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고난의 요람 · 에피소드 7

7-132:00:00

메인 스토리브릿지2020-06-02

코어를 지휘하는 탈룰라는 W의 배반을 알아차리게 되고, 그녀를 코어 구역으로 떨어뜨리게 된다. 패트리어트는 적의 공격에 대비해, 코어를 지키기로 마음먹는다.

등장 오퍼레이터: W

[CG: avg_7_1]

예전에 어떤 늙은 괴물 하나가 내게 말했다. 죽이지 못한다면, 그의 힘을 더 강대하게 만들어줄 뿐이라고.

우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확실히 그 녀석은 괴물이었기 때문에, 이 말을 계속 곱씹을 수밖에 없었지.

벌레가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게, 설마 더 강한 자아를 찾기 위한 것일까? 웃기는 소리지.

아니, 벌레가 그 정도의 이성을 가졌느냐는 문제는 둘째치고, 그 육신은 또 얼마나 나약한가. 벌레가 아무리 강해진다 해도, 결국은 벌레에 불과한 것을.

벌레가 불길에 뛰어드는 건, 불길이 그 벌레의 뇌를 어지럽혔다는 방증일 뿐. 물론 벌레에게 뇌가 있다면, 분명 미쳤겠지만.

하지만 만약 불길에 뛰어드는 것이 나라면? 내가 미쳤다는 것 말고, 또 무엇을 설명할 수 있을까? 불길이 내게 화상을 입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설마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기라도 하나?

하지만, 죽음…… 불사의 괴물이 죽음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 이것은 그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죽음이다.


W

네가 날 만나려 하다니, 정말 의외인걸.

W

난 아직도 네가 용문을 부순다는 원대한 계획에 빠져있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탈룰라.

탈룰라

W, 어느 누구에게도 너의 방문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더군.

W

아, 미안 미안, 리더. 용병 짓을 워낙 오래 했더니, 리더한테 상황을 일일이 보고해야 한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었지 뭐야.

W

하지만 난 애초에 사령탑 꼭대기까진 갈 수도 없다는 거, 너도 알잖아? 그러니까 네가 몇 층 내려와 주는 수밖에.

탈룰라

쓸데없이 빈정거리지 마라, W. 리유니온은 너희 살카즈의 힘이 필요하다. 더 이상 우리끼리 부딪쳐봐야 좋을 게 없어.

W

그냥 마족이라고 불러. 착한 척하기 좋아하는 위대하신 놈들이나 우리를 살카즈라고 부르지, 우리 용병들도 우리 인성이 어떤지는 잘 알고 있다고.

탈룰라

이상하군. '마족'은 '박해당하는 열등 종족'이란 뜻의 멸칭, 설마 너희 용병들이 이런 의미를 받아들일 리도, 자랑스럽게 여길 리도 없을 텐데.

W

당연하지. 하지만 너희가 살카즈를 '마족'이라 부르기 시작한 건, 우릴 깔봐서도, 재미 삼아 부른 것도 아니었잖아.

W

마족이라는 멸칭은 '공포'에서 온 거야. 공포가 우리 종족을 그렇게 부르게 만들었지.

W

그 안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아니까, 우리 용병들은 기꺼이 '마족'이라 불리겠다는 거야.

W

그리고, 우린 모든 생존자의 가슴에 이 멸칭의 의미를 똑똑히 새겨줄 생각이거든.

W

어머, 미안…… 네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다니,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었으려나?

W

잔혹하기로 유명한 우리 용병들도, 네 앞에서는 한낱 하룻강아지 정도에 불과하잖아?

W

리더, 남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건 네가 진짜 전문가 아니겠어?

탈룰라

"적에게는 공포를, 전우에게는 온기를."

탈룰라

적에게는 공포를 심어주고, 동포에게는 희망을 가져다준다. 이게 리유니온의 행동 방식이다.

W

그럼 우르수스 이동도시의 코어를 용문으로 진격시키는 것도, 그 잘난 동포의 간절한 희망인가 보지?

탈룰라

우리 리유니온 전사들은 아직도 용문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그들에겐 우리의 증원이 필요해. 그래서 가는 거다.

