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돌
체스트넛은 흑요석을 찾기 위해 시에스타에 왔다. 광산에 도사린 위협에 직면해, 그는 자신만의 답을 찾았다.
등장 오퍼레이터: 체스트넛
그러니까, 흑요석을 사고 싶다고?
그래! 온갖 종류의 광석은 다 있는 것 같은데…… 흑요석은 보이지 않네.
옵시디언 페스티벌 전단지를 본 적 있는데…… 흑요석은 시에스타의 특산품이지?
자그마한 남자가 지질학 책자를 휙휙 넘기더니 책장 사이에 끼워둔 옵시디언 페스티벌 전단지를 가게 주인에게 보여준다.
구겨진 전단지 옆에는 그가 흑요석을 위해 그린 광물 스케치가 있었다.
가게 주인은 진열된 물건을 정리하느라 고개를 들지 않았다.
옵시디언 뮤직 페스티벌 이후로 흑요석을 공개적으로 판매할 수 없게 됐어.
다른 데 가봐, 여긴 없으니까!
옵시디언 뮤직 페스티벌? 옵시디언 뮤직 페스티벌라는 것도 있구나…… 난 옵시디언 페스티벌밖에 몰랐는데.
옵시디언 페스티벌에서 흑요석을 파는 게 아니었어?
흑요석을 파는 게 아니라 음악 마니아들이 자기를 표현하는 행사거든.
매일 시끄럽더니, 이제야 겨우 끝났어.
그럼…… 흑요석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혹시 알아?
바삐 움직이던 가게 주인은 고개를 들어 앞에 있는 자그마한 남자를 바라 보았다.
처음엔 다소 놀라는 듯 하더니 이내 불쾌감을 드러냈다.
꼬마였잖아…… 귀찮게 하지 말라 했지.
여기엔 흑요석 같은 거 없어! 냉큼 엄마한테나 돌아가라고!
가게 주인은 거칠게 문을 닫고는 안에서 문을 잠그고 커텐도 쳤다.
자그마한 남자는 머리를 긁적였다.
으음…… 내가 뭔가 이상하게 말해서 기분이 나빠진 건가?
아무래도 '흑요석' 때문인 것 같아.
……
어떤 시에스타 사람들은 '흑요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엄청 긴장하면서 자신이 연루되지 않을까 두려워하거든.
소문에 의하면 화산의 상황을 은폐하고 사람들을 속인 재앙정보전달자가 있었다는 것 같았어.
재앙정보전달자가…… 은폐를 했다고? 왜 그런 거지?
흥, 단지 이익 때문만은 아니었어. 흑요석은 충분히 채굴하고 있지만, 화산 환경이 파괴되어 어쩔 수 없이 시에스타를 이전해야 했으니까……
하아! 머지않아 그 아름다운 해변이 용암에 뒤덮힐거라 생각하니…… 아쉽다! 정말 너무 아쉬워! 어쩌면 이건 시에스타인들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일지도 몰라.
흑요석 같은 거 찾을 생각하지 말고 빨리 여길 떠나! 한시라도 빨리 화산의 분노를 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뭐가 있겠어?
……
환경을 파괴하고, 인심을 현혹하며, 재앙을 초래한다……
전단지에 나와 있는 거랑은 전혀 다르네. 흑요석이 이렇게 무서운 광물이었나?
그리고…… 시에스타인들은 화산이 폭발할 것을 미리 알고 있어서 대응 준비도 시작했는데 왜……
왜 이렇게 불안해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지?
으하하하하…… 꼬마야, 정해진 미래를 마주하면 준비가 잘 되어 있든 아니든 누구나 예민하고 초조하고 괴로운 법이란다.
준비라는 것도 사실은 거짓된 위로일뿐이니까…… 으하하하.
…… 누, 누구? 당신 누구야!
흠,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내가 너의 과거를 알고, 현재를 알며, 미래도 알 수 있다는 것이지.
소매에서 뻗어 나온 야윈 손에는 뼈로 만든 작은 접시가 들려 있었다.
신비한 인물이 뼈 접시를 흔들자 그 안에서 도는 쇠구슬이 부딪히며 형언할 수 없는 소리를 냈다.
그는 그 소리로부터 어떤 메시지를 해독하려는 듯 이상한 자세로 고개를 숙여 귀를 뼈 접시 가까이 가져다 댔다.
오오오오…… 들린다.
