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마지막 비무

마지막 비무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지에윈은 스승님이 자신에게 말해주었던 도검방의 모습을 다시 재현하고자 한다. 누군가는 비무를 하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과 술잔을 기울이며, 모두가 상대를 구별하지 않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그리고 때마침 술에 취한 두 무인을 만나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지에윈


순방영 수비군 A

이 아가씨는 대체 며칠째 머무는 건지……

순방영 수비군 B

뭐,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청소만 하고 있으니 딱히 좌 장군의 명령을 어긴 것도 아니잖아. 그냥 내버려 둬.

지에윈

잠깐 청소하지 않으니 그새 먼지가 또 한층 쌓였네…… 예전에 맹 아저씨는 설마 매시간마다 청소했던 건가?

지에윈

무기 보관대, 책상, 의자 모두 수리하고, 기와도 다시 붙이고, 화로에도 불을 지피니까……

지에윈

사부님이 말씀하신 거랑 완전히 똑같아졌네.

지에윈

……

형 선생

……나를 찾은 연유가 무엇인가?

지에윈

맹 아저씨가 가고 나서, 당신이 도검방을 관리한다고 들었어.

지에윈

……사부님은 생전 늘 이곳에 대해 말씀하셨거든. 맹 아저씨도 나에게 은혜를 베풀었었고... 그래서 나는 이곳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고 싶어.

지에윈

그렇다고 하니 다들 나보고 당신을 찾아가라더라. 이래 봬도 도움이 될 거야. 청소도 하고, 수선도 하고, 뭐든 다 할 수 있어.

형 선생

……

형 선생

필요 없네, 여긴 나 혼자 정리하면 되니.

형 선생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도대체 무슨 소용인가? 어차피 다시는 아무도 여기에 오지 않을 텐데.

형 선생

아무리 붙잡는다고 해도 떠날 것은 떠나기 마련이야.

지에윈은 고개를 들어 도검방을 쳐다보았다.

주인은 이곳의 풀 한 포기와 나무 한 그루, 탁자 하나와 의자 한 개까지 소중히 여겼다. 도구 또한 사용한 지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바꾸지 않아서, 그녀가 이 안의 파손된 물건들을 수리해 둔 상태였다.

사람들이 드나들긴 했으나, 결국 마지막에 이곳에 남은 건 자신뿐이었다.

지에윈

……아니, 역시 좀 달라. 여긴 아직 도검방이 아니야.

지에윈

여기엔 사람들이 있어야 해. 싸우는 사람이든, 술 마시는 사람이든……

지에윈

뭐 좀 물어볼게. 저 연무대 말고, 어디서 또 싸우는 사람을 찾을 수 있어?

순방영 수비군 A

……

지에윈

잘 모르겠으면, 너희가 나랑 싸우지 않을래?

순방영 수비군 B

……말도 안 되는 소릴.

지에윈

그럼 혹시 술 마실 사람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알고 있어?

순방영 수비군 B

……


거나하게 취한 무도인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고 했지 않나. 자네 꼴 좀 보게,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군!

얼큰히 취한 무도인

그럼 뭐 어떤가? 어차피 이제 가야 하는데, 취하면 취하는 대로……

얼큰히 취한 무도인

……자네도 다 봤겠지만, 연무대는 재앙으로 무너지고 연무대 방도 누군가 치워버렸지……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도검방이나 한 번 둘러볼까 하네.

거나하게 취한 무도인

아아, 한번 보기만 하고 바로 가세나…… 자네 설마 종사님이나 맹 형님, 혹은 다른 누구라도 자네에게 비무를 신청하길 바라는 건가?

지에윈

……너희 나랑 겨뤄보지 않을래?

얼큰히 취한 무도인

……응……?

아나사 소녀가 문 앞에 서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의 손에 들린 차크람은 그녀의 눈처럼 빛났다. 그녀의 뒤에 있던 순방영 수비군이 유감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에윈

이봐, 너희 무공 할 줄 알지? 너희 나랑 싸우지 않을, 아니, 무공을 겨뤄보지 않을래?

거나하게 취한 무도인

……

지에윈

굳이 여기까지 온 건, 비무를 하기 위해서 아냐?

아나사 소녀는 전혀 농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두 무인은 그녀를 한 번 쳐다봤다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랐다.

예전에 눈꼬리가 치켜 올라간 한 여성도 지금 눈앞의 아나사 소녀처럼 걸어 나와선, 방금처럼 그들을 부르고 “빨리 올라와, 너희가 무공 연마를 게을리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 라며 큰 소리로 말했었다.

예전에……

거나하게 취한 무도인

맞는 말이로군…… 좋아, 어디 해봅세!

순방영 수비군 A

좌 장군 명으로, 여기서는 어떠한 비무도 진행해선…… 어어어, 너희……


얼큰히 취한 무도인

우선 연무대 양쪽에 서서 각자의 이름을 말하는 게 순서지. 협객이 많은 옥문에서도 그 호기가 하늘에 울려 퍼지니! 난 '옥문 이랑권' 장충이라고 하네. 한 수 부탁하네!

