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샛별

샛별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이는 잠깐의 어둠 뒤 다시 광명을 찾는 이야기이다.

등장 오퍼레이터: 아스테시아, 아스트젠, 폴리닉, 토미미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

아스테시아의 방

아스테시아

(눈을 비빈다)

아스테시아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아스테시아

오늘 밤은 별들도 안정되어 있고 천체도 명확하게 보인다고 책에 쓰여 있었지.

아스테시아

뭔가 수확이 있으면…… 좋겠네……

아스테시아

(무의식적으로 눈을 비빈다)

아스테시아

최근 들어 천문 측량 결과가 점성학 연구협회가 발표한 데이터와 차이가 너무 커.

아스테시아

아버지도…… 분명 불만이 많으시겠지.

아스테시아

아버지께는 답장을 좀 더 늦게 하는 편이 좋겠다.

아스테시아

광석병…… 광석병……

아스테시아

(무의식적으로 눈을 비빈다)

아스테시아

하아……

아스테시아

오늘 밤은 많이 기록해 둬야겠다. 추론에 그래도 문제가 있다면, 정확한 데이터를 관측할 수밖에 없어.

아스테시아

(눈꼬리를 가볍게 누른다)

아스테시아

흐아……

아스테시아

눈이 너무 간지럽다……

아스트젠

언니, 나 왔어.

아스테시아

응, 안녕……

아스트젠

잠깐, 언니 눈이 왜 그래?!

아스테시아

눈? 좀 가려워서.

아스트젠

눈이 충혈이 된 데다가, 내출혈까지 있네?!

아스테시아

금방 나을 거야……

아스트젠

눈꺼풀에 종양까지 생겼어……

아스트젠

인간의 자연 치유 능력으론 그것까지 복구할 수 없을걸.

아스트젠

바로 의료부에 데려다줄게.

아스테시아

하지만, 오늘 밤은……

아스트젠

별 따위 신경 쓸 때가 아니잖아. 별이 떨어져도 언니 눈은 낫지 않아.

아스트젠

빨리 가자.

아스테시아

자, 잠깐……


폴리닉

세균 감염에 의한 급성 화농성 염증이군요.

폴리닉

너무 심각한 건 아니니까, 수술해서 절제하고 약을 바르면 금방 나아질 거예요.

아스테시아

후우……

폴리닉

수술 후 36시간은 눈을 뜨면 안 되니,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의료부에 머물러 안정을 취하는 게 좋습니다.

아스테시아

수술을, 늦출 순 없을까요?

아스트젠

의사 선생님, 이건 내가 결정할게.

폴리닉

우선 환자와 가족 사이에 결론부터 내시길 바랄게요.

아스테시아

지니……

아스트젠

안 돼, 협상의 여지는 없어.

아스트젠

언니가 왜 그러는지는 알아. 그게 언니한테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고.

아스트젠

그래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말할게.

아스트젠

협상의 여지는 없어.

아스트젠

언니는 내게 뭐가 더 중요한지 알잖아.

아스트젠

언니가 동의했으니 빨리 수술 부탁해.

폴리닉

아스테시아 씨, 당신의 구두 확인도 필요합니다.

아스테시아

(작은 목소리로) 응……

폴리닉

가족분은 우선 이 동의서에 사인을 부탁드립니다.

아스트젠

(동의서를 읽고 사인한다)

폴리닉

(동의서를 받고 단말기에 정보를 입력한다)

폴리닉

이제 접수처에 가서 병상을 배정해 드리겠습니다. 수술이 끝나면 바로 병실로 옮길 테니, 가족분은 거기서 기다리면 됩니다.

폴리닉

아스테시아 씨, 이쪽으로 오세요.


폴리닉

수술 자체는 어려운 게 아니라서 안심해도 됩니다.

폴리닉

수술 전 협의 내용대로 전신 마취를 할 겁니다. 문제없죠?

아스테시아

(고개를 끄덕인다)

폴리닉

좋아요.