가여운 아이로구나, 하늘에서 떨어진 재앙이 너의 '굴'을 파괴하고 너를 혹독한 고난으로 가득 찬 지표면으로 쫓아냈으니.
굴? 그건 굴이 아니야. 우리의 도시라고, 지하 도시. 두린족을 알아?
두린족? 우리와 다를 바가 없지, 우리 삶에도 늘 고난과 괴로움이 함께하고 있으니.
네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무엇을 구하려고 하는지 알고 있다. 남들이 뭐라든 마음이 가는 대로, 네가 원하는 대로 하거라.
그는 다른 손으로 주머니에서 돌멩이 하나를 꺼냈다.
햇빛을 흡수한 칠흑빛 결정체의 표면이 윤기를 내며 반짝였다.
와…… 정말 예뻐.
재앙에 대비해 준비하는 것보다는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호를 구하는 것이 더 필요한 법이지.
하하하, 이 흑요석이 너를 보호할 거야…… 내게 사소한 '대가'를 치를 의향만 있다면 말이지.
……
(이 검은 돌, 예쁘긴 하지만…… 광물로서의 특징은 전혀 없어 보이는데.)
(정말 흑요석이 맞나?)
(그냥 평범한 유리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은데.)
음, 저기……
앗! 찾았다! 저기에 있어!
드디어 찾았군…… 이 뼈 접시를 들고 다니는 사기꾼 녀석!
감히 가짜로 사기를 치다니, 이게 어딜 봐서 흑요석이야?
무슨 소리, 내가 판 건 '흑요석'이 맞아! 평안을 가져다 주는 '영험한 돌'이라고. 반품은 안돼!
너희들이 원하는 그런 재앙을 불러오는 흑요석이라면, 직접 화산 동굴에 들어가서 캐야 할 것이야!
이 자식, 우리 돈 돌려줘, 어서!
자그마한 남자 앞에서 몇 사람이 뒤엉켜 난투극을 벌였다.
관광객의 지갑, 신비한 인물의 뼈 접시, 누군가의 옷에서 떨어진 단추가 한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검은 돌'은 자그마한 남자의 발밑으로 굴러왔다.
그는 돌을 주워 들었다.
음……
더 어두워졌네……
자그마한 남자는 표본 상자에서 새로 얻은 '검은 돌'을 꺼냈다.
칠흑같이 검은 유리는 동굴 안의 어둠에 묻혀 윤곽조차 분간이 어려웠다.
자그마한 남자는 아츠 유닛을 흔들어 조명의 밝기를 높였다.
화난 관광객 두 명을 떼어내 줬다고 이걸 선물로 주다니, 게다가 진짜 흑요석 광산의 위치까지 알려주다니.
여기네.
꽤 오래된 광산이지만, 광산 회사들이 오랫동안 채굴을 해왔을 테니 어쩌면 얕은 표층의 광석은 거의 고갈되었을 지도 몰라.
그래도 화산과 거리가 멀어서 더욱 안전할 거야…… 흑요석을 찾을 수 있을지는 운에 맡겨야 할 테고.
흠…… 이 동굴의 지질 구조는 좀 더 주의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겠어. 이 규칙적인 간격의 촘촘한 무늬는…… 용암이 남긴 흔적인가? 가는 선이 여기에서 휘었다가 다시 아래로 향하고 있고……
……아무래도 좀 더 깊이 들어가야 할 것 같네. 광석이 묻혀 있는 광맥은 더 깊은 곳에 있을 테니까.
……
이 소리는…… 물 소리인가? …… 아니야.
돌기둥 뒤에…… 누구야? 거기 숨어서 뭐 하는 거지?
……
뭐야, 꼬마인가.
꼬마가 아니야, 이미 성인이라고!
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서 뭐 하는 거지? 흑요석 광산은 아무나 와도 되는 곳이 아니야. 엄청 위험하다고.
흑요석 광맥을 찾고 있어…… 그냥 지질 탐사원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쳇, 탐사원은 무슨.
어디에서 왔나? 빅토리아 아니면 컬럼비아? 어느 지질 연구소 소속이지? 아니면 어느 고매하신 환경 보호 단체 소속인가?
음,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난 어느 조직의 소속이 아니야. 흑요석을 찾는 것, 예쁜 돌을 모으는 것, 그 모든 게 내 취미일 뿐이거든.
