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결투

결투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애쉬락의 기사 친구는 상업연합회와 목숨을 건 거래를 하게 된다. 같은 처지인 몰락한 가문의 후예로서, 애쉬락은 그를 대신하여 둘에게 공통된 해답을 반드시 찾아내고자 한다.


경기 해설

멋진 찌르기군요. 보레스와프 가문의 도련님은 옛 동료라고 전혀 봐주지 않습니다!

경기 해설

하지만 방어적인 전술로는 여전히 굉음을 내는 캐논랜스를 막아낼 수 없죠. 회색 붓꼬리의 기사가 다시 한번 무거운 방패로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을 통해 상대를 경기장 구석으로 몰아붙입니다!

경기 해설

여러분, 이렇게 피가 끓는 기사들의 대결을 즐기는 동시에, 옆에 있는 버튼을 눌러서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에게 베팅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

경기 해설

카시미어에선, 하룻밤 사이에 벼락부자가 되는 것도 꿈이 아닙니다!

아베트

그레이너티, 지금이 기회야.

그레이너티

……

아베트

네가 내 맞은편에 서 있다는 건, 이미 선택을 했다는 뜻이겠지. 설마하니 몇 수 붙어보고 나서 후회하는 거야?

아베트

친구의 부탁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고……

아베트

날 죽여줘.


2주 전

조이

공격! 견갑과 팔꿈치 보호대 사이의 틈을 노려…… 나이스!

로버트

조이, 조용히 좀 해. 너 때문에 다들 이쪽을 쳐다보잖아.

조이

술집에서 중계방송을 볼 때 조용히 해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어? 난 그저 감염자가 상대편 귀족 나리를 때려눕히길 응원하는 것뿐이라고!

조이

아…… 내가 빈정대는 게 아닌 건 알지, 그레이너티, 아베트?

아베트

요즘 들어 로그의 승률이 꽤 괜찮네. 인터뷰에서 '오리지늄 아츠를 사용해서 전술을 바꿨다'더니 그게 빈말은 아니었나 봐.

아베트

반면, 오즈 집안의 후계자는 전체적으로 칭찬할 만한 거라곤 스폰서가 준 신형 파워 부츠밖에 없겠는걸.

그레이너티

체크메이트.

조이

제법인데, 매일 신문을 본 게 정말 효과가 있을 줄이야.

아베트

당연하지.

아베트

후…… 내가 졌다, 그레이너티. 넌 '어릴 때 몇 번 해봤다' 수준은 아닌 것 같아.

그레이너티

내겐 놀고먹기만 하는 친척들이 많거든.

그레이너티

그 나이트를 지키려고만 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네가 이겼을지도 몰라.

조이

이봐, 우리 좀 술집에서 할 만한 일을 하는 게 어때?

로버트

저 둘이 체스 두는 걸로 전술 훈련하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잖아. 그보다는 지난번 토너먼트에서 왜 그렇게 상대한테 농락당했는지, 자신이나 한번 돌아보지 그래?

조이

에이, 그건 불공평하지. 나는 너희처럼 어릴 때부터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것도 아니잖아.

조이

난 그저 그랜드 나이트 영지에서 작은 가게나 하나 차리고 싶을 뿐이야, 도중에 감염이 될지 누가 알겠어? 경기에 나가면 돈을 빨리 벌 수 있으니까, 필요한 자금만 다 모으면 곧바로 명예롭게 은퇴할 거야.

???

저기, 말씀 중에 껴들어서 죄송한데, 혹시 회색 붓꼬리의 기사님이신가요?

그레이너티

응, 나야.

기자

저는 《레드 와인》의 기자입니다. 며칠 전에 기사님의 임시 거처로 인터뷰 요청 편지를 보냈는데, 뭔가 사소한 문제가 생겼던 것 같네요……

기자

개인적으로 경기장 안에서의 기사님 활약을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고, 기사 토너먼트에서 우승할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을 갖추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레이너티

고맙군.