폴리닉

(마취한다)

폴리닉

그럼, 하나부터 열까지 세주세요.

얼마 후

폴리닉

……

폴리닉

……들리세요?

폴리닉

들리면 손가락을 움직여 보세요.

아스테시아

(새끼손가락을 움직인다)

폴리닉

환자분이 깨어나셨습니다.

폴리닉

수술은 성공적이에요, 아스테시아 씨. 잠시 후 간호사들이 병실까지 모셔다드릴 거예요. 밤에는 제가 회진하러 갈 겁니다.

폴리닉

어디 불편한 데 있으면 바로 알려주세요.

폴리닉

들리시면 고개를 끄덕여보세요.

아스테시아

(힘겹게 고개를 끄덕인다)

의사의 발소리는 서서히 멀어졌다. 침대는 수평으로 놓였고, 잠시 후 복도까지 밀려났다.


바퀴가 지면에 접촉하면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거슬렸던 것은 의료부 의사와 환자, 간병인들의 원망 섞인 말이었다.

??

조금만 더 참아, 포푸카. 곧 네 차례야.

???

칫, 오늘 환자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다음은 누구야?!

??

돈은 이미 냈잖아, 왜 또 사인해야 하는데? 알았어, 알았어. 빨리 줘. 언니가 기다리고 있다고.

?

이 매니큐어에 알레르기가 있을 줄이야…… 아, 가려워……

사람들의 목소리에 여러 가지 감정이 실려 사방에서 들려왔다.

낙심, 후회, 공포, 아스테시아에겐 똑똑히 들렸다.

그녀의 마음속엔 조금의 불안감이 생겼다.

평소 같았으면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조금 위로해 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 또한 그저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였다.

침대는 복도에서 멈추더니, 방향을 돌려 한 병실에 들어갔다.


의료부 오퍼레이터들이 침대를 고정하고는 환자에게 병실 주의사항을 설명해 줬다.

그리고 환자에게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뒤, 부랴부랴 병실을 빠져나갔다.

병실 문이 닫힌 순간, 의료부의 시끌벅적하던 소리가 아스테시아의 머리에서 떨어져 나갔다.

주위는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아스테시아

지니……

마취 효과가 조금씩 사라지자 그녀는 입을 벌려 동생을 불렀다.

아스테시아

지니…… 거기 있어……

대답이 없다.

아스테시아

저기요, 아무도 없나요?

이 공간에는 오직 그녀의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한 줄기의 무력감이 마음속으로부터 밀려왔다.

그녀는 한때 사람들을 이끄는 점성학자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다른 사람을 이끌기는커녕, 자신의 앞길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은 오리지늄이 몸에 뿌리를 내린 그때부터 시작됐다……

별들은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았다.


......

유명한 점성술사 중에 자신이 감염자임을 숨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그녀는 분명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감염됐을 때 아버지의 태도 또한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은근히 기뻐하는 듯한 걱정스러운 태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딸이 감염을 통해 더 우수한 점성술사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버지는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

어쩌면 자신은 안전가옥에 숨은 채 겁에 질려, 오리지늄에 노출된 실험실에 홀로 있는 동생을 걱정하고 있을 때부터, 별들은 겁쟁이에게 관심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밤하늘은 연민을 멈췄고, 그것을 대신한 것은 오리지늄이 반사한 빛이었다.

반짝반짝 빛나지만,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

???

(작은 목소리로) 언니……

???

(작은 목소리로) 괜찮아?

아스테시아

……지니야?


아스트젠

응, 나 왔어.

아스트젠

의료부 입원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 언니를 위해 조용한 개인실을 마련하느라 한참을 싸웠어.

아스테시아

개인실…… 또 쓸데없이 돈을 쓰네.

아스트젠

괜찮아. 설비 비용에서 약간 가져다 쓰면 되니까.

아스트젠

왜 그래? 손에 땀이 잔뜩 났네.

아스테시아

아니야…… 괜찮아……

아스트젠

눈은 괜찮아졌어?