……
잠깐만…… 큭, 눈부시니까 그만해! 뭐 하는 거야?!
……손톱에 비정상적인 융기가 있고 눈이 약간 누렇게 변했다는 것은 소화기관에 문제가 있거나 오랫동안 음식을 섭취하지 않았다는 뜻이야.
그리고……
자그마한 남자가 아츠 유닛을 들어올리자 그 끝에서 희미한 빛이 퍼졌다.
이, 이게 뭐지? 왠지…… 따뜻한 느낌이 드는데.
다리 근육이 손상됐어. 걱정하지 마. 근육 피로를 완화하고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고 있으니까.
……
기분은 좀 어때?
많이 좋아졌어. 확실히 아프지 않아. 꼬맹이, 너 의사냐?
진짜 의사라고는 할 수 없어. 그냥 간단한 치유 아츠 정도만 사용할 줄 알거든.
이 빛은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 뿐이야. 증상이 재발하고 통증이 심해지면 전문 진료소에 가야 해.
그래…… 고마워.
자, 일으켜 줄게.
자그마한 남자는 손을 뻗어 구석에 누워 있는 남자를 일으키려 했지만 남자의 몸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남자는 손을 잡고 일어섰지만, 자그마한 남자는 그 남자에게 끌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체스트넛의 주머니에 있던 검은 유리가 '댕댕'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앗! 내 '검은 돌'이!
……
'검은 돌'?
이건 시에스타 상인들이 관광객들을 속이는 데 쓰는 모조품 같은데.
혹시 이게 흑요석이라고 하지 않았어?
으음…… 가짜인 건 나도 알고 있었어.
남자가 땅에 떨어진 '검은 돌'을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집어 들어 벽에 가볍게 두드리자 또 '댕댕' 소리가 났다.
이제 그만 두드려 줄래……
뭐 어때서, 그냥 평범한 검은 유리일 뿐이잖아? 돈도 안 된다고.
자, 받아.
흑요석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쁜 '돌멩이'잖아
예쁜 '돌멩이'는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는 거야.
……
정말 이상한 녀석이군.
내가 정말 가치가 있는 걸 보여주지.
남자가 허리에 찬 주머니를 떼내 끈을 풀자 그 안에 검은 돌이 가득 차 있었다.
자, 이 흑요석들, 다 너한테 줄게.
우와! 전부…… 진짜 흑요석이잖아! 하지만……
다 나한테 준다고? 어째서……
치료해준 보답이야.
음…… 하지만, 이렇게 많이는 필요없어. 소장하고 연구할 작은 거 하나면 충분해. 이걸로 할게.
……
직접 광산까지 온 이유가 고작 작은 흑요석 하나 때문이라니…… 수집? 연구? 너 제정신이냐?
하나면 충분해. 동굴에 남아 있는 용암의 흔적과 대조하면 흑요석 광맥의 위치를 알 수 있거든.
굳이 왜 광맥을 찾으려는 건데? 흑요석 한 자루로도 돌아가서 보고하기엔 부족한 거야?
이건 흔치 않은 기회라고. 내가 무르기 전에 그냥 다 가져가.
하지만…… 이 흑요석은 네게 더 필요하잖아? 여기에서 몰래 흑요석을 캐기 위해 너도 큰 위험을 감수하는 거니까.
……
아! 그……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을게. 특히 흑요석의 도굴을 감시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게다가…… 진짜 흑요석을 얻었으니, 이제 곧 시에스타를 떠날 거야.
이봐, 겨우 이 흑요석 한 자루 때문에 내가 흑요석 도굴꾼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흑요석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오지. 화산학자, 환경위생관, 정부 직원…… 그리고 너처럼 취미로 찾아온 지질 탐사원들까지.
네가 정말 화산 활동을 관찰하러 온 연구원이라면…… 누군가 왔을 때 왜 바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어?
다리를 다쳐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고, 동굴에서 한동안 굶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도 처음 발견되었을 때 구조 요청은 커녕 경계하면서 내 신분을 확인하려고 했잖아.
흑요석을 도굴하러 온 것이 아니라면…… 다른 마땅한 이유가 없는데.
……
'도굴'이라니…… 우리 아버지도 흑요석 광부고, 내 형제도, 나도 모두 흑요석 광부야.
이게 우리의 생계인데 어떻게 '도굴'이라고 할 수 있어?
