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깃털'
라 플루마는 휴가를 내고 도솔레스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그녀는 오빠가 본 것과는 다른 도솔레스를 보게 됐다.
등장 오퍼레이터: 라 플루마
……
아가씨, 기다릴 거 없어. 그 무기 상점 이제 장사 안 하거든.
응?
관광객이지? 그 무기 상점은 도솔레스에서 제법 유명했어. 주인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물건을 많이 공수해 왔거든.
응, 알고 있어.
그런데 문 닫은 지 오래야.
그것도 알아.
오, 생각보다 도솔레스를 잘 아는 모양이네.
그래도 아마 이건 모를걸.
뭘?
도솔레스가 비록 좁긴 해도 알짜배기 땅이거든. 이런 금싸라기 땅에 이렇게 오랫동안 가게를 넘기지 않는 건 거의 없는 일이지.
하지만 이 집은 문을 닫은 지 곧 일 년인데도 여전히 임대되지 않은 상태야.
그 이유가 뭔지 알아?
……
이건 보통 사람들은 모르는 엄청난 비밀이라고. 우리 꽃집에서 꽃다발을 하나 산다면 그 비밀을 알려줄 수도 있는데. 어때?
이 상점 주인이 칸델라 시장과 각별한 사이라 그런 거잖아.
……알고 있었어?
당연하지.
도둑이야! 도둑 잡아라!
가서 도와줘야겠네.
움직임이 아주 가볍네…… 꼭 깃털처럼.
큭큭, 오늘도 짭짤하군.
멈춰.
누구냐?!
훔친 물건을 돌려줘.
……
언제부터 짭새들이 이렇게 빠릿빠릿해졌나 했더니……
그냥 계집애잖아.
어이, 아빠 엄마한테 못 배웠어? 도솔레스에서 함부로 영웅 행세를 했다간 저승행이라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라 플루마가 다가가 범죄자의 손에 들린 칼을 떨어뜨렸다.
끄아아아아아악! 내 손!
엄마는 내가 아주 어릴 적에 돌아가셨어. 그리고 우리 두 아빠가 그랬는데……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아야 한다더라.
물건을 내놔.
쳇.
어……?
실력이 좋다고 우쭐대지 마라, 애송아.
여긴 도솔레스야. 이곳에 정착한 세력이 한둘인 줄 알아?
……어떻게 그 휘파람을 불 줄 아는 거지?
그건 진정한 볼리바르인의 연락 수단일 텐데.
……너, 대체 정체가 뭐냐?!
난 그저…… 지나가던 사람일 뿐이야.
쳇.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넌 조만간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다는 걸 깨닫게 될 거야.
아무 때나 그 신호를 사용하지 말라고 분명히 얘기했을 텐데.
칸델라 사람들이 늘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고.
죄송합니다, 형님. 곤란한 일이 생겼습니다.
일은 순조롭게 처리했는데, 이 계집이 가로막는 바람에……
……로도스 아일랜드 사람인가?
……
……타지크 아저씨.
라파엘라?
……
다들 무기를 거둬. 우리 쪽 사람이다.
라파엘라라면…… 대령님의 따님?!
……
아저씨, 대체 왜……
말하자면 아주 긴 이야기야. 날 따라와라, 라파엘라.
……
훔친 물건은 돌려줘야지.
……
네 말대로 하지.
에르네스토를 따라 로도스 아일랜드에 가지 않았나? 왜 다시 돌아온 거지?
아빠를 보려고 휴가를 냈어.
하하, 그랬군.
조금 전 그 사람은 처음 보는 얼굴이던데.
그 녀석은…… 새로 온 부하다. 네가 모르는 것도 당연하지.
타지크 아저씨, 난 다들 이미 도솔레스를 떠났을 거라고 생각했어.
……대령님이 체포된 후 많은 이들이 떠나갔지만, 누군가는 남아 그분을 살펴야 했지. 그래서 몇몇 사람들과 함께 이곳에 남게 되었다.
……
거짓말 마, 타지크 아저씨.
아저씨는 돈을 걸고 카드 게임을 하는 사람만 봐도 한마디 하는 성격이잖아. 그런데 갑자기 부하에게 그런 짓을 시켰다고?
그리고 새로 들어왔다는 사람은 우리 아빠 계급까지 알고 있었어. 그렇다는 건 새로 들어왔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는 거지.
게다가 이 방…… 온통 화약 냄새고.
다시 부대를 꾸려 아빠를 구할 계획인 거지?
