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마지막 안녕

마지막 안녕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알라나는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이 진작에 재앙으로 무너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뜻밖의 고지서 1장이 그녀를 다시 그곳으로 향하게 했고, 워미의 동행 아래 알라나는 다시 한번 자신의 집과 마주하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알라나, 워미


입에 이쑤시개를 물고 있는 노동자

몇 대 몇이었더라?

땀 흘리는 노동자

네가 나보다 십 점이나 앞서고 있다구. 그러니까…… 이번 골 정도는 그냥 없던 걸로 하는 거 어때?

입에 이쑤시개를 물고 있는 노동자

없던 걸로 하긴 무슨! 멋진 걸 보여주지…… 등 뒤로 던지는 노룩 백 스트라이크!

???

빅투스…… 빅투스! 나 목말라 죽겠어!

알라나

빨리 맥주 한 잔 따라줘!

워미

라나 언니……

알라나

아 맞다, 추가로 당근 사이다도 한 병 부탁해!

입에 이쑤시개를 물고 있는 노동자

라나…… 알라나?!

알라나

어이, 빅투스, 네 이쑤시개가 바닥에 떨어졌는데……

알라나

도로 입에 넣지 말라고, 더럽게시리!

땀 흘리는 노동자

저, 정말 알라나잖아!

알라나

뭐야, 그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은?

찰리

진짜 오래간만이다. 네가 이 문을 걷어차서 부순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는걸.

알라나

벌써 그렇게 오래됐나? 일단 바에 있는 맥주나 좀 줘 봐, 진짜 목말라 죽겠어.

알라나

푸하……

찰리

그러니까 네 말은, 이번에 돌아온 이유가 벌금 고지서 때문이라는 거지?

알라나

맞아,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야근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자 벌금 고지서 한 장을 받았어. 고지서에 찍힌 인장이 림 빌리턴 빅필러 자치주 주택관리위원회 것이더라고.

찰리

주택관리위원회? 언제 또 그런 게…… 아냐, 계속 말해 봐.

알라나

벌금 고지서를 봤더니, 내 명의로 된 주택 하나가 '불법 건축물'로 지정됐고, 정해진 기간 내에 벌금을 내지 않으면 바로 철거해 버린다는 거야!

노동자들

뭐?

알라나

놀랍지? 난 우리 집이 진작에 없어졌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있더라고!

땀 흘리는 노동자

아니, 알라나. 그것도 정말 놀랍긴 한데, 우리가 놀란 부분은……

입에 이쑤시개를 물고 있는 노동자

내내 수송차에서 먹고 자고, 차멀미 대신 평지 멀미를 하고, 화장실 갈 때만 빼면 1년 내내 차에서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던 네가……

찰리

……집을 한 채 갖고 있었다고? 대체 언제 산 거야?

알라나

아니, 그건 우리 부모님 집이야…… 뭐, 물론 상속받았으니까 내 집이기도 하지. 근데 난 그 집이 진작에 무너진 줄로만 알았다고! 혹여나 무너지지 않았다 해도, 재앙이 지나갔으니 사람이 살 순 없잖아.

찰리

그런데 이제 와서 벌금 고지서를 받은 건가……

알라나

그래서 급하게 돌아온 거야. 만약 당시에 대피 명령을 내렸던 사람이 실수한 거라면? 재앙이 애초에 오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잖아?

입에 이쑤시개를 물고 있는 노동자

그렇게 중요한 일이 있으면서, 왜 제일 먼저 여기로 온 거야?

알라나

웬일로 날카로운 질문을 하네, 빅투스. 생각해 봐,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는데, 내가 그곳을 찾을 수 있을지는 둘째치고, 적어도 차 한 대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

찰리

알겠어, 알라나. 그러니까, 차 1대 말고도 운전기사까지 필요하다는 거지?

알라나

물론이지, 난 절대 피곤할 땐 운전 안 해…… 근데 어째 관심 있다는 것처럼 들리네?

찰리

늘 자유롭게 떠돌며 바람처럼 산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그 '황야의 알라나'에게 비밀 아지트가 있다잖아? 당연히 관심 있지!

알라나

그럼 결정한 거다! 지체 말고 당장 출발하자……

알라나

냄비 뚜껑!

워미

네?

알라나

빅투스한테 가는 도중 마실 당근 사이다 몇 병 달라고 해. 나한테 빚진 게 있으니 돈은 안 줘도 될 거야. 엄청 차가운 거로 가져와!