아스테시아

가려움증은 없어졌어. 폴리닉 선생님이 잘 수술해 준 것 같아.

아스트젠

그럼 다행이다.

아스트젠

그러고 보니 언니는 맨날 나보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고 시끄럽게 굴면서, 왜 정작 본인은 이렇게 됐을까?

아스트젠

아직도 오늘 밤 관측이 걱정돼?

아스테시아

오늘 밤은 최근 몇 달 중에 관측 조건이 가장 좋은 날이야.

아스트젠

만약 붕대를 풀어버릴 생각이라면, 내가 지금 바로 의사를 찾아가서 구속 벨트를 가져올 거야.

아스테시아

아니야, 그냥 그렇다고.

아스테시아

눈이 더 중요하니까, 네 말을 들을게.

아스트젠

응…… 그럼 좋겠지만.

아스트젠

언니가 관측해도 아빠는 좋은 대답을 해주진 않을걸.

아스테시아

네가 그걸……

아스트젠

언니의 최근 몇 달간 관측 기록과 결론 논술을 읽었어. 아무래도 협회 거랑 차이가 꽤 있는 것 같던데.

아스트젠

수속차 언니 신분증을 찾다가 약간 봤을 뿐이야.

아스트젠

서류는 책상 위에 그냥 놓여 있던데 뭐.

아스테시아

그때 이후로 나는 아버지나 협회에 정확한 데이터와 추론을 제공할 수 없었어. 질책받는 것도 당연해……

아스트젠

사실 내가 언니 데이터 결과를 토대로 한 번 추산해 봤는데.

아스트젠

언니의 결론이 훨씬 더 정확했던 거 같아.

아스테시아

위로할 필요 없어.

아스트젠

내가 무슨 문외한도 아니고. 비록 천체 관측은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체계적으로 교육받았잖아.

아스트젠

옳은 건 옳고, 틀린 건 틀린 거야. 내가 언니를 속일 게 뭐가 있어?

아스트젠

언니 눈이 나아지면 내가 데이터 모델을 이용해서 모든 프로세스와 가능성을 나열해 줄게.

아스테시아

그 말은, 협회 데이터가 틀렸다는 거야?

아스트젠

아, 진짜. 왜 언니까지 아빠처럼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걸까.

아스트젠

둘 다 틀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

아스트젠

연구 분야에서는 흔한 일이잖아.

아스트젠

봐봐, 하나의 데이터도 항상 여러 요소의 영향을 받잖아. 로도스 아일랜드가 컬럼비아 경내에 있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관측 환경이나 지리적 위치가 다를 수밖에 없지.

아스트젠

거기다 천체 운동은 불규칙하니까. 만약 데이터와 추론이 컬럼비아와 일치하다면, 오히려 그게 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스테시아

그래도 위치에 따라 모든 연산 로직을 변경했는데!

아스트젠

진정해 언니, 진정해.

아스트젠

그러니까 언니 데이터가 틀리지 않았다는 거지.

아스트젠

어렸을 때 아빠의 방법은 내가 좀 더 빨리 배웠지만, 추론하고 결과적으로 보면 언니가 더 정확했지.

아스트젠

아빠도 항상 옳지 않다는 걸 이제 슬슬 깨달아야지? 그 사람들한테 의심받았다고 바로 자기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스트젠

(작은 목소리로)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할 입장은 아니지만……

아스트젠

크흠, 아무튼 병이 나으면 내가 도와줄게. 필요하면…… 함께 집에 가서 아빠랑 따져도 되고. 어때?

아스테시아

지니, 손 잡아 줘.

아스트젠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자.

아스테시아

(동생의 손을 살포시 잡는다)

아스테시아

고마워.

아스트젠

자매 사이에 고마울 게 뭐 있다고.

아스트젠

그러니까 잡생각 하지 말고, 회복에 집중해.

아스테시아

알았어.