……
내 포박술을 피하다니…… 제법이구나, 라파엘라.
바로 아저씨?!
미안하다, 라파엘라. 여기는 못 지나가.
많이 총명해졌구나. 예전엔 관찰력이 이 정도로 예리하진 않았는데.
원래라면 너와 잠깐 회포를 푼 뒤 다시 돌려보낼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네 휴가가 며칠 더 길어질 듯싶구나.
상관없어. 휴가 일수는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나도 말리러 온 건 아니야.
……넌 내가 키우다시피 했지. 만약 딸이 생긴다면 널 닮았으면 좋겠구나, 라파엘라.
하지만 우리가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는 널 보내줄 수 없을 것 같다.
너무 매정하다고 생각하진 마라, 라파엘라.
네가 에르네스토와 함께 떠난 그날부터, 넌 우리 쪽 사람이 아니게 되었으니 말이야.
……대체 계획이 뭔데?
늘 그렇듯 침투해서 습격하고, 폭파시키는 거지. 칸델라의 얼굴에 구멍을 낼 수 있다면 좋겠군.
……
에르네스토 그 녀석처럼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라는 표정 짓지 마라.
호세는 이미 죽었어. 알고 있나?
바로!
이 아이도 알 권리가 있지 않겠어?
하지만 그 머저리 같은 녀석은 전투가 아니라 도박 때문에 목숨을 잃었어.
칸델라는 괴물이야. 녀석이 직접 일궈낸 이 도시도 괴물이지. 우리는 칸델라를 꺾을 수 없어.
대령님만 구하면 곧바로 이 도시를 뜰 거다.
……나도 도울게.
……!
어렵사리 좋은 일자리를 찾았잖아. 굳이 이런 일 거들다가 불똥 튀지 말고.
우리의 작전이 끝날 때까지만 잠자코 있으면 안전하게 이곳에서 나가게 해줄게.
하지만 이렇게 두고 볼 수만은 없잖아.
됐어, 타지크. 언제까지 모르는 척할 셈이야?
착하긴 해도 말 잘 듣는 애는 아니었잖아.
이 아이는 우리 모든 형제들의 딸이야!
난 로도스 아일랜드 사람이니 그 사람들도 날 그렇게까지 곤란하게 하진 않을 거야. 두 사람이 아빠와 접선할 수 있도록 손을 써볼게.
……
봐, 우리 딸이 다 컸군 그래.
우리 왔어.
자, 고급 파울비스트야.
네가 말한 조미료와 다른 재료도 사 왔어.
고마워.
주방 청소는 막 마쳤고, 뒷일은 나한테 맡겨줘.
그래, 우리 둘은 요리에 소질이 없으니.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불러.
응.
그나저나 대령님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로스트 파울비스트라는 걸 생각해내서 다행이야.
양식한 식용 파울비스트는 크기가 크잖아.
우리가 알리고 싶은 정보를 쪽지에 적은 후 파울비스트 안에 넣을 테니 넌 그걸 그대로 대령님에게 가져다드리면 돼.
어쩌면 부피가 작은 물건을 넣을 수 있을지도 몰라.
응, 나도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기를 바라.
분명 안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있을 텐데.
……하긴.
대령님은 애초에 낙관적인 성격이 아니시니 감옥에서 불편하시겠지.
그런 와중에 딸이 만든 로스트 파울비스트를 드신다면 정말 기뻐하실 거야.
네 이런 생각을 대령님이 아셔도 기뻐하실 테고. 어쨌든……
바로.
알겠어. 내가 괜한 말을 했군.
얼마 전에…… 오빠도 왔었어.
대령님을 뵙고 무슨 결혼식에 다녀간 것 같더군.
멀리서 보기만 하고 찾아가진 않았지만.
두 사람은 오빠가 싫어?
싫다고? 그럴 리가.
대령님이 체포될 때, 녀석이 나서지 않았다면 우린 지금쯤 전부 황야에 묻혀있었을걸.
될성부른 녀석이니 앞으로 정말 성공할지도 모르지.
……
바로 아저씨, 그 향신료 좀 줄래?
그래.
불길 속에서 로스트 파울비스트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갔다.
으음, 정말 그리운 냄새로군.
……그러게. 도솔레스에 오기 전에는 자주 모여 밖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그랬지.
지금처럼 좋은 주방도, 풍부한 향신료도 없었어. 고기는 직접 사냥한 거라 아주 질겼고……
하지만 불을 피우고 형제들과 주변에 둘러앉으면 어떤 괴로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지.