탈룰라

용문 시내의 감염자에게는 희망이 필요하고, 코어를 지키는 감염자 전사들 역시 그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탈룰라

모두의 바람이 일치하지. 그리고 그 바람을 이루는 방법 역시, 우리 리유니온이 직접 창조한다.

탈룰라

……게다가 이게 너희 살카즈에게도 좋은 전략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을 텐데.

탈룰라

너희에겐 희망이란 게 필요 없으니, 실질적인 이익을 주도록 하지.

탈룰라

너처럼 각 이동도시에 흩어져 있는 용병들과 그 배후에서 너희를 조종하는 자들. 너희들은 각 이동도시, 국가 간의 혼란을 양분 삼아 살아갈 것이다.

탈룰라

용문 이후로는 어느 이동도시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을 테니, 마족의 활동 영역도 더 넓어질 테고, 너희 종족도 더더욱 번영해 나가겠지.

W

흠, 듣고 보니 일리는 있네. 이익적인 측면에선, 네 전략에 동의해.

탈룰라

그럼, W. 아직 무슨 의문이 남았나?

W

아니. 아주 좋은 생각이야, 너한테 박수라도 좀 쳐주고 싶은데?

탈룰라

필요 없다.

W

그럼 이제 내 임무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안타깝게도, 내 임무는 실패했어. 타겟을 데려오지도, 그 여자한테서 물건을 받아오지도 못했어.

탈룰라

네 잘못은 아니다. 미샤와 스컬슈레더의 혈연관계가 예상 밖의 변수를 만들어 낼 가능성은 충분했으니까.

W

그럼 왜 나더러 그 과학자의 딸을 잡아 오라고 한 거야?

W

그녀석이나 그녀석의 비밀이 없더라도 일 진행은 순조롭게 되는 것 같은데 말이지. 용문을 공격하고, 코어를 가동시키고, 그녀석은 전혀 필요 없지 않아?

탈룰라

열쇠의 진위는 확인할 필요가 있으니까.

탈룰라

코어의 기능은 내가 직접 가동시킬 수 있다. 하지만 리유니온은 정지 방법도 완전히 파악하고 있어야 해. 열쇠의 쓰임새는 바로 거기에 있다.

W

메피스토가 그러던데. 패트리어트 그 노인네가 폐허 도시에서 찾은 게 진짜일 거라고.

탈룰라

아니, W. 메피스토가 네게 그렇게 말했을 리가 없지. 네가 메피스토에게 근거 없는 소문을 흘려 정보를 캐내려 했다면 몰라도.

W

그래서, 이 얘기는 사실이야? 아니야?

탈룰라

내 설명을 제대로 들으려는 생각도, 스스로를 변명하려는 의지도 없어 보이는군.

W

나도 내 정보망이 있는걸~ 그리고 내가 원래 좀 직설적인 성격이잖아? 음, 아마 정보의 출처를 착각했다든지? 뭐 그랬겠지.

탈룰라

W, 네가 원한다면 모든 계획을 알려줄 수도 있다. 전부 다.

탈룰라

스컬슈레더와 네 첫 작전으로, 용문근위국의 반응 속도를 테스트해 그 결과를 토대로 전술을 가다듬어, 용문 침공 계획을 완성할 수 있었다.

탈룰라

너의 작전이 없었다면, 우린 성공하지 못했을 거다.

탈룰라

열쇠는 확실히 존재한다. 미샤가 갑자기 죽어버린 탓에 행방이 묘연해졌을 뿐이지. 패트리어트가 찾는 열쇠는 이런 상황에 대비한 예비책에 불과하다.

탈룰라

네 정보의 출처를 캐묻진 않겠다. 하지만 내 설명은, 꽤 믿을 만할 거라 생각하는데.

W

그래 그래 좋아. 근데 있잖아 리더, 난 열쇠가 대체 몇 개나 있는 건지 알고 싶은데~ 이게 마지막 질문이야, 더는 안 물어볼게!

탈룰라

두 개다. 하나는 체르노보그 황실 과학자인 세르게이가 가지고 있다가, 특수한 방법으로 열쇠를 미샤에게 넘긴 듯하다.

