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즐거움의 땅

즐거움의 땅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케이퍼는 진정한 즐거움을 찾기 위해 도솔레스를 찾아왔으나, 이 '쾌락의 도시'에선 '즐거움'이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고 있음을 발견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케이퍼


머리가 어지러운 관광객

'샴페인 잔 흔들흔들'을 연속으로 열 번이나 성공했는데도 토하지 않았어!

눈앞이 흐릿한 관광객

나도 '멜빵바지 흔들흔들'을 연속으로 스무 번 성공했는데 토하지 않았어!

케이퍼

오케이. 너희 두 사람, 나한테 티켓을 주면 경품 추첨 기회로 바꿔줄게.

케이퍼

보자…… '샴페인 잔 흔들흔들' 열 번, '멜빵바지 흔들흔들' 스무 번 성공했으니, 총 세 번 뽑을 수 있겠네.

케이퍼

자, 한번 잘 뽑아봐. 행운을 빌어~

머리가 어지러운 관광객

만약 1등에 당첨된다면, 나는 길 건너편에 있는 이층집을 살 거야. 그럼 매일 게임장에 올 수 있겠지……

머리가 어지러운 관광객

아니면 4등도 괜찮겠군. 박스 공업의 최신 요트라니, 팔기만 하면 적어도 '송곳니파'에게 빚진 보호비는 청산할 수 있을 거야……

머리가 어지러운 관광객

그놈들에게 엄마 가게까지 저당 잡혔는데도, 아직 돈이 조금 모자라!

눈앞이 흐릿한 관광객

난 그런 대박은 꿈도 꾸지 않아, 그저 '다음 기회에'만 아니면 좋겠어……

눈앞이 흐릿한 관광객

당첨만 된다면, 토할 것 같은 걸 꾹 참고 스무 번이나 흔들어 댄 보람이 있을 텐데……

머리가 어지러운 관광객

나왔다, 나왔어. 뭐가 나왔는지 어서 보자고!

눈앞이 흐릿한 관광객

잠깐만, 나 아직도 눈이 침침해서 그런지, 잘 보이지가 않네……

케이퍼

와우, 이거 참 대박인걸, 너희 운이 정말 좋은데!

케이퍼

축하해, 오늘의 특별상…… '백 번 더' 체험권이야!

머리가 어지러운 관광객

오늘의 특별상? '백 번 더'? 그러니까, 경품 추첨을 백 번 더 할 수 있다는 거야? 정말 대박이잖아!

케이퍼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눈앞이 흐릿한 관광객

하, 어찌 됐든 이건 내가 당첨된 거야!

머리가 어지러운 관광객

내가 당첨된 거야! 저리 꺼져!

케이퍼

그만, 그만, 싸우지들 마!

케이퍼

'백 번 더'는 '샴페인 잔 흔들흔들'이나 '멜빵바지 흔들흔들'을 백번 더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케이퍼

둘이서 나누어 쓸 수도 있으니까, 둘 다 즐겁게 놀긴 충분할 거야!

머리가 어지러운 관광객&눈앞이 흐릿한 관광객

뭐라고?! 웩……


케이퍼

쯧, 내가 빨리 피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몸에 묻을 뻔했잖아!

케이퍼

미안, 접대원 언니, 너무 오래 자게 했네…… 여기 언니 유니폼 그대로 돌려줄게, 이제 교대하자!

케이퍼

그런데 그 두 사람, 내가 준비한 특별상을 하나도 안 좋아하는 것 같더라, 놀려고 게임장에 오는 거 아닌가?

케이퍼

돈도 안 쓰고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됐는데도 기뻐하지 않다니, 정말 이상해……

???

안녕하세요, '더블 선라이즈' 스페셜 한잔 주세요.

케이퍼

이봐 붉은 털, 있어 보이는 척 좀 하지 마, 난 너랑 이런 촌스러운 접선 암호를 맞춘 적이 없다고.

붉은 털

……한 잔 정말로 맛보고 싶어서 그래. 그 보호비 받는 녀석들 손에 한 잔씩 들려있던데, 그렇게나 맛있나?

