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경치
풍경도 사람도 훌륭한 경치다. 아스베스토스는 풍경을 보고, 풍경 또한 아스베스토스를 보고 있다.
등장 오퍼레이터: 아스베스토스
바로 여기야. 가비알한테 들었어, 너도 로도스 아일랜드 사람이라고 말이야.
내 부하들은 모두 장사하는 녀석들이니, 사르곤어를 어느 정도 가르쳐놨지. 원하는 게 있으면 녀석들한테서 사면 돼.
알겠어. 그나저나 왜 다들 나를 빤히 쳐다보는 거야?
이곳에 사람이 오는 경우는 드무니까. 외부인을 봐서 기쁜가 봐.
적어도 난 엄청 기쁘거든.
저 꼬리 좀 봐!
엄청 부드러워 보여…… 길고 통통하잖아…… 꼬리 끝도 엄청 유연해…… 게다가 주황색 꽃무늬까지 있다고?
봤어? 꼬리로 저렇게 커다란 걸 들었다고!! 게다가 저 문짝도 엄청 무거워 보이는데…… 한 손으로 들었어! 와아……
레슬링도 엄청 잘 할 거야. 꼬리만으로도 나무 한 그루는 넘어뜨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엄청…… 엄청 아름다워!
저런 사람은 처음 봐. 친구가 되고 싶어!
자…… 잠깐만! 이대로 간다고? 나…… 나는…… 아직 부끄럽…… 으악……
메탈 크랩 갑옷, 메탈 크랩 보호대! 단단한 껍질은 모든 공격을 막아주지!
톱날 린수 해머, 톱날 린수 소드! 날카로운 톱날이 모든 걸 가른다!
……
(온다, 온다……! )
어어…… 안녕?
뭐야?
아! 나…… 네 꼬리가 마음에 들어!
내 꼬리?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바쁜 몸이라고, 비켜!
(으! 무서워……)
아, 잠깐만!
너 엄청 사납네. 네가 마음에 든다고 했잖아.
그에 대한 대답은 해야지. 내 꼬리도 예쁜 것 같지 않아? 멋있는 꼬리라는 소리를 많이 들어!
뭐?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가서 네 할 일이나 하라고. 친구랑 흙장난이나 하던지.
우리 말을 할 줄 아는구나? 그런데 전부 거친 말들뿐이야……
흙장난 같은 거 안 해! 너 지금 나 얕보는 거지? 난 어린애가 아니라고!
……한판 붙자!
쯧, 대체 뭐 하는 녀석이야?
비키라고 했잖아!
어이, 죽고 싶어?
너 엄청 아름다워. 됐지? 꼬리 멋있어! 엄청나게!
하? 끝도 없네! 신이 났다 이거야?
아아…… 싸움이 났네……
내 물건 망가뜨리지 마…… 우와! 꼬리로 녀석의 목을 감아버렸잖아, 제법인데!
아, 내 기름이 쏟아졌어…… 기름을 발라 붙잡히는 걸 방지한 건가? 대단해!
잘 싸운다! 잘 싸운다!
……
빨리 숨어. 이 나무라면 몸을 숨길 수 있을 거야.
어제 싸운 것으로는 성에 안 차나 봐? 오늘 굳이 나까지 끌고 와서는……
너희들은 또 뭐하러 온 건데?
물건을 많이 사준 손님이니까, 궁금한 게 당연하잖아.
저 여자가 정말 아프게 때렸단 말이야! 꼬리 비늘이 몇 개나 떨어졌다고!
그건 그렇고, 잔뜩 물건을 샀는데도 왜 마을에 안 묵고 여기서 천막을 치고 있는 거야?
그나저나 자리는 잘 잡았네. 나무가 강이랑 그다지 멀지도 않고 물이 불어도 잠기지 않을 거야. 물을 뜨러 가기도 편하겠어.
……
저…… 저 여자가 어…… 엄청 큰 애벌레를 잡았어! !
볶았어! !
전 위에 올렸어!
먹었어! !