탈룰라

나머지 하나는 체르노보그의 전 시장 보리스가 갖고 있다. 우리가 도시를 공격할 때 도시 지반을 이용해 체르노보그를 벗어났지만, 그도 재앙은 피하지 못했지.

W

버려진 도시 말이구나.

탈룰라

도시에 숨어있는 중요 인물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가지고 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 근위국을 꾀어낼 수도 있겠지.

탈룰라

거점으로서의 이용 가치도 있으니, 우리가 그 버려진 도시를 점령하려는 이유는 충분하다.

W

무슨 말인지 완전히 이해했어, 리더. 추가 질문은 없어.

W

잠깐, 내가 너무 이것저것 캐물었나? 이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설명해주니까 왠지 좀 미안한걸.

탈룰라

W. 내 솔직함으로 우리 사이의 오해를 풀 수 있다면, 이 정도 시간은 아깝지 않아.

탈룰라

우리 사이의 상호 이익 관계를 확실히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우리의 향후 계획을 계속해서 세워나갈 예정이다. 이걸로 서로의 신뢰가 조금은 쌓였을까, W?

탈룰라

우리가 서로 협력해야만, 앞으로 직면할 더 많은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거다.

W

정말? 어머, 나 완전 감동했잖아~

탈룰라

그야 물론……

난 예전부터 이 여자가 싫었다.

그들 마음속의 탈룰라는 그저 재미없는 사람일 뿐이겠지만, 나에게 있어 탈룰라는 온갖 거짓말로 자신을 철두철미하게 포장한 개자식이다.

아, 물론 거짓말은 너무 당연한 일이기야 하지만.

거짓말이야 나도 자주 한다. 폭탄 빼고 거짓말보다 더 강력한 건 없으니까. 반면 진실은 한 잔의 물에 불과하다. 건물이 통째로 불탈 때, 고작 물 한 컵으로 뭘 할 수 있겠어?

하지만 내가 하는 거짓말은 그저 내 생각을 스스로 왜곡해 남에게 말하는 거지만, 이 용 뿔 달린 녀석의 거짓말은 마치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상대가 누구든 간에, 이 여자는 아주 조그만 부분이라도 캐치하여 자신의 의도를 감춘다.

……그녀는 정말로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상대가 의심할 수 없는 모습으로 위장하여,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준다.

리유니온이 가장 사랑하는 건 당연히 리더로서의 탈룰라다. 하지만 이 여자는 내 앞에서는 비즈니스 파트너인 탈룰라가 되고, 패트리어트 앞에서는 다시 투사 탈룰라로 변한다.

언젠가 이 가면이 벗겨지고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 온다 하더라도, 모두가 살아서 그날을 맞이하지는 못하겠지.

게다가, 진짜 모습이라는 게…… 있기는 할까?

양파처럼 한 겹 한 겹 벗겨내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게 아닐까?

탈룰라

정말이지.

방금 그 순간의 그녀는 마치 이베리아의 수녀처럼 온화했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아, 이게 뭔지는 나도 잘 알지.

지금 이 순간의 그녀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교활한 사브라 족과 같은 기습과 살육의 전문가다.

무언가가 눈앞의 공기를 갈랐다. 다음 순간엔, 아마 내 육신을 녹여버리겠지.

W

설마 단순히 너를 화나게 했다고 날 죽이려는 건 아니지?

탈룰라가 내뿜은 저 무형의 물체. 저게 대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하지만, 난 저게 어떤 효과를 가졌는지는 안다.

폐허, 잔해. 사물의 기본적인 형태조차 제대로 남기지 않는다.

빛이 없는 불꽃처럼.

나는 그녀의 사냥감이다.

진작에 눈치챘어야 했는데.

W

너무 뻔하잖아, 용 아가씨. 평소에 비해 속마음이 너무 뻔히 보인다고.

가만히 앉아 죽음을 기다리거나, 거창한 유언이나 남기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 죽어줄 생각은 없다고, 적어도 지금은 말이야.

내가 말하며 바닥에 던진 조잡한 장치가, 몇 초도 채 지나지 않아 눈앞에서 화려한 꽃처럼 피어나며 폭발했다.

