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선지자
로도스 아일랜드의 공사 기간 동안, 예비작전팀 A4는 일부 환자를 호송하여 다른 지역에 정착시키려 한다. 하지만 환자들과 현지 사람들 사이에 불가피한 충돌이 발생하고 말았고, 이때 아드나키엘이 나서게 된다.
선생님, 저희도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요.
다만 저희가 있던 로도스 아일랜드의 치료 시설이 지금 개조 중이라, 이곳 사무소에서 잠시만 지내려는 것뿐이라고요.
사무소 쪽에선 이미 시 정부와 협의를 마친 상태고, 저희는 미개발 섹터에서만 생활하니까 현지 주민과는 따로 만날 일이 없을 겁니다.
민폐 끼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민폐 끼치는 일 없을 거라고? 그럼 이 자식은 대체 뭔데? 우리 집 문 앞까지 왔잖아!
나도 원래는 애쉬포드 카운티의 주민이었어. 단지 치료를 위해 집을 팔고 이곳을 떠난 것뿐이라고……
모처럼 돌아왔으니 그저 옛날 내 집이 어떻게 변했는지 한번 보고 싶었을 뿐이야!
너였구나!
기껏 큰돈 들여서 이 집을 샀더니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집의 원래 주인이 재수 없는 감염자였다던데!
그때부터 내 인생이 재수가 없어졌어! 게다가 이 집은 이제 팔리지도 않는다고! 다 너 때문이야!
너도 이 카운티 출신이라고? 아니, 광석병에 걸린 바로 그 순간부터, 넌 더 이상 이곳 사람이 아니야!
너……
감히 반항하다니…… 확실히 말해두는데, 이번 일은 절대로 이렇게 안 끝날 거야!
무슨 일이야? 왜 이리 사람들이 몰려 있어?
경관님, 저희는……
너희는 방금 온 그 감염자들이잖아? 지정된 섹터에 얌전히 있으라고 했는데, 몰래 도시로 들어온 거야?
경관님, 게다가 저 녀석들은 폭력까지 썼습니다!
아니, 나…… 난 그냥……
쯧, 너희 같은 감염자들을 들여보내 봤자 좋을 게 하나 없을 거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여기 두 사람 체포해!
맞습니다, 저 사람들 다 내쫓아야 해요! 진짜 잠시만 있으려고 여기에 온 건지, 아니면 딴 속셈이 있는 건지 누가 알겠어요!
선생님, 저희는……
잠깐만요.
아드나키엘 씨……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달려왔는데, 다들 괜찮으세요?
저희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너는 또 누구야?
저는 여기 환자분들을 이곳으로 호송한 로도스 아일랜드 예비작전팀 A4의 아드나키엘입니다.
환자분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책임? 뭘 어떻게 책임질 건데? 만약 너희가 지금 폭발이라도 해서 우리가 죽으면, 누가 보상할 건데?
로도스 아일랜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흥, 노력이 무슨 소용이야? 귀족이 너희를 도시에 들어오게 허락했다고 해서, 너희가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진 마.
오늘 같은 소란이 일어난다면, 내일 당장에라도 너희 전부를 쫓아내 버릴 수 있다고! 똑똑히 기억해!
……하아.
전부 연행해!
아다만트, 사무소의 책임자인 네가 지금 여기에 나타나면 안 되지.
나도 너한테 이 문을 열어줘서는 안 된다는 말이야.
하지만 로도스 아일랜드가 내 동생의 병을 봐주기도 했으니, 만나게는 해줄게.
고맙군.
로드리와 팔메라는 괜찮죠? 저라는 '주범'이 있으니, 그분들이 곤란한 일은 없을 거예요.
그래, 네 덕분에 그 사람들은 괜찮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
이번 충돌은 그 청년이 먼저 일으킨 거라는 걸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증명해 줬지만, 그마저도 소용없어졌어. 이미 이 일이 다 퍼져버렸거든.
원래도 정부가 미개발 섹터에 광석병 환자를 수용하기로 한 결정에 불만을 품은 주민이 많았다.