입에 이쑤시개를 물고 있는 노동자

하하, 꼬마야, 괜찮으니 몇 병 더 가져가, 건강하고.

워미

고…… 고마워요……


찰리

이 지도에도 없는 거야?

알라나

지도가 너무 최근 거라 그런가…… 에잇! 고작 십몇 년밖에 안 됐는데, 그렇게 큰 마을이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는 거야?

찰리

이렇게 계속 큰길만 도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 재앙이 왔었다는 거 말고, 마을에 뭔가 다른 특징은 없어?

알라나

음, 마을 옆에 광산이 있었는데, 주민들은 거의 모두 거기서 일했어.

찰리

……림 빌리턴의 마을 중 99%는 다 그래.

워미

라나 언니 부모님도 광부셨어요?

알라나

그렇진 않아. 그냥 광산에서 일하셨을 뿐, 엄마는 회계사, 아빠는 용접공이었어. 그건 왜, 냄비 뚜껑?

워미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라나 언니가 한 번도 말한 적 없는 것 같아서요.

알라나

……

알라나

잠깐, 앞에 있는 길목…… 알 것 같아!

알라나

여기서 우회전해 봐.

알라나

그래, 이 길이야! 앞으로 쭉 가!

찰리

길가 표지판을 보니, 이 길은 최근에 보수 공사한 모양인데.

알라나

어쩌면 아직 사람이 살고 있을지도 몰라!

알라나는 차창 밖으로 몸을 내밀더니 바람에 섞인 모래 먼지를 맞아가면서도 눈을 부릅뜨려 노력했다.

저 멀리 지평선 위로 삐뚤빼뚤한 지붕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몇몇 연기 줄기가 하늘로 흩어지며, 작은 오두막들을 흐릿하게 뒤덮고 있었다.

알라나

이 삐뚤어진 지붕과 불 피우는 냄새…… 맞아, 내 기억 속의 마을은 바로 이런 모습이야!

찰리

어쩌면 그때 재앙정보전달자들이 정말 실수했었는지도 모르겠는걸.

알라나

그래, 틀림없어! 분명 그 재앙은 다른 곳으로 틀어져 갔던 거야!

알라나

냄비 뚜껑, 저기 봐, 우리 집이……

알라나

냄비 뚜껑, 지금 뭐 하는 거야?

워미

열일곱,

워미

열여덟,

워미

열아홉……

워미

라나 언니, 워미는 지금 길가에 있는 오리지늄 결정 기둥을 세고 있어요.

워미

오리지늄 덩어리나 땅바닥에 생긴 균열 모두, 여기는 다른 곳보다 훨씬 많아 보여요……

찰리

전에 여기 광산이 있었다고 알라나가 말하지 않았어? 많더라도 이상할 건 없지.

워미

……

알라나

찰리, 저 앞쪽에 있는 집 옆에 차 좀 세워봐!

찰리

응. 마침 나도 물탱크에 물을 좀 채워야 해.

알라나

여기야, 냄비 뚜껑. 내가 기억하기론 마을 끝자락에 이단 케이크를 만드는 아줌마가 살았었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알라나

그 아줌마한텐 작은 정원도 있었어. 거기 심은 건 모두 먼 시장에서 사 온 귀중한 화초였다고.


워미

근데 여기는 정원 같지 않아요.

알라나

확실히 정원처럼 보이진 않네……

황무지 주민

이봐, 너희들 내 새싹을 밟았잖아!

알라나

어…… 수잔 아줌마?

황무지 주민

누가 '아줌마'라는 거야?

황무지 주민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마! 벌써 내 비트 새싹을 세 개나 밟아 죽였잖아!

알라나

미, 미안! 사람을 착각했어.

황무지 주민

정말이지, 이런 망할 곳에서 오염되지 않은 땅을 찾는 게 얼마나 힘든데. 이봐, 외지인, 네가 물어내!

알라나

외지인이라니……

알라나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거야?


황무지 수리공

수도관 연결 끝, 가득 채우려면 한 시간쯤 걸릴 거야…… 너희 물탱크 진짜 크네.

찰리

번거롭게 해서 미안, 대신 이 담배 가져가.

찰리

마을에 아직 영업 중인 수리점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이곳은 교통이 꽤 발달했나 보네.

황무지 수리공

발달? 하, 여기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으니, 모든 물자는 차로 밖에서 들여와야 해. 그러니 당연히 차 관리를 잘해야지.