거나하게 취한 무도인

하하, 나는 '황사 일자검' 제 오십육대 계승자 임비사요!

거나하게 취한 무도인

아가씨는 아직 어느 문파에서 왔는지 밝히지 않았구려!

지에윈

나는……

지에윈

아…… 아나사, 지에윈이야.

순방영 수비군 A

뭐야, 왜 싸울 자세를 취하는 거야?

순방영 수비군 A

어, 어떡하지? 문제 일으키는 놈들을 잡아야 하나?

순방영 수비군 B

……내가 가서 저 의자 두 개를 치울게.

순방영 수비군 A

어?

순방영 수비군 B

비무를 할 때는 연무대 위의 불필요한 것들을 다 치워야지, 안 그래?

순방영 수비군 A

……

순방영 수비군은 말없이 두 발짝 밖으로 물러났고, 고요하던 정원에는 다시금 주먹을 휘두르는 바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술기운과 휘날리는 황사에 힘입어, 무인은 지에윈에게 다가가 두 주먹을 휘둘러 그녀의 무기를 제압하려 하였다.

얼큰히 취한 무도인

하하, 그래 이거야, 이래야 맞지! 연무대 비무는, 네모 반듯하게 정해진 연무대 범위에서, 정정당당하게……

거나하게 취한 무도인

헛소리! 연무대의 규칙을 말하려는 거였으면, 방금 손은 왜 뻗은 건가? 암기를 쓰려던 걸 내가 모를 거라 생각했나!

얼큰히 취한 무도인

암기가 뭐 어때서? 그 또한 내가 정말 열심히 연마한걸세! 자네도 전에 내 암기 덕에 목숨을 구한 적이 있지 않은가!

거나하게 취한 무도인

무릇 연무대 비무라면, 암기는 사용해선 안 될 일이네!

얼큰히 취한 무도인

그래그래, 알겠네…… 쓰지 않도록 함세. 그럼 규칙대로 비무는 모양새만 갖추는 걸로 하지. 그러니 자네 검에도 검집을 씌우는 게 어떠한가?

지에윈

알겠어, 내 차크람에도 씌울게.

지에윈

……그럼 다시 시작하자!

얼큰히 취한 무도인

좋지!


몇 합을 겨루고 나서, 지에윈은 이미 두 사람이 술에 취해 하체가 불안정하고 공격이 조잡하다는 걸 알아챘다. 그들을 연무대 밖으로 내보내는 데는 단 한 수면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두 무인의 눈빛이 싸울수록 맑아지고 진지해지더니, 나중에는 술에 취해 아무렇게나 겨루는 것이 아니라 진짜 연무대 비무를 하는 것 같았다……

비록 그들의 동작이 평소완 완전히 달랐지만 말이다.

그녀로선 공세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거나하게 취한 무도인

하하! 그러게 술을 조금만 마시라고 했거늘, 이번엔 내게 안될 것 같구려?

얼큰히 취한 무도인

뭘 웃고 있는 건가? 계속하게, 계속!

얼큰히 취한 무도인

아가씨, 비무를 할 때는 온 힘을 다하는 게 도리일세. 자네가 우리에게 한 수 접어주고 있는 걸 다 알고 있네!

얼큰히 취한 무도인

그럼 안되지! 전력을 다하게나!

지에윈

……

지에윈

……하압!

거나하게 취한 무도인

……으아!

얼큰히 취한 무도인

크흠흠…… 아, 아가씨 방금 일격은 정말 완벽했네!

순방영 수비군 B

잘한다! 정말 잘 싸워!…… 어……

순방영 수비군 B

크흠.

지에윈은 이마에 맺힌 구슬땀을 닦아냈다. 화롯불이 뜨겁게 타오르고, 싸움으로 많은 힘을 쓰고 나니, 모든 사람의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분위기가 뜨거웠다.

아나사 소녀는 아직 비무에서 정신이 빠져나오지 못했지만, 지금은 술을 마셔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지에윈

너희 술 마실 거야?

지에윈

소주야, 너희가 자주 마시는 술.

지에윈

받아.

거나하게 취한 무도인

좋소. 향이 아주 좋은 게, 정말 좋은 술이구려!

순방영 수비군 A

우리?

순방영 수비군 A

근무 시간에는 술을 마실 수 없어.

지에윈

……

순방영 수비군 B

아가씨, 이제 그만 내려놓지그래…… 우린 지금 근무 중이라고……

지에윈

……

술을 건네는 아나사 소녀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술잔 안에 든 소주는 그녀의 눈처럼 맑았다.

만약 그가 술잔을 받지 않는다면, 소녀는 아마 받을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순방영 수비군 B

너…… 나는…… 에휴, 알았다.

지에윈

사부님께서 알려주셨어, 이렇게…… 자.

술잔이 부딪치며 이전처럼 맑은소리를 냈고, 넘쳐난 술은 바닥의 모래를 적셨다.

몇 명의 사람들이 도검방 마당에 서 있었다. 관병과 무인이 함께 잔을 들고, 한 번에 술잔을 비워냈다.