기자

그리고 제가 보기에, 관객들은 경기장에서 보여준 활약 외에, 기사님의 사생활에도 큰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예를 들면 자주 오는 이 술집이라든지, 평소 어떻게 훈련하는지, 그리고…… 칼리스카 가문에서 쫓겨난 경위 같은 것 말이죠.

그레이너티

내 사생활은 당신이 상상하는 것만큼 그리 흥미롭지 않아.

기자

기사님께선 가문에 원한이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가능성이 희박한 토너먼트 우승을 노리는 것보다는, 중요 지면의 헤드라인이 기사 스포츠 관객의 마음을 더 움직일 수 있고, 기사님의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죠.

기자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그레이너티

어떤 황당무계한 소문을 지어낸다 해도 괜찮아. 난 신경 안 써. 오늘은 모처럼 경기가 없는 날이니, 더 이상 다른 질문이 없다면 난 이만 친구와 계속 체스를 두고 싶은데.

기자

알겠어요, 실례했습니다.

조이

나 완전히 감동했어. 그레이너티가 우리를 위해서 《레드 와인》의 인터뷰를 거절하다니.

조이

불행한 감염, 가문과의 결별, 그랜드 나이트 영지에서 홀로서기…… 캐논랜스의 굉음보다는 이런 비극적인 스토리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는 더 쉽잖아.

아베트

그런 잉크 묻은 종잇조각 따윈 우리의 경기장이 아니야, 조이. 편법을 좇다 보면 결국엔 기사로서 소중히 여기던 걸 잃게 돼.

그레이너티

아베트 말이 맞아. 난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체하는 가문 사람들을 혐오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신분을 셀링 포인트로 삼는 건 더 싫어.

로버트

최근 《레드 와인》 부록에 귀족 출신의 스포츠 기사를 인터뷰해서 각 가문의 지지와 협찬을 얻어내는 새로운 칼럼을 발간했더라.

조이

역사적 지위로 보면 아베트네 가문이 더 명망 높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왜 그 기자는……

조이

아야! 너 뭐 하는…… 크흠, 내 말은, 널 몰라본 게 그 기자에겐 손해라는 거지, 아베트.

아베트

하하하, 그런 파렴치한 기자와 엮이지 않은 게 오히려 나에겐 행운이지. 고결하고 청렴한 보레스와프 집안에 고맙군. 비록 두둑한 유산은 남겨주지 못했지만, 후손들이 번거로울 일은 덜어줬잖아.

아베트

우린 두던 체스나 계속 두자, 그레이너티.


아베트

네 갑옷 조심해, 이 거리에서 캐논랜스를 쏘면 너도 다칠 수 있어.

그레이너티

……

아베트

너에겐 원거리 전술이 확실히 더 유리하지. 음, 이 까다로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좀 고민해 봐야겠는데.

그레이너티

……

아베트

……

아베트

대결하는 동안 정말 한마디도 안 하는군, 그레이너티.

아베트

그렇다면……

그레이너티

네 속도는 여전히 느리군.

그레이너티

탄창이…… 비었네.

아베트

미안하지만, 해결할 방법이 없다면, 네 '고질병'이 도지게 하는 수밖에.

조이

난 항상 내게 회색 붓꼬리의 기사와 맞붙을 실력이 없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 로버트.

로버트

동감이야.

그레이너티

우리 훈련을 방해하지 마.

조이

와, 공포탄인데도 화력이 장난 아니네. 저 판자촌 담벼락 좀 봐, 금방 또 무너지겠어.

그레이너티

크흠, 보수 비용은 내가 내도록 할게.

그레이너티

……지난주 시합의 상금이 들어 오면 말이야.

아베트

이 정도 손상은 폐벽돌이랑 합성 접착제만 써도 금방 메울 수 있어. 우리 집 정원도 담보로 잡히기 전엔 그런 식으로 보수했거든, 비용도 얼마 안 들어.

아베트

하지만 보수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캐논랜스 소리에 이끌려 온 손님부터 맞이해야겠는걸.