황무지 수리공

나는 수리공 일을 하기 싫어서 여기로 이사 왔는데, 여기서도 결국 같은 일을 하게 될 거라곤 전혀 생각 못 했어!

찰리

이사 왔다고? 이 마을 출신 아니야?

황무지 수리공

이 마을 출신은 무슨? 이딴 허름한 곳은 '마을'이라고 부르는 것도 과분해. 땅을 3미터나 파 내려가도 흙 한 줌은커녕, 죄다 부서진 벽돌이랑 썩은 나무뿐이야.

황무지 수리공

높으신 분들이 보조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해 준다고 안 했으면, 우리가 여기로 이사 와서 '주거환경을 개선'할 일도 없었을 거야.

황무지 수리공

발밑에 있는 오리지늄 파편들 좀 봐. 재앙이 지나갔는데, 십여 년이 지났다고 해도 살만한 곳이 될 리가 없지.

찰리

……정말 재앙이 왔었던 거야?

찰리

예전에 있던 낡은 집들은 한 채도 남지 않은 거고?

황무지 수리공

돈 되는 것 하나 없이, 그냥 쓸모없는 고철덩이들만 남았을 뿐이야.


알라나

(차에서 내리기 전까지만 해도, 여기서 익숙한 얼굴들을 보면 내 기억 속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알라나

(이렇게 빽빽한 오리지늄 결정들과 땅의 균열, 심지어…… 지금 내 발아래에 있는 깨진 기와 조각들까지. 모두 내게 진작부터 알려주고 있었어.)

알라나

(그 전달자들은 틀리지 않았어. 재앙은 실제로 일어났고, 내 집도…… 진작에 없어진 거야.)

워미

라나 언니, 괜찮아요?

알라나

어? 아, 응, 괜찮아.

워미

저쪽의 작은 언덕을 한참이나 바라봤잖아요.

워미

혹시 라나 언니 집이 저 언덕 쪽에 있어요?

알라나

응…… 아냐, 신경 쓰지 마. 내가 바보짓 했네.

알라나가 한숨을 쉬며 얼굴을 계속 문질렀다.

그러나 금방 곧 어깨를 으쓱하며 평소의 쿨한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알라나

너무 좋게만 생각했나 봐. 정말 아쉽다. 공짜로 집을 얻을 수는 없겠어, 하하.

알라나

그래도 괜찮아. 그 집은 물도 안 나오고 전기도 안 들어오니까, 수송차 안에서 사는 게 더 편할 거야.

워미

수송차 안은 정말 따뜻해요. 그런데 워미랑 라나 언니는 로도스 아일랜드에 자기 숙소가 생겼으니 이제 더 이상 차에서 살 필요가 없어요.

워미

라나 언니는 분명 앞으로 더 크고 편안한 집을 갖게 될 거예요…… 그때 워미도 거기 같이 살아도 될까요?

알라나

무슨 소리야, 냄비 뚜껑? 네가 오지 않으면, 매일 내가 밥을 해 먹어야 하잖아!

워미

사실 라나 언니 요리 실력도 그렇게 나쁘진 않아요……

찰리

알라나, 물탱크 다 채웠어. 좀 괜찮아?

찰리

거의 모든 주민에게 물어봤는데, 다들……

알라나

나도 알아. 수고했어.

찰리

너무 실망하지 마, 내가 다시 가서 물어볼게. 어쩌면 네 집 위치를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벽돌 한 장이라도 남아있다면 추억이 될 수 있잖아.

알라나

그 사람들은 죄다 이제 막 이사 온 사람들이라 모를 거야.

알라나

찰리, 시동이나 걸어. 러스트드레그 카운티로 돌아가자. 그래도 오랜 친구인 너희랑 술 한잔할 시간은 충분할 것 같네.

알라나는 고개를 돌려 텅 빈 언덕과 그 언덕 너머에 가려진 모든 것으로부터 시선을 거두었다.

자신보다 집 위치를 더 잘 아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녀는 자주 그 언덕을 넘나들었고, 매끄러운 잔디 위를 미끄럼틀 타며 집으로 갔었다.

엄마는 흙투성이가 된 그녀를 보고 어쩔 줄 몰라 했지만, 그녀는 그저 생글생글 웃을 뿐이었다.

알라나

……

찰리

먼저 차에 시동 걸어둘 테니 천천히 와. 차 안에서 기다릴게.

