이야. 아니면 정말 기분이 나쁠 것 같아……
얘기가 겉도는 것 같네요…… 아무튼 가고 싶지 않다면 제가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 수밖에. 요양하는 동안의 주의 사항을 제대로 확인해 두는 게 좋을 거예요.
다른 건…… 적응이 안 된다면 룸메이트랑 대화를 나누거나 갑판에서 산책해도 좋겠죠.
중간 플로어에는 다양한 시설과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놀이방과 열람실도 있으니 한 번 둘러보세요. 새로운 삶을 마음껏 즐기라고요!
……
음? 무슨 볼일이라도 남았나요?
……그러니까……
됐어, 아무것도 아니다.
네, 그럼 이만 가볼게요!
(할 일이 전혀 없네…… 한 달 동안이나 새로운 삶을 즐기라고? ……새로운 삶이 뭐지?)
('인사부', '놀이방', '열람실'…… 전부 어디에 있지? 글씨를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밀가루에 설탕을 넣어서 휘적휘적~
비글, 이번에는 소금을 설탕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거, 걱정하지 마세요!
저번에 팽 팀장에게 생일 쿠키를 구워줄 거라면서 대폭발을 일으킨 건 크루스였잖아요……!
응? 그런 적 없는걸. 그건 특별한 서프라이즈였어~
……난 서프라이즈라고 생각하지 않아.
어머, 분명 웃는 걸 봤는데!
……조용히 좀 해. 저쪽의 불포 아가씨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으니까.
아~! 미안, 미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거기 불포, 우리랑 같이 놀래?
아, 나는……
프로스트리프는 멀지 않은 곳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각종 식재료를 바라봤다.
이해가 잘 안돼. 저것들을 음식으로 만들어서 빠르게 체력을 보충할 수 있는 방법도 있잖아.
그런데 어째서 시간까지 들여가며 부슬부슬하고 가지고 다니기도 힘든 걸 만드는 거지……
그럼 이 향기는 어때?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아?
네가 직접 기른 난초로 만든 향이야. 씨앗을 심은 뒤에 처음 피어난 꽃으로 만들었지. 네가 매일 돌봐주지 않았다면 이런 향기가 나올 수 없었을 거야.
의료부 오퍼레이터는 환자들에게 종종 이곳에서 산책하라고 추천해. 향기도, 이 식물들도 모두 네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줄 거야.
거기 그쪽에 계속 서 있던 불포 아가씨? 혹시 이 향기 때문에 불편해? 아니면 본인이 직접 가꾸고 싶은 꽃이 있어? 내가 어떻게 가꾸는지 가르쳐줄게.
아니…… 향은 엄청 좋아…… 은은하고.
고맙지만 꽃을 기르는 스킬은 내게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 꽃은 별 쓸모가 없으니까……
나는 한곳에서 오래 머무른 적이 없다. 그러니 설사 밀을 키우는 법을 배운다 해도 그걸 먹게 되는 건 내가 아니겠지.
(설명서에 뭐라고 적혀있는 거야…… 하루에 세 알을 먹으라고 했던 건 기억나는데…… 의사가 식후에 먹으라 했었나? 아니면 식전에? 그냥 먹어 치워야겠다.)
(약이 엄청 많네…… 구분하기 어려워. 모르겠다, 그냥 한꺼번에 먹자. 예전에도 이렇게 먹었는데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나아졌잖아.)
잠깐만요! 뭐 하는 거예요? 이 약들을 섞어서 먹으면 어떡해요!
여기 설명서 있잖아요? 어째서…… 아…… 못 읽는 건가요……? 괜찮아요. 공책 있죠? 제가 그려줄게요!
전에도 많은 오퍼레이터에게 그림을 그려준 적도 있으니까, 맡겨만 주세요! 비록 수습 의사이지만, 제 그림에는 특징이 있으니까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자, 봐요. 이건 식사 전에 먹으라는 거예요. 비어있는 그릇은 식사 후고요. 숫자는 알아볼 수 있죠? 몇 개를 먹어야 하는지도 적어놨어요!
……고마워.