감염자 소녀

회, 회색 붓꼬리의 기사님…… 사인 한 장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 기사님의 경기는 전부 봤어요……

감염자 소녀

아, 사실 대부분은 라디오 중계로 들은 거지만요…… 기사님 훈련을 방해하고 싶진 않은데, 역시 저……

그레이너티

방해되지 않아.

조이

……

그레이너티

이름이 뭐지?

감염자 소녀

다이애나요!

그레이너티

여기 사인, 응원해 줘서 고마워.

감염자 소녀

……

그레이너티

더 할 말이 남았어?

아베트

후……

아베트

다이애나, 넌 왜 회색 붓꼬리의 기사를 좋아하는 거야?

다이애나

그, 그야 캐논랜스가 멋있으니까요! 제 친구들은 항상 레이피어야말로 진정한 기사의 무기라고 말하지만, 저는 방패랑 캐논랜스도 분명 엄청나게 강하다고 생각해요!

다이애나

게다가 그 검은 옷 입은 사람들이 집결지를 습격했을 때, 기사님께서 우리 모두의 앞을 지키며, 저랑 엄마 아빠를 보호해 주셨어요!

다이애나

그리고, 그리고…… 저도 키가 작거든요.

그레이너티

어……

아베트

이렇게 열성적인 팬인 걸 보니, 회색 붓꼬리의 기사가 선물로 캐논랜스 탄피 하나 정도는 무조건 줘야겠는걸.

다이애나

……!

그레이너티

가져가.

그레이너티

나중에 또 사인받고 싶으면, 여기로 다시 와도 돼. 다만…… 훈련 중인 기사한테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다이애나

감사합니다! 꼭 다시 올게요, 경기 화이팅하세요!

아베트

정말, 팬들은 너같이 무뚝뚝한 놈을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그레이너티

고마워, 아베트. 아이를 잘 다루네.

아베트

이래봬도 조카들이랑 꽤 사이가 좋거든. 걔네가 충직한 내 지지자들이라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걔들도 아마 네 경기력에 홀딱 반해 넘어갔을 거야.

조이

아베트, 네 팬도 적지 않잖아. 그 사람들은 네 온화하고 클래식한 기사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조이

설령 적이 된다고 해도, 내가 애원하면, 자비로운 보레스와프 도련님은 나를 봐줄 거잖아.

그레이너티

그렇지 않아.

그레이너티

아베트는 어떤 경기라도 전력을 다해. 상대는 물론, 자기 신념 또한 존중하고 말이야.

아베트

칭찬 고맙다. 우리 대결이 기대되기 시작하네.

그레이너티

그때는 절대 봐주지 않을 거야.

조이

우리 이제 로버트 경기를 보러 가는 거 아니었어? 뜬금없이 왜 너희 둘이 경기 약속을 잡는 건데.

로버트

괜찮아, 중요하지 않아, 난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전달자

아베트 보레스와프 씨가 누구시죠? 편지가 왔습니다.

아베트

저예요, 수고 많으십니다.

아베트

……


사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응원할게요!

조이

너희 요즘 아베트가 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아?

로버트

너 지금 질투하는 거지.

조이

그래! 어떻게 고작 경기 몇 번 했다고, 팬이 저렇게나 확 늘 수 있는 거야!

로버트

너 칼럼에 실린 그 글 못 봤어? 다들 제 가문 자랑만 늘어놓은 저급한 문장들 사이에서, 기사도 정신에 대한 아베트의 견해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 충분했거든.

로버트

하지만, 그런 보레스와프 가문의 신념은 대다수 카시미어인의 마음에는 들지 않을 거야.

조이

하! 너도 질투하는 거지, 로브!

로버트

아니, 난……

그레이너티

아베트, 요즘 너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

아베트

그냥 좀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거지. 내 목표도 너랑 똑같은 토너먼트 우승이거든.

귀족 기사

경기 멋지더군, 아베트 보레스와프.

귀족 기사

자넨 연회에 자주 참가 좀 해야겠어. 우린 또 보레스와프 가문에 후계자가 없는 줄 알았지 뭔가.