알라나

가자, 냄비 뚜껑. 곧 어두워질 것 같아.

알라나

러스트드레그 카운티로 돌아가면 뭐 먹고 싶어? 전통 크림 파스타는 어때?

알라나는 몇 걸음 앞서 걷고 나서야, 냄비 뚜껑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다.

알라나

……냄비 뚜껑?

워미

라나 언니, 보세요. 워미 무릎에 상처가 있어요.

알라나

전에 숙소 앞에서 넘어졌을 때 생긴 거잖아? 아직도 아파?

워미

이젠 안 아파요. 그때 많이 아팠는데, 복도에 사람이 많아서 울 수 없었어요. 그런데 라나 언니가 그때 그랬잖아요……

워미

“눈물 참는 건 힘들잖아, 이미 그렇게나 아픈데 왜 자신을 더 힘들게 하는 거야?”

워미

그 말 덕분에 워미는 울기 시작했고, 울고 나니까 덜 아팠어요.

워미가 천천히 다가와 알라나의 손을 잡았다.

워미

라나 언니의 손가락, 한참 전부터 계속 떨리고 있었어요……

워미

자, 이제 워미 손을 잡으면 힘들게 참지 않아도 돼요.

알라나

냄비 뚜껑……

워미

라나 언니, 무섭거나 슬픈 감정을 느끼는 건 당연해요. 워미도 집을 막 떠났을 때, 한동안 자주 울었어요.

워미

라나 언니를 만나고 나서, 보살핌을 잘 받은 덕분에 자주 울지 않게 된 거예요.

워미

그렇다고 워미를 계속 어린애로만 보지 마세요. 워미도 이젠 좀 컸으니까, 라나 언니를 잘 돌볼 수 있어요.

워미

라나 언니가 더 이상 무리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게 얼마나 지치고 힘든 일인지 잘 아니까요……

알라나

하지만 이런 감정을 떠넘기는 건 옳지 않아…… 애초에 냄비 뚜껑이 나 대신 감당할 필요가 없는 일인걸……

워미

가족끼린 당연한 일이잖아요? 함께 나누고, 같이 밥 먹고, 상처에 빨간약도 발라주고요.

워미

라나 언니, 그동안 함께 그렇게나 멀고 먼 길을 걸어왔잖아요. 우리는 이미 가족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알라나는 그 작고 따뜻한 손을 꼭 잡았다.

알라나

……맞아, 우리는 진작부터 그랬었지.

워미

라나 언니, 한 번 더 보고 싶으면 같이 보러 가요. 워미가 같이 갈게요.



라나 언니.

응?

여기 언덕은 정말 완만하고, 모래도 엄청 부드러워요.

응……

라나 언니는 분명 집으로 돌아오는 이 길을 수도 없이 지나다녔겠죠?

옛날에 이곳은 어땠었는지, 워미에게 이야기해 줄래요?

내 기억엔……



알라나

……여긴 예전에 풀이 무성해서, 비가 온 후엔 잘못하면 바로 넘어지는 곳이었어.

워미

지금도 풀이 있긴 해요. 전부 작긴 하지만요. 이제야 겨우 싹이 난 걸까요?

알라나

냄비 뚜껑, 잔디 위에서 미끄럼틀 타 본 적 있어?

워미

아뇨, 엄청 위험하게 들리는데요……

워미

그래도 꽤 재밌을 것 같아요!

알라나

내가 너만 할 땐, 자주 언덕 꼭대기에 올라와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거든.

워미

라나 언니는 어렸을 때부터 겁이 없었어요?

알라나

그것보단, 사실 너무 심심했어.

알라나

부모님을 따라 이곳으로 이사 온 뒤에 한동안 새 친구를 사귀지 못했거든. 집에 있기도 싫었고…… 집 안은 늘 시끄러웠으니까.


워미

집 안이 좀 시끌벅적해야 활기가 넘치죠.

알라나

음…… 조금 달라. 우리 부모님은 광산에서 일하셔서 큰 소음 속에서 대화하는 데 익숙했거든.

알라나

자연히 집에서도 큰 소리로 대화하셨는데, 얼핏 보면 싸우는 것 같았지만, 얼굴은 웃고 계셨지. 대화가 없을 때도 음악을 가장 큰 소리로 틀어두셨어.