지에윈

그래, 원래는 이런 모습이었어……

아나사 소녀는 순간 깨달았다.

그녀는 이제야 왜 옥문 사람들이 싸움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싸움이 끝나고도 여전히 사이좋게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는지 알게 됐다.

왜 사부님이 이곳을 그렇게 좋아하셨는지도.

지에윈은 허리를 굽혀 바닥에 술 냄새가 나는 자갈을 한 움큼 주워서 몸에 지닌 작은 가방에 넣었다.

지에윈

사부님. 여기가 바로, 사부님이 나에게 말했던 도검방이구나.

지에윈은 뭔가 말을 더 하거나, 사람들과 술 한 잔을 더 마시거나, 사부님이 자신에게 묘사한 것처럼 모래바람과 회화나무를 향해 노래를 부르려고 했다……

순방영 수비군 A

자 이제, 너희와 한바탕 어울려준 것도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정신이 멀쩡한 무도인

맞네……

정신이 멀쩡한 무도인

막차가 떠날 시간이 다 됐으니, 이제 그만 가야겠소.

정신이 멀쩡한 무도인

떠나기 전에 이렇게 무술을 겨룰 수 있을 줄이야. 헛걸음한 게 아니네, 아니야……

정신이 멀쩡한 무도인

아가씨, 강호에서 다시 봅시다. 그리고 오늘의 비무를 잊지 마시게, 이건 옥문에서의 마지막 비무니까……

지에윈

'마지막'……

지에윈

아니야. 어, 너희……

무인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잔을 내려놓은 후 일어나더니, 걸어가면서 몸에 묻은 먼지를 털 뿐 다시 뒤돌아보지 않았다.

지에윈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매우 안정적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마치 조금 전에 술을 마신 적도, 취한 적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듯했다.

왜 '마지막' 일까?

순방영 수비군 A

……아이, 어떻게 된 일이야? 왜 싸움이 끝나자마자 가는 거지?

순방영 수비군 A

그리고 넌 왜 방금 그 사람들이 떠나게 내버려둔 거야? 술을 마시고 다른 곳에서 소란 피우면 어쩌려고?

순방영 수비군 B

내가 그 두 사람을 알거든, 그 둘이 문 앞에 놓은 배낭 못 봤어? 원래 타지에서 온 사람들인데, 이번에 옥문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야.

순방영 수비군 B

이게 마지막이잖아. 그 사람들은 그냥 이곳, 옥문에서 비무를 하고 싶었을 뿐이야. 마지막 비무를.

순방영 수비군 B

아무리 붙잡는다고 해도 떠날 것은 떠나기 마련이야.

순방영 수비군 B

그래도…… 그 사람들 오늘 정말 마음껏 싸웠지.

순방영 수비군 A

응……

지에윈

……

그랬던 거였다.

아무리 붙잡는다고 해도 떠날 것은 떠나기 마련.


하루 후

형 선생

지에윈, 도검방의 일은……

형 선생

……틀린 말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그날 도검방에서 내가 했던 말은 좀 과했던 것 같소……

형 선생

……음, 자네는 옥문에 남고 싶은가?

형 선생

이곳에 내 오랜 벗들이 많으니, 자네가 무얼 하건 머물 곳은 쉬이 찾을 수 있을 게야.

지에윈

괜찮아.

지에윈

사부님은 이미 다 내려놓으셨고, 나도 여기서 진정한 싸움을 했으니까 엄청 홀가분해.

지에윈

나도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할 거야.

형 선생

어디로 갈 생각인가?

지에윈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옥문의 성문을 나서며 천천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지에윈

해가 지면 내일 아침에 다시 동쪽에서 떠오르고♪

지에윈

달이 뜨면 내일 아침에 다시 서쪽에서 떨어지네♪

지에윈

사막에 틈이 가득 갈라지면, 내년에 비가 이를 적시겠지♪

지에윈

사막의 헛개나무가 말라 죽으면, 지하의 샘물이 이를 살리겠지♪

한바탕 사나운 바람이 불고, 모래 황야에서 세차게 흩날린 황사가 멀어져 가는 지에윈의 뒷모습을 가렸다.

지에윈

이제……

지에윈

강남에 가서 물밤도 먹어보고, 사부님께서 말씀하신 강호의 사람들을 만나야지.

지에윈

나는……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구경하고 싶어.

지에윈

사부님처럼 진정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사람과 일이 과연 어떤 건지, 이 두 눈으로 직접 봐야겠어.


순방영 수비군 A

좌 장군, 처벌받으러 왔습니다.

순방영 수비군 B

어제 당직 근무 중 무단으로 음주를 저질렀습니다. 군율에 따라 형장을 맞겠습니다.

좌선료

……

순방영 수비군 B

봉인 종이도 이미 다 썼습니다. 좌 장군, 도검방을 닫는 일은……?

좌선료

…… 그 일에 대해선, 더는 묻지 말게.

좌선료

그 시간에 술을 마신 건 자네들이었으니, 자네들이 스스로 결정하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