아베트

관심 가져줘서 감사합니다. 가업을 돕느라 도저히 연회에 갈 시간이 나지 않아서 말이죠.

귀족 기사

다음엔 집사에게 초대장을 가져가라고 하게…… 이런 실례, 깜빡했군. 보레스와프 가문에는 이제 하인이 없으니. 그럼, 아베트 도련님이 친히 내 수행원에게 초대장을 받으러 와야겠어.

아베트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이

넌 화도 안 나?

아베트

고작 이 정도 비아냥이 뭔 대수라고.

기자

보레스와프 도련님.

아베트

음, 미안하지만, 선약이 있어서. 좀 이따 보자고, 친구들.

로버트

아베트 녀석, 요즘 기업 초청 경기가 많아져서, 우리랑 같이 훈련한 지도 꽤 됐네.

조이

저 사람은 《레드 와인》의 기자잖아. 설마 아베트 말이야……

그레이너티

본인이 알아서 잘 처리할 거야, 걱정 안 해도 돼.

로버트

하지만 지난번 유산 상속 문제가 터졌을 때도 아베트가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경기 시즌이 끝나고서야 아베트와 조카들이 저택에서 쫓겨날 뻔했다는 걸 알았잖아.

조이

술이나 마시러 가자! 그레이너티가 괜찮다고 하면, 정말 괜찮은 거겠지. 아베트는 그냥 좀 지친 걸 수도 있어.

로버트

휴…… 그래. 하기야 진짜로 문제가 생겼다고 한들, 우리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겠어?

조이

넌 대체 언제쯤 그 부정적인 태도를 고칠래……


기자

……보레스와프 도련님, 그럼 저희가 약속한 대로, 계약은 언제든지 유효합니다.

기자

제 조언 따윈 없어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중요한 경기일수록 볼거리가 많죠. 예를 들면……

아베트

상업연합회가 제시한 협의안을 충분히 신뢰하고 있습니다. 다만 준비할 게 아직 좀 남아있을 뿐입니다.

아베트

몰래 엿들을 때는 그 무거운 방패랑 캐논랜스 좀 내려놔, 그레이너티.

아베트

네가 내 설명을 기다린다는 거 알아.

그레이너티

조이가 언제 튀어나와서 미쳐 돌아버린 네 머리를 들이박을지 몰라.

아베트

넌 보나마나 혼자 왔겠지. 그 녀석들 걱정시키기 싫을 테니 말이야.

그레이너티

네가 한 결정이 절대 친구들한테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 믿고 있기 때문이기도 해.

아베트

믿어줘서 고맙군.

그레이너티

다만, 그건 네가 스스로에게 바보 같은 짓을 할 거란 뜻이기도 하지.

아베트

……

아베트

문득 깨달은 거지만, 부모님께서 가문을 내게 맡긴 뒤론, 보레스와프 저택에 어떤 친구도 초대한 적이 없더라고.

아베트

회색 붓꼬리의 기사, 내 첫 번째 손님이 되어줄래?


아베트

어릴 적, 아버지께선 이 정원에서 내게 검술을 가르쳐주시며 말씀하셨어. 비록 보레스와프 가문이 부유하진 않지만, 우리 가문의 신념이 우리를 무시하는 권력자들보다 스스로를 우위에 서게 해 줄 거라고.

아베트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난 가업을 지키려고 스포츠 기사가 됐어. 본선에 바로 진출할 수 있는 '수수료'를 지급할 능력이 없어서 예선전부터 시작했지만, 그러면서 너희와도 알게 되었지.

그레이너티

처음에 로버트는 네가 우릴 진짜 친구로 생각할 거라고 믿지 않았어. 넌 감염자도 아닌 데다가, 귀족 출신이기까지 하니까.

아베트

난 비겁한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했었어…… 감염자 기사들이 처한 상황보다는, 그나마 내가 직면한 상황이 훨씬 낫다고 말이야.

