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
자신이 폐기처분 될 줄 알았던 마지막 날, Castle-3는 박사와 함께 밖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
6:29 A.M. 날씨 / 흐림
환경 확인…… 제1439호 붕괴 지점에서 3.79km 떨어진 곳입니다.
주변의 생명체 스캔…… 여덟 명, 로도스 아일랜드 엔지니어링부 비상 대응 공사팀입니다.
위험 안전 등급은 중하급으로 평가됩니다.
박사님, 이곳은 안전한 휴식 지점입니다.
- 수고했어, Castle-3.
- ……
- 여기 앉아 있은 지 벌써 5분이나 됐어.
박사님, 이곳은 거의 다 정리됐습니다. 맨 앞에 있는 탐사팀이 지질 보고를 보내오면 계속 나아갈 준비를 하겠습니다.
- 모두 수고했어.
- 잠도 못 자고, 다들 고생했어.
익숙해졌습니다. 로도스 아일랜드가 황야에서 이동할 때는 어떠한 돌발 상황도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원활한 항로 확보를 위해 한 달에 며칠씩은 한밤중에 함선을 떠나 긴급 공사를 해야 하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번엔 박사님이 현장에서 불안정한 구조들을 미리 몇 개 조사해주셔서 효율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두세 시간만 더 있으면 모두 함선으로 돌아가 쉴 수 있을 겁니다.
박사님도 많이 피곤하시죠?
-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 모처럼 나왔으니 기분 전환한다 생각하면 돼.
아, 그리고 Castle-3, 네 공도 컸어!
이 일대엔 샌드비스트가 정말 많거든. 네가 없었다면 샌드비스트를 쫓아내는 것도 아주 힘들었을 거야.
저는 명령에 따라 박사님과 여러분의 안전을 보장할 뿐입니다.
Castle-3, 네가 엔지니어링부에 들어온 지 3년이 넘었지?
네. 마스터 클로저가 저의 업그레이드된 시스템을 처음으로 가동한 지 이미 3년 10개월 9일이 지났습니다.
그렇게 길었나…… 정말 엔지니어링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도 더 오래 있었네.
박사님, 아침 좀 준비하려 하는데 같이 드시겠습니까?
- 수프 한 그릇 부탁해.
- 배는 고프지 않아. 물만 있으면 돼.
Castle-3, 넌……
감사합니다만, 지금은 충전하지 않아도 됩니다.
남은 전력량으로 미루어보아, 저는 아직 8시간 17분간 정상적인 작동이 가능합니다.
하…… 하하, 평소에 Thermal-EX와 함께 다니는 게 습관이 돼서 냉동 훈제 돼지고기 좀 데워달라고 물어보려던 거였어.
유감스럽지만 제 모델은 말씀하신 기능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아…… 뭐 괜찮아, 다른 방법이 생각났거든.
야, 누가 쉐이버 녀석의 녹음기를 켠 거야?
조급해하지 마. 열이 좀 필요해서 그래……
그건 우리 나이보다도 더 오래된 물건이야! 야영지를 폭파시킬 수도 있으니 조심해!
- 이게 정말 녹음기야?
- 오리지늄 폭발물은 아니지?!
……케이스의 진동 주파수를 보니 이 장비의 내부 회로는 심하게 노후화됐습니다. 낮은 확률로 자연 발화할 수 있습니다.
박사님, 목표 대상을 제거해드릴까요?
- 급할 필요 없어.
- 좀 멀리 떨어져 앉자.
“♪불멸…… 불멸…… 나는 불멸의 성난 바람이 되어……”
빠, 빨리 눌러. 이거 부서지는 거 아니야?
“♪불멸…… 불멸…… 나는 불멸의 들불이 되어……”
누가 좀 도와줘! 귀가 먹어버릴 것만 같아!
알겠습니다.
위협 제거.
……하아.
불쌍한 쉐이버.
Castle-3, 이 녹음기 완전히 고장 난 거야?
전원을 제거했을 뿐입니다.
완전히 수리하기 전엔 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으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수리라…… 고칠 수 있었다면 이미 손을 쓰지 않았을까?
쉐이버 스스로는 말할 것도 없고……
고장 난 것으로 끝인 물건도 있는 법이야. 계속 쓰려고 해도 어쩔 도리가 없지.
- 녹음기……
- 쉐이버……
그렇습니다, 박사님. 녹음기는 오퍼레이터 쉐이버의 유품입니다.
아직 쉐이버를 기억하시죠? 저번에 컬럼비아에서 딜런을 도와 '나쁜 녀석들'호를 긴급 수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괜찮았는데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병세가 갑자기 나빠지더니 며칠 후에 병사했습니다.