뜨거운 바람이 나를 스쳤다. 다행인 것은, 기분 좋게까지 느껴지는 이 열기가 그녀로 인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난 아츠에 대단한 조예는 없지만,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 세상 아츠의 99%는, 순수 에너지의 위력을 넘어설 수 없다.

폭발. 열량, 탄편, 충격파. 나 자신이든 적이든, 모두를 가루로 만들어버린다.

조금만 버티면 된다. 내가 심어놓은 씨앗이 꽃으로 피어날 때까지만.

W

날 데리고 이렇게나 오래 연극 해주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어.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니까? 넌 진짜 명배우야.

난 이 용 뿔 달린 녀석을 사실 그렇게까지 싫어하진 않는 것 같은데, 아닌가?

꾸며내지 않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도 않고 속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거짓말 속에 잠긴 괴물 그 자체다.

그녀는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

어쩐지 그녀를 보면, 나는 조금…… 그래, 조금 무서웠다. 그녀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아마 무서워했던 거겠지.

하지만 공포는 잠시 미뤄둘 수 있다. 준비성 있는 사람은, 언제나 대비책을 가지고 있는 법이니까.

탈룰라

네 손재주로 내 오리지늄 아츠를 상쇄시키다니, 내가 너를 과소평가했군.

W

에이~ 이 '손재주' 한 번 쓰려고 몇 시간이나 준비했는걸. 조금은 존중해달라고.

W

그리고 말이야, 너한테 이렇게 쉽게 타죽을 정도였다면, 어느 마족이 나를 따랐겠어?

탈룰라

진작부터 준비했다 그건가. 처음부터 나를 덮칠 생각이었군.

W

시작은 니가 했잖아 이 용 뿔 달린 계집애야! 내가 눈에 거슬려서 태워죽이려는 거야? 아니면 네 가면이 벗겨질까 무서워서 입막음 하려는 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손끝에서 나온 열기가 나를 다시 덮쳐왔다. 역시 이 용 뿔 달린 녀석은, 잠시도 방심하게 두질 않는다.

나는 허리를 굽혀 한 바퀴 굴렀다. 아마 신발 끈이라도 묶는 것처럼 보였을 거다.

W

휴우~

W

다음엔 좀 더 제대로 노려보라고.

탈룰라

W, 네 속셈은 이미 다 탄로 났다. 지금 너는 모든 리유니온의 적이다.

탈룰라

왜 나와 대립하려는 거지? 이런다고 너에겐 아무 이익도 없을 텐데.

W

내 속셈? 대체 어디서 그런 걸 찾았대? 오히려 나야말로 가면이 그렇게 쉽게 벗겨지는 사람은 아닌데.

W

그리고 어쨌든 공격은 니가 먼저 했잖아! 흥, 선빵 필승이라 이거지?

W

그럼 나도 이제 어쩔 수 없어. 네가 날 죽이기 전에, 내가 먼저 죽이는 수밖에.

탈룰라

정신이 혼란스러워져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긴 모양이군.

W

날 속이는 거야 상관없어. 누가 누굴 속이고 이런 거엔 관심 없으니까. 네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이고, 또 속여왔는지도……

W

근데 너, 내 사람을 건드린 건 진짜 후회하게 될 거야.

내가 원래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었던가?

확실히 머리가 좀 이상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미쳤다기보단, 조금 감성에 젖은 느낌인걸.

그런 거였어, 내가 망가진 거였구나.

탈룰라

그래, 미친 척하는 거라면 확실히 효과가 있군. 내가 네 인품을 오해하고 있었던 듯하다.

탈룰라

남을 생각할 줄도 알다니, 꽤 인간적이고 귀여운 악마였군.

W

내가 원래 좀~ 헤헤…… 퉤.

W

그렇게 따지면 니가 더 귀엽지. 으음~ 근데 그 앙증맞은 혀를 잘라내면 훨씬 더 귀여울 것 같지 않아? 혀가 너무 길어 보이지도 않고 말이야.

탈룰라

함정을 조금 설치해뒀다고,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나?

W

에이~ 설마.

내가 함정 설치했단 이야기를 했던가?