아베트

하지만 가세가 나날이 기울면서, 결국엔 부모님께서 내게 떠넘긴 무거운 짐을 더는 무시할 수 없게 되었지. 난 사람들에게 잊힌 이 기사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했고, 더 많은 사람이 보레스와프란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어야 했어.

그레이너티

우승은 우리 공동의 목표야. 난 칼리스카에 내가 가문의 수치가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을 테고, 넌 점점 더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지.

아베트

근데, 그레이너티, 난 이제 지쳐버렸어.

그레이너티

……

아베트

경기를 아무리 많이 뛴다 한들, 고작 신문 기사 한 줄의 영향력에도 미치지 못하더군. 이 정원을 되찾은 게 바로 그 증거야.

그레이너티

신문 기사가 가져온 효과는 오래가지 못해. 그런 것에 완전히 기대선 안 돼.

아베트

맞아. 그래서 난 이런 결정을 내렸어.

아베트

선발전 마지막 라운드, 우리 둘의 대결에서……

아베트

회색 붓꼬리의 기사, 네가 내 목숨을 끊어 주길 바라.

그레이너티

……!

그레이너티

미쳤군! 설마 네 목숨을 가지고 상업연합회와 거래한 거야?

아베트

그들은 내 이상을 실현해 줄 수 있어, 보레스와프 가문을 부흥시킬 수 있다고.

그레이너티

우리의 경기장은 그런 종잇조각 위에 있는 게 아니라고 네가 말했잖아. 처음 가졌던 신념을 잊어버린 게 도대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베트

은행으로부터 파산 통지서를 받았어.

그레이너티

뭐라고……

아베트

시간이 없어. 지지자들이 내게 줄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아주 작디작은 위로일 뿐이지만, 가문의 몰락은 내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야.

아베트

내가 신문을 읽는 건 어릴 때부터 몸에 밴 습관이야. 선수 정보를 수집할 뿐 아니라, 나에 관한 기사나 보레스와프 가문에 관한 기사도 확인 할 수 있으니까.

그레이너티

……도대체 왜 그런 허울뿐인 명성을 신경 쓰는 건데?

아베트

왜냐하면 가족들이 날 사랑으로 대해줬고, 내가 대대로 이어져 온 기사 규범을 인정하기 때문이야. 가문의 기대와 가문이 지켜온 걸, 내 대에서 끊어지게 하고 싶진 않아. 설령 그게 허울뿐인 명성이라 해도, 내가 짊어지겠어.

아베트

곰곰이 생각해 봐, 그레이너티.

아베트

다들 칼리스카가 널 내쫓았기 때문에 네가 가문을 원망한다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칼리스카 안에 네가 존경했거나, 네게 잘 대해줬던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어?

그레이너티

……


할머니

방패 올리고, 캐논랜스 들고, 발사!

할머니

그레이너티, 너는 아주 좋은 새싹이야.

할머니

칼리스카 가문의 격언을 잊지 말렴……


아베트

나도 그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하고 싶어.

아베트

목숨을 바치는 건 조금도 두렵지 않아. 하지만 어느 날 신문 가판대 앞에서 《오래된 기사 가문, 마지막 후계자인 아베트 보레스와프의 손에 막을 내리다》 같은 기사를 보게 될까 봐 두려워.

아베트

그런 기사조차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잊힐까 봐 더 겁이 나고.

아베트

그레이너티, 내 기사 친구여, 만약 네가 이 모든 것에 마침표를 찍어준다면……

그레이너티

싫어.

아베트

그건 칼리스카의 캐논랜스와 보레스와프의 검…… 진정한 기사 대결이 되겠지.

아베트

우리는 아무런 후회 없이 싸움으로써 내 마지막 소원을 이루고, 짜증 나던 귀족 도련님들이 보레스와프 가문에 했던 조롱도 잊을 수 있을 거야.

그레이너티

싫어.