……우웩!
……
저거 봐. 국을 끓이는데 쓸 돌을 찾고 있어. 대단한 사람인 걸.
저건 우리 마을 사람만 아는 건데? 짭짤한 맛이 나는 돌을 국에 넣으면 맛을 더해준다는 건 어디서 알았을까? 어제 시장에서 누구한테 들은 적도 없을 텐데!
오, 저 덩굴도 알고 있잖아! 네가 알려준 거긴 하지만, 씹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나서 내가 아주 좋아하지.
……
오, 물고기를 잡으러 가는 건가?
줄무늬 린수 몇 마리나 잡고 말겠지 뭐. 톱날 린수는 잡기가 어렵다고. 나도 꼬리를 써야 겨우 몇 마리 잡을 수 있어. 게다가 물리기까지 하거든.
외부인은 돌이랑 덩굴 정도나 알고 있겠지. 물고기는 그래도 내가……
핫!
어떻게 한 거지? !
저 사람…… 나는!
풉.
가자. 가서 덩굴이나 잘라서 먹자고.
……
두 시간 뒤
저기…… 그!
어이, 너희들 내가 못 봤을 거라 생각해? 대체 언제까지 따라다닐 생각인데?
옆에 있던 녀석은? 물에 빠져 물고기 밥이라도 됐나?
그게 아니라, 아…… 아까 네가 애벌레를 먹는 것을 보고, 자기도 먹어보고 싶다 했는데……
위험한 걸 먹은 것 같아!
저기, 우리 좀 도와줄 수 있어?
응? !
너희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네가 먹었으니까……
……
무슨 벌레를 먹은 건지는 알아? 얼마나 먹었어?
잘 모르겠어…… 하지만 조금밖에 안 먹었어.
토는 했어? 지금은 깨어있는 거야? 아니면 기절한 거야? 몸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지는 않았어?
그건……
됐어! 내가 알아서 볼게.
열은 없네, 몸에 반점도 안 보이고. 이건 구토를 유발하는 약초니까 물에 끓여서 먹여. 일단은 아까 먹었던 걸 전부 뱉어내게 해야 해.
물 많이 마시게 하고.
세 번 토했어. 이제 아무것도 안 나올 것 같다 그러고는 잠들었어.
이제 괜찮겠지?
쯧, 물을 더 마시게 해! 그리고 너희들 조용히 좀 있어. 계속 옆에서 쫑알쫑알 시끄럽다고!
……
……
……
모닥불 따뜻하다.
노래 부르고 싶어.
헤헤, 나도!
커다란 근육은 정말로 좋지~♪
아내는 밭을 갈고 남편은 사냥하고~ 어린 아기는 희고 튼튼하네~♪
핫! ♪
……
너희는 정말 이 마님이 만난 녀석들 중에 가장 어이없는 녀석들이야.
저번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마님'이 무슨 뜻이야?
마을 누군가의 가족인 가 보지. 봐봐, 우린 다 긴 꼬리를 가지고 있잖아.
마님, 당신은 어디서 왔어?
마님, 당신은 왜…… 왜 애벌레를 먹는 거야?
뭐 하러 온 거야? 우리 물건도 샀잖아. 여기서 살 거야?
하…… 정말……
아니, 폭포를 오르러 왔어.
에이…… 큰소리치지 마~ 폭포를 오를 수 있는 사람은 없었어!
아, 어. 그래.
그럼 왜 올라가려는 거야? 죽을 수도 있지 않아? 그리고 올라가서는 또 뭐 할 건데, 위에 물고기가 엄청나게 있기라도 한 거야?
……풍경을 보려고.
풍경……? 폭포 말이야? 여기 사방에 폭포가 널렸는데?
……
짜릿하거든. 폭포를 올라가는 건 정말 짜릿하지.
아, 짜릿해……? 우리는 여기서 살면서, 배를 채울 수 있고 살아가는 것만으로 만족해. 짜릿함을 찾아 폭포까지 오를 필요가 있어?