케이퍼

난 이미 '퇴근' 했어. 접대원 언니가 일어나는 거나 기다려.

붉은 털

그럼 됐어…… 정보를 교환하는 게 더 시급하니, 편히 이야기를 나눌만한 곳으로 가자고.

케이퍼

어때, 보호비를 뜯어가는 놈의 진상은 좀 파악했어?

붉은 털

응, 내가 몇 명 뒤를 쫓아 그놈들 아지트를 찾아내긴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해.

붉은 털

그놈들 뒤에는 이 구역에서 가장 큰 조직인 '송곳니파'가 있어!

케이퍼

그러니까, 우리가 게임장에서 그놈들을 몽땅 쫓아내려면 그 조직 전체와 맞서야 한다는 뜻이야?

붉은 털

정확하게는 우리가 이 구역에서 지내려면 '송곳니파'의 규칙을 잘 따라야 한다는 뜻이지.

케이퍼

흥, 잘됐네, 내가 제일 잘하는 게 바로 규칙을 깨부수는 거야.

붉은 털

……칼리, 우리 그냥 그놈들 신경 쓰지 말자.

붉은 털

그놈들이 게임장에서 계속 보호비를 상납받는다 한들, 우린 상관없이 잘 놀 수 있잖아, 안 그래?

붉은 털

우리에게 돈을 요구하지만 않는다면, 꼭 쫓아낼 필요까진 없지 않아?

케이퍼

아니.

붉은 털

……

케이퍼

붉은 털, 내가 말했었지.

케이퍼

내가 도솔레스에 온건, 진짜 즐거움이 있는 곳을 찾기 위해서라고.

케이퍼

난 게임장에서 노는 게 정말 즐거워서, 누군가 자꾸 그 즐거움을 망친다면 절대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케이퍼

특히 남을 못살게 굴고 협박이나 해서 이득을 보는 놈들이 제일 최악이지.

붉은 털

그럼, 그럼!

붉은 털

만약 내가 보스였다면, 절대 부하들이 이따위 일을 하지 못하게 할 텐데!

케이퍼

오, 정말이야?

케이퍼

그럼 우리 바로 그놈들 보스를 처리하러 가자!

붉은 털

알겠어! 그놈들 보스가 퇴역 군인이든 시장 쪽 사람이든, 일단 그놈만 굴복시키면 되는 거 아냐?

케이퍼

아이, 넌 어쩜 여전히 이렇게 무모하냐, 좀 더 머리를 써볼 수는 없는 거야?

붉은 털

칼리, 나 그놈을 본 적이 있어. 내 군인 시절에 얻은 모든 명예를 걸고 말하자면, 그놈이 나와 1대1로 붙는다면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어.

붉은 털

나를 그 때 군대에 '보내 준 것' 에대해 고마워해야겠는걸.

케이퍼

(작은 목소리로) 하지만 정말 그놈이 정말 시장 쪽 사람이라면, 설령 네가 이긴다고 해도 나중에 누군가가 너를 찾아내서 복수하려고 하지 않을까?

붉은 털

뭐?

케이퍼

……아무것도 아니야, 난 그때 일로 네가 나한테 지금까지 계속 앙심을 품고 있는 줄 알았어.

케이퍼

내가 너를 속여 모병 차량에 태우지만 않았다면, 넌 몇 년 동안 동네 대장 노릇을 계속할 수 있었을 테니까.

붉은 털

흥, 그게 무슨 소리야, 난 널 원망하지 않아. 내가 그때 그 차를 타지 않았다면 도솔레스에도 오지 못했을 거야.

붉은 털

만약 그때 그 차에 타지 않았다면……난 평생 어느 빈민가에서 대장 노릇이나 하며 살았겠지.

케이퍼

빈민가가 뭐가 나빠? 나는 차라리 그런 동네에서 살았으면 좋겠어.

케이퍼

만약에……

빨간 장갑 아래, 케이퍼는 줄곧 오리지늄 결정의 촉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미 적응했다고 생각해왔지만, 그럼에도 오리지늄 결정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는 순간이 종종 있곤 했다.

케이퍼

……됐어, 이제 우리도 선택지가 없으니.