알라나

가끔은 정말 말다툼할 때도 있었는데,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고 늘 웃으면서 싸우셨어. 하지만 난 알고 있었지, 울면서 동시에 웃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알라나

부모님이 싸울 때마다 나는 여기로 올라와서 미끄럼틀 타고 내려갔다가 올라오고, 또다시 내려가곤 했어.

워미

그때 라나 언니는 마음이 너무 아팠겠죠……

알라나

응. 그래도 결국엔 흙투성이가 된 채 집으로 돌아가야 했어. 집에 들어가기 전에는 미소를 띠려고 노력했지, 그래야만 엄마가 걱정하시지 않으니까.

알라나

나중에 부모님은 내가 흙투성이가 된 채 돌아온 것 때문에 또 다투셨어. 그 뒤엔 아빠가 마당에 이것저것 많이 만들어 주셨지. 그네, 트램펄린 게다가 작은 정자까지 있었어.

워미

워미의 아빠도 현관에 걸 수 있는 그네를 만들어주겠다고 했었어요.

알라나

어른들은 아이들이 그런 것들을 좋아할 거라 생각하는 것 같아, 왜 그럴까?

워미

하지만 워미는 그네, 트램펄린, 작은 정자 모두 좋아해요. 다만…… 아빠에겐 시간이 부족했을 뿐이에요.

알라나

로도스 아일랜드에 돌아가면 내가 냄비 뚜껑 숙소를 가득 채울 만큼 만들어 줄게. 어때?

워미

헤헤……

워미

와, 언덕 꼭대기에 거의 다 와 가요. 금방 저쪽 풍경을 볼 수 있겠어요……

워미

라나 언니? 왜 갑자기 멈췄어요?

알라나

……

워미

보는 게 겁이 나면 눈을 감으세요, 워미가 대신 볼게요……

워미

어때요?

알라나

좋아.

삐걱삐걱. 부서진 벽돌, 깨진 기와와 그을린 나뭇조각이 발에 밟혔다.

땅 틈새에 껴있는 작은 유리 조각과 오리지늄 결정이 노을빛을 반사하며 빛나고 있었다.

알라나

냄비 뚜껑…… 얼마나 더 가야 해?

워미

곧 도착해요. 라나 언니, 천천히…… 발밑을 조심해요.

워미

깨진 유리 조각이 엄청 많네요, 반짝반짝 빛나는 게 별 같아요.

워미

라나 언니, 길 전체가 빛나요! 마치……

알라나

마치 뭐?

워미

마치 별들이 라나 언니가 집에 돌아온 걸 환영하는 것 같아요!

알라나

집에 돌아왔다……

알라나

냄비 뚜껑, 혹시 건너편에 아무것도 없으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냥 나를 데리고 돌아가 줄래?

알라나

……부탁할게.

하지만 냄비 뚜껑은 갑자기 손을 놓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알라나

냄비 뚜껑?!

알라나

어디 갔어? 우리 언덕 꼭대기에 도착한 거야?

알라나는 허둥지둥 더듬거리다가 간신히 워미의 손을 잡았고, 동시에 워미의 흐느낌을 들었다.

워미는 울음과 웃음을 동시에 터뜨렸다. 그녀는 알라나의 팔을 힘껏 흔들며 크게 소리쳤다……

워미

라나 언니! 보세요!

워미

라나 언니!!


알라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 멀지 않은 언덕 아래, 잡초로 뒤덮인 폐허 속에서 지붕, 창문과 문틀은 모두 낡은 부스러기로 변해 있었다.

수많은 밤낮 동안 비바람과 햇살을 견디며, 가장 튼튼했던 기둥은 물론 마룻대마저 부러지고 썩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폐허 앞에, 그네 하나가 여전히 자리하고 있었다.

녹슨 자국으로 뒤덮여 볼품없음에도 여전히 견고한 그네가 밤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삐걱……

“이렇게는 안 돼, 알라나가 그네에 서서 타면 빨랫대보다도 더 높이 올라가잖아!”

“너무 위험해…… 안 입는 캔버스 바지 몇 개 좀 가져와, 안전벨트를 만들어 줘야겠어.”

……

“울지 말렴, 울지 마, 엄마가 어디 다쳤는지 보자…… 아이고, 무릎이 다 벗겨졌네!”

“내가 위험하다고 말했잖아! 봐! 어떻게 하면 그네 받침대가 저렇게 바로 부러지는 건데?!”

