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라테라노를 뒤흔든 '교감 확대' 사건에서, 교감 능력이 부족한 젊은 인턴 집행자만이 진실을 알아차렸다.
등장 오퍼레이터: 이그제큐터
페데리코…… 페데리코! 조금만 천천히 가. 기다려!
수습 집행자 로베르토 씨, 무슨 일인가요?
서먹하게 굴기는. 우린 한날한시에 공증소에 들어온 동기잖아, 좋은 친구가 될 운명 아니겠어?
퇴근하고 라니에리의 디저트 가게에서 푸딩을 먹기로 했단 말이야. 페데리코도 같이 가자!
그건 당신과 수습 집행자 라니에리 간의 약속입니다. 제가 합류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그리고 어깨에 올린 그 손은 치워주시겠습니까. 과도한 신체 접촉은 임무 수행의 효율성만 낮출 뿐입니다.
무슨 임무…… 아, 조금 전 스테보누스 구역 센트럴 병원에서 조사한 일을 말하는 거야?
현재 수행 중인 임무는 그것뿐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에 연관된 사람들은 모두 병에 걸린 거라고 그랬잖아, 의사가 말이야.
환자들의 교감 능력에 문제가 생긴 건 안타깝지만, 우리는 의료진이 아니라 집행자인걸. 우리가 도울 방법은 없어.
병원 기록을 조사해 봤습니다. 지난 기록에서 교감 실조에 걸린 환자는 총 7건으로 극히 드문 케이스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사흘 동안 각 구역 병원에 접수된 교감 실조 환자만 총 15명이었죠.
이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라고 판단됩니다.
병에 걸린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럼 뭐 때문에 그렇게 된 걸까? 하하, 웬 할 일 없는 괴짜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다른 감정을 주입한 건 아니겠지?
그럴 가능성도 있겠죠.
……농담이었는데.
추측을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선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오늘 퇴근 후 모임에 합류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네. 이따 내가 팬케이크를 가져다줄게. 무슨 맛으로…… 앗, 언제 거기까지 간 거야! 걸음 한번 빠르다니까!
……사건의 대략적인 경위는 이렇습니다.
전문적인 의견을 듣고자 유명한 신경외과 의사인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산크타 간의 교감을 방해할 수 있는 인위적인 방법이 있습니까?
교감을 방해한다라…… 쿨럭! 페디, 넌 불가능한 일을 이야기하고 있어. 산크타만의 기적이나 다름없는 교감을 누가 감히 확대할 수 있겠니?
……불가능한가요?
알겠습니다. 전문적인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평소처럼 가져온 음식은 냉장고에 넣어두겠습니다.
냉장고가 가득 찼군요. 가면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도 전부 치우도록 하죠.
일도 힘들 텐데 자주 찾아오지 않아도 돼.
커튼이 젖혀져 있군요.
커튼? 쿨럭, 내가 그랬어. 오늘 아침에 밖에 다녀왔지. 왜 그러니?
……
삼촌, 방학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일주일 동안 집에 머물 예정이죠.
오후에는 거실의 잡동사니를 치울까 해요. 학교에서 단단한 물건을 빠르게 분쇄하는 기술을 배웠으니 대청소에 도움이 될 거예요.
시끄러울 수도 있으니 방에 계시면 됩니다. 저도 귀중품을 전부 치울 테니……
……사라졌군요.
뭐가?
첼로 말입니다. 아르투리아 누님은 늘 창가에 첼로를 두셨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첼로가 보이지 않는군요.
누님께서 떠나신 건가요?
……내가 쫓아낸 거나 마찬가지지.
내가 아르투리아를 라이타니엔으로 보냈어. 어쨌든 그 아이를 가르쳤던 수많은 선생이 하나같이 그 '재능'을 높이 평가했으니까.
하, '재능'은 무슨! 그 망할 재능 때문에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건만!
여전히 누님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시는군요.
난 그 아이를 이해할 수 없어. 그 아이를 보고, 그 아이의 첼로 소리를 들으면 늘…… 사랑하는 이를 잃은 아픔이 떠올라.