거만한 청년

*볼리바르 욕설*. 누구야?!

거만한 청년

하…… 내 얼굴에 깡통을 찬 놈이 니 새끼냐?

케이퍼

그래 나다, 어쩔래?

케이퍼

하나 묻자, 너 방금 풍선 파는 할아버지한테 보호비 달라고 했지?

거만한 청년

너랑 뭔 상관이야? 나는……

붉은 털

쓸데 없는 소리 할 필요 없어, 칼리.

케이퍼

와, 주먹이 엄청 매서운데!

케이퍼

……붉은 털, 뭐하는 거야?

케이퍼

잠깐만, 이 녀석 주머니는 왜 뒤지려는 거야?

붉은 털

무슨 소리야? 당연히 이 녀석 돈을 챙기려는 거지.

케이퍼

아, 그럼 풍선 파는 할아버지께 돌려 드리는 거 잊지 마.

붉은 털

돌려줘?

붉은 털

칼리, 이 돈 전부가 할아버지에게서 뺏은 건 아니야.

케이퍼

……

붉은 털

알겠어, 알겠어, 그렇게 쳐다보지 마. 이 돈으로 풍선도 몇 개 사드리면 되는 거잖아, 됐지?

붉은 털

다음부터는 일단 따로 행동하자, 나는 따로 할 일이 있거든.

케이퍼

쳇, 알겠어, 그럼 우선 각자 할 일부터 하자.


케이퍼

붉은 털 이 자식…… 하루 종일 보이질 않네.

케이퍼

그 돈은 할아버지께 돌려 드렸겠지?

케이퍼

……됐어, 맘대로 하라 그래.

붉은 털

……칼리.

케이퍼

으앗!

케이퍼

너 왜 여기 쪼그리고 앉아 있어? 빈 맥주 깡통이 뭐 이렇게나……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붉은 털

하하하, 그러게, 나도 내가 얼마나 마셨는지 모르겠어……

붉은 털

그런데 그거 알아? 예전에 내가 빈민가에서 살 때는…… 아버지께서 구두 스무 켤레를 닦으셔야 겨우 맥주 한 캔을 사드실 수 있었어……

케이퍼

……

케이퍼

충격 받은 거야?

붉은 털

충격? 하하, 도솔레스에서는 하루하루가 충격의 연속이었지……

붉은 털

칼리…… 너 오늘 봤지? 주먹 한 방으로 그 잔챙이를 쓰러트리는걸.

붉은 털

겨우 오늘 하루 치의 보호비로 이렇게나 많은 맥주를 살 수 있다니..... 이게 말이 돼……?

케이퍼

붉은 털……

케이퍼

이건 우리가 가져도 되는 돈이 아니야.

붉은 털

흥, 말은 그렇게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즐거움은, 써도 써도 끝이 없는 돈인 거 아니야?

붉은 털

칼리, '송곳니파' 보스를 쓰러트리면…… 우리가 보스가 되자, 함께 말이야!

붉은 털

우리도 보호비를 상납받아서, 끝도 없는 돈을 벌 수 있어……

케이퍼

……

붉은 털

그때가 되면, 나는 아버지께 술집 바로 옆에다 새집을 사드릴 거야, 술을 드시고 싶은 만큼 드실 수 있게 말이지!

붉은 털

너도 어머니를 모셔와서 여기에 공장을 차려드릴 수도 있어! 하하, 분명 잘 될 거야!

케이퍼

……

케이퍼

아니. 그게 아니라……


케이퍼

여기는……

케이퍼

우리 집? 그럼…… 엄마?

엄마

칼리, 여기 있단다.

케이퍼

너무 다행이야,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

케이퍼

잘 지냈어? 혹시 그 나쁜 놈들이 또 보호비를 달라고 하지는 않았지……?

엄마

……

케이퍼

미안해, 계속 편지를 못 써서……

케이퍼

나는 계속 정말 즐거운 곳을 찾고 있었어…… 엄마도 데리고 와서 같이 지낼 수 있는……

케이퍼

아무도 우리를 내쫓을 수 없고, 우리의 작업장을 부술 수 없는 그런 곳……

케이퍼

내가 광석병에 걸렸다고 해서, 엄마한테 부담을 더하진 않을 거야……

케이퍼

근데 아직 그런 곳을 찾지는 못했어……

엄마

괜찮아, 칼리.