“내 탓이야…… 미안해, 알라나…… 다 아빠 잘못이야.”

“뭐 하는 거야?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디 가려고?”

……

“어서 자렴, 저건 해가 뜬 게 아니야. 아빠가 용접하는 불빛이 창문에 비치는 거란다.”

“엄마도 아빠가 뭘 하는지 모르겠구나…… 걱정하지 마. 엄마가 알라나는 아빠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해줄게, 알라나는 아주 착한 아이니까.”

……

“봐! 알라나, 아빠가 그네를 좀 손봤단다. 이 철근 좀 보렴, 엄청 굵지…… 뭐? 너무 못생겼어?”

“그래도 정말 튼튼해. 아빠가 약속할게, 이번엔 아무리 높이 타도 떨어지지 않을 거야…… 아, 그렇다고 또다시 그렇게 높이 타면 안 된다!”

“아빠는 안 자도 괜찮아, 바로 또 출근하러 가야지. 엄마 아빠가 돌아오면 우리 다 함께 새로운 그네를 타고 놀자꾸나.”

“너 혼자 몰래 타면 안 된다. 엄마가 안전벨트 매주는 거 꼭 기다려야 해.”

“갔다 올게, 알라나!”

……

알라나

하지만……

알라나

'광산 사고'가 났다고 했어. 나는 그때 아직 책에서 그 단어를 배우지 못했었고.

알라나

내가 기억하는 건, 탁자 위 컵 안에 당근 주스가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던 것뿐이야.

알라나

나중에 많은 사람이 와서 나를 집에서 데리고 나가려 했지. 그 사람들은 하늘에 생긴 이상한 모양의 구름을 가리키면서 나보고 떠나야 한다고 했어. 광산 사고 때문에 오리지늄 분진이 새어 나왔고, 재앙이 곧 닥칠 거라며 말이야.

알라나

그 사람들은 문을 부수고 들어왔지. 그렇게 나는 집을 떠나게 됐어.


알라나

심지어…… 제대로 된 작별 인사도 못 한 채로 말이야.


알라나

막상 입 밖으로 꺼내니까, 생각했던 것만큼 무겁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네.

워미

하지만 그걸 계속 마음속에 묻어두면, 결국 무거운 돌덩이가 되어버리겠죠. 라나 언니도 수송차로 몰래 화물을 운송할 때, 차에 돌덩이를 가득 채우고 장거리를 달리는 걸 제일 싫어했잖아요?

알라나

맞아, 그렇게 가면 일단 느리고, 가는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했거든.

알라나는 땅에서 돌멩이 하나를 집어 들더니 힘껏 멀리 던졌다.

알라나

하지만 이제! 그 돌덩이들을 다 버렸으니, 마음껏 달려 나갈 수 있어!

알라나

냄비 뚜껑, 네가 나를 이끌고 이 언덕을 올라왔으니까, 이번엔 내가 너를 데리고 앞으로 나아갈 차례야.

워미

앗, 라나 언니……

알라나가 활짝 웃으며 워미의 손을 잡은 채 큰 걸음을 내디디며 언덕 아래에 있는 폐허 쪽으로 달려갔다.

과거 그녀가 수없이 지나다녔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비록 재앙 때문에 지상에서 지워졌지만 지금 그녀의 발걸음 아래 다시 나타나게 되었다.

워미

라나 언니! 천천히, 천천히!

알라나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해! 들어봐, 모두 네게 인사하고 있어……

삐걱……

밤바람이 불자, 철근과 사슬 접합부 사이에서 거친 금속 마찰음이 들려왔다.

알라나

한번 타볼래? 걱정하지 마, 아주 튼튼하니까.

워미

정, 정말 그래도 돼요?

알라나

냄비 뚜껑은 늘 그네를 가지고 싶어 했잖아? 여기 딱 준비돼 있네.

알라나

로도스 아일랜드에 돌아가면 더 예쁜 걸로 다시 만들어 줄게!

워미

하지만 이건 라나 언니의 아빠가 라나 언니를 위해 만들어 준거잖아요……

알라나

난 어릴 때 이미 타봤으니까, 지금은 냄비 뚜껑에게 양보할게. 그리고, 어느 꼬마가 그네 타는 걸 안 좋아하겠어?

워미

전 이제 꼬마가 아니에요!

알라나

맞아, 냄비 뚜껑도 어느새 많이 컸지. 라나 언니를 많이 도와줄 수 있는 착한 아이가 되었으니 말이야.

