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휘슬
불의의 사고로 링을 떠났던 비헌터는 과거의 적수와 마주치게 되고, 끝내지 못했던 시합의 승패가 마침내 가려지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비헌터
2:19 P.M. 날씨/맑음
우르수스 국경 마을
꿀꺽꿀꺽…… 캬아! 대박, 이 맥주 진짜 시원하다!
크흠, 슈라 씨.
보스, 그렇게 정색하지 마. 여기 맥주는 현지 특산품인 꿀이 들어가서 정말 별미라니까!
게다가 오늘은 마지막 날이잖아. 내일이면 보스가 떠나는데, 요 며칠 신세 진 답례로 이 술은 내가 사는 거로.
됐거든요. 저는 건강을 챙기는 스타일이라서, 누구처럼 오밤중에 꿀을 잔뜩 먹어 치우고도 모자라서 다음날에 당분이 높은 술을 마시지는 않습니다.
잠깐만, 냉장고 안에 건 마음대로 먹어도 된다면서!
하아…… 먹어도 된다고 했지, 다 먹으라고는 안 했잖아요.
건강은 전혀 신경 쓰지 않나요?
경호원 일이 얼마나 힘든데. 고열량 음식 정도는 먹어줘야 버티지.
그래도 조금은 자제해야죠!
하하, 알았어, 보스.
하여튼, 당신도 참.
맞다, 이번 일이 끝나면 앞으로 뭘 할지 결정했나요?
(긁적긁적) 음, 생각해 봤는데 마땅히 떠오르지 않네. 스읍…… 젠장.
안 그래도 이 문제에 대해 한 번쯤 얘기……
두 분, 안녕하세요. 이건 우리 가게에서 새롭게 빚은 특제 벌꿀 맥주인데, 지금 원 플러스 원 행사 중입니다!
좋아, 그럼 한 잔 더!!
네, 바로 잔을 채워드리겠습니다!
……하려고 했는데.
어어, 방금 뭐라고 했어, 보스? 너무 시끄러워서 잘 안 들려.
하아……
슈라 씨,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데 여기서 시간을 허비할 순 없어요. 자리를 옮길까요?
좋지, 보스. 얼마든지 따라가 줄게.
당신 말이에요. 음? 어…… 저……
앗, 왜 또 멈췄어? 급한 거 아니야?
슈라 씨, 제 착각인가요? 누군가 우릴 향해 무섭게 다가오는 것 같은데.
당신을 향해 달려오잖아요! 정말이지, 중개소에서 당신 과거가 깨끗하다고 한 거 다 거짓말일 줄 알았어요!
보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몇 번을 말해, 나 그저 언더그라운드 격투 선수라고. 나 갱스터 아니야!
그래요? 그런데 왜 저 남자는 금방이라도 당신한테 달려들 것 같은 표정이죠?
그게…… 사실은…… 아는 사람이긴 한데. 긴장하지 말고 내 뒤에 숨어 있어.
야, 이거 우리 챔피언 아가씨잖아.
예브게니, 눈치껏 꺼져줄래? 지금 너랑 말장난할 시간 없으니까.
격투기는 어쩌고 경호원이 됐어? 아차차, 내 기억력 좀 봐. 넌 이제 챔피언도 뭣도 아니지.
조잘거리기는. 너 같은 놈들이나 운 좋게 얻어걸린 챔피언 자리로 우쭐거리겠지.
슈라 씨…… 당신……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네. 무서워라.)
그날 네가 링에 섰다 하더라도 너 같은 계집은 한주먹 거리도 안 되지.
뭐? 웃기고 있네. 내 주먹에 먼지 나게 맞아 볼래?
시합 전날 기습당해 다치지만 않았어도, 너 같은 녀석이 이렇게 입을 나불거릴 일은 없었을 거야!
잠깐, 당신들……
변명 따윈 집어치워. 아무리 얘기해봤자 시합이 끝날 때까지 안 나타났다는 사실은 변함없으니까.
하아, 진짜 열받네. 너 염치가 뭔지도 모르는구나!
왜, 화났어? 쯧쯧, 불쌍한 영감탱이. 평생 가르친 제자가 경호원 따위나 하다니. 지나가던 개가 다 웃겠다.
이 자식, 그 더러운 입으로 내 스승님을 욕하지 마!
호오, 잔뜩 열받은 모양이네? 한 판 붙을까?!
두 사람…… 거기까지만!
슈라 씨, 둘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의 시간은 당신 것이 아니라, 지금 급여를 주고 있는 사람, 즉 제 것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의 시간과 제 돈을…… 이딴 녀석한테 낭비하지 마세요.