이렇게 사소한 일로 폐를 끼칠 줄은 몰랐네. 예전에는 전부 혼자 할 수 있었는데……
더는 폐를 끼치지 않도록 전부 기억해 둘게.
(입구에는 빨간색 화분이 있고, 안쪽의 잎은 작고 동그란 모양이야. 반쪽이 말라버린 식물…… 여기가 치료하는 곳. 문패의 글자에는 꼬리 모양이 있어. 기억했다.)
(앞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돈 다음에, 빨간색 문이 보이면 앞으로 직진. 다시 왼쪽으로 돈 다음에 파란색 문. 문 앞에는 선반이 있고, 그 위에 잎이 늘어진 식물을 기르고 있어. 여기가 약을 받는 곳이군.)
(노란 꽃이 핀 식물이 있는 문은 후방 지원부, 생활용품을 받을 수 있는 곳이고. 버든비스트 두 마리처럼 생긴 글자가 붙어있는 곳은 훈련실, 여기서 재활 운동을 할 수 있다고 했지.)
(예전 방법으로 전부 기억할 수 있네. 그럼 다른 사람이 그림을 그려서 방을 알려줄 필요도 없고. 무슨 일이든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언젠가 버려지고 말 거야.)
(얼른 기억해야지. 하루라도 빨리 그들이 준 목표를 달성하자. 그래야 빨리 전장으로 돌아가서 임무를 할 수 있지.)
후방 지원부에서 허락했다고? 앗싸!
드디어 이 낡아빠진 문패를 전부 바꿔버릴 수 있겠네! 그리고 저 꽃도! 햇볕이 없는 복도에서 기르려니 정말 힘들었다고. 그러니까 내가 예전부터 오퍼레이터들이 직접 기르도록 나눠주자고 했는데 말이야!
가자! 얼른 후방 지원부에서 물건을 받아 싹 다 청소해야겠다!
……
(……언제쯤 몸이 다 나아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난 용병이잖아? 이렇게 오래 그저 매일 디저트나 만들고, 꽃을 심고, 작은 동물들이나 만지고 있어도 되는 건가? 이런 게 대체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거지?)
(나는 저 사람들 대신 전장에 서기 위해 온 건데, 저 사람들은 내가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 게다가 난 제대로 하는 일도 없잖아. 약을 먹는 것도, 길을 찾는 것도 전부 누가 도와줘야 하고.)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가 뭐지?)
룸메이트들은 모두 임무를 하러 나갔고 숙소에는 프로스트리프 한 사람뿐이었다. 그녀의 책상 위에는 모르는 오퍼레이터들이 준 선물이 쌓여 있었다.
알아볼 수 없는 책과 작은 책자 몇 권, 간식들과 화분 몇 개, 그리고 헤드셋. 용병으로 일할 때의 짐에 비하면 너무 많은, 그리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이었다.
프로스트리프는 헤드셋을 착용했다. 누군가 이렇게 하는 걸 본 적이 있었다. 마치 외부의 모든 성가신 일과 단절된 느낌이었다.
편안한 리듬과 함께 이어지는 허밍.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프로스트리프는 소리를 따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흠~ 흐흠♪ 흠~ 흐흠……♪
♪흠…… 흐흠……♪
휴…… 진정될 것 같아……
……흠~ 흐흠♪ 흠~ 흐흠……♪
……나는♪……별…… 검은……♪
(나머지 부분은 못 알아듣겠어.)
프로스트리프 씨, 오늘 훈련량은 충분해요. 더 했다간 몸에 무리가 가요.
프로스트리프 씨는 정말 대단하네요…… 분명 아직 회복 중일 텐데, 가끔은 저도 당해낼 수가 없다니까요.
제시카 씨, 프로스트리프 씨는 오늘 여기까지예요.
네. 이제부턴 혼자 열심히 할게요!
우리 같은 떠돌이 용병이 사용하는 방법은 그쪽과는 좀 다르니까. 너도 대단해.
정말요?
너와 대련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의사도 네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걸 알아본 거지.
제가 여기서 지켜보고 있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하죠. 프로스트리프 씨, 이쪽으로 와서 운동 후의 신체 데이터를 다시 측정해 보죠.