네, 그 고통은 삼촌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죠.
페디, 넌 내가 널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모를 거다. 떠나간 이들이 그립긴 한 거냐? 이를테면 네 숙모나 부모님 말이야.
그분들과 함께했던 매 순간이 기억납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미치도록 그립거나,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한 적은?
어머니께선 제 결정이 그 당시 내릴 수 있었던 최고의 선택이라면, 후회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네가 부럽다는 거야. 넌 그 아이의 첼로 소리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으니까.
뿐만 아니라 네 교감 결핍도 부러워. 감정에 휘둘리지도 않고, 후회하는 일은 더더욱 없으니.
제가 지금 볼 수 있는 사실은 삼촌이 후회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미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라이타니엔 사람들의 음악적 재능과 아츠적 재능을 결합한다면 아르투리아 누님의 오리지늄 아츠를 한층 더 강화하리란 것을 말입니다.
그해 장례식에서 누님은 본인의 첼로 소리로 사람들이 숙모에게 품고 있던 감정을 드러내게 했습니다.
다행히도 연주가 끝난 후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첼로 소리는 서로에게 어색한 기억만 남겼을 뿐,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음에도 그럴 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라테라노로 돌아가면 그 '재능'이 더 큰 혼란을 초래할지도 모릅니다.
더 큰 혼란.
이를테면 일어날 확률이 희박한 사건이라든가.
페데리코가 창문을 바라봤다. 창가엔 첼로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페데리코의 기억이 틀릴 리가 없었다. 지난 4년간 창밖에 얼마나 따사로운 햇볕이 비치든, 마르첼로 삼촌은 단 한 번도 커튼을 열어젖히지 않았으니까.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첼로가 놓인 곳 근처에 다가가는 것조차 괴로워했다.
……
조금 전 사건의 경위를 말씀드릴 때, 이것이 '교감 확대' 사건이라고 언급한 적은 없었을 텐데요.
음……
다음 질문에는 굳이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침묵도 하나의 답이 되겠지요.
마르첼로 삼촌, 최근에 아르투리아가 돌아왔던 적이 있나요?
……
수도사님, 검사 결사가 나왔어요. 신경 반응이 조금 높은 것 외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네요.
그런데 아직도 말씀을 하실 생각은 없는 건가요?
두 분…… 아니, 젊은 집행자가 또 왔어요.
계속 면회를 신청하고 있는데, 말이 너무…… 직설적이라서요. 의사 선생님께서도 그것 때문에 겨우 안정된 감정이 다시 요동칠까 걱정하고 계세요.
앗, 이건…… 쪽지? 문틈으로 쪽지를 넣었나 봐요. 위에 이름이 적혀 있네요.
'아르투리아'. 이게 무슨 뜻일까요?
……아!
가, 갑자기 왜 그러세요! 진정하세요, 의사 선생님을 불러드릴까요?
아니…… 그 사람을 만나보고 싶네요.
안녕하십니까.
……당신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교감으로 제 접근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그건 당신의 교감 실조 때문이 아니라 제 문제입니다.
일부러 교감을 거절하는 겁니까, 아니면 신체적 결함 때문입니까?
전문가들은 신체적인 결함으로 보는 듯합니다.
정말 불쌍하군요.
당신은…… 본인이 잃은 게 무엇인지 모르는 모양이군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전 제게 직무를 이행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혹시 최근에 아르투리아 잘로를 본 적이 있나요?
……그렇습니다.
봤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연주도 들었죠.
당신이 몸담고 계신 성당에서 연주가 이루어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날 성당을 찾은 사람들 모두 그녀의 첼로 소리를 들었다고 하더군요.
원래라면 그날은 제가 설교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아르투리아와는 전부터 아는 사이였나요?
……아니요. 그날 처음 만났습니다.
그녀는 맨 앞줄 구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설교가 끝나자 제게 질문을 하나 하더군요.
무슨 질문이었죠?
그게……
방금 당신은 눈을 감고 옆에 앉은 동포의 감정을 느껴보라고 했지.
난 하라는 대로 했어.