뭐? 훗, 그래. 얌전히 네 보스의 말 들어. 빨리 꺼져.
응? 보스, 일은 아까 다 끝난 거 아니었어?
일은 끝났어도 아직 퇴근 시간이 안 됐잖아요. 오늘 8시간 치 수당을 줬으니 얼른 가요, 슈라 씨.
……알겠어. 계약서에 적힌 일이니 보스 말대로 할게.
그리고 저 점원의 눈빛을 보세요. 여기서 싸우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눈빛이에요.
아아, 진짜네.
오를로프, 싸울 생각이 없다면 이만 가보지. 난 너와 달리 바쁜 몸이라.
더 이상 챔피언 타이틀 뽐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럴 배짱이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지 말고 못다 한 시합을 끝내는 게 어때? 그 승패를 가지고 다시 얘기하자고.
하지만 지금은 안 돼. 밤에 널 찾아가지. 네가 어딨는지는 알고 있으니까.
됐어, 어차피 결과는 뻔한데. 지난번처럼 안 나타날 거잖아.
그래서, 쫄았냐? 챔.피.언.씨?
서, 설마…… 그럴 리가. 내가 못 할까 봐? 자신 있으면…… 오늘 밤에 찾아 와. 너 따위…… 두렵지 않아.
이제 좀 그만하면 안 될까요!
이 빌어먹을 것들이!
슈라 씨, 빨리 가요. 한가하게 저런 놈이랑 노닥거릴 시간이 없어요.
봤지? 예브게니, 나 간다. 너 오늘 밤에 약속 꼭 지켜라.
젠장! 저런 놈이라고? 감히 날 모욕했겠다!
6:34 P.M. 날씨/구름 많음
그래서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 나를 끌고 온 거야?
후우…… 전에 얘기했던 '로도스 아일랜드' 말인데, 기억나요?
보스가 일하는 곳이잖아. 무슨 제약회사랬나? 하도 얘기해서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
이번 일이 끝나도 계속 경호원 일을 할 건가요?
흠, 글쎄. 미래 일은 아무도 모르는 법이잖아? 되는대로 일하는 거지. 고를 형편이 안 되니까.
로도스 아일랜드에 사람이 필요한데, 마침 당신의 소질과 격투술이라면 충분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인사부에 추천하려고 합니다.
저, 정말? 야…… 고마워, 보스.
게다가 증세도 점점 악화하고 있는데, 이제는 숨기기 어려울 거예요. 국경 지대라 아직은 관리가 느슨하지만, 여기도 분명 상황이 점점 나빠질 겁니다.
아하하, 신경 써줘서 고마워. 그런데…… 난 감염자인데 정말 괜찮을까? 알다시피 회사들은 우리 같은 감염자들에겐…… 기회를 주지 않아.
아니에요, 그런 얘기 하지 마세요. 사실 저희도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로도스 아일랜드는 당신들…… 아니, 우리 같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나, 난…… 어떻게 고맙다고 해야 할지…… 이런 기회가 생길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어.
……그러니까 시합 같은 건 이제 잊으세요, 슈라 씨.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으니 지난 일은 이곳에 묻어두세요.
보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난 꼭 가야 해. 이 시합의 승패는 나한테 정말 중요해. 이 원한을 풀지 못한다면 마음 편히 이곳을 떠날 수 없을 거야.
오늘 일을 매듭짓지 못했는데 어떻게 내일을 꿈꾸겠어.
그렇다면, 슈라 씨…… 제대로 설명해서 저를 납득시켜주세요.
음, 뭐랄까…… 한동안 나는 그 챔피언 벨트를 갈망했던 적이 있어. 지금은 가질 수 없지만, 스승님께…… 내가 챔피언 벨트를 거머쥘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
아, 죄송합니다. 그분은 이미……
(긁적긁적) 아아, 돌아가셨어……
스승님이 어린 나를 거둬줬어. 잽, 회피, 가드 모두 스승님한테 배운 거야.
우르수스는 혼자 지내기도 버거운 곳인데, 삑삑 우는 코흘리개까지 데리고 있었으니 많이 힘들었겠지. 나만 없었다면…… 아마 더 잘 지내지 않았을까 싶은데, 날 버리지 않았어.
스승님은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챔피언 벨트를 가져오기를 바랐어. 그래서 이것 말고는…… 스승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을 것 같아.
……그게 당신의 결정이라면 존중할게요, 슈라 씨.
……고마워 보스.
참, 슈라 씨. 아까 그 남자를 수소문해 보니 워낙 교활한데다 더러운 수법도 자주 쓴다더군요. 괜한 걱정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합니다.
응, 조심할게.
만약 이기면 제가 고급 벌꿀주를 사드리죠.