……그랬지.
타지크, 받아.
언제 산 거야?
조금 전에.
왜 몰랐지?
너한테 들켰으면 정찰병 실격 아니야?
쳇.
건장한 병사는 말없이 술을 딴 후 단숨에 들이켰다.
나도 마실래.
그래.
라 플루마는 서툰 손길로 술을 딴 후 양손으로 들고 꼴깍꼴깍 마셨다.
병사들은 술맛을 따지지 않았다. 이 술은 그녀가 직접 제조한 술에 비하면 맛이 한참 부족했다.
하지만 자극적인 목 넘김과 함께 문득 그녀의 머릿속에 과거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캠프에 모여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그녀의 아버지를 축하하고 있었다.
당시 그녀는 이미 요리에 능숙했고, 아저씨들에게 요리를 대접하는 일을 즐겼다.
오빠는 조용한 곳을 좋아해 텐트 안에 숨어 잠을 잤다.
하지만 시끄러운 소리를 못 견디고 사람들을 말리러 갔다가 도리어 아버지에게 붙잡혀 취했었다.
캠프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때의 아버지는 자주 호탕하게 웃으셨고,
그때의 오빠의 고민은 늘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에 그녀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문득 박사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과거에 얽매여 있었다면, 자신이 뭘 해야 할지 고민하며 누가 답을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겐 자신만의 생각이 있었다.
……
……
쳇.
접니다.
죄송합니다, 놓쳤습니다. 하지만 감옥 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판초와 만나려는 것 같습니다.
네, 이미 판초의 부하들과 접촉했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관계일 확률이 큽니다.
사람을 모아주십시오.
……
……이런 상황에서 박사가 칭찬해준다면 정말 좋을 텐데.
아빠, 나 왔어.
오, 내 딸아. 드디어 왔구나.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로스트 파울비스트도 가져왔어.
허허, 우리 딸이 만든 로스트 파울비스트는 정말 오랜만이구나.
얼굴 한 번 제대로 보게 좀 더 가까이 오거라.
응.
전보다 야위었구나. 로도스 아일랜드 음식이 별로인 거냐?
아니야. 로도스 아일랜드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데.
요즘 임무가 많았어서 그런 거 같아.
너무 무리하지 마려무나. 규칙적인 휴식과 식사는 중요한 법이란다.
응, 알고 있어.
아빠, 상처가 많이 생겼네.
흥, 감옥이란 곳이 원래 주먹으로 대화하는 곳이니 별수 없지.
몇몇 사람들에게 이 늙은이도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걸 알려줬을 뿐이야.
다음엔 연고를 챙겨올게.
그래, 알겠다.
로도스 아일랜드는 어떤 곳인 것 같으냐?
……좋은 곳인 것 같아. 사람들도 친절하고, 대우도 나쁘지 않아.
그래, 그럼 됐다.
하지만 남을 위해 일하다 보면 의지할 곳이 없게 되는 법.
로도스 아일랜드는 여러 국가를 누비고 있지 않느냐? 그들을 따를 땐 늘 조심해야 한다.
보고 적당한 곳이 있다면 정착하도록 해.
볼리바르로 돌아가면 안 돼?
바보 같기는……
볼리바르에 뭐 좋은 게 있다고. 지금 내 가장 큰 소원은 네가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이야.
그럼 오빠는?
그 녀석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두거라.
이 지경이 됐으니 그 녀석이 칸델라의 앞잡이가 되겠다고 해도 난 말리지 않을 거다.
하지만 그 녀석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영원히 깨닫지 못하겠지.
이것저것 따지는 우유부단한 녀석이니 무슨 일도 이뤄내지 못하겠지!
난…… 오빠가 깨닫지 못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
오빠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알고 있어.
그저 두려운 것뿐이야.
두려워? 뭐가 두렵다는 것이냐?
잃을까 봐. 진짜 그쪽 길을 택했을 때 아빠랑 나를 잃어버리게 될까 두려운 거야.
……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응.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오빠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지만……
아마 오빠도 아빠처럼 내가 로도스 아일랜드를 통해 나만의 안식처를 찾길 바랄 거야.
그런데…… 대체 왜?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볼리바르에서 자랐는데, 왜 나만 떠나야 해?
그건……
아빠, 나도 지난 반란에 가담했어.
나도 마냥 무고한 건 아니라고.