나는…… 라테라노에서의 모든 순간처럼, 즐거움과 평온함에 젖어 있는 나 자신이 느껴졌어.
그런데 수도사님, 궁금한 게 있어. 5년 전 그날은 어땠어?
전쟁으로 갈 곳을 잃은 채 황야를 넘어 라테라노에 도착한 이들을 외면했을 때, 그들의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어?
그게…… 무슨 말이죠?
기억이 가물가물한 모양이네. 그날이 다시 떠오를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줄게.
그들 중엔 노인과 아이, 필라인과 리베리가 있었어.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태어난 산크타도 몇 명 있었지.
친절한 사람의 인도에 따라 이곳에 온 그들은 라테라노의 누군가가 자신들을 도와줄 것이라 믿었어.
하지만 그 불쌍한 이들의 희망은 수포가 됐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 대부분은 모래바람 속에서 생을 마감했거든.
……그들을 대신해 제게 복수라도 하려는 겁니까?
광석병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교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제 속마음을 들춰내고, 제가 죄책감을 느끼길 바라는 겁니까?
아니야, 수도사님. 내겐 복수할 자격이 없는걸.
게다가 당신의 행동과 마음속 감정이 일치한다면…… 나도 당신의 인격을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온화한 사람이잖아. 난 그저 그 불쌍한 이들을 왜 도와주지 않았는지가 궁금해. 혹시 교감에는 익숙하지만, 타인의 감정을 진심으로 느낄 수 없기 때문일까?
……
이곳에 앉아 있는…… 모두에게 묻고 싶네.
자리에서 일어난 아르투리아가 군중 속으로 향했다.
그녀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를 대하듯 모든 산크타 앞에 멈춰서서 감정을 느꼈다.
당신은 오늘 아침에 화단 하나를 없앴네. 사라진 유년기의 추억을 보며 슬퍼하는 이웃들의 감정이 느껴졌어?
으음, 당신은 어제 급히 집에 돌아가기 위해 새치기를 하고 대중교통에 올라탔네. 당신 때문에 밀려난 어르신이 제때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초조해하던 감정이 느껴졌어?
나도 똑같아.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이기적이고, 나약하고, 솔직하지 않았던 건 아니야.
다만 산크타의 광륜 아래에서 '교감'을 서로를 향한 배려의 전제이자 표현으로 삼았을 뿐.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우린 정말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타인의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래서 대답은 하셨습니까?
대답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에게 그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나서 “더 많은 걸 느끼고 싶지 않냐”고 물었죠.
그다음에 성당 중앙으로 가더니 첼로 현을 들고…… 성가를 연주하기 시작했어요.
강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 첼로 소리에 매료되고 말았죠.
수없이 들었던 성가인데도 그 선율은 마치 처음인 것처럼 느껴졌어요.
도시 전체가…… 마치 제 머릿속에서 살아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미소를 띤 채 눈물을 흘리고 계시는군요.
맞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는 그때의 감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웃었어요. 누군가가 태어날 때, 누군가는 죽었죠.
의사는 제가 '교감 실조'에 걸렸다고 하더군요. 제가 본 기억이 잘못된 환각이라며 진정제를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전…… 아니, 그 성가를 들었던 사람이라면 알겠죠.
우린 한 번도 제대로 서로를 '느끼고', 라테라노를 '느끼며', 생명의 탄생과 지속, 죽음을 '느낀' 적이 없다는 것을 말이에요.
그 풍부한 감정의 세례 아래에서 전 더 이상 제가 저지른 일을 부끄러워하거나 후회하지 않게 됐어요.
물론 그들의 고통이 언젠가 제 고통이 되리라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전 다음 선택을 하기 전까지, 이제는 제 몫인 그 기억들을 짊어지고 갈 겁니다.
……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전 증언은 중정 공증소에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페데리코, 지금 어디야?
로베르토 씨. 파트너인 당신에게 향후 작전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으니 알려드리겠습니다.
전 '교감 확대' 사건의 용의자인 아르투리아 잘로를 쫓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아마 제 앞에 있는 묘지에 있을 테죠.