아스트젠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아스테시아

아이싱 케이크……

아스트젠

견과류 쿠키에 베리 주스, 알았어.

아스트젠

맞다, 저녁에는 내가 도시락 싸 올게. 여기 와서 늘 언니가 밥해줬는데, 가끔은 내 솜씨도 보여줘야지.

아스트젠

그럼 이따가 다시 올게.

아스트젠

(가볍게 언니 손을 흔든다)

아스트젠

왼쪽에 있는 테이블에 과일 잘라놨어. 이쑤시개로 꽂아놨으니, 먹고 나면 이쑤시개는 그대로 접시에 버려.

아스트젠

그리고……

아스트젠

머리맡 오른쪽에 언니 천구의도 가져왔어.

아스트젠

음…… 이제 부족한 건 없겠지?

아스트젠

그럼 먼저 갈게, 혼자 조심해.


병실 문이 닫히면서 아스테시아에게 또 혼자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눈앞은 여전히 캄캄했지만, 천구의의 완만하고 차분한 기계음을 듣고 있노라면 어둠의 시간 또한 그리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여동생이 격려해 줌으로써 그녀는 다시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녀는 홀로서기를 한 걸까?

부끄러운 일이지만, 아스트젠과 비교했을 때, 그녀는 그렇다고 할 수 없다.

동생은 끊임없이 속박을 깨고 자신이 지향하는 삶을 쫓아가고 있을 때, 그녀는 자신을 의심하는 아버지에게 반발할 용기조차 내지 못했다.

점성학이라는 것은 전승을 중시하는 학과로 현대 과학처럼 엄밀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래됐다는 것은 권위가 생기는 최적의 토양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탐색이나 의문은 교사들로부터 부정당하거나 기정적인 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속으로는 찬성하지 않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틀림이 없으니 그들은 항상 옳았던 것이다.

그녀는 권위에서 부정당하는 게 두려워 그들의 결론을 전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럼 왜 광석병에 감염된 것으로 그 장벽이 뚫린 것일까?

권위를 부정하느냐, 자신을 부정하느냐의 딜레마에 직면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여동생이 자신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행동을 보면서, 자신도 비로소 오랜 의혹과 마주할 용기가 생겼기 때문일까?

아스테시아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두 번의 식사 준비를 하러 갈 때를 제외하고 아스트젠은 줄곧 아스테시아 곁에 있었다. 여동생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병상 생활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어둠이 내려앉았다. 아스트젠은 언니 곁에 있고 싶었지만, 아스테시아는 조금 고민하더니 역시 그녀를 숙소로 돌려보냈다.

황야를 달리고 있는 로도스 아일랜드 함선 위에는 온통 빛나는 별들이 펼쳐져 있음을 아스테시아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무수히 봐왔지만, 아직도 그 속에 숨어 있는 불확실성에 사로잡혀 있다. 가능하다면 그녀는 계속 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스테시아

지니야? 왜 돌아왔어?

???

회진하러 왔습니다.

아스테시아

앗, 폴리닉 선생님, 미안.

폴리닉

눈 상태는 어때요? 가려움증이 있다든가,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든가, 발열이나 이물질이 느껴진다거나?

아스테시아

없어. 수술은 아주 잘 된 것 같아.

폴리닉

그러면 눈 회복도 금방일 것 같네요.

아스테시아

목소리가 왠지 피곤한 것 같네.

폴리닉

매일 이러니 이제 적응이 됐어요.

아스테시아

달리 할 일이 없으면 여기서 잠시 쉬는 건 어때?

아스테시아

이런 말은 좀 부끄럽지만, 동생이 과일을 너무 많이 준비해서 혼자서는 다 먹을 수가 없거든.

폴리닉

이제 곧 취침 시간이고, 당신은 오늘 마지막 환자예요.

폴리닉

아마…… 15분 정도는 있을 수 있겠네요.

아스테시아

고마워, 선생님. 옆에 의자가 있었을 거야.

폴리닉

아스트젠 씨는 건강한 과일만 골라왔군요.