엄마

집안 살림을 모두 팔아서라도 반드시 널 낫게 해줄게.

케이퍼

아니야, 엄마, 그런 말 하지 마……

엄마

나는 그저, 네가 즐겁게 지내길 바란단다.

케이퍼

그렇게 말 하지 마……

케이퍼

난 엄마도 즐겁게 지내길 더 바라……


둘째 날

케이퍼

아니, 대체 누가 이렇게 쓰라고 한 거야? 말투가 너무 거칠잖아.

케이퍼

그리고 글머리엔 '존경하는 보스'이라고 써야지.

케이퍼

……안돼, 글씨가 너무 엉망이잖아, 다시 써!

붉은 털

알겠어……

케이퍼

좋아, 그리고 시간과 장소도 적어줘.

케이퍼

“다음 주 금요일 저녁 7시, 당신들의 아지트에서.”

붉은 털

오케이, 이다음엔 뭘 써야 할지 알 것 같아.

붉은 털

“조금만 기다려, 나랑 맞짱 한번 뜨자.” 어때?

케이퍼

아니, 마지막 한 줄은…… “시간이 괜찮으신가요? 찾아뵙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라고 다시 쓰도록 해.

붉은 털

어……

붉은 털

칼리, 이거 명색이 도전장인데, 굳이 이렇게나 예의를 차릴 필요가 있어?

붉은 털

이러면 마치 우리가 그놈을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이잖아.

케이퍼

그놈이 우리가 정말 자기를 무서워한다고 생각해야 재밌어지는 거야.

붉은 털

오케이, 그럼 그렇게 할게!

붉은 털

그러면 그때……

케이퍼

약속한 시간이 되면, 내가 먼저 게임장에 가서 난동을 좀 피울게.

케이퍼

나한테 시선이 끌려 아지트의 보안이 허술해진 사이에, 넌 그놈들 보스를 찾도록 해.

케이퍼

……근데 너 그 녀석 이길 수 있는 건 맞지?

붉은 털

당연하지!

붉은 털

난 진작에 무기도 준비했다고, 잘 봐, 이건 진짜 소중한 거니까.

붉은 털

이 일이 성공한 후엔, 우린 '송곳니파', 게임장…… 어쩌면 도솔레스의 보스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케이퍼

너 이 자식, 지나치게 낙관적인데.

케이퍼

내가 또 널 속이고 뺑뺑이 돌릴지는 안 무서운가 보지?

붉은 털

……

붉은 털

……솔직히 널 다시 만났을 때, 한대 패주고 싶었어, 내가 군 생활 동안 겪은 고생을 너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게 말이야

붉은 털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넌 나보다 머리도 좋고, 게다가 서로 알고 지낸 시간도 꽤 되니…… 아무래도 원수보단 친구가 되는 게 좋겠더라고.

붉은 털

이제는 확실해졌지! 칼리, 너와 함께하기로 한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

케이퍼

……그건 이번 일이 끝나고 다시 이야기하자.

케이퍼

우선 이번 일이나 절대 망치지 마.

케이퍼

……붉은 털 그 자식, 한번 말을 꺼내면 끝이 없다니까. 엄마한테 열시 전에는 자야한다고 배우지도 못했나?

케이퍼

게다가 작전을 너무 맹신하고 있어, 어떻게 그렇게 단잠을 잘 수 있지.

케이퍼

……정말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그놈은 절대 보스 같은 건 되지 못할 거야.

케이퍼

아니, 아마도 최소한 살아서는 '송곳니파' 구역을 벗어나진 못하겠지.

케이퍼

됐어, 도전장은 이미 보냈으니..... 기왕 일 한번 내는 거 제대로 한바탕해보자고.

케이퍼

이번 기회에 도솔레스 사람들에게 진정한 즐거움이 뭔지 알게 해줘야지.