아베트

기자들은 내 부고 기사를 헤드라인으로 올릴 거야. 그러고 나면 계약에 따라, 보레스와프 가문은 다시 하인과 가정교사를 고용할 수 있게 될 테고, 내 조카들이 학업을 제대로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겠지.

아베트

아이들은 가슴 당당히 펴고 자신의 성인식에 참석하고, 자기 뜻대로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되겠지.

그레이너티

네가 꿈꾸는 보레스와프는 작금의 카시미어 귀족들과 다를 게 없어. 넌 이 모든 걸 바꾸려 했잖아.

아베트

그러면 넌 왜 그 캐논랜스를 들고 있는 건데?

그레이너티

……

아베트

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넌 날 이해해 줘야 해.

아베트

네가 내 도전을 거절한다 해도, 난 본선에서 내 마지막을 장식할 거야.

그레이너티

목숨을 대가로 거래해서는 안 돼……

아베트

알아. 하지만 이게 지금 상황에서 내가 쓸 수 있는 최고의 카드야.


경기 해설

와! 이번 공격은 엄청난데요! 작은 체구를 가진 회색 붓꼬리의 기사는 대체 어떤 훈련을 했길래 저 무거운 방패를 쉽게 들어 올릴 수 있는 걸까요? 아마 이 경기를 보시는 관중분들도 저와 같은 궁금증을 가지실 것 같습니다.

경기 해설

제아무리 고전 검술에 능한 귀족 후예라도, 지하 경기장에서 수많은 풍파와 역경을 이겨낸 감염자 기사의 전투 기술을 막아 낼 재간은 없습니다!

경기 해설

보레스와프의 기사가 쓰러져 일어나지 못합니다. 그럼, 우리 가장 열렬한 환호로 축하를……

경기 해설

잠시만요…… 제가 헛것을 보고 있는 건가요……? 기사의 신념과 가문의 명예를 짊어진 보레스와프의 아들이 다시 일어났습니다!

아베트

쿨럭…… 너무 약해, 아직 너무 약하다고.

아베트

넌 마땅히 해야 할 선택 앞에서 도망치려 하고 있어. 너도 그 무능한 귀족들처럼 내 각오를 무시하는 거야?

아베트

내가 어떤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껏 싸워왔는지 뻔히 알면서,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영광과 나 사이를 무심하게 가로막는 거냐고. 내가 네게 부탁한 건 단 하나잖아……

아베트

네 캐논랜스를 써! 그레이너티 칼리스카!

아베트

과거 남부 산림업의 개척자이자 지배자가, 어떻게 화약으로 칼리스카의 가업을 일으켰는지 모두에게 보여줘!

아베트, 이 반짝이는 도장이 보이니? 이제 보레스와프 가문은 네 손에 맡기마.

아베트

네가 얼마나 많은 조롱과 부당함을 겪으며 기사 토너먼트의 문 앞까지 왔는지, 모두에게 똑똑히 보여주란 말이야!

도련님, 정말 스포츠 기사가 되시려는 건가요…… 어휴, 먼 친척들의 말 따윈 신경 쓰지 마세요. 가문의 흥망성쇠는 저희가 어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아베트

하아…… 하아…… 모두에게……

아베트

보레스와프 가문에도 아직 기사의 명예를 중시하는 고결한 자가 있다는 걸 보여줘…… 그리고 그의 결말을 모두에게 보여줘…… 그가 가문을 위해 안식의 촛불을 밝히는……

그레이너티

……

침묵하던 기사는 자신의 무기를 들어 힘이 다한 친구를 향해 포구를 겨누었다.

아베트

드디어…… 그레이너티…… 네가 그렇게 모질지 못하다는 거 알아. 하지만 넌 결국 우리가 한 약속을 지켜낼 거야. 하아…… 하아…… 넌 한 번도 친구의 부탁을 거절한 적 없으니까.

아베트

…… 어떻게 된 거지……?

그레이너티

탄창이 비었네.

아베트

그레이너티!