근데 하필이면 이번 충돌이 그 사람들에게 좋은 구실이 돼버렸어. 들리는 말로는, 몇몇 귀족들은 이미 시청으로 가서 환자들을 수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논의한다더군.
……하아.
이번 공사 기간 동안 환자들의 거취를 결정할 때, 될 수 있으면 환자들이 고향과 가까운 곳에 머물게 하려고 했었어요.
로드리는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에요. 치료를 위해 집을 팔고, 많은 고생을 한 끝에 겨우 로도스 아일랜드에 정착했죠. 그런 로드리가 자신이 살았던 옛집을 보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물론 네 마음도 이해해.
하지만 우리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어. 사무소 설립 이래 모든 인맥을 동원한 끝에, 이제야 겨우 환자들이 미개발 섹터에라도 들어올 수 있도록 귀족들에게 간신히 허락을 받아낸 거다.
거기에 지금 이 환자들이 쫓겨나기라도 하게 되면, 문제는 정말 걷잡을 수 없어질 거야.
알고 있어요. 사무소가 있는 이 일대 카운티 세 곳 중에서, 그나마 애쉬포드 카운티가 감염자들에게 비교적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잖아요.
다른 두 곳은 처음부터 로도스 아일랜드를 도와 카운티에 환자들을 정착시키는 것을 반대했죠. 그게 아니었다면, 저희도 환자들을 한곳으로 모을 필요까진 없었을 거예요.
그래, 지금 쫓겨나기라도 하면 다른 지역 사무소까지 먼 길을 돌아가야 해. 환자들의 체력으론 견디지 못할 거야……
아다만트, 이제 가야 해.
알겠어.
……난 이곳의 책임자야, 그러니 이번 일의 주된 책임도 나에게 있다.
너희를 구해내는 것과 앞으로의 일까지도 내가 한번 방법을 찾아보지. 시청 쪽에 발언권이 있는 귀족 몇 명은 설득할 수 있을 거다……
……
그나저나 아다만트, 작년에 저한테 편지로 부업에 대한 조언을 구하셨던 걸 기억하세요?
지금은 어떻게 됐어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지.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걸 신경 쓰고 있나?
……제게 아이디어가 하나 있어요. 다만 아다만트 씨가 제 동료들을 찾아가 주셔야 해요.
들어봐, 그 감염자들 지금 미개발 섹터에 있다고 했지?
너희가 사람 몇 명 더 모아봐, 이따가 같이 그곳에서 소란이나 좀 피우자.
왜?
오전 일이 사람들한테 퍼져있거든. 즉, 지금 사람들의 이목은 걔네한테 쏠려 있다는 말이야.
우리가 할 일은 거기에 더 불을 지피는 거야.
우리가…… 그렇게까지 해야 해?
걔들은 감염자라고, 너 그런 시한폭탄들을 곁에 두고 싶어?
음…… 아니……
모르겠어? 우리가 지금 이렇게 하면 나중에 일이 어떻게 되든 간에, 결국 다른 사람 눈에 영웅으로 비칠 거야!
감염자들을 쫓아낸 영웅 말이야!
그럼 우리는 그 명성으로 돈을 벌 수 있을 테고, 지금처럼 무시당하는 삶을 살 필요도 없어지겠지! 너도 더 나은 삶을 생각해 본 적 있잖아, 안그래?
……맞아.
그럼 어서 사람을 더 모아와!
그리고 무기도 좀 더 찾아야 해!
우리가 애쉬포드 카운티의 영웅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오늘에 달렸어!
알겠어!
히히, 드디어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왔구나……
감염자 녀석들…… 안타깝지만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해라. 너희는 그냥 곱게 내가 돈을 버는 발판이 되면 돼.
……
잘 들어, 내가 지금은 돈이 없지만, 이제 곧 생길……
실례합니다, 혹시 필립 씨이신가요?
……어, 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저는 런디니움에서 향료 사업을 하는 상인이에요, 최근에 애쉬포드 카운티에 와서 사업을 시작했죠.