케이퍼

붉은 털이 가져가려는 무기는 어디에 있나…… 아마 여기에 뒀겠지?

케이퍼

하하, 그럼 그렇지, 이러면 진짜 재밌을 거야!

케이퍼

……

케이퍼

맞다, 좋은 자리를 예약해야지.

케이퍼

여보세요, 시루스 공중식당인가요?


머리가 어지러운 관광객

티켓, 내 티켓은?!

머리가 어지러운 관광객

겨우겨우 '샴페인 잔 흔들흔들' 스무 번을 성공했더니만, 대체 누가 내 티켓을 훔쳐간 거야!

정신없는 여행객

내 가방! 내 가방! 아니, 어떻게 샹들리에 위까지 날아간 거야?!

허둥지둥하는 여행객

이게 뭐야…… 내 친필 사인본 신상 운동화가! 대체 누가 팝콘 시럽을 땅에 뿌려둔 거야?! 물어내!

보안요원

여러분, 질서를 지켜주세요!

보안요원

게임장에 불법 침입자가 나타났습니다. 다들 침착하게 저희의 지시에 따라 질서 있게 대피해주세요!

실내 방송

(여자 목소리)둥둥둥~ 안녕하세요, 손님 여러분, 저희 안내에 따라 게임장 문 앞의 광장으로 이동해 주세요. 저희가 소정의 선물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실내 방송

(여자 목소리)각자 선글라스, 시계, 하이힐 등 자기물건들을 잘 챙겨주시고, 절대 게임장 안에서 분실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십시오. 만일……

실내 방송

(남자 목소리)너 이 자식, 여긴 어떻게 들어 온 거야……

실내 방송

(둔탁한 소리)

실내 방송

(여자 목소리)하하, 어쨌든, 다들 모두 좋은 밤 되세요~

머리가 어지러운 관광객

소정의 선물? 어떤 거지?

정신없는 여행객

모르지, 한번 가보자고!

허둥지둥하는 여행객

이봐, 눈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거야? 내 신발 밟았잖아!

케이퍼

아이, 길 막지 좀 말고 얼른 움직여, 빨리 밖으로 나가서 좋은 자리 잡아야 한다고!

붉은 털

……

케이퍼

(휘파람을 불어 신호를 보낸다)

붉은 털

좋아…… 이제 내가 나설 차례인가.


정신없는 여행객

한참 지났는데, 도대체 선물이 어디 있다는 거야……

허둥지둥하는 여행객

쯧, 게임장 직원은? 설마 우리보고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라는 거야, 뭐야?

보안요원

그래, 그 녀석을 쫓아 나왔는데, 입구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

보안요원

응, 응…… 뭐라고?

보안요원

그러니까 네 말은, 보스 쪽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안요원

제기랄……

케이퍼

서두를 거 없어, 얼추 시간이 됐으니까.

케이퍼

응…… 5, 4, 3, 2, 1, 시작해보자고!


'송곳니파' 보스

화물차를 몰고 여기로 난입한 게 네놈이냐?

붉은 털

……

화물차의 앞부분은 '송곳니파'의 아지트 안쪽에 박혔으나, 뒷부분은 여전히 바깥쪽에 노출되어 있었다.

붉은 털은 속으로 나름 멋있는 등장이었다고 생각했다.

'송곳니파' 보스

쯧쯧, 안 그래도 너무 낡아서 비가 샜는데, 이제는 바람도 못 막겠군.

'송곳니파' 보스

그래서 용건은? 내 응접실을 박살 냈으면,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붉은 털

……

붉은 털

(뭐지?!)

붉은 털

(1대1로 붙는 거 아니었나? 여기 왜 이렇게 많은 놈들이 있는 거야?!)

'송곳니파' 보스

뭐하냐?

붉은 털

아, 그게……

붉은 털

(상관없어……)

붉은 털은 말없이 화물차 뒷문을 열었다.

옛 전우에게서 얻어온 오리지늄 화포는 전장에서 언제나 적들을 산산조각내던 것이다.

분명 엄청난 무기라고 할 수 있었다.

붉은 털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다를 거 없어……

붉은 털은 케이퍼의 당부를 떠올렸다.