그레이너티

이전에 네가 내게 약속했었지, 이번 대결은 진정한 기사 대결이 될 거라고. 그러니 양쪽 모두 각자 이루지 못한 꿈을 위해 전력을 다해서, 일말의 후회도, 여지도 남기지 말자고.

그레이너티

네가 쓰러지기 전, 내가 마지막 탄알을 쐈다는 걸 넌 진작에 알아차려야 했어.

그레이너티

나를 향해 검을 휘두를 때 넌 무슨 생각을 했어? 오래된 기사의 신념? 아니면 가문을 위해 희생하는 스스로에 대한 감동?

아베트

……

그레이너티

난 그 질문의 답을 찾았어.

그레이너티

할머니가 전수해 준 화포술은 분명 칼리스카의 것이야, 아마도 내게서 이걸 지워내는 건 쉽진 않겠지. 하지만 새로운 적을 향해 캐논랜스를 겨누는 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야.

그레이너티

이건 가문의 신념이 아닌, 나의 신념이야.

아베트

그레이너티……

그레이너티

더 이상 일어날 수 없을 거야, 아베트. 승패는 이미 결정 났어.

그레이너티

네가 원했던 헤드라인과 가문의 명예는 그만 잊어버려, 그리고……

그레이너티

널 위해 살아가.


……몰락한 귀족 간의 대결! 기사 정신의 엘레지! 보레스와프 가문의 마지막 후계자와 칼리스카 산림업에서 쫓겨난 칼리스카 가문의 구성원, 두 사람은 기사 스포츠 선발전 마지막 라운드에서 전례 없는 명승부를 보여줬다! 보레스와프의 아들은 캐논랜스 앞에서도 일말의 두려움이 없었고, 회색 붓꼬리의 기사는 차가운 외면과 달리 따뜻한 마음을 보였다……

보레스와프 가문의 아들은 죽음을 각오로 기사 생애 마지막 스포츠 경기의 무대에 올랐…… 아, 물론, 방금 평론은 그저 과장되게 말한 것뿐입니다. 저희는 피나 폭력, 혹은 극적인 결말 같은 저속한 것들을 지향하지 않습니다. 그저 순수한 스포츠 정신만을 추종할 뿐이죠.

아베트 보레스와프 씨의 은퇴와 가문의 파산 소식은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 상업연합회 소속 다수의 기업은 자발적 모금을 통해 보레스와프 저택의 보수와 인테리어 공사를 지원하고, 병상에 누워있는 아베트 씨에게는 적지 않은 요양비를 제공했다고 합니다.

그랜드 나이트 영지에서 멋진 경기를 보여준 스포츠 기사는 늘 보답받는 법이니까요.



——상업연합회 대표, 《레드 와인》 객원 평론가


신문 장수

젊은이, 이 신문을 뚫어져라 쳐다본 지가 벌써 한세월일세, 살 건가 말 건가?

그레이너티

……살게.

신문 장수

좋아! 그럼 혹시 부록도 살 건가? 남들이 모르는 비밀 이야기가 여기에 다 들어 있다고……

그레이너티

병문안을 가야 하니 그런 자극적인 찌라시는 가져가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아.

신문 장수

들어보니 그 스포츠 기사 둘 다 사연이 많더군. 한쪽은 가문이 정식으로 파산 신청을 했고, 다른 쪽은 암암리에 감염자들을 도와주고 다닌다던데.

신문 장수

세상이 정말 변했어. 언제부터 귀족이 감염자가 죽고 사는 걸 신경 썼다고.

???

감염자와 감염자가 뭉쳐서 어려움을 극복한다고 하면, 말이 되지 않아?

신문 장수

그럼 확실히……

신문 장수

어이쿠, 방금 못 봤네요. 미안합니다.

???

괜찮으니까, 신문이나 하나 줘. 경기장에서 무슨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있나 좀 보게.

신문 장수

자, 여기 있습니다.

신문 장수

오늘은 장사도 잘됐으니, 끝나면 경기장에 가서 베팅 한번 해야겠다!

신문 장수

근데…… 그랜드 나이트 영지에 자라크가 이렇게 많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