제가 지낼 집을 구하던 중, 그쪽 집이 판매 중인 걸 보게 돼서요. 혹시 아직 파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높은 가격에 구매하죠.
……진심이신 거죠?
물론이죠.
하지만 지금은 제가……
제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서요, 지금 바로 답을 주셨으면 해요.
아 그게…… 알겠습니다. 장소만 정해 주세요, 제가 바로 찾아뵙도록 하죠!
그럼 지금 바로 시청 광장의 카페로 오시면 될 것 같아요.
네, 좋아요! 지금 갈게요!
하늘이 돈을, 내게 돈을 내려주는구나!
필립, 내가 몇 명 데려왔…… 어라, 어디 간 거지?
그 청년……
성격이 급하고, 직접 감염자들과 갈등을 일으켰었지. 옷차림을 보면, 경제 사정이 썩 좋지는 않은 것 같고……
그 사람은 이번 사건을 직접 터트릴 수 있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기도 해.
아마도 그 사람은 감염자들에게 직접적인 악의를 품고 있다기보단, 단지 그 갈등을 이용해서 이익을 얻으려는 것뿐일 거야.
멜란사의 집안은 사업을 하고 있으니까, 멜란사의 분위기나 말투로 그 청년의 집에 관심 있는 부유한 상인인 척하는 건 어렵지 않을 테고.
그 청년의 주의를 감염자에게서 돌릴 수만 있다면, 당분간은 새로운 소란을 일으키진 않겠지.
……그렇게 되면, 이 잠재적 위험은 이미 제거된 셈이야.
하지만, 이건 이제 시작일 뿐.
진짜 문제는 다음이야.
내 말은, 감염자는 물론이고! 이참에 로도스 아일랜드까지 다 쫓아내야 한다는 말이야!
나는 처음부터 로도스 아일랜드가 이곳에 사무소를 차리는 걸 반대했어! 다른 카운티에서 하는 것처럼, 누구든 광석병에 걸리면 그냥 쫓아내면 되잖아!
그럼 네가 광석병에 걸리면 어떻게 할 건데?
나는 평소에 잘 먹고 잘 마시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데 왜 광석병에 걸리겠어?
그러니까, 오늘 일어난 일은 어차피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다는 거지.
아무튼 지금 우리 삼촌이 이미 시청으로 갔거든. 내가 삼촌한테 반드시 다른 귀족들을 설득해서, 감염자들을 우리 고향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말해놨어.
……난 로도스 아일랜드의 몇몇 의사를 알고 있어, 근데 다들 정말 좋은 사람이던데.
그래서 뭐? 걔네가 광석병을 고칠 수 있어?
……하아, 그건 아니지.
그러니까, 우리는 감염자도 필요 없고, 감염자를 치료하는 의사도 필요 없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아직도 감염자 편을 드는 거야?
아니, 감염자 편을 드는 게 아니야.
난 그저 이 감염자들에 대한 생각이 다를 뿐이야.
무슨 말이야?
어두운 조명 아래, 청년은 옷깃을 여미고 소매를 내려 자신의 몸에 있는 오리지늄 결정 흔적을 가렸다.
지난 수년간 시청에서는 미개발 섹터를 개발하겠다고 말해왔지만, 여러 이유를 대며 계속 미뤄 왔지.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 생각엔 인력과 자금 문제가 분명해.
자금…… 귀족들이야 모두 돈은 있겠지.
문제는 항상 인력이었어.
그건…… 맞아. 우리 삼촌이 엔지니어인데, 일이 힘들기만 하고 돈도 안 되니 맡을 회사가 없어서 시청도 골치 아파한다더라.
감염자들은 필요 없으니, 쫓아내면 되겠지. 하지만 그 미개발 섹터는? 쓸모없는 섹터도 필요 없으니까, 그냥 버리면 그만인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거기엔 내 세금이 들어갔다고!