아스테시아

솔직히, 우리 자매는 옛날부터 그 과일을 좋아했어.

폴리닉

……

폴리닉

사실 한 가지 질문이 있는데,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스테시아

말해 봐.

폴리닉

저는 점술이나 신비학에 관련된 오퍼레이터와 별로 대화를 해본 적이 없어요.

폴리닉

제가 보기에 그 사람들은 항상 자신을 전지전능한 존재라고 둘러대는 사람처럼 보이니까요.

폴리닉

당신들이 정말 미래를 예지할 수 있다면, 왜 자신의 질병은 예지하지 못했나요?

아스테시아

나는 스스로를 전지전능하다 생각한 적 없어.

아스테시아

단지 점성학자 가정에서 태어났을 뿐이고, 어려서부터 그런 걸 배웠으니까.

아스테시아

하지만 다른 사람을 도우려고 할 때, 내가 쓸 수 있는 건 선생님이 보기엔 허무하고 쓸모없는 지식 정도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야.

아스테시아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컬럼비아의 엘리트든 개척대의 글을 읽지 못하는 젊은이든, 누구나 자신의 경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을 만나게 될 거야.

아스테시아

그럴 때마다 다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신통한 힘으로 방황과 망설임을 퇴치하고 싶어 하지. 내 인식 속에서는 그게 바로 이런 기술을 배우는 의미인 것 같아.

아스테시아

당신도 망설여질 때가 있잖아. 안 그래, 폴리닉 선생님?

폴리닉

……당신은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아스테시아

그거 알아? 오늘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자리는 우르수스를 대표한대.

아스테시아

내가 당신 마음속 고통을 이해할 순 없겠지만, 비과학적인 방식으로 어느 정도는 읽을 수 있어.

아스테시아

하지만 나는 당신을 위로할 수 없어. 당신에게 있어 그건 그저 의미 없는 조롱일 뿐이니까.

폴리닉

훗……

폴리닉

만약 아스테시아 씨가 의사가 된다면 분명 심리학 마스터가 됐을 거예요.

아스테시아

베테랑 의사 선생님의 칭찬으로 받아들일게.

아스테시아

결국 아무리 우수한 심리학 마스터라도 자신이 언제 어떻게 눈병에 걸릴지는 모르니까.

아스테시아

그때는 역시 당신처럼 착실하게 지식을 배워 온 사람에게 치료받을 수밖에 없어.

폴리닉

이제 시간이 다 됐네요.

폴리닉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아스테시아 씨. 내일 밤에 회진하러 올 때면 다시 눈이 보이게 될 거예요.


의사는 아스테시아를 위해 스탠드를 끄고 나갔다. 아스테시아는 오늘의 밤하늘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며 잠이 들었다.

동생이 과학을 사랑하듯 자신도 어릴 때부터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동경해 왔다.

밤하늘의 관측은 그에게 선천적인 것뿐이 아니라, 후천적인 취미기도 했다.

그래서 거절당하고 부정당했을 때 마음속으로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권위에 부정당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함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모호한 지식이라 할지라도, 그녀는 배울수록 자신의 왜소함을 느꼈다.

밤하늘에 대한 의문에 정말 답이 있을까?

아스테시아는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확신을 가진 게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황야의 밤에서 길을 잃었을 때, 사람은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자신과 함께 가고 있는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곤경에서 벗어날 때까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햇빛이 붕대와 눈꺼풀을 뚫고 눈동자에 비쳐왔고, 아스테시아는 꿈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동생이 오기를 기다렸다.

적어도 동생이 부축해 주면 화장실에 가서 이를 닦고, 붕대에 가려지지 않은 얼굴을 닦은 다음,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침대에 올라가 누워있을 수 있으니까.

어느 순간, 그녀가 기다렸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바로 귓전에 닿았다.

하지만 찾아온 것은 아스트젠이 아니었다.

???

아스테시아 언니, 괜찮아요?!