겨우 40대였는데…… 뭐, 됐습니다. 이 얘기는 그만하죠. 광석병에 걸리면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으니까요.
박사님, 아침이나 드시죠.
그래, 아침이나…… 고기가 아직 차갑지만 괜찮아. 먹을 게 있으면 그거로 된 거지.
- 술 대신 이 수프라도 올리자.
- ……
- 쉐이버를 위하여.
불멸…… 불멸……
밥 먹는데 밥그릇 두드리면서 노래나 부르다니, 쉐이버한테서 배운 거야?
쉐이버는 자신의 녹음기처럼 힘차게 살았잖아?
……불멸의 들불이 되어.
“♪불멸…… 불멸…… 나는 불멸의 들불이 되어……”
박사님, 다들 뭘 하는 거죠?
- 노래를 부르고 있어.
- 옛 친구를 그리워하고 있어.
오퍼레이터 키아베와 같이 일할 때도 비슷한 행동을 여러 번 봤습니다.
그런데 박사님, 저는 저 기능을 습득할 수가 없더군요.
마스터 클로저는 제가 저런 단어들의 뜻을 이해할 수 있도록 언어 모듈을 추가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 단어들을 저런 리듬과 주파수로 표현하는 것과 그냥 말하는 것의 차이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 노래를 부르고 있어.
- ……
- 중요한 건 감정을 표현하는 거야.
불멸.
이 단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영원히 부서지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가장 견고한 기계라 할지라도요.
Castle-3! 근처에 왔어?
네, 키아베 씨, 저와 박사님은 공사팀과 함께 있습니다. 그쪽 탐사팀은 어떤가요?
순조로워. 준비가 다 됐…… 아, 그러니까 일은 거의 다 끝났어.
저기 내가 스패너를 두고 왔는데 좀 갖다줄 수 있을까?
키아베 씨, 중요한 공구를 들고 다니지도 않는데 일은 어떻게 끝내신 거죠?
……그건 신경 쓰지 말고.
Castle-3, 크흠, 어제 우리가 약속한 건……
어제 말씀하시기론 장기 외근을 신청하고 저와 같이 있고 싶으시다고……
그래, 그래. 근데 박사가 아직 근처에 있으니까 그 얘기는……
박사, Castle-3보고 오라고 해도 괜찮지?
- 괜찮아.
- ……
- 뭔가 수상하네.
뭐, 박사는 꼭 허락해줄 줄 알았으니까!
Castle-3, 빨리 와,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박사님, 키아베 씨에게 공구를 건네주고 오겠습니다. 이곳에 머무르시겠습니까, 아니면 저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 같이 가.
- 나도 산책 좀 하려던 참이었거든.
알겠습니다, 박사님.
Castle-3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어. 분명 오늘 찾아와서 처리하자고 약속했었는데.
아, 방금 키아베가 Castle-3가 어딨냐고 물었을 때 왜 수상하게 굴었던 거지?
큰일이군. 설마 몰래 Castle-3를 데리고 도망가려는 건 아니겠지?!
박사님, 오늘 당신과 함께 다닐 수 있어서 아주 즐거웠습니다.
- 오늘?
- ……
- Castle-3, 너도 뭔가 좀 수상한데.
박사님, 저에게 있어 오늘은 아주 특별합니다.
방금 오퍼레이터들이 말했던 것처럼 전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일한 지 아주 오래됐어요.
제 모델의 작업 플랫폼은 오랫동안 작동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 몸에 손상된 흔적들이 아주 많네.
- ……
- 이 표시들은……
박사님께서 제 몸에 새겨진 흔적을 보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것들이 어떻게 생긴 건지 알고 싶으십니까?
- 알고 싶어.
- 전부터 묻고 싶었어.
이 흔적들은 저와 3년 동안 함께 해왔습니다.
이것들을 새긴 사람들은 모두 제각각이었죠. 맨 처음의 것은 젊은 스나이퍼 오퍼레이터가 새겼습니다.
……이 빌어먹을 강도들, 왜 이렇게 많은 거지?
하아…… 또 하나 처치했군!
내가 가진 자료를 가져가려 하다니…… 어림도 없지! 컥…… 컥컥…… 제길, 분명 아까 그 칼이 폐를 찌른 걸 거야……
Castle-3……
네.
와…… 와서…… 도와줘……
누워서 휴식을 취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저 전투 플랫폼일 뿐이지만 당신의 몸 상태가 이미 전투를 지속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누워…… 있으라고? 아니야, 아직 누울 때가 아니야.