마치 네게 방법이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우리에게 필요 없는 감염자들과 광석병을 치료하는 제약 회사를 함께 미개발 섹터에 격리시킨 다음, 노동력으로 쓰면 되잖아?
환자들은 무해하고, 로도스 아일랜드의 통제하에 있다고 대중을 설득하는 건…… 불가능해.
광석병의 특성상, 일단 화제에 오르기만 해도 대중은 당연히 환자들을 배척하게 될 거야.
이럴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무래도 더 큰 화제를 던져서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는 거겠지.
스튜어드 씨는 내가 만나본 사람 중 손꼽히는 설득 기술을 가지고 있어. 스튜어드 씨가 나선다면 여론의 방향을 어느 정도 바꿀 수 있을 거야.
적어도 대중에게 세 번째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지……
“어차피 감염자를 처리해야 한다면, 차라리 그들을 더 잘 활용하는 게 낫지 않을까?”
……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정말 괴롭지만.
그래도 이게 내가 지금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니까.
여론은 어느 정도 통제되겠지만, 이건 귀족들이 여론에 이끌려 최악의 결정을 내리는 걸 방지하는 방편일 뿐이야.
결국,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귀족들의 최종 결정이겠군.
모든 건 당신에게 달렸어요, 카디건.
며칠 후
자작님, 벌써 며칠째 논의만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 주셔야 합니다.
단순히 이 감염자들을 쫓아낼지 말지의 문제일 뿐이잖습니까, 벌써 공연 티켓을 적어도 3장은 날렸습니다.
흥, 애초에 로도스 아일랜드가 우리 카운티에 사무소를 세우도록 제안한 게 자네였잖나. 이 환자들을 수용한 것도 자네가 자작님을 설득해서 한 일이고.
그런데 뭘 이제 와서 남 일인 듯 말하는 거야?
아이고, 저란 사람은 말입니다, 언제나 이 카운티의 이익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로도스 아일랜드는 유망한 제약 회사고, 협력하면 손해 볼 일이 없어요.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카운티의 의료 수준이 향상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그 환자들 말입니다만, 어차피 미개발 섹터를 그냥 놀리고 있는 판에 로도스 아일랜드에 인심 한 번 써주면, 언젠가 우리에게 보답할 거 아닙니까.
말 나온 김에 하는 말이지만, 새로운 섹터를 개발하자고 그렇게 떠들어댄 게 누군지 모르겠네요. 몇 년째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으면서 말이죠.
그게 정말로 쓸모가 있었으면, 제가 환자들을 수용하는 데 동의했겠습니까?
이자식! 요즘 아래에서 누군가 선동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던데. 저 환자들을 격리시켜서 새로운 섹터 개발에 이용하자는 거, 네가 꾸민 짓 아니야?
하하, 만약 제가 아니라고 한다면, 믿으실 겁니까?
……흥, 네가 뭘 꾸미고 있든, 분명한 건……
저 환자들만 가지고는 절대 새로운 섹터 개발을 할 수 없다는 거야.
저희끼리 뭐라 한들, 결국은 자작님의 뜻대로 되겠죠.
루퍼스, 과거 난 로도스 아일랜드에 대한 네 의견에 손을 들었고, 결과적으로 네가 옳았다는 게 증명되었지. 그들은 이 카운티에 무시할 수 없는 수익을 가져다줬어.
대중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가 돈다고 하더군. 환자들을 새로운 섹터에 머물게 하되, 그 대가로 우리를 위해 그곳을 개발하도록 하자는 이야기 말이야.
하지만 그건 현실적이지 않아. 저 환자들이…… 도대체 뭘 해낼 수 있겠어?
접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들을 들여보내 주게.
옳은 말씀입니다, 존경하는 자작님.
하지만 만약 새로운 섹터 개발에 참여하는 사람이 환자들만이 아니라면 어떨까요?
자작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다만트? 이제 와서 날 찾아와봤자 이미 늦었어.
……자작님께서 제가 데려온 이들을 만나보신다면, 생각이 바뀌실지도 모릅니다.