W

함정을 설치할래도, 개수가 충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걸? 한 몇 개 정도 깔아야 뒈지니?

탈룰라

너는 얼마나 설치했길래 그러지?

탈룰라

가련하고도 가증스러운 반역자여, 내 불길은 이미 네 몸을 옥죄고 있다.

탈룰라

네 배신의 대가를 치르거라.

W

와…… 완전 오글거려! 뭐야 그 말투는? 누구 들으라고 그러는 거야?

탈룰라

너다.

탈룰라

너는 이런 표현을 싫어했었지, W. 네 목적을 짚어내는 일도.

W

윽… 일단, 내 취향 열심히 연구해주고 굳이 내 심기를 건드리는 단어까지 골라 써줘서 고맙다고 하면 되는 거지?

W

그리고, 내 목적? 네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여대든 나는 관심 없어, 이 용 뿔 달린 계집애야.

W

내 생각을 알고 있다고? 과연 온종일 수상한 꿍꿍이만 세워대는 그 머리로 내 생각을 가늠할 수 있을까?

탈룰라

……W, 넌 내가 코어를 이용해 용문으로 쳐들어가는 걸 막을 생각이겠지.

W

……어?

탈룰라

단순히 복수만을 원했다면, 이런 타이밍에 내 앞에 나타났을 리가 없지. 나를 죽이려면 나와 용문이 서로 물어뜯다 기진맥진해있을 타이밍을 노리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니까.

탈룰라

나와의 대화로 정보를 빼내려 했던 것 역시 연막에 불과하겠지. 리유니온의 동향을 신경 쓰지 않는 용병의 대장이, 이 '리유니온의 리더'에게 그런 질문을 할 리가 없을 테니.

탈룰라

너도 알다시피, 나는 너를 죽이지 않아…… 네가 이 전쟁에 관심만 꺼준다면, 널 죽일 일은 없을 거다.

탈룰라

난 네가 마음에 든다, W. 나를 꽤 즐겁게 해주거든. 나는 내게 해를 끼치지 않는 광대는 죽이지 않아.

탈룰라

하지만…… 나를 죽이려고 안달이 난 미치광이에겐, 내 선악을 판단하게 할 필요도 없고, 내 계획을 이해시킬 필요는 더더욱 없지.

탈룰라

……넌 정말 네가 연기하는 모습 그대로, 파괴욕에 빠져버린 미치광이일 뿐인가, W?

W

너…… 적당히 좀……

탈룰라

아닐 것이다.

탈룰라

너는 리유니온을 막고 싶고, 코어가 용문을 습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탈룰라

W, W…… 뻔하지 않은가. 내가 네 마음을 알아채려 한 게 아니라, 너 스스로 너의 앙증맞은 비밀을 펼쳐 보인 것이다.

W

천하의 탈룰라가 혓바닥이 왜 이렇게 길어?

W

아직도 할 말 남았으면, 그 시간에 네 고기 조각을 쓰레기통에 모아 버릴 사람이나 불러야겠어.

나는 손에 쥔 버튼을 눌렀다. 간단한 오리지늄 스위치, 원격 조작, 연쇄 폭발…

타오르는 불길,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타는 냄새, 대량의 조각이 뒤섞인 뜨거운 바람이 내 앞의 모든 사물을 뒤엎는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설령 강인한 살카즈라 해도……

잠깐.

아니, 잠깐만. 나는 분명 탄약을 폭발시켰는데?

......

저 여자는 왜 검을 바닥에 꽂고 있지?

탈룰라

이게 네가 말한 함정이냐?

탈룰라

더 해봐라, 살카즈의 W. 다시 한번 해보란 말이다.

W

잠깐, 너……

불꽃도 없고, 타오르지도 않았다.

내가 준비한, 이 오리지늄 몸뚱이를 필사적으로 움직여 강철 기지에 심어놓은 백 개가 넘는 폭탄이, 모두 사라졌다.

폭발은? 열기는? 파편은?

전부 사라져버렸다.

오리지늄을 묻었던 곳은 변형되고, 녹고, 파이고, 쇳물이 흐르고, 주변의 낡은 도료가 타며 끔찍한 냄새를 풍겼다. 단지 그뿐이었다.