Castle-3, 네 몸에 표시를 하나 남겨도 될까?
이 정도의 외관 손상은 제가 작동하는 데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상관없어…… 쿨럭쿨럭…… Castle-3, 사실 너도 내가 곧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지?
즉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당신의 신체 기능은 3시간에서 5시간 사이에 작동을 멈출 겁니다.
작동 정지라…… 그래. 맞는 말이야. 우리 인간들은 그걸 죽음이라고 불러.
넌 나에게 누워서 죽을 때를 기다리라고 했지만…… 난 그럴 수 없어.
마지막 몇 시간 동안이라도 버텨내며 뭔가를 해야만 해.
……저 적들을 봐. 로도스 아일랜드의 물건을 빼앗는 데다 부근의 감염자 마을을 계속해서 괴롭히고 있어.
그러니까 죽기 전까지 녀석들을 죽이겠어.
……세 명째네.
한 명을 죽일 때마다 흔적 하나.
……이건 내 목숨과 맞바꾼 거야.
비록 마지막 고비에 다다랐다고 해도, 이 흔적들이 내 삶과 죽음 모두 의미가 있었다는 걸 알려줄 거야……
......
헌팅 보우 씨!
결국 저는 그 오퍼레이터를 업고 뛰쳐나갔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로도스 아일랜드에 돌아왔을 때 이미 신체 기능은 멈춰버렸었죠.
더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자면 그는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마스터 클로저는 제 몸에 새겨진 흔적을 알아채고 없애주려 하셨지만 저는 남겨두길 원했습니다.
- 그 오퍼레이터를 기념하고 싶어서?
- 그 일을 기념하고 싶어서?
죄송합니다, 박사님. 저는 '기념'이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로봇은 코어가 손상을 입지 않는 한 메모리에 사건들을 계속 기록합니다. 마찬가지로 헌팅 보우 씨에 대한 모든 자료도 기록되어 있죠.
제가 왜 새겨진 흔적을 남겨두기로 결정했는지 알고 싶으셔도 정확한 답변을 드리긴 어렵습니다.
마스터 클로저가 제기하신 한가지 가능성으로는……
어쩌면 제가 '모방'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 그 오퍼레이터를 모방하는 건가?
- 흔적을 새기는 행위를 모방하는 건가?
마스터 클로저는 저희 로봇들을 설계할 때 그런 모듈을 넣으셨고, 저희가 인간처럼 행동하기를 바라셨습니다.
헌팅 보우 씨가 남긴 흔적의 구체적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제 프로그램의 기능은 그가 했던 행위를 지속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 사건 이후에 저는 전투 임무에 나갈 때마다 얼마나 많은 적을 격퇴했는지 세곤 했죠……
그리고 임무가 끝나면 동행한 오퍼레이터에게 케이스에 그 수만큼 흔적을 새겨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 학습하고 있구나.
박사님 저는 Thermal-EX와는 다르게 발열이 불가능하며, 제 프로그램도 '학습'하는 것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정확하지 않은 결론을 도출해냈습니다. 헌팅 보우 씨가 남긴 흔적은 어쩌면 쉐이버 씨의 녹음기와 비슷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제가 작동을 멈춘 후에도 제 케이스에 남겨진 흔적은 쓰레기장이나 마스터 클로저의 개인 창고 안에 여전히 남아있겠죠.
- 특수한 창고에 보관되었으면 좋겠네.
- 난 너와 함께했었던 모든 전투를 그리워할 거야.
감사합니다, 박사님.
제 코어가 작동을 멈추면 제 메모리 안에 남아있는 데이터도 삭제될 겁니다.
하지만 오늘 들려주신 것들은 저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습니다.
Castle-3! 어디 간 거야?
공사팀 사람들이 갈수록 가까이 오고 있어. 다 도착하면 귀찮아질 거야!
그리고 방금 클로저랑 연락했는데 네가 나랑 같이 있는 거 아니냐고 물었어……
Castle-3, 지금이라도 도망가지 않으면 늦고 말 거야!
키아베 씨, 이해가 안 됩니다…… 뭐에 늦는다는 거죠?
그리고 스패너 소리가 들립니다. 사실 제가 공구를 전해드릴 필요도 없던 건가요?
그건 핑계였을 뿐이야…… 너무 신경 쓰지 마!
클로저가 말하는 걸 들었어. 네 코어는 곧 고장 나지? 클로저는 너를 폐기하려 하는 거지? 예전에 우리 공장에서 폐기하던 엔진이 고장 난 차처럼 말이야!
마스터께서 오늘 제 기능을 정지하려는 거라면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 뭐?