좌표를 보냈으니 작전에 협조할 준비를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자, 잘로? 그렇다면 네……
……먼 친척입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제 결정이 달라지진 않습니다.
……
누님, 또 혼자 이곳에 계시는군요.
삼촌은 방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대화를 나눈 지도 오래된 것 같은데요.
왜 본인도 괴롭다는 걸 알리지 않죠?
소용없는 일이니까.
페디, 아빠는 엄마를 향한 사랑 때문에 엄마의 진짜 감정을 느끼지 못했지. 아빠는 엄마를 곁에 두려던 것뿐이지만, 엄마는 아빠에게 얽매이고 싶지 않아 했어.
그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지만, 아빠는 날 밀어냈지.
날 원망하면서까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거야. 엄마가 스스로 원해서 떠났다는 걸.
그렇다고 장례식에서 그런 큰 혼란을 일으키면 어떡합니까?
누님의 첼로 소리 때문에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어요. 올바른 일이 아니라는 삼촌의 말씀에 저도 동의합니다.
페디, 너도 아빠나 장례식에 참가한 다른 사람들처럼 내가 두렵니?
……누님이 두렵진 않습니다.
하지만……
산크타 여자아이가 말없이 묘비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첼로를 연주했다. 첼로 소리는 페데리코가 느낄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했다.
근처 풀밭에 앉아 생각에 잠긴 채 그림을 그리던 페데리코는 이따금 고개를 들어 굳게 닫힌 창문과 떨리는 첼로 현, 말 없는 묘비를 바라봤다.
그도 바람을 타고 울려 퍼지는 첼로 소리가 점점 격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당신을 막을 겁니다.
더는 제멋대로 연주하게 두지 않겠습니다……
……아르투리아.
오랜만이네, 페디.
너도 엄마를 보러왔어?
제가 왜 왔는지 알고 계시지 않나요.
어릴 때랑 정말 똑같네. 예나 지금이나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고…… 분위기를 깨는데 선수라니까.
사흘 전, 당신은 스테보누스 구역의 한 성당에서 오리지늄 아츠를 사용해 31명의 산크타를 교감 실조에 걸리게 했습니다. 그건 명백한 위법 행위입니다.
중정 공증소의 집행자로서 당신을 체포하겠습니다.
그거 알아? 네가 아주 어렸을 때, 난 이미 네가 뛰어난 집행자가 되리라고 생각했어.
다만…… 음, 첫 체포 대상이 나라는 것까진 예상하지 못했지.
그나저나 정말 흥미롭지 않아?
페데리코 잘로와 아르투리아 잘로가 처음부터 숙적이었다는 게.
전혀 흥미롭지 않습니다.
당신의 행동은 라테라노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페디, 내가 왜 그 성당에 갔는지 알아?
……수도사가 내친 유랑민들은 전장에서 루치아나라는 산크타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죠.
맞아. 난 라테라노를 떠난 엄마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어. 그래서 엄마가 걸어온 길을 따라 엄마에게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을 찾아갔지.
그중에는 엄마가 라테라노의 아름다움을 들려줬던 마을이 있었어. 엄마는 그들에게 막다른 길에 다다르게 되면, 라테라노에 와서 도움을 청하라고 했지.
엄마는 그들 대다수가 감염자이며, 신성한 도시에 발을 들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자신의 친필 편지가 옛 동료와 친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엄마가 간과한 게 있었어. 그들 중 대다수가 장례식에서 엄마의 감정과 이상을 비웃었다는 걸.
그렇게 엄마의 곁에 남은 선의를 가진 사람들은…… 가령 그 수도사조차도 타인의 고통을 보고도 외면했어.
그건 당신이 수도사와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을 해칠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해쳤다고?
난 그들이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도록 한 것뿐이야.
그날 이후에도 그들에겐 엄마처럼 다정하고, 용감하고, 동정심이 넘치는 좋은 사람이 될 기회가 있으니까.
당신은 자신조차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한 일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교감 범위의 무차별적 확대는 산크타의 일상을 흔들고, 결국엔 통제할 수 없는 공포와 혼란을 가져올 테죠.