그런데, 지금 음악을 듣고 있는 건가요? 요 며칠 보니까 계속 헤드셋을 끼고 있는 것 같던데, 새로운 취미를 찾았나 보네요?
음…… 나쁘지 않아. 이걸 듣고 있으면 그렇게까지 답답하지는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도 훨씬 빨라서 다음 검진에서는 통과할 수도 있어요.
진짜?
……흠~ 흐흠♪ 흠~ 흐흠……♪
하지만♪……어제……눈물……♪
쫓아서♪……잃어버린……♪
엄청 즐거워 보이네요. 데이터 측정은 끝났어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의료부에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참, 조금만 더 쉬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거예요.
저기,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이 노래 들어봤어?
무슨 노래요? ……처음 들어보는데, 왜 그래요?
그냥 가사가 조금 궁금해져서. 뭔가…… 평온한 이야기 같은데.
아래 활동실에 독서회가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거기 가보는 게 어때요?
……독서회는 됐어. 내게 독서는 필요하지 않거든. 난 그냥 무슨 가사인지 알고 싶을 뿐이다.
음…… 그럼 열람실을 추천할게요. 그곳에서 사전을 빌릴 수 있거든요. 어떻게 가는지 알아요? 데려다줄까요?
……문패와 식물이 그대로라면 찾아갈 수 있어.
네?
아, 아무것도 아니야! 혼자 가볼게, 고마워!
*분명하지 않은 발음*? 아니면…… *분명하지 않은 발음*?
들풀처럼 생겨서 뒤에 꼬리 같은 모양이 있는 게…… '별하늘'이라는 뜻인가?
*분명하지 않은 발음*…… '사라진'…… '목격'……
'눈물'…… '취기'……
“눈물 취기, 사라진 별하늘을 바라본다. 비춰서, 미친 듯이 젊음을 보낸다”……
“가엽게 비춰, 하지만 무리다. 버려라, 버려라, 춤추며 운다”?
단어를 다 적긴 했는데…… 이게 대체 무슨 뜻이지……?
애초에 사람이 알아들을 수 없는 뜻이잖아? 내가 잘못 해석한 건가? 하지만 사전에서 하나하나 찾은 거니까 분명 맞을 텐데.
어떻게 된 거지……
눈물 취기…… 사라진 별하늘을 바라본다♪ 젊음을 비춰…… 미친 듯이 보내라……♪ 버려라, 버려라, 춤추며 울어라♪? 으음……
……윽, 이상하잖아! 그 사람은 이렇게 부르지 않았던 것 같은데…… 머리만 더 아파졌어……!
……어째서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지……
프로스트리프는 씁쓸하게 헤드셋을 내려놨다. 희미한 소리가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며 드문드문 그녀의 귓가로 흘러들었다.
흠~ 흐흠♪ 흠~ 흐흠……♪
♪흠…… 흐흠……♪
……
누가 이기는지 한 번 해보자.
숙소의 책상 위에는 오퍼레이터들의 선물이 여전히 높게 쌓여 있었다. 그러나 프로스트리프는 서랍에서 치워두었던 학습장을 들춰냈다.
“나, 쿠키, 먹는다. 주어, 목적어, 술어.”
“맛있는 쿠키를, 배부르게 먹는다. 수식어.”
“……단어를 수식하기 위해 이용하는 것. 표현을 더욱 풍부하게 할 수 있다.”
그럼 '눈물 취기'가……
“눈물에 취한다”라는 말인가? 앞쪽의 '차라리'라는 단어를 더하면, “차라리 눈물에 취해”? 이상하지만 뭔가 좀 멋진 것 같기도 하고……?
아, 잘못 봤었네. 이 단어는 '읽다'잖아. 뭐가 이렇게 비슷하게 생겼어? '읽다, 열람, 전람' 이 단어들은 비슷한 뜻이네. 파울비스트가 날아오르는 모습이랑 닮았어.
파울비스트 한 마리가 날아오른다? 아까 그 문패에 있었던 글자의 모양 같은데…… '열람실', 책을 읽을 수 있는 곳. 오…… 이런 의미였구나.
그리고 버든비스트처럼 생긴 단어는, '금지'구나. 하면 안 된다는 뜻이고.