좋아, 약속한 거다!
10:24 P.M. 날씨/맑음
후우, 정말이지, 끈질긴 여자라니까. 누가 저런 놈이랑 시합한다고.
흥…… 그나저나 운도 참 좋지. 그때 그 지경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멀쩡하게 뛰어다니는 걸 보면.
훗, 감시팀이랑 얘기해 봐야겠다. 용돈이라도 좀 들어오려나.
예브게니!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오, 오를로프!? 내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
네가 순순히 약속 장소에 나올 리가 없잖아. 혹시나 해서 여기서 기다려 봤는데 '운 좋게 얻어걸렸네'.
하, 한참 기다려도 안 오길래 잠깐 바람 쐬러 나왔다. 왜, 문제 있어?
헤에, 변명이라면 됐어, 예브게니. 두렵다면 지금이라도 패배를 인정하고 돌아가는 게 어때?
두렵기는…… 같잖은 말을 하는군, 오를로프.
망할 계집…… 고, 고운 얼굴에 피가 묻을까 걱정도 안 되는 거냐? 내가 확……
갑작스러운 주먹질에 남자가 말을 멈췄다. 코앞에서 멈춘 주먹에 깜짝 놀란 그는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켰다.
입만 나불거리지 말고 어서 시작하자고, 이 챔피언아.
이게 진짜……
아, 말할 때 혀 깨물지 않게 주의하는 게 좋을 거야.
이 빌어먹을…… 주, 죽여 버리겠어!
어서 덤벼!!
(생각보다 주먹이 제법 묵직하고 정확하네. 꽤 하잖아.)
왜 계속 가드만 올리고 있는 거냐? 피하지 말고 공격해 보란 말이다!
움직임이 너무 느려! 날 때리고 싶다면 더 세게 치라고!
죽고 싶어 환장했나!
(지금이야. 녀석의 옆구리가 비었을 때…… )
흐아앗! 간다!
주먹이 갈비뼈에 정통으로 꽂혔고, 남자가 고통스러움에 고개를 들자 빈틈이 생겼다.
슈라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가까이 다가가 남자의 턱을 올려 쳤다.
지금이다!
크윽! 쿨럭…… 퉤! 이건…… 내 이빨?
어이쿠,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어금니 같은데?
젠장…… 으아아아! 죽여버리겠어!
죽어, 이 빌어먹을! 챔피언은 바로 나란 말이다!
예브게니, 넌 정말……
앗, 누구야! 으윽…… 뭐야 이거?
쯧. 탓하려면…… 지금은 때가 아니니…… 원한을 산 이상…… 생각하지 마라……
(잘 안 들려. 대체…… 뭐라는 거야? 젠장, 얼굴이 안 보여. )
간다, 큭큭.
멈춰! 거기…… 서! 젠장, 곧 시합인데 하필 이럴 때……
(저게 뭐지…… 금화인가……)
발에 걷어차인 흉기가 저 멀리 굴러갔다. 순간 당황한 남자가 피하기도 전에……
우르수스 소녀가 남자의 팔을 꺾어 넘어뜨린 후 남자의 목을 움켜쥐었다.
손목에 그 금화 문신은 뭐야?!
그건…… 커헉…… 살려줘…… 수, 숨이……
당장 말해!
크윽……
몇 년 동안 놈을 찾아다녔는데 네가 그 범인이었어?!
날 광석병에 걸리게 한 범인이 너였냐고!
커헉……
이게 다 네 탓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내 인생이 이렇게 엉망이 되지 않았을 거야!
챔피언도! 시상대에 오르는 것도! 상금을 받은 것도 다 나였을 거라고!
살…… 려…… 줘……
다 너 때문에. 전부 네 탓이라고! 흐윽……
그 상금만 있었어도…… 그럼 스승님 약도 살 수 있었을 텐데.
어째서, 도대체 왜 그런 거야!
아니…… 우리, 커헉, 보스가…… 네가, 승부조작을 반대…… 보스에게…… 원한을…… 크윽……
어쩔 수 없었다고,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잘 들어, 이 줏대 없는 놈아! 넌 그냥 태생부터 비열한 거야. 평생 그렇게 남에게 휘둘리면서 살 거고.
윽…… 쿨럭…… 사, 사과할게…… 용서해, 흣…… 줘 제발……
살려줘…… 나, 나는……
됐어…… 그만해……
닥치라고!!!
살려줘, 살려줘.
사람들은 죽기 직전에 꼭 이렇게 애원하곤 한다.
함성과 피비린내로 뒤덮인 언더그라운드 링에서는 그 누구도 이 애걸하는 소리를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슈라는 그 말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널 죽일 수 없어. 그러면 안 돼. 젠장!