사람들에게 익숙한 질서가 무너지면서 정상적인 외출조차 어려워질 겁니다. 율법을 위반하는 행동이 대규모로 나타나고 단기간에 타락하는 산크타가 넘쳐나겠죠.
물론 친절한 사람이 될 수도 있겠지만, 폭력적이고 공공안전을 위협하는 광기 어린 범죄자로 전락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넌 그저 네게 익숙한 이 질서가 이성을 잃는 일을 용납할 수 없는 거겠지.
현실을, 그리고 진실을 직시하렴. 광기라는 건 감정 그 자체에서 오는 게 아니야. 오히려 이성의 방어선은 오직 받아들일 수 없는 감정에 의해 뚫리는 법이지.
우린 진작에 개인의 감정만 구속하고, 사람들을 무디고 위선적으로 만든 나약한 질서에서 벗어나야 했어.
그게 실현된 이후에야 감정이 주도하는 삶이 새롭게 생겨날 거야. 우리는 더 자유로워질 테고…… 더 이상의 아쉬움은 남지 않게 되겠지.
전 당신이 말하는 '우리'가 누구인지, '그 이후'가 언제인지 모르겠군요.
제가 아는 건 당신의 어머니인 루치아나 씨에겐 더 이상의 미래가 없다는 것뿐입니다.
……
페디, 정말 대단하네.
내게 상처 주려던 게 아니라는 건 알아. 하지만 넌 아주 쉽게…… 내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어.
대체로 아픔은 사람을 각성시키는 법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아픔을 겪은 이후의 행동으로 볼 때 당신이 한순간이라도 후회한 적이 있는지는 판단하기가 어렵군요.
후회?
내게 후회가 있다면 그건 엄마를 돕지 못했던 거야. 엄마는 가슴속에 품고 있던 이상을 이루기 위해 나선 길에서, 너무 쉽게 죽음을 맞이해 버렸으니까.
당신의 선택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페디, 난 네가 내 첼로 소리를 이해할 수 있기를 얼마나 바라고 있었는지 몰라.
내가 엄마의 묘비 앞에서 과거를 떠올릴 때 느꼈던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
거절합니다. 감정으로 죄를 벗을 수는 없습니다.
죄를 벗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야. 그저…… 네 이해를 바랄 뿐이지.
첼로를 내려놓으세요. 당신은 앞으로 두 번 다시 첼로 현을 건드릴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동생, 페디. 정말 그 총으로 날 겨눌 생각이야?
순순히 항복하지 않는다면 그럴 생각입니다.
불가능한 일이란 걸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아르투리아. 라테라노의 적이든 그 누구든, 전 그들이 이 신성한 도시에서 마음껏 날뛰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겁니다.
그 첼로 소리는 제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주변 사람들은 영향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더는 당신의 환각으로 사람들이 불필요한 감정에 지배되고, 교감의 근간이 흔들리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
내 첼로 소리가 가져다주는 진짜 기억을 넌…… '환각'이라고 얘기하는구나. 넌 언제나 감정이 인간에게 미치는 의미를 부정해 왔지.
페데리코, 원래라면 나는 널 미워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널 위해 선물을 준비했어.
저길 봐.
행상인 카트?
페데리코, 이제야 겨우 따라잡았네!
웬 젊은이들 몇 명이 이곳을 풍선 터뜨리기 대회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집행자인 나더러 지켜봐달라는 거 있지……
콜록콜록, 페데리코. 뭐 하는 거야?
왜 다른 산크타한테 총을 겨누고 있어? 타락하고 싶은 거야?
그건 지금 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상황이 아닙니다.
네가 이러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어!
네가 찾고 있는 용의자 아르투리아 잘로는 네 누나잖아, 안 그래? 아무리 둘 사이에 갈등이 있다고 해도…… 이런, 이런 건 올바르지 않아!
……
풍선을 싣고 질주 중인 카트는 멈출 기미가 없었다.
페데리코는 순식간에 카트로 올라타 그 안에 있던 두 사람을 잽싸게 끌어내 풀밭으로 내던졌다.