알라나

나보다 키가 커지면 그땐 냄비 뚜껑이 나를 밀어줘. 그렇지만 아직은…… 이 라나 언니가 좀 더 돌봐줄게.

알라나는 워미를 그네에 앉히곤 옆에 있던 안전벨트를 집어 들었다.

안전벨트의 겉감은 이미 완전히 색이 바랬지만, 겉감에 둘러싸여 있는 금속 체인은 여전히 견고했다.

워미는 얼굴을 들어 알라나가 안전벨트를 매는 동작 하나하나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알라나

이 안전벨트는 엄마가 여러 번 꿰맨 거야. 엄마는 항상 아빠가 내게 안전벨트를 매주지 못하게 하셨어. 본인이 직접 해야만 안심된다고 하셨거든.

워미

라나 언니의 엄마도 언니와 더 놀아주고 싶으셨을 거예요.

알라나

어떻게 채우는 거지? 어릴 땐 엄마가 이렇게 했던 것 같은데……

알라나

됐어, 아주 튼튼해! 아무리 높게 타더라도 절대 떨어지지 않을 거야.

알라나

그네 받침대도 아주 튼튼해. 이것 봐, 아무리 흔들어도 전혀 흔들리지 않아. 그저 겉에 녹이 좀 슬었을 뿐이야.

알라나

어릴 적엔 아빠가 밤새워 일하던 모습만 기억나. 용접 불빛이 창문에서 엄청 반짝였지. 지금 이 용접 자국을 보니 알겠어……

알라나

이건 가장 힘들고 까다롭지만, 가장 견고한 용접 방식이야.

워미

어떤 것들은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천천히 이해되는 것 같아요…… 라나 언니도 설명하기 어려운 게 있을 때마다 항상 저에게 그렇게 말했었잖아요.

알라나가 워미를 살짝 밀자, 그네가 흔들리며 내는 삐걱삐걱 소리가 고요한 밤 속 저 멀리까지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아주 아주 멀리.

워미

라나 언니…… 비가 내릴 것 같아요.

워미

별들은 아직…… 이렇게나 밝은데도요.


찰리

이제 갈 거야?

알라나

응, 이제 가자. 이야기는 돌아가서 다시 하고.

워미

아, 맞다, 라나 언니…… 벌금 고지서를 받았다고 하지 않았어요?

알라나

맞아! 완전히 잊을 뻔했어! 대체 그 벌금 고지서는 뭐지? 한번 봐야겠어……

찰리

네가 말했을 때부터 생각해 봤는데, '주택관리위원회'라는 건 들어본 적이 없거든.

알라나

“지정된 기간 내에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해당 주택은 강제 철거됩니다.”

워미

벌금을 어디에 내는 지는 안 나와 있나 봐요. 뒤에는 뭐라고 쓰여 있어요?

알라나

“……동시에 개인 은행 계좌가 동결됩니다. 정상적인 자금 거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알라나

“저희가 설정한 안전 계좌로 모든 예금을 이체해 주십시오. 해당 계좌는 림 빌리턴 종합 은행에서 관리하며, 절대적으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습니다.”?

알라나

퉤, 사기 메시지였잖아!

알라나

내가 너무 급한 나머지, 철거된다는 말만 보고 놀라는 바람에 뒷부분은 제대로 보지 못했네.

워미

그래도 이 사기 메시지가 아니었다면 우리도 여기에 돌아오지 않았을 거예요.

알라나

맞아, 운명이란 참 신기한 거 같아.

찰리

전에 만난 수리공이 이곳의 주거 환경 개선이 끝나면, 더 많은 주민이 이주해 와서 새로운 마을이 만들어질 거라던데.

찰리

네가 살던 그곳은 나중에 놀이터가 될 거래. 시소랑 미끄럼틀 같은 게 다 있어서, 아이들이 노는 데 힘 다 쓰게 생겼네.

알라나

괜찮아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해, 냄비 뚜껑?

워미

(하품) 네……

알라나는 창밖으로 펼쳐진 아득한 밤 풍경을 뒤로하고, 품에 안긴 워미의 얼굴에 시선을 멈추었다.

워미는 곧 잠들려는지, 속눈썹에 한 방울 눈물이 맺혀있었다.

알라나도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별빛 가득한 작은 길과 길 끝에 있던 그네를 다시 떠올렸다.

'안녕', 그녀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