“최대한 말을 하지 말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유지해. 화물칸이 완전히 열리면 그들에게 달콤한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줘!”

그때만 해도, 붉은 털은 케이퍼가 왜 이 '강력한 무기'를 귀여운 사탕처럼 말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화물칸을 연 그는… 자신이 잘못 본 줄 알고 눈을 비빌 수밖에 없었다.

붉은 털

……

붉은 털

*볼리바르 욕설*발거!

붉은 털은 그제야 이해했다.

원래 있어야 할 오리지늄 화포는 온데간데없었고, 그 자리에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색종이 상자가 대신 놓여있었다.

그 종이상자 위에는 애니메이션 그림이 인쇄되어 있었고, 밀봉 테이프에는 '해피타임'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타이머와 불이 붙은 도화선이 보였는데, 최악인 건 그 도화선이 곧 다 타들어 간다는 것이었다……

이내 축포 한 다발이 하늘로 치솟아 밤하늘을 수놓았다.

꽃다발 모양, 하트 모양, 파울비스트 모양까지…… 순식간에 형형색색의 불꽃이 도솔레스의 밤하늘을 휘황찬란하게 수놓았다.


머리가 어지러운 관광객

……

눈앞이 흐릿한 관광객

……

케이퍼

하, 어때? 꽤 멋있지?

케이퍼

이렇게 근사한 불꽃놀이를 준비하는 건 정말 쉽지 않다고!

눈앞이 흐릿한 관광객

뭐야, 설마 겨우 이게 선물이라는 거야? 시끄럽기만 하잖아!

머리가 어지러운 관광객

그러게, 정말 시끄러워……

정신없는 여행객

그렇게 말하지 마, 멋있기만 한데 뭘. 아쉬운 건 높은 건물들에 막혀 잘 안 보인다는 거지만.

정신없는 여행객

아니, 왜 미리 공지하거나 좀 더 좋은 관람 장소를 제공하지 않은 거야?

눈앞이 흐릿한 관광객

에이 됐어, 지루해. 우리 게임장에 돌아가면 안 될까?

케이퍼

……

케이퍼

에휴 도대체가 도솔레스 사람들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케이퍼

고개만 들면 아무나 다 볼 수 있는 불꽃놀이인데…… 그것만으로도 정말 멋지지 않아?

케이퍼

빈민가에 있을 때엔 도시에서 불꽃놀이를 할 때마다 같이 보자고 엄마가 부르시곤 했지…… 그건 우리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즐거움이었으니까.

케이퍼

……뭐, 상관없어. 이해 못 한다면 어쩔 수 없지.

케이퍼

그래도, 붉은 털이 있는 그쪽 사람들은…… 이 깜짝 쇼를 분명 좋아해 줄 거야.


며칠 후

보안요원

잠시만요, 비켜주세요!

케이퍼

와, 이거 참 장관인데.

케이퍼

이렇게나 많은 꽃다발과 풍선이 달린 차라니, 차 번호도 모두 이어져 있고……

갑자기, 차량 행렬 중 한대가 케이퍼의 앞에 멈춰 섰다.

운전석의 문을 열고 내린 사람은 익숙한 사람이었다.

붉은 털

칼리! 드디어 만났구나!

붉은 털

그날 이후로 대체 어디 갔던 거야? 제일 좋아하던 게임장에도 안 보이던데?

케이퍼

하…… 하하.

케이퍼

그러는 너는? 꽤 바쁘게 지내는 거 같은데.

케이퍼

새 차 되게 좋아 보인다.

붉은 털

아, 이거 보스 차야.

붉은 털

아, 맞다, 너 아직 모르지? 나 '송곳니파'에 들어갔어.

붉은 털

그 때……


붉은 털

……

붉은 털

(아, 폭죽이었구나…… 폭죽이라니!)

붉은 털

망했어…… 다 망했어……

'송곳니파' 보스

……망해?

깜짝 놀란 여자

세상에! 자기야, 정말 멋진 불꽃놀이야!