수많은 풍선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독특한 빛이 하늘과 그의 시야를 가렸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아르투리아가……
……사라졌습니다.
어?
조금 전 카트에 타고 있던 사람들과 함께 스테보누스 구역 센트럴 병원으로 가세요.
조사할 게 더 남았어? 네가 혼자서 다 처리한 줄 알았는데!
가서 전신 검사를 받도록 하세요.
방금 여기 있던 모두가 아르투리아의 첼로 소리에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별다른 느낌은 없는데.
당신이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한 가지 제안을 더 하겠습니다.
뭔데?
……
아! 알겠다. 나더러 이직하라고 제안할 생각이지? 마침 나도 그 생각 중이었는데! 페데리코, 역시 우린 좋은 친구야!
……여기까지가 제가 아르투리아와 만났을 때 일어났던 일입니다.
죄송합니다. 마르첼로 삼촌. 이미 모든 증거를 중정 공증소에 제출했습니다.
몇몇 추기경이 직접 서류를 확인한 뒤 아르투리아를 지명 수배자로 지정했습니다.
이 삼촌이 해내지 못한…… 올바른 결정을 내렸구나.
내가 아르투리아를 보내지 않았거나…… 루치아나의 부고를 들었을 때 교감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그 아이도 이 잘못된 길을 이렇게까지 오래 걷진 않았겠지?
가설에는 실질적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단 하나, 아르투리아 잘로는 스스로 이 혼란이 가득한 길을 걷는 것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 그녀가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도록 어떻게든 체포할 것입니다.
그들이 네게 네 누나를 잡아 오라고 했니?
제가 가장 적합한 인물일 테니까요.
제가 아르투리아의 첼로 소리에 영향을 받지 않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겁니다…… 아르투리아가 인정하지 않는다 한들, 라테라노에서 그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저일 확률이 높지요.
체포 후에는 어떻게 되지? 율법이…… 그 아이를 심판하게 되는 건가?
기록에 따르면, 라테라노의 법률은 도시가 세워진 이래 몇 차례 개정되었다고 합니다.
아르투리아의 오리지늄 아츠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어쩌면 그녀의 범행을 현행법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가 초래한 위협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한, 집행자의 총은 올바른 판단을 내릴 테지요.
넌…… 막 졸업한 아이일 뿐이잖아.
이런 막중한 책임을 감당하는 게 제 능력 밖의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하하…… 네가 부담스럽지 않을까 걱정한 것뿐이란다. 페데리코, 넌 네 부모님처럼 라테라노 최고의 집행자가 될 거다.
아무래도…… 나도 이젠 늙은 모양이야. 요즘 부쩍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니까.
네가 부모를 잃고 막 우리 집에 왔을 때만 해도 루치아나가 곁에 있었지. 너와 아르투리아는 귀여운 아이였어. 우리는 다 함께 물총을 갖고 놀고는 했는데……
그게 바람이라면 지금도 반차를 쓰고 함께 물총을 갖고 놀 수 있습니다.
하하, 정말 착한 아이라니까.
너도 잘 모르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아까 네가 그랬지. 아르투리아가 널 미워하는 건, 네가 감정이 인간에게 미치는 의미를 부정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어쩌면 그 아이는 너에 대해 잘 알고 있을지도 몰라.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페데리코, 넌 내가 만난 아이 중 가장 진실하고 솔직해. 넌 기억을 회피한 적도, 감정을 억누른 적도 없어.
그렇기 때문에 아르투리아는 오리지늄 아츠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모르게 된 것뿐이야.
그런 설명은 좀 당황스럽군요.
그럼 가끔은 생각을 멈춰보는 건 어때.
방으로 들어오지 않을래? 오랜만에 한 번 안아보자.
그런 신체 접촉도 제게는……
……
8년 동안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이 열렸다.
언제나 어둡게 쳐져 있던 커튼도 젖혀 있었고, 깨끗한 유리창과 푸른 하늘이 마치 그를 맞이하듯 펼쳐져 있었다.
탁자 위에는 팬케이크와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물이 있었다.
……포옹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