그…… '도굴'이라고 한 건 나쁜 뜻으로 그런 게 아니야. 내가 시에스타의 정책이나 너의 행동을 판단할 자격이 있다거나 입장인 것도 아니고. 다만……
상관없어.
네가 경찰이나 시청에 고자질해도 상관 없다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나도 이럴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화산이 갑자기 예정보다 빨리 폭발한다면……
화산이 폭발하든 말든 어차피 그건 미래의 일이잖아. 갑작스러운 폭발이 흔한 일도 아니고.
게다가 시에스타 사람들은 이미 이사를 시작했어. 여유는 충분해.
……재앙이 들이닥친다면, 그때도 과연 여유가 있을까?
내 고향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재앙으로 멸망했어. 하룻밤 사이에 우리가 그동안 힘들게 가꿔온 고향이 초토화되었거든.
……
갑작스러운 재앙의 원인을 찾기 위해 난 부족 사람들과 지질학을 연구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다른 지방 사람들은 다가오는 재앙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러 지상으로 나왔지.
재앙정보전달자가 위험을 경고하는 모습, 이동도시가 사람들을 위험 지역에서 벗어나게 하는 모습을 보고…… 그런 '유연성'이 정말 부러웠어.
'유연성'? '유연성”이 뭔데?
음……갑작스러운 재앙에 대한 일종의 임기응변 능력이라고나 할까?
연일 이어진 폭우로 인해 범람한 강물을 저장할 수도 있고, 가뭄에는 마른 하천에 물을 공급해 줄 수도 있는 거대한 '호수' 같은 거 말이야.
그렇다면 너희도 시에스타처럼 이동도시로 옮겨 살면 되잖아.
너희 부족 사람들이 모두 너처럼 주변의 환경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면 소수의 유능한 사람을 선발해서 재앙정보전달자로 삼으면 될 테고.
음…… 사실 우리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
내 고향에 비하면 시에스타는 정말 운이 좋은 도시야. 화산은 아직 폭발하지 않았고, 너희는 재앙의 영향 범위에서 벗어날 시간도 충분하니까……
다만……
여기엔 흑요석이 없으니까 냉큼 엄마한테나 돌아가라고!
어쩌면 이건 시에스타인들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일지도 몰라…… 한시라도 빨리 화산의 분노를 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뭐가 있겠어?
준비라는 것도 사실은 거짓된 위로일뿐이고…… 크하하하.
재앙을 미리 알았다고 해서 시에스타 사람들의 삶이 더 편해진 것 같지도 않더라고……
그렇다면 이 갑작스러운 재앙에 맞서서…… 우리는 뭘 더 할 수 있을까? 나는 뭘 더 할 수 있을까?
뭐…… 뭐야? 이렇게 강한 진동은…… 설마, 정말 화산이 폭발하려는 건가……
……
말하자마자, 어떻게 이런 우연이……
아니, 아직 폭발까지는 아닐 거야……
그래도 이 동굴은 구조가 너무 불안정해서 약간의 화산 활동만으로도 충분히 붕괴될 수 있어.
서둘러 나가야 해.
나간다라…… 하, 아무래도 그럴 순 없을 것 같군.
동굴 입구 쪽에서 원석충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고 있었다.
저쪽으로 가면 분명 놈들에게 잡아 먹힐 거야!
내려가자, 따라와!
어떡하지…… 아래쪽에도 원석충이 많아. 아래쪽 말고, 높은 곳에 있는 저기 저 통로로 가는 것이 좋겠어!
저쪽은 내가 잘 알아. 전에 저기에서 여러 번 흑요석을 채굴한 적이 있거든! 흑요석 광맥을 찾고 싶다고 했지? 가는 길에 볼 수 있을 거야!
그냥 이쪽 길로 쭉 가는 게 좋겠어.
무슨 미친 소리야! 더 깊은 곳으로 가면 그거야말로 개죽음이라고!
난 저쪽으로 갈거야.
광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높은 곳에 있던 통로에 균열이 생기더니 원석충이 튀어나왔다.
……
서둘러! 이쪽이야! 뭘 멍하니 있어?
……아, 그래.
저쪽 길이 위험하다는 거 알고 있었어?
우리가 가는 길이 내리막길이긴 하지만, 암벽 위의 무늬를 잘 보면 저 앞쪽의 지형이 높아진다는 걸 알 수 있어. 게다가…… 원석충은 이쪽으론 오지 않고 있고.