박사님, 미리 설명해 드려야 했겠지만 제가 판단하기에는 임무가 최우선이었습니다.
- 그래서 나보고 같이 나가자고 한 건가?
- ……
- 그래서 네가 오늘 이상한 행동을 했던 거구나.
마지막 순간까지 저는 당신의 가장 든든한 파트너가 되겠습니다.
……이거 박사 목소리 아니야? 박사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Castle-3, 너 혼자만 오라고 했었잖아!
박사가 있는데 어떻게 널 데리고 도망가라는 거야?!
키아베 씨, 어제 미리 말씀드렸지만 제가 당신과 함께 장기 외근을 가겠다는 제안을 해도 실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기계로서 저에겐 마스터 클로저와 박사님의 명령이 최우선시됩니다.
그리고 저의 코어는 얼마 가지 못합니다. 당신이 꿈꾼 우리가 함께 여러 나라를 뛰어다니는 모습은 실현되지 못할 겁니다.
멀리 갈 수는 없더라도 도망갈 수는 있잖아!
살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을수록 즐겨야지…… 자유를 위해 도망가다가 쓰러지는 게 오늘 바로 돌아가서 작업장에서 고철 더미가 되는 것보다는 즐겁지 않겠어?!
그래봤자 돌아와서 아오스타나 클로저에게 잔소리나 들을 뿐이겠지…… 일단 다 신경 쓰지 마!
저기, 박사, 박사도 말 좀 해보지 그래?
- 키아베의 말이 맞는 것 같아.
- ……
- Castle-3, 네 생각은 어때?
……통신 종료.
야, Castle-3……
- Castle-3, 왜 갑자기……
박사님, 제 센서가 위험한 유닛을 감지했습니다.
……샌드비스트, 총 네 마리입니다.
Castle-3, 당신의 명령을 기다리겠습니다.
- Castle-3, 왼쪽!
알겠습니다!
가장 가까운 목표를 쓰러뜨렸습니다!
박사님 뒤쪽의 암석 뒤편에 다섯 마리의 샌드비스트가 더 있습니다. 지금 저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 Castle-3, 좌전방 30도에 있는 암벽을 공격해!
알겠습니다!
암벽이 무너집니다! 박사님 조심하십시오!
- 재해가 늘 곤란하지만은 않은 법이지.
- Castle-3, 이 틈으로 탈출한다!
알겠습니다, 박사님! 제 위에 타세요!
박사님, 꼭 붙잡으셔야 합니다.
Castle-3, 최고속도로 전진!
박사님, 샌드비스트들을 따돌렸습니다.
- Castle-3, 아주 잘했어.
- ……
- Castle-3, 아직 속도를 줄이지 않았잖아.
박사님, 일단 내려오지 마십시오. 현재 속도를 유지하면 저희는 10분 뒤에 본함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 키아베를 찾으러 가지 않을 거야?
- 자유로 가는 길은 반대 방향이야.
박사님, 키아베 씨가 한 말의 뜻은 이해했습니다.
키아베 씨는 제가 남은 시간 동안 자유롭게 뛰어다니길 바랐죠.
하지만 박사님, 저희는 지금도 달리고 있지 않습니까?
- 확실히 달리고 있긴 하지.
- ……
- 바람이 세게 부는군.
박사님, 당신과 함께 달릴 수 있어서 정말로 기쁩니다.
- 불멸……
- 노래하기 딱 좋은 때 같네.
- 나는 불멸의 성난 바람이 되어.
나는 불멸의 들불이 되어.
- Castle-3, 또 모방하는 거야?
- ……
- Castle-3, 노래하는 걸 배웠구나.
바퀴가 황야에서 구르는 것과 바람이 케이스를 스치는 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전류가 제 코어를 지나는 것도요.
박사님, 당신은 제게 리듬을 느끼게 해주셨습니다!
박사님을 위해 전류의 소리로 반주를 해드리겠습니다……
- 계속 달려, Castle-3.
“♪나는 불멸의 들불이 되어”
“♪나는 불멸의 성난 바람이 되어”
“♪나의 늑골 사이에서 버든비스트 한 무리가 뛰쳐나와”
“♪위풍당당하게 황야로 향하네”
Castle-3…… 어라, 박사?
마스터 클로저, 제가 늦은 건 아니죠?
안 늦었어. Castle-3는 언제나 시간을 가장 잘 지켰는걸!
알겠습니다, 마스터. Castle-3는 언제나 마스터를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마스터와 함께 작업장으로 가기 전에 박사님과 몇 마디 더 나누고 싶습니다.
그래. 서두를 건 없지.
……박사님.