……후우, 겨우 시간에 맞췄네.
아드나키엘도 참, 갑자기 나더러 이 짧은 시간 안에 가까운 사무소 두 곳에서 모두 지원군을 데려오라고 하다니!
힘들어서 쓰러질 뻔했잖아!
이런 일은 우리 중에서도 오직 발이 가장 빠른 카디건 씨만이 해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다른 사무소에서 지원해 준 규모를 보니까, 다들 아드나키엘 씨의 계획에 동의한 거네요, 맞죠?
어쩔 수 없지, 다들 우리 선지자를 믿고 있으니까.
후우, 다만 다들 그 착한 얼굴 아래 숨겨진 사악한 마음을 아직 모를 뿐이야.
제가 알기로는, 가끔 카디건 씨를 꼬드겨서 밥을 사게 하는 것 정도 아니었나요?
그 정도면 사악한 거 아냐?! 아무튼, 이번엔 아드나키엘이 나한테 적어도 일주일 치 밥을 사줘야 할 거야!
그때 제일 비싼 것만 골라서 제대로 뜯어낼 거니까!
하하, 그럼 아드나키엘 씨 지갑에 꽤 타격이 크겠는데요.
맞아, 날 부려 먹으려면 그만한 대가가 있다는 걸 알려줘야겠어!
크흠……
아, 미안미안.
자작님, 안녕하세요. 저는 로도스 아일랜드 예비작전팀 A4의 카디건이라고 해요.
이 두 사람은 각각 로도스 아일랜드 도벨 카운티와 하필랙스 카운티 사무소의 책임자들입니다.
너희는 옆 카운티의……
로도스 아일랜드는 애쉬포드 카운티가 새로운 섹터에 병원을 짓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현지 사무소의 의료 물자만으로는 그런 도움을 제공하기에 부족했죠.
그래서 이번 기회를 빌려, 주변 사무소의 책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리고 모두 애쉬포드 카운티 사무소에 의료 물자와 인력을 추가로 지원해 새 병원 건설을 도와주기로 동의했고요.
현재 인력과 물자는 모두 준비되어 있습니다. 자작님의 뜻은 어떠신가요?
이 짧은 시간 안에 주변 두 카운티를 오가며 각 사무소 책임자들의 지원을 요청하는 건, 오직 카디건의 다리로만 가능해.
하지만 이걸 본 자작은 분명 그리 기뻐하지 않을 거야. 자작은 누군가가 뒤에서 이 모든 걸 조종하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도 결국은 받아들이겠지. 이건 자작에게도, 애쉬포드 카운티에도 손해 볼 거 하나 없는 일이니까 말이야.
모든 정보를 하나로 엮어서 마지막에 가서야 꺼내면, 보통 상대방은 알면서도 계략에 빠져. 이건 모두 내가 박사님으로부터 배운 거지.
……
이 정도까지 시뮬레이션했으면 충분할 거야.
이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한계치니까.
이제 남은 건……
아드나키엘!
절 구하러 오는 게 조금만 더 늦었으면, 아마 전 무서워서 여기서 죽었을 거예요.
무서운 척하긴, 아드나키엘. 지금 넌 절망에 빠진 죄수와는 멀어 보이거든.
맞다, 아드나키엘. 나한테 일주일 치 밥 사줘야 하는 거 잊지 마.
앗, 이번에 오고 간 게 그렇게나 비싸다고요?
당연하지! 게다가 멜란사도 이미 승인했거든!
네…… 이번엔 도망칠 수 없을 거예요, 아드나키엘 씨……
헤헤.
하아, 예전에 그 순수하던 카디건은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네 말 몇 마디에 홀랑 넘어가 순순히 밥값을 내주던, 그 바보 카디건을 말하는 거야?
어떤 선지자가 몇 년 동안 단련시켜 준 덕분에, 난 이제 그렇게 쉽게 속지 않는다고.
모든 게 잘 해결된 것 같네요.
환자들은 이미 도시에 들어와 잘 정착했어요.