높은 곳에 있는 저 통로는…… 거기에서 흑요석을 채굴했었다고 했잖아?
장기간에 걸친 굴착은 암석층의 안정성에 손상을 주게 돼. 진동이 또 발생하면 무너질 수도 있어…… 게다가 광석을 파내고 생긴 공간은 원석충이 둥지를 틀기에는 딱이니까.
……
어이, 지하에서 온 꼬마, 너 정말 대단하구나.
부상자 치료, 환경 관찰, 탈출 안내까지…… 이 갑작스러운 '원석충 재앙'을 앞두고, 꽤 많은 일을 해냈잖아?
……
앞에 빛이 보여! 분명 출구일 거야!
광산에서 탈출한 체스트넛과 광부는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꽤 많은 일을 해냈잖아?”
하지만 재앙은 여전히 발생한다…… 아무도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그마한 남자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지금의 그는 아직 답을 내놓을 수 없다.
그래도 그의 표본 상자에는 새로운…… 두 개의 예쁜 '검은 돌'이 추가되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기쁘고 안심이 되었다.
시에스타에서의 마지막 날, 체스트넛은 해변에 나와 노점에서 산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며 바닷바람과 찰싹대는 파도 소리를 들었다.
그는 돌계단에 앉아 작은 책을 펴고 어렵게 구한 광석을 그리며, 자신만의 익숙한 방식으로 그간의 특별한 휴가를 기록해 나갔다.
바로 그때, 갑자기 들려온 울음소리가 파도가 밀려갈 때 찾아온 잠깐의 고요함을 깨뜨렸다.
이건…… 아이의 울음소리인데.
해변 쪽에서 들려오는 건가?
으아앙……
야! 그만 울어! 울만한 일도 아니잖아!
…… 꼬마야, 무슨 일 있어?
흐윽……
방금 친 커다란 파도 때문에 우리가 그린 형아가 없어져 버렸어!
너희가 그린 형이? 어디에 그렸는데?
지금 서 있는 거기에.
고개를 숙인 체스트넛은 그제야 자신이 모래로 그려진 그림을 밟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파도에 휩쓸려 버렸음에도 커다란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는 걸 어렴풋이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럼…… 다시 그리면 안 될까? 내가 도와줄게.
으아아아아앙!
어, 더 크게 우네……
그릴 수 없어! 형아 눈이 파도에 떠내려가 버렸거든!
눈? 다시 그리면 안 되는 거야?
눈은 돌멩이로 만들어야 해. 동생이 둥글고 검은 돌 두 개를 해변에서 힘들게 찾았는데 파도가 다 휩쓸고 가버렸어!
흐흐흑……
검은 돌?
이 두 개면, 될까?
체스트넛의 손에는 진짜 흑요석과 가짜 흑요석이 각각 한 개씩 들려 있었다. 두 아이가 다가와 유심히 살폈다.
음…… 아마도.
이건 안돼……
응? 안된다고?
동그랗지 않잖아!
풉, 그래, 알았어.
아츠 유닛이 다시 빛을 내더니 '검은 돌' 두 개를 감쌌다.
어?
돌이 동그래졌네?
이제 동그란 눈은 있으니까 다음엔 뭘 해야 하지?
얼굴을 그려야 해!
난 귀를 그릴게. 오빠가 입을 그리고…… 새로 온 오빠는 눈을 여기 놔!
나보고 놓으라고?
……음, 이 두 개를……
자그마한 남자가 모래로 그린 그림 위에 '검은 돌'을 놓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태양 아래에서 보니 두 돌멩이의 빛깔은…… 별 차이도 없네, 뭐.
하지만 그건 이미 중요하지 않다……
지금 그 돌멩이들은 빛나는 눈이 되었으니까.
이제 됐어!
모래 그림은 점점 완성되어 갔다. 아무래도 두 아이의 마음 속에 그 형이라는 사람은…… 좀 우스꽝스럽게 생긴 것 같다.
후……
슬슬 집에 돌아갈 때가 된 것인가? 지하로, 부족 사람들에게로 돌아가 함께 더 견고한 집을 지어야 할 것 같다.
파도가 또다시 해변으로 밀려와 우리의 역작을 무자비하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휩쓸어 버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림은 다시 그리면 되고, '검은 돌'도 다시 찾으면 되는 거니까.
……
이번엔…… 틀림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