넌 휘말리지 말았어야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걸 가만히 지켜보고 싶진 않았어.
게다가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고 해서…… 정말 이 일과 무관한 사람이 되었을까?
그런 질문을 던질수록 점점 혼란스러웠지만……
점점 오빠와 아빠를 이해할 수 있게 됐어.
나도 힘을 보태고 싶어.
……
이 로스트 파울비스트는 타지크 아저씨랑 같이 만든 거야.
타지크……
……
빌어먹을 녀석. 아무리 상황이 안 좋다지만 네게 이런 일을 시키다니!
내가 먼저 돕겠다고 한 거야.
모든 일이 복잡하게 돌아간다는 건 나도 알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어.
하지만 아빠,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어.
아빠를 존경하고 진심으로 따르는 사람들이, 아빠를 위해 헛되이 죽게 내버려 둬선 안 된다는 거야.
그 말은…… 이 로스트 파울비스트를 받지 말란 소리냐?
……응.
다음엔, 더 맛있는 음식을 해올게.
네가 태어난 이후로 내게 한 두 번째 부탁이로구나.
다 컸구나, 라파엘라.
다들 그렇게 얘기하는데, 솔직히 난 내가 달라진 건지 모르겠어.
아빠, 난 아빠가 건강하고, 오빠가 위험한 일을 줄이는 거, 이거면 충분해.
……
에르네스토 녀석이 여길 다녀갔었다.
응, 알고 있어.
녀석은 내게 자신의 엄마와 처음 만났을 때, 그 가슴팍에 꽂혀 있던 꽃이 기억나느냐 물었지.
난 잊었다고 대답했다.
정말 잊어버렸거든.
나도 늙은 모양이야.
라일락이야.
뭐라고? 네가 그걸 어떻게……
아빠가 알려줬잖아.
그날, 그녀는 거나하게 취한 아버지를 텐트로 부축했다. 아버지는 비몽사몽 간에 그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다 끝내 아버지는 눈물을 보였다.
자신의 아내가 그리웠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와 아내가 처음 만났을 때, 그 가슴팍에 꽂혀 있던 건……
라일락, 아주 아름다운 라일락 한 송이였다.
그래, 라일락이야.
내가 어떻게 그걸 잊을 수가 있겠니.
……
……고맙구나.
로스트 파울비스트는 가지고 돌아가거라.
……정말?
라파엘라, 내 딸아.
에르네스토에게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말을 이렇게 네게도 하게 되는구나.
뭔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절대 두려워하지 말거라.
남의 의견에 흔들려서도 안 돼.
……응.
아빠.
왜 그러느냐?
오빠한테만 할 법한 말을 나한테 해줬으니까…… 나한테 할 법한 말을 오빠한테도 해줄 수 있을까?
……
약속해줘.
……그러마.
다들 준비됐나?
서른 명. 모두 모였어.
……
라파엘라가 우리와 함께 가려고 할까?
……멍청한 소리.
전에 휘말리게 하기 싫다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후, 하긴.
내일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는 우리와 같이 다녀봤자 좋을 게 없지.
내일 죽을 생각이야?
난 오늘이지 않을까 싶은데.
라파엘라, 돌아왔구나.
대령님은 어떠셔?
아빠는 여전하던데.
잠깐…… 로스트 파울비스트는 왜 그대로 가져온 거지?
이게 아빠의 대답이니까.
……
말도 안 돼.
대령님이 감옥에 있겠다고 하실 분이 아닌데.
……우릴 잘도 속였구나.
대령님을 설득하러 갔던 거지?
칸델라의 부하들이 모두를 주시하고 있어.
난 모두가 헛되이 죽지 않길 바랄 뿐이야.
……넌 여전히 착하구나.
하지만 우리에겐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얘기했잖아.
이만 비켜줘.
……싫어.
지나갈 수 없어.
맨 앞에 서 있던 자가 동료들에게 돌격 준비를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 정보에 따르면 이곳은 판초 잔당의 거점이며, 그 부하들은 은밀하게 판초를 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칸델라의 지시는 전원 몰살이었다.
(나지막이) 셋, 둘, 하나……
……어?
칸델라의 부하들은 당황한 눈치였다.
방에는 쓰러진 채 괴로워하는 병사들이 있었고, 방 한가운데는 한 소녀가 서 있었다.
소녀는 거대한 낫을 들고 있었다. 낫이 반사해내는 섬뜩한 빛에 소녀의 얼굴에 남아 있던 두 줄기 눈물자국이 드러났다.