시합이라고 얘기했으니…… 이제 와서 번복할 수야 없지.
난 링에서 사람을 죽이지 않아. 이 원칙을 어길 생각도 없고, 어기지도 않을 거야.
커헉……
침과 콧물로 얼룩진 네 꼴을 봐. 정말 눈 뜨고는 못 봐주겠네.
내 인생이 이깟 쓰레기 때문에……
……하, 바보같이. 이 빌어먹을 놈 때문이었다니……
크윽……
운 좋은 줄 알아, 이 쓰레기 같은 자식. 당장 꺼져.
하아…… 쿨럭, 쿨럭…… 후우……
내 소중한 주먹을 이깟 복수에 낭비할 수 없어……
……네게는 내 주먹이 아까워.
쿨럭…… 용서해 줘…… 다시는 안 그럴게. 쿨럭……
돌아가서 입단속이나 잘해. 네가 감시팀에 떠벌렸다는 소식이 들리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안 그럴게…… 그러니까 제발……
……당장 꺼져.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
훗, 보스. 거기 있는 거 다 아니까 그만 나와.
뭐야, 나 나갈 때 자고 있었던 거 아니었어, 보스?
그러게요, 아래층에서 샌드백 치는 소리가 안 들리니까 도저히 잠이 오지 않더라고요!
이런, 샌드백 소리가 위층까지 들릴 줄 몰랐네. 미안, 헤헤.
당신도 참. 됐어요, 하아……
방금…… 그 녀석 분명 죽일 거라 생각했는데.
와…… 그런데도 뛰쳐나와 말릴 생각은 없었나 봐? 피도 눈물도 없구나, 보스는.
장난하지 마세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물론, 슈라 씨도…… 당신도 그런 사람이 아니고.
오,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보스?
슈라 씨, 당신이라면 자신의 원칙을 지킨다는 걸 아니까요.
……그러게, 보스. 나 말이야, 비록 격투를 안 해도 아직도 격투 선수 같단 말이지.
상대 선수가 쓰러지면 거기서 시합도 종료야. 그래도 계속 공격하는 건 격투 선수가 해서는 안 될 일이고.
그게 상대할 가치가 없는 상대라고 해도?
격투 선수 생활을 오래 해왔지만 제대로 된 상대는 본 적이 없는걸. 이런저런 놈들 많이 봐왔는데 내 발밑에 이 링만은……
링만은?
사라지지 않더라고.
링은 내게 아주 중요한 존재야. 그렇기 때문에 링 위에서 날리는 주먹에는 한 점 부끄럼이 없어야 하고.
그렇지만 슈라 씨, 방금 겨룬 곳은 제대로 된 링은 아니잖아요.
보스 그런 게 아니라고! 내 마음속, 마음속의 링을 말하는 거야!
제 기억이 맞다면 당신은 언더그라운드 격투 선수잖아요. 그런 환경에서 원칙을 지키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맞아. 거기에는 사람들에게 알려져서는 안 될 일이 너무 많으니까. 승부조작도 도박도 결국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좀 더 심한 곳에 가면 엽기적이고 피 튀기는 시합도 얼마든지 볼 수 있어. 관객들에게 있어 그곳의 격투가는 짐승마저도 아니야…… 장난감에 불과하지.
그때 하마터면…… 나도 다른 녀석들처럼 살육밖에 모르는 괴물이 될 뻔했어.
앗, 보스. 그 흐뭇한 표정은 뭔데!
아니, 그냥 슈라 씨가 동료가 되어준 게 너무 기뻐서요.
보스…… 너…… 흑……
그렇게 말하니까 괜히 나까지 부끄러워지는걸, 하하.
하지만 기뻐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입사하려면 이력서를 준비하고, 면접과 평가를 거쳐야……
아아아, 그만해 보스. 그런 복잡한 건 나중에! 지금은 마음껏 벌꿀주를 마시고 푹 자고 싶어.
잘도 잠이 오겠어요. 당신 신발이나 봐봐요.
신발이 어때서? 앗, 밑창이 떨어진 줄도 몰랐네. 헤헤,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구나. 계속 바꾼다는 게 이렇게 돼버렸네.
하아…… 제게 여분의 신발이 있으니 돌아가서 신어보세요. 안 맞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 우선 어서 이곳을 떠나자. 그놈이 안 떠벌리고 다닌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미안, 보스. 내가 괜히 살려둔 바람에……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그 녀석의 피는 묻힐 가치도 없으니까……
내 이 슈퍼울트라급 주먹에?!
아니요, 당신이 새로운 삶으로 향하는 길에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