탄편도, 열기도, 불꽃도, 아무것도 없다.

머릿속으로 스무 번도 넘게 시뮬레이션한 대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약삭빠른 용이 검에 아츠를 담아, 열기를 이 강철 지면에 쏟아부은 것 같다.

열기가 내 함정 하나하나에 퍼져, 완전히 녹아버린 거지.

아주 합리적인 판단이야. 정말 대단해, W.

숨을 사각지대 하나 없이 사방에서 그녀를 산산조각냈어야 할 폭발이, 모두 속수무책으로 돌아갔다.

좋아, 이제 난 완전히 끝났군.

......

W

큭, 커헉……

W

너…… 꽤 하잖아……

탈룰라

이런 결말도 네 계획에 있었나?

탈룰라

내가 맞춰보지. 네 계획이란 '나를 위한 즉흥 폭발 자살극', 맞지?

탈룰라

더 이상 서로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하지.

W

잘난 척하지…… 컥, 커헉…… 마…… 아가씨. 아니, 진짜 네가, 그 여자가 맞기는 해? 이제는 그것도…… 확신할 수가 없게 돼버렸어.

탈룰라

네가 나를 정의할 필요는 없겠지.

탈룰라

죽는 방법 정도는 고를 수 있게 해주지. 불에 타죽겠나, 아니면 이곳에서 코어에 떨어져 죽겠나, 그것도 아니면… 내 검에 찔려 죽겠나?

W

정말…… 나를 죽이려고?

탈룰라

수천수만 번의 담금질을 거쳐야만 검이 된다. 검은 처음부터 무기로 사용될 운명을 가지고 탄생하지.

탈룰라

반면에 너는, 죽음을 겪어본 적이 없는 나약한 육신에 불과해.

W

아, 그것참…… 영광이네.

W

이 검에, 찔려 죽는 건…… 내가…… 처음이야?

탈룰라

유감스럽게도, 기껏해야 두 번째다.

W

그럼…… 폭발로 죽은 사람 중에서는…… 아, 애초에……

W

……순번을 매길 수도 없겠구나.

나는 죽으려나? 아마 그렇겠지.

하긴, 죽으면 어때서? 이 세상엔 그것보다 끔찍한 일도 얼마나 많은데.

그러니까, 죽겠구나 생각될 때는……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한 걸 준비하면, 나까지 놀랄 거야.

지금은…… 그래, 나를 폭탄으로 바꿔볼까?

탈룰라

큭.

탈룰라

내 손안에서 폭발을……? 죽음을 두려워할 줄 알았는데.

탈룰라

네 배반은 그리 놀랍지 않았지만, 너 자체는 꽤…… 나를 놀라게 하는구나.

탈룰라

희극의 개막으로는, 썩 나쁘지 않았다.

탈룰라

충분히 고통스러운 죽음이었길 바라지, 빅토리아의 W.


전투 종료 후, 체르노보그 충돌까지 31시간, 6:30 p.m.

패트리어트

……

패트리어트

리더.

탈룰라

패트리어트. 당신이 무사히 돌아오니 마음이 놓이는군.

패트리어트

인사치레는, 필요 없다. 여기서, 방금, 전투가 있었던 것 같은데.

탈룰라

나를 죽이려 했던 W와의 싸움이 있었다만, 별일 아니니 안심해라.

탈룰라

보고에 따르면, 그녀는 체르노보그를 점령할 때부터 모반을 꾀했던 듯하다.

탈룰라

그녀는 제멋대로 적을 놓아주고, 살카즈 용병의 반란을 선동하고, 자신의 상급자를 살해했다.

탈룰라

이런 일련의 행위는, 다른 정치 세력의 지시로 인한 것이겠지.

패트리어트

그럼 지금, 그녀는 어디에?

패트리어트

그녀는, 심판받아야 마땅하다.

탈룰라

자신의 몸에 있던 폭발물을 터뜨려, 코어 구역에 추락했다.

탈룰라

사람을 보내 시체를 찾을 테니, 당신이 마음 쓸 필요는 없어.