맞아. 이곳은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야. 게다가 만약에 위에 독충이 잔뜩 있으면 죽는 거 아니야? 그건 짜릿한 게 아니잖아!
맞아, 죽을 수도 있다고, 헛된 생각하지 마!
하…… 나는……
며칠 전에 물건을 사다가 돈을 다 써버린 거야? 애벌레까지 먹는 걸 봤어. 하지만 물고기를 잡을 줄 알잖아. 많이 잡을 수 있다면 돈을 벌 수 있을 거야!
맞아. 이남 언니를 따라다니면, 돈은 무조건 벌 수 있을 거야!
게다가 네가 죽으면 부모님이 슬퍼하겠어!
그 사람들? 나 때문에 화나서 떠나버린지 오래야.
아.
근데 왜 자꾸 죽네 마네야? 내가 죽으러 간다고 하기라도 했어?
그럼 다행이고~
그럼 계속 노래하자! 우리 노래 배우고 싶어?
아내는 밭을 갈고……♪
(후우…… 휴……)
너희 진짜 무슨 말을 끝도 없이 하는 거야 저번에 만난 그 꼬맹이가 너희보다 나을 지경이라고. 테이프라도 사서 입을 막아버렸어야 했는데!
어! 이건 어디 말이지? 사르곤어가 아닌 것 같은데?
망했다. 어째서 눈 한쪽 색갈이 갑자기 변한 거지?
……아! 우악! 으아악! !
오! 다행이다. 깨어났으니 어서 데리고 가.
아, 괜찮아?
우웩…… 윽…… 흐……
오! 아니네. 또 잠들었잖아.
됐어. 너네 쪽에도 의사는 있을 거 아니야. 여기서 시간 낭비하지 마.
어서 가.
응, 알겠어. 고마워!
(근데 아무래도 상태가 이상해 보여. 그래, 기절시켜서 포대자루에 넣어 데려가자!)
헛소리 하지마!
으아, 깼네.
어제는 정말 힘들었어…… 녀석들이 오기 전에 빨리 가자.
물건도 다 준비됐고, 어서 떠나야지!
이곳이네.
바로 앞에서 보니까 더 다가가기 어려워 보이는걸. 우와, 조금 뒤에 대체 뭘 만나게 될까!
……내가 왔다!
폭포의 굉음이 귓가를 채우자 주위가 오히려 조용해진 것 같았다. 아스베스토스는 자신을 삼켜버리려는 물결을 거스르며 물보라에 파묻힌 밧줄을 잡아당겼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바닥에서 미지의 곳으로 등반하거나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는 했다.
가는 곳에 놀랍고도 웅장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 알았지 가는 길에 어떤 어려움을 만나게 될지는 몰랐다.
미끄러져 넘어질 수도, 추락할 수도 있다. 맹수나 눈보라를 만날지도 모른다. 아니면 생각지도 못한 재난이나 위험에 맞닥뜨릴수도 있다……
(안돼. 물살이 너무 강해서 서 있을 수가 없어!)
(나뭇가지, 저쪽에 나뭇가지가 있어! )
(……좋아. 여기 걸려 있구나. 아주 튼튼해. 이걸 타고가면 물살을 피할 수 있을 거야……)
핫!
미끄러워……! !
그녀는 세찬 격류 속에서 균형을 잃고 숨을 쉴 틈조차 안 주는 소용돌이에 기절할 뻔한 적도 있었다.
어느 어두운 밤, 실수로 산 중턱에서 발을 헛디뎌 다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일출의 순간을 보기 위해서 부러진 팔을 간단하게 고정하고는 아픔을 참으며 정상까지 올라갔었다.
그녀는 빙하에서 미끄러져 떨어진 적도 있었다. 생각보다 날카로운 얼음조각에 노출된 피부가 쓸렸다. 하지만 다시 일어섰을 때, 석양이 붉게 물든 구름을 뚫고 빙하에 쏟아졌다……
주황과 보라색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빛이 매끄러운 얼음 표면에 비쳤고, 빙원 특유의 달콤함을 담은 바람이 스쳐지나가자, 그 향기가 그녀의 코에 가득 퍼져나갔따.