깜짝 놀란 여자

난 진짜 생각도 못 했어, 난 또 자기가 주먹이나 휘두르려는 줄 알았는데…… 나한테 서프라이즈하려 했던 거구나!

'송곳니파' 보스

엉? 아…… 맞아! 내가 엄청나게 오랫동안 계획한 거야!

'송곳니파' 보스

바로 저 녀석이랑 함께 준비했지, 안 그래?

붉은 털

어? 아, 맞아……

'송곳니파' 보스

그럼, 자기야, 빨리 가서 옷 갈아입어. 우리 이제 잊지 못할 저녁 식사를 하러 가자고.

깜짝 놀란 여자

너무 좋아! 자기야, 나 너무 기대돼!

붉은 털

저…… 혹시…… 내가 뭘 더 해야 하나?

'송곳니파' 보스

아니, 이미 충분해.

'송곳니파' 보스

너 이 자식, 하마터면 오해할 뻔했잖아.

붉은 털

아…… 그게 아니라…… 미안해…… 저 벽은 어떻게든 내가 고쳐놓을게! 꼭 보상할게!

'송곳니파' 보스

보상?

'송곳니파' 보스

보상까지 하려 했어?

'송곳니파' 보스

이봐, 나를 위해 큰일을 해줬는데 무슨 보상이야?

'송곳니파' 보스

그간 언제 프러포즈할까 고민했는데, 후, 그래 바로 오늘이야!

'송곳니파' 보스

어이, 거기, 도솔레스에서 경치가 제일 좋은 식당으로 예약해놔!

'송곳니파' 조직원

보스! 시루스 공중식당에서 전화가 왔는데, 예약한 자리를 어떻게 할 건지 묻는데요?

'송곳니파' 보스

어? 이미 예약됐다고? 설마 네가 한 거냐?

붉은 털

아마도……?

'송곳니파' 보스

이놈, 제법인데. 기억해두겠어.

'송곳니파' 보스

어서, 차를 준비해! 지금 당장 출발할 테니!


붉은 털

그날 저녁, 보스 애인은 불꽃놀이를 보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이어진 보스의 프러포즈도 성공적이었어.

붉은 털

그리고 기뻐서 어쩔 줄 몰랐던 보스가 그 자리에서 나를 바로 조직에 영입했지.

붉은 털

오늘이 바로 그 두 사람의 결혼식이야. 이 차량 행렬은 결혼식장으로 가는 거고

케이퍼

오…… 축하해, 정말 잘 됐어. 내 계획이 제대로 성공했잖아.

붉은 털

그래, 이보다 더 성공할 수는 없었을 거야, 네가 이런 계획을 짰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

붉은 털

하, 진짜 그땐 긴장해서 죽을뻔했다니까! 만약 네가 곁에 있었다면, 내 땀방울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들었을걸!

케이퍼

어쨌든, 기왕 '송곳니파'에 들어간 거, 빨리 보스까지 올라가서 조직원들이 보호비를 뜯고 다니지 못하게 하라구.

붉은 털

그건…… 우리 그 이야기는 하지 말자.

붉은 털

가자, 차에 타! 내가 너 데리고 갈게, 우리 같이 '송곳니파'에 들어가자!

케이퍼

……

케이퍼

됐어, 재미없어.

케이퍼

설령 간다 해도 말썽만 부리고 다닐 뿐이야. 절대 환영받진 못할걸.

케이퍼

그리고 난 이미 도솔레스를 떠나기로 마음먹었어.

붉은 털

어? 왜?

붉은 털

칼리, 우리가 함께 '송곳니파'에 들어가기만 하면 게임장에 마음대로 들락거릴 수 있어, 더는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도 없을 거라고!

케이퍼

……

붉은 털

왜 그래, 칼리?

붉은 털

이런 도솔레스는…… 네가 찾아다니던 '즐거운 곳'이잖아?

케이퍼

그런가?

케이퍼

내가 찾는 즐거움은 여기에 없는 것 같아.

별안간, 웨딩카에 매달려 있던 풍선이 모두 천천히 하늘로 날아가자, 아이들의 환호 속에 모두의 관심이 그리로 쏠렸다.

붉은 털이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케이퍼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