무슨 일이지?
칸델라 시장님, 저희가 도착했을 땐 이미 이런 상황이었습니다.
호오?
넌 에르네스토의……
전 로도스 아일랜드 오퍼레이터, 라 플루마예요.
로도스 아일랜드 오퍼레이터가…… 여긴 어쩐 일이지?
우연히 이 병사들이 무기를 숨겨둔 걸 발견해 처리하는 중이었어요.
이건 도솔레스 내부 사정이야. 그런 사실을 발견했다면 바로 내 부하에게 알렸어야지.
상황이 너무 급해서 그랬어요. 죄송해요, 칸델라 씨.
미안하지만 그 이유로는 부족해.
칸델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에 있던 부하들이 라 플루마에게 무기를 겨눴다.
그 순간……
나야.
흐음?
……후후, 그랬군. 알겠어. 곧 돌아가지.
생각이 바뀌었다, 꼬마야.
아주 괜찮은 이유야.
녀석들은 전부 데려가. 거칠게 하진 말고.
시장님?
내 오랜 친구가 갑자기 먼저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거든. 그래서 기분이 좋아졌달까.
알겠습니다.
모두 이 쓰러져 있는 녀석들을 데려가도록!
네!
아주 용감하구나. 저들은 네 덕분에 살아갈 기회를 얻은 거야.
……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당신에게 감사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후후.
전에 에르네스토한테 착한 여동생이 있다는 건 들었어. 그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일방적인 평가였네.
그거 아니? 넌 이 일에 개입하지 말아야 했어.
모든 걸 지켜본 후에 뒤돌아서서 떠나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었을 거야.
넌 아직 어리니 볼리바르를 떠날 권리가 있거든.
오늘 행동으로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다만, 나도 널 기억하게 됐지.
내게 기억되는 건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야.
알아요.
저도 신중히 생각한 후에 결정한 거예요.
네 오빠는 볼리바르라는 나라에 돋아난 가시가 유일한 기쁨이라고 하던데.
네 생각은 어떠니, 꼬마야?
……오빠는 볼리바르에 관해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처음엔 저도 오빠처럼 되려고 했지만, 불가능한 일이란 걸 깨달았죠.
전 언제나 제 곁에 있는 가족을 더 생각할 테니까요.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네.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전 오빠의 영원한 여동생이자……
아빠의 영원한 딸이에요.
두 사람이 떠나지 않는다면 저도 떠나지 않아요.
그게 다예요.
……널 보고 있으니 이 도시를 넘겨받았을 때가 생각나네.
내 아버지는 쓰레기였고, 이 도시는 그 사람이 남긴 골칫거리였지.
내게는 도시를 개조할 능력이 있었어. 그런데 내가 왜 그런 일을 해야 할까?
왜인 것 같니?
……당신 역시 아버지의 딸이라 그런 건가요?
그렇게 간단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복잡한 것도 아니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언젠간 너도 깨닫게 될 거야.
가자, 꼬마야.
넌 광풍에 휘말린 깃털이야. 폭풍은 가차 없이 널 향해 몰아치겠지…… 하지만 네가 강인하다면 폭풍 속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거야.
……
아가씨, 이 가게가 문을 닫은 건 안다면서 왜 또 여기서 넋 놓고 있어?
누구?
전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잖아. 기억 안 나?
잊어버렸어.
……그렇군.
참, 이걸 줄게.
응?
전에 도둑 잡는 일을 도와줬잖아. 물건 주인이 사례하고 싶은데 아가씨를 찾을 수가 없다면서 여기로 찾아왔었어.
나도 아가씨의 행방을 아는 건 아니었지만, 여길 잘 아는 걸로 봐서 또 찾아오겠다 싶었지. 그래서 내가 보관하고 있었던 거고.
……아, 그날 나랑 대화했던 사람이구나.
그러니까 아까 그렇게 말했잖아!
근데 왜 또 여기 있어?
꽃집이 이 근처거든.
꽃집?
그래, 나도 한때는 도솔레스 익스트림 경기 선수였어.
그러던 어느 날, 경기장에서 넘어지고 말았지. 모두가 야유하던 그때 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는데, 꼭 나를 향해 미소 짓고 있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선수 생활을 접고 이 꽃집을 연 거야.
앗, 잠시만!
……혹시 라일락도 있어?
그럼.
한 다발 줘.
선물하려고?
응, 가족한테 선물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