패트리어트

별로 신경 쓰지는, 않지만.

패트리어트

그럼 그녀의, 살카즈 용병군은?

탈룰라

그것도 내가 처리하지. 코어는 이미 순항 상태에 접어들었으니, 이 세력을 즉시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패트리어트

리더…… 왜 나에게, 코어를 가동할 거라고, 알려주지 않았지?

패트리어트

통신도, 끊겼고.

탈룰라

어쩔 수 없었다. 우르수스가 언제 체르노보그를 습격해 우리의 동포를 학살할지 알 수 없었으니, 반드시 그 전에 용문을 함락시켜야 했다.

탈룰라

지금은 모든 에너지를 코어 운행에 쏟아부어야 해. 도시 내외의 통신 채널을 조정할 정도의 여유조차도 없다.

탈룰라

재앙이 남긴 오리지늄이 시내에 미치는 간섭은,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하다.

탈룰라

당신을 부르기 위해 최후의 예비동력까지 모두 써버렸어. 이제 우리에게 제련된 오리지늄을 충분히 제공할 만한 장소는 단 한 곳뿐이다.

패트리어트

아무리, 급하더라도, 우리와 상의할 수는, 있었을 텐데.

탈룰라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미안하다, 내가 좀 더 깊게 생각했어야 했다.

패트리어트

하지만 어차피, 코어는, 이미 가동됐지.

패트리어트

이 열쇠는, 또 어디에 쓰려고?

탈룰라

열쇠로 이 도시를 멈출 수 있어.

패트리어트

정말로, 멈출 수 있다고?

패트리어트

가동하고 나면, 많은 일들을, 더는 멈출 수 없게 된다.

탈룰라

그래서 열쇠를 당신에게 맡긴 거야. 언제 멈출지는 당신이 결정해.

탈룰라

내 독단적인 지휘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사과하지.

패트리어트

……

탈룰라

오늘의 당신은 평상시보다 더 가라앉아있군.

패트리어트

아니. 나는, 코어를, 지키러 가겠다.

패트리어트

누군가는, 반드시, 이곳을 공격하러 올 거다.

패트리어트

막아내겠어.

탈룰라

수고가 많군, 패트리어트.

탈룰라

크라운슬레이어, 프로스트노바, 그리고 메피스토와 파우스트가 아직도 용문에서 우리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어. 그 어떤 외부인도 우리의 계획을 방해해선 안 된다.

패트리어트

……탈룰라.

탈룰라

……

탈룰라

왜 그러지, 나의 전사여?

패트리어트

리더.

패트리어트

아무리, 강력한 악도, 결국에는, 최후를 맞이한다.

패트리어트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탈룰라

그래, 나도 그렇게 믿고 있어.

패트리어트

……이만 간다, 리더.

탈룰라

무운을 빌지, 패트리어트.

탈룰라

이 전투가 끝나면 감염자는 본래의 제자리를 되찾을 것이다. 리유니온은, 그 앞길을 막는 모든 적을 쓸어내겠다.


늠름한 목소리

이게 뭐야?

쉰 목소리

일종의, 살카즈의 부적. 두 개가 있다.

쉰 목소리

하나는, 네가 가져라. 하나는, 내가 가지고 있지.

늠름한 목소리

어디에 쓰는 거지? 꽤 무거운걸.

쉰 목소리

네 목숨을, 지켜줄 거다.

늠름한 목소리

아직도 그런 살카즈의 미신을 믿는 건가…… 이럴 필요는 없지 않나?

쉰 목소리

끝까지, 들어라.

늠름한 목소리

알았어.

쉰 목소리

이 부적은, 긴 고통을, 견딜 수 있다.

쉰 목소리

치명상이나, 장기가 파괴되는 정도까진, 무리겠지만. 단순한 생명력의 소모는, 무마시켜 줄 거다.

쉰 목소리

부적이 부서질 때까지.

쉰 목소리

너의 부적이, 부서지면, 내 부적이, 진동한다.

쉰 목소리

그럼 내가, 너를, 구하러 가겠다.

늠름한 목소리

두 개 다 부서지면?

늠름한 목소리

……왜 말이 없어?

늠름한