아스테시아

토미미, 네가 어떻게?

토미미

오늘은 가비알 씨랑 같이 왔는데, 저랑 자주 같이 모이던 사람이 어제 입원했다고 해서 바로 달려왔어요.

토미미

괜찮아요? 중상인 것 같은데, 눈에서 피가 날 때까지 맞은 건가요?

아스테시아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세균에 감염됐을 뿐이야. 금방 나아.

아스테시아

그나저나, 토미미, 혹시 머리맡에 칫솔이나 컵이나 수건이 있는지 봐줄 수 있을까?

토미미

있어요.

아스테시아

(몸을 일으킨다)

아스테시아

그럼 나 대신 가져다줄래…… 그리고 나를 화장실까지 데려다줄 수 있을까?

토미미

알겠습니다!

토미미

천천히 걸으세요……

토미미

다 왔어요.

토미미

이건 칫솔, 치약, 그리고 이건 컵이에요. 치약을 발라 드릴까요?

아스테시아

괜찮아. 수건도 옆에 두면 돼. 내가 알아서 할게.

토미미

어, 알겠습니다.

아스테시아

(더듬거리며 치약을 짠다)

토미미

제가 최근에 숙소를 정리하면서 받침대를 몇 개를 구해와서 거기에 물건을 갖다 놨더니, 가비알 씨가 눈을 반짝이면서 토템 같다고 너무 즐거워하더라고요.

아스테시아

(우물우물)

토미미

그리고 얼마 전에 간호 능력 자격증이라는 걸 받았어요.

토미미

시험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합격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같이 의료 활동을 해도 된다고 가비알 씨가 허락했어요.

아스테시아

(이를 닦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토미미

그리고, 그리고, 바이비크 씨도 저에게 바느질을 가르쳐 줬거든요. 다 배우면 저도 여러분께 예쁜 옷을 만들어 드릴 수 있어요.

토미미

……

토미미

아스테시아 언니, 왜 아무 말도 안 하세요?

아스테시아

(입안의 물을 토해낸다)

아스테시아

후우……

아스테시아

듣고 있었어.

아스테시아

(수건을 적신다)

아스테시아

잘했어, 토미미.

토미미

헤헷, 아스테시아 언니가 내준 아이디어 덕분이에요. 요즘은 왠지 하고 싶은 거나, 할 수 있는 게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아스테시아

하고 싶은 거랑 할 수 있는 건가…… 후훗.

아스테시아

(얼굴을 골고루 닦는다)

토미미

그래도, 그런 좋은 일들이 많이 모이는 바람에 오히려 귀찮은 일이 생기기도 했어요.

아스테시아

(수건을 짠다)

아스테시아

일단 침대까지 데려다줄 수 있을까? 앉아서 천천히 얘기하자.

토미미

아, 알겠습니다.

토미미

아스테시아 언니, 조심하세요.

토미미

발밑을……

토미미

다 왔어요.

아스테시아

후우……

아스테시아

앉아, 토미미.

토미미

이미 앉았어요.

아스테시아

그럼 귀찮은 게 어떤 건지 얘기해 볼래?

토미미

이런 일이 있었어요.

토미미

보물을 돌본다든가, 가비알 씨를 도와준다든가, 바이비크 씨한테 가서 바느질 배운다든가, 그 밖에도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토미미

요즘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아스테시아

그래서…… 뭔가 포기하려고 생각하는 거야?

토미미

아무래도 좋아하는 게 너무 많은 게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거든요. 로도스 아일랜드에 있으면 취미 이외에도 해야 할 일이 많고.

토미미

아마, 그, 일부 즐거운 일은 미루는 편이……

아스테시아

안타깝겠지.

토미미

그러니까요, 아스테시아 언니, 맞아요!

토미미

하지만 어떻게 하면 시간적 여유가 생길지 전혀 감도 안 잡히고……

아스테시아

여러 가지를 하고 싶은 건 정상이야.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으니까. 그렇게 자책하지 않아도 돼.