이 단어는 '영화', 저번에 같이 보자고 했던 게 이거구나. 그리고 이 '목록'은 많이 봤던 것 같아. 식당과 의무실에도 있던 단어야…… 앗, 너무 멀리 갔다. 다시 가사에.
……음, 어쩌면 이 가사의 의미는 “미친 듯이 젊음을 즐기며 밤하늘을 비추자”라는 뜻일지도 모르겠네.
“차라리 눈물에 취해 자신을 길 잃은 별이라 생각하자”.
“또 다른 하늘을 비출 수 있기를”.
음…… 역시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째서 마지막엔 “날 보지 마. 난 그저 실의에 빠진 사람, 너를 되찾고 싶다”라고 끝나는 거지?
이게 별, 밤하늘, 취한다, 젊음이랑 대체 어떤 관계가 있다는 거지? 마지막 가사는 전에 톰과 케이티가 헤어질 때…… 톰이 케이티에게 했던 말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모르겠다…… 무슨 뜻이지?
프로스트리프는 숙소 바닥에 드러누웠고, 무심코 룸메이트가 벽에 붙여둔 공지와 포스터를 보게 됐다.
음……?
'열람실', '음식 반입', '금지', '다음 주', '영화 관람', '목록'.
이 뜻이 맞나? 방금 사전에 있었던 단어들인데……
어…… 내가 지금 읽은 건가?
……흠~ 흐흠♪ 흠~ 흐흠……♪
우리는 미친 듯이 젊음을 즐기며 밤하늘을 비추려고 한다♪
차라리 눈물에 취해 자신을 길 잃은 별이라 생각하자♪
그럼에도, 또 다른 하늘을 비출 수 있기를♪
표현이 꽤 그럴싸한데. 전에 봤던 영화 속 인물의 대사 같아……
겨우 사전과 대조해서 다 알아봤네. 그렇게 어려운 가사는 아닌 것 같아. 뭔가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가?
아무래도 헤어지려는 연인을 다시 붙잡고 싶은 사람이 스스로 길 잃은 별이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하지만 밤하늘을 비춘다는 의미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 어째서 밤하늘을 비추려고 할까?
프로스트리프는 들고 있던 학습장을 덮었다. 몇몇 페이지는 하도 들춰봐서 그런지 거의 너덜너덜해졌다.
그녀는 기지개를 켜고는 한참 동안 틀어박혀 있던 숙소를 나왔다.
복도는 그대로였고 방도 그대로였다. 그러나……
“로도스 아일랜드 오퍼레이터 규칙”
“오늘의 식당 메뉴는 라이타니엔 셰프가 직접 요리한 거예요!”
“집에서 보내온 오렌지예요. 다들 맛보세요!”
“오늘 퍼퓨머 정원에서 진행하는 행사를 잊지 마세요!”
“새로운 간식이 입고됐어요!”
프로스트리프는 갑자기 지금까지 의미를 알 수 없었던 기호, 문패, 메뉴, 공지 등이 모두 각각의 뜻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갑자기 이곳이 색다른 방식으로 그녀를 맞이하는 것 같았다.
앗, 프로스트리프 씨! 어디 가세요?
저, 저기…… 프로스트리프 씨,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 '놀이방'!
프로스트리프 씨, 방금 말했잖아~ 밀가루를 너무 많이 넣었어. 게다가 머랭도 풀렸고. 이러면 쿠키가 엄청나게 딱딱해질 거라고~!
봐, 내 말이 맞지~?
하지만 처음 해보는 거잖아요. 아주 잘했어요!
직접 맛을 볼래?
……으, 아! 정말 딱딱하네!
풉…… 하하하~
'놀이방', 이 단어의 의미는…… 엄청나게 딱딱한 쿠키.
프로스트리프는 학습장을 펼치고 '놀이방'이라는 단어 옆에 간신히 쿠키라고 할 수 있는 동그라미와 함께 붙어있는 세 사람을 그렸다.
……'정원'!
프로스트리프 맞지?
코드네임에 담긴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뭔가 '서리가 내린 후의 단풍' 느낌일 것 같아. 음, 아주 멋진 이미지야.