그 순간, 아스베스토스는 상처에서 피가 나고 있다는 것을 잊었다.
콜록콜록……!
후, 후우, 숨 막혀 죽을 뻔했네…… 크윽. 물살이 너무 세잖아…… 틈에 끼여서 망정이지.
아직 안 죽었어! 조금만 더 가면 돼!
간다!
매번 다시 일어날 때마다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다.
*림 빌리턴 욕설* 온 보람이 있었어.
30분 뒤
하…… 하아……
힘들어 죽겠네.
한 바퀴 돌아봤는데 독충은 없었어. 그러니 죽을리 없어, 안심해! 엥, 여기는 이런 덩굴도 있네? 우와, 엄청 많다! 엄청 많이 자랐다고!
그 희귀한 덩굴이 이렇게 많이 자라고 있다니, 여긴 정말 좋은 곳이야!
너 무섭긴 해도, 꽤 대단하잖아!
어이, 무슨 소리야!
칭찬은 금지야. 내가 먼저 찜 했다고!
저기, 칸나가 말해줬어. 너희 외부인들은 싸움을 싫어할 수도 있다고. 그날, 먼저 때린 건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네 꼬리는 정말 멋져!
으…… 쫑알쫑알 시끄럽네!
전부 입 다물고 풍경이나 봐!
흙탕물 범벅인 아다크리스인 몇몇이 숨을 헐떡이며 서 있다. 그중 한 둘은 어디서 붙었는지도 모르는 풀을 머리에 달고 있다.
그들의 머리에 붙어 있던 풀은 산골짜기에서 불어온 습기 어린 바람에 회전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점점 더 높이 날아오르다가 보이지 않는 순간까지 말이다.
그들은 지금껏 본 적 없는 풍경…… 바로 자신들의 고향을 마주했다.
와…… 저쪽 좀 봐!
우, 우와…… 이건!
웅장하고 마음을 뒤흔드는, 알 수 없는 감정이 그들의 마음속에서 휘몰아친다. 풍경에 멍하니 빠진 타향인 흉내를 내며 산골짜기를 향해 긴 환호를 내뱉었다.
야호……
이야호……!
와……
정말 아름다워.
너무 좋다……
노래 부르고 싶어.
그녀를 둘러싸자! 그리고 다 같이 손잡고 노래하는 거야!
폭포에는 물이 가득해서 물고기를 잡기 좋지~♪
꼬리를 흔들면서 물고기를 낚아올리자~♪
폭포 위로 올라가니 정말 아름답네~♪
정말 정말 아름다워~♪
뭐, 그래.
……
아름다워~♪
……그만 돌아. 어지러워! !
즐거운 웃음 소리가 하늘에 닿고~♪
하늘에 닿고~♪
우리는 이만 갈게!
안녕! 안녕! 나의 친구!
아, 안녕! 잘 가!
힘들어 죽겠네!
정말 너무 시끄럽네. 차라리 폭포를 열 번 오르는 게 낫겠어.
아, 이번 여행기에는 뭘 써야 할까……
한 달 뒤
자, 아스베스토스가 나더러 전해달라고 한 잡지야. 한 사람 당 하나! 저번에 탐험 왔을 때의 여행기도 실려 있다고 했어.
?
여행기는…… 새로운 곳에서 본 것들과 느낀 감정을 적어두는 기록이야.
오는 길에 언뜻 봤는데 경치에 대한 평가가 되게 박하더라고, 폭포에서 내려올 땐 엄청 즐거워했으면서.
음…… 림 빌리턴어로 적혔으니 내가 번역해 줄게. 그쪽에서는 뭐라더라 '아스베스토스의 새로운 이야기 《현지인과의 만남》'이라고 홍보하던데, 너희들도 등장한다고!
우리가 책에 등장했대!
크흠! 첫 마디는!
“정말 시끄럽지만 재미있는 녀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