토미미

네네.

아스테시아

아마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자신의 시간을 잘 관리하는 것도 일종의 학문이거든.

아스테시아

내가 아는 건 그리 많지 않지만, 도움이 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알려줄게.

토미미

네, 고마워요, 아스테시아 언니!

토미미

혹시 그것도 점성술인가요?

아스테시아

점성? 아니, 아니야.

아스테시아

별이 길을 알려줄지도 모르지만, 멀리 나아가는 것에는 점성술이 도움이 되지 않아.

아스테시아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지와 거기에 필적하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니까.

아스테시아

그런데 내 생각에 토미미라면 그걸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토미미

네…… 할 수 있어요!

아스테시아

내일 오후에는 서점에 가니?

토미미

네, 아스테시아 언니.

아스테시아

그럼 내일 너 보러 갈게. 잡지 사고 나서 같이 천천히 이야기하자.

토미미

네네!

아스테시아

자, 이제 가봐. 가비알 씨가 지금쯤 옆에 조수가 없다고 불평할지도 몰라.

토미미

그런가요. 바로 가야겠어요!

토미미

감사합니다, 아스테시아 언니!

아스테시아

천만에.

아스트젠

오호…… 아까 그 아이는 언니 친구야?

아스트젠

음……

아스트젠

세수는 벌써 다 했어?

아스트젠

아직 잘 보이지 않을 텐데……

아스테시아

내 눈이 되어준 사람이 있었으니까.

아스트젠

하긴,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언니 병문안 오는 사람들이 벌써 줄을 서고 있어.

아스트젠

흥……

아스트젠

그래서, 오늘은 뭐 먹고 싶은데?


......

날은 저물어갔고 녹초가 된 아스트젠은 언니 곁에서 잠이 들었다.

아스테시아는 곧 빛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어둠이 몰고 온 고요함을 편안하게 즐기고 있었다.


폴리닉

아스……

폴리닉

(작은 목소리로) 눈에 이상은 없나요, 아스테시아 씨?

아스테시아

(작은 목소리로) 덕분에 괜찮아, 선생님.

폴리닉

(작은 목소리로) 그럼 붕대를 풀어드릴게요.

의사는 손에 도구를 쥐고 아스테시아 눈을 가린 붕대를 잘라냈다.

그러면서 거즈를 집어 남아 있는 연고를 닦아냈다.

폴리닉

(작은 목소리로) 축하드려요, 아스테시아 씨. 다 나았어요.

폴리닉

(작은 목소리로) 일단 스탠드는 약하게 켜뒀으니, 이따가 적응되면 밝게 해도 될 것 같아요.

폴리닉

(작은 목소리로) 당분간은 음주나 매운 음식을 먹거나 격렬한 운동은 삼가야 합니다.

폴리닉

(작은 목소리로) 수술 후에 사용할 안약 처방은 이미 동생분에게 전달했어요.

아스테시아

(작은 목소리로) 고마워.

폴리닉

(작은 목소리로) ……조만간 쉬는 날에 시간이 된다면 얘기라도 나누고 싶어요.

폴리닉

(작은 목소리로) ……제게 심리 상담사가 필요할 것 같아서요.

아스테시아

(작은 목소리로) 언제든지 환영이야, 폴리닉 선생님.

폴리닉

(작은 목소리로) 안녕히 주무세요.

의사가 떠난 후 아스테시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동생은 그대로 침대에 엎드려 있었고, 그 옆에는 자신이 천체를 기록한 노트가 놓여 있었다.

노트를 펼치자 새 페이지에는 아스트젠이 자신과 비슷한 필체로 어젯밤 밤하늘 천체에 관한 기록을 적어 놨었다.

몇몇 기록 방식은 틀렸고 일부 천체의 명칭에도 분명히 오류가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

아스테시아는 노트를 닫고 창밖의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의 밤하늘은 별이 보이지 않았고 달도 먹구름에 가려져 한 줄기 빛도 새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뭇별들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