자작은 로도스 아일랜드와 함께 미개발 섹터에 병원을 짓는 데 동의했고, 지금은 업무 분담을 논의 중이에요.
모든 게 아드나키엘이 원하던 대로 됐어요.
……후, 다행이네요. 모두 정말 수고했어요.
저는 제일 편한 역할이었죠. 그냥 환자들만 돌보면 됐으니까요.
아뇨, 가장 편한 건 저였어요. 그냥 여기 앉아서 결과만 기다리면 됐으니까요.
아드나키엘, 지금 겸손한 모습이 뭔가 박사 같은데?
……이번에 처음으로 박사님처럼 지휘하게 됐는데, 그제야 비로소 저와 박사님 사이의 간격을 새삼 깨닫게 되었어요.
저희가 마주하고 짊어진 책임은 서로 전혀 다른 차원의 책임이었죠.
그래도 제가 이렇게 한 걸음 내딛게 돼서 정말 다행이에요.
좋아, 일도 해결됐으니 이제 우리 밥이나 먹으러 가자!
아드나키엘 씨 계십니까?
네.
신성한 도시의 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
……그런가요.
아드나키엘, 이건 또 무슨 일이야?
미안해요, 카디건. 빚진 식사는 나중에나 갚을 수 있을 것 같네요.
팀장님, 여기 일은 일단락되었으니, 저는 잠시 팀을 떠나려고 해요.
드디어 결심하셨군요.
네.
이건 르무엔 추기경님의 서신입니다.
제7청은 당신의 라테라노 복귀 신청을 승인했습니다. 신성한 도시 외곽에 도착하면 그곳에 당신을 마중할 사람이 있을 겁니다.
제가 길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럼 다음에 만날 땐, 총을 들고 있는 거야?
총은 중요하지 않아요.
말했었잖아요. 소위 '선지'라는 능력은 제가 선택받았거나 기대받는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요.
단지 가끔 저 같은, 사고방식이 평범한 산크타와는 약간 다른 산크타가 나타날 뿐이죠.
저희는 교황청의 일원이 되어, 교황청의 관리를 받아야만 총을 소지할 권리를 얻을 수 있어요.
전 그 권리를 포기하고, 라테라노를 떠나 여행하기를 선택한 거예요.
그리고 이번에 돌아가는 것도, 그 권리를 다시 얻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예비작전팀이 왜 존재하는지, 다들 기억하시죠?
당연하지. 정예 오퍼레이터처럼, 로도스 아일랜드의 이념에 동의하고 로도스 아일랜드의 사업에 헌신하기로 한 오퍼레이터만이 들어올 수 있는 거잖아.
저희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예비작전팀 소속인 것으로 만족하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도 많죠. 하지만 저희에게 있어 예비작전팀으로 불린다는 것은 중요한 점이 아니에요.
중요한 건 감염자들을 돕고, 광석병이 이 대지에 미치는 영향을 없애는 거죠.
그게 제가 처음 로도스 아일랜드에 들어왔을 때 한 선택이었고…… 또 지금까지 한 번도 후회하지 않은 선택이기도 해요.
라테라노로 돌아가는 건, 이 대지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 이해하고 싶어서예요.
그러고 나면, 저는 돌아올 거예요.
……
왜 그러세요?
그냥 감회가 새로워서 그래. 그동안 너랑 오래 알고 지냈지만, 네가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아서.
맞아, 조금 어색해.
조금…… 낯간지러운 말 같아요.
꽤 멋있는걸요?
……그만 하세요. 벌써 후회되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나저나, 신성한 도시에는 새로운 디저트가 많이 있겠지? 돌아올 때 꼭 사 와야 해!
알겠어요.
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
아드나키엘은 동료들에게 손을 흔들어 이별을 전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전달자에게 의사를 표시한 후, 라테라노로 향하는 여정에 올랐다.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카디건 일행의 얼굴에도 이별의 슬픔은 없었다.
이별은 잠시일 뿐이며, 더욱더 긴밀한 무언가가 그들을 연결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