이 향기를 맡아봐. 서리 내린 단풍 숲에 있는 것 같지 않아?
음…… 시원한 향이네…… 마른 나뭇잎?
맞아. 그 향이야. 네 이름을 따서 만든 향이지. 지금 당장 흥미를 느끼지 못해도 괜찮아.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조향과 식물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한다면 언제든 찾아와.
'정원'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서리 내린 후의 단풍나무 숲.
프로스트리프는 학습장을 펼치고 '정원'이라는 단어를 찾아낸 뒤, 그 옆에 단풍잎을 그렸다.
……'식당'은……
약품 설명을 못 알아본다면 메뉴는?
자, 제가 하나하나 설명해 줄게요. 오늘은 식당이 구분되어 있어요. 이쪽은 빅토리아 셰프가 요리한 음식이고, 이쪽은 컬럼비아 셰프가 요리한 음식이에요. 둘 다 아주 맛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이쪽 음식을 먹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영양가가 높고 맛있는 보양식이니까요!
자, 메뉴를 읽어줄 테니 뭘 먹을지 골라봐요.
고마워……
'식당'은 매일 잔뜩 쌓여있는 접시와 히비스커스가 내게 그려준 약 복용 설명서.
프로스트리프는 음식이 담긴 접시와 종이 한 장을 그렸다.
한 페이지 또 한 페이지, 원래는 어지러운 글자만 가득했던 학습장에 다양한 그림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글자에 새로운 해석이 더해지는 것처럼.
프로스트리프 씨……
프로스트리프 씨……! 거기 좀 서요…… 교관님이 내일 훈련은 저희 둘 다 훈련 단계를 올려도 된다고 하셨어요!
후아…… 후우!
제시카, 펜 하나만 더 빌려줄 수 있어?
아? 물론이죠! 여기요!
뭘 그리는 건가요? ……책상?
맞다. 위에 있는 건 '헤드셋', '학습장', 그리고 '화분'이야.
'황야' 옆에 그린 건 냄비와 천막, '전장' 옆에 그린 건 사람이네요?
맞아. 전부 이곳에 오기 전의 삶이지. 황야에서는 천막을 치고 임무를 받으며 살았어. 운이 좋으면 살아남고. 물론 대부분은 돌아오지 못했지만.
힘들었겠네요……
음…… 잘 모르겠어. 어릴 때부터 그렇게 지냈거든. 사실 이곳에 온 뒤로 오히려 적응하기 더 힘들었다.
그럼 '복도' 옆에 그린 건 뭔가요?
눈물을 흘리는 필라인의 머리야.
……네?
이만 훈련하러 가야겠다!
그런 다음에…… 크루스와 퍼퓨머를 찾아가야겠어.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하거든.
그리고 제시카, 네게도 고마워. 나중에 전장에서 우린 분명 좋은 동료가 될 거야!
후…… 후우…… 오래달리기도 끝냈네…… 나쁘지 않아, 그렇게 힘들지도 않고.
아마 완전히 회복된 거겠지.
……흠~ 흐흠♪ 흠~ 흐흠……♪
우리는 미친 듯이 젊음을 즐기며 밤하늘을 비추려고 한다♪
차라리 눈물에 취해 자신을 길 잃은 별이라 생각하자♪
그럼에도, 또 다른 하늘을 비출 수 있기를♪
그럼에도, 또 다른 하늘을 비출 수 있기를♪
……
음…… 이 가사는 이렇게 해석해도 될 것 같아.
내가 바로 길을 잃은 별이고…… 길을 잃었지만 그곳의 밤하늘도 비추고 싶은 거지.
프로스트리프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등 뒤의 함선이 굉음을 내며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의 시작을 알렸다.
닥터 켈시에게 이제 전장으로 복귀해도 될 것 같다고 신청해야겠다!
이게 의사들이 보고 싶었던 모습이겠지? 내 몸은 완전히 회복됐어. 근육도 더 생겼고.
게다가 엔지니어링부는 내 무기도 손 봐주고 있으니…… 어쩌면 전장에서 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겠네!
닥터 켈시도 허락해 줄 거야. 곧 전장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
그게……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