Castle-3를 선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과 어깨를 맞댄 채로 경험한 모든 전투는 저에게 있어 큰 영광이었습니다.
Castle-3, 수면 모드 진입.
Castle-3……?
스스로 전원을 끄다니…… 박사, 오늘 얘랑 뭘 한 거야?
- 같이 임무를 완수했어.
- 같이 모험을 했어.
- 같이 노래를 불렀어.
나도 어디가 이상한 건지 모르겠어……
Castle-3는 그래도 역시 Castle-3네. Lancet-2처럼 가끔씩 감상적인 말을 하지도 않았고 Thermal-EX처럼 날 놀래키지도 않아.
굳이 말하자면…… 뭔가 좀 멋있어진 것 같다고 할까?
- 어쩌면 '죽음'이라는 개념을 배운 걸지도 몰라.
- 어쩌면 '생명'의 영원함을 느낀 걸지도 몰라.
- 어쩌면 로봇으로서의 삶에 만족한 건지도 몰라.
뭐어?!
박사, 진짜 놀랍네. 하지만 당신이 Castle-3를 보고 그걸 알아낸 건지, 아니면 Castle-3가 당신에게 그걸 알려준 건진 모르겠어.
- 무슨 차이가 있지?
가끔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
인공지능 로봇들이 우리의 말을 사용하며 우리의 행동과 생각을 이해하려 할 때, 우리는 인공지능 로봇들을 통해 자기 자신을 보고 있던 건 아닐까?
와, 갑자기 이런 깊이 있는 말을 하다니, 나답지 못한걸! {@nickname} 박사, 정말 나하고 인공지능 생명체에 대해 연구해 볼 생각 없는 거야?
- 없어.
- ……
- 다음에 다시 얘기해.
음…… 당신이랑 얘기하니까 또 새로운 게 생각났어…… 박사, 난 Castle-3를 데리고 돌아갈게. 오늘 일은 엄청 힘들 것 같거든!
박사!
누가 왔는지 봐봐……
Castle-3, 당신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Castle-3, 괜찮아?
- 메모리는 아직 남아 있나?
자체 검사 프로그램을 세 번이나 실행했지만 기억 파일의 분실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 그거 정말 다행이군.
- ……
- 클로저가 너를 그렇게 쉽게 폐기하지 않을 줄 알았어.
힘들긴 했지만…… 서둘러 돌아온 보람이 있긴 하네!
원래는 Castle-3를 좀 더 붙잡아둘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돌아오자마자 여덟 조각이 난 걸 봤어. 그때 난……
- 당황했어?
- ……
- 울었어?
……까닥하면 클로저를 향해 소리를 지를 뻔했어.
키아베 씨, 엔지니어링부서 동료의 설명에 따르면 당신의 행동은 '지를 뻔'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제 메모리에 저장된 욕 모음집도 당신이 한 말보다 다채롭진 않습니다……
그만, 그만해. 다 널 걱정해서 그런 거잖아!
클로저가 때려서 생긴 이마의 혹이 아직 아프긴 하지만…… 난 전혀 후회하지 않아.
너희들은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알게 된 가장 친한 동생이야. 아오스타나 브로카보단 좀 덜하지만 그래도 하나도 빠뜨릴 순 없어!
감사합니다, 키아베 씨. 당신도 저의 좋은 동생입니다.
암, 그래야지.
아니지, 누가 동생이라는 거야? Castle-3, 너 나쁜 짓을 배웠구나!
나랑 클로저가 네 성격을 고친 기억은 없는데……
키아베 씨, 저에겐 '나쁜 짓을 배우는' 기능은 없습니다.
뭐 됐다. 어쨌든, 박사도 보다시피 얘는 깨어나자마자 박사에게 괜찮다는 걸 알려주려 했어.
우리는 클로저가 Castle-3의 코어가 계속해서 작동하게 해주는 업그레이드 된 시스템을 준비한 걸 몰랐던 거야……
얼마나 더 작동할진 모르겠지만 어쩌면 내게 남은 시간보단 더 많이 남았을지도 모르지.
키아베 씨, 전 당신도 오래도록 자유롭게 달릴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우리는 박사님과 함께할 것이고, 박사님도 저희와 함께할 것이니까요……
- 그래.
- 우리 함께.
- 손을 놓지 않을 거야.
아 참, 박사님, 마스터 클로저가 제게 노래 재생 기능을 추가해주셨고, 키아베 씨가 재생 목록을 업데이트해줘서 부를 수 있는 노래도 더 많아졌습니다.
……《화산 폭발 후 가장 장엄한 광경》을 들려 드릴까요, 아니면 《너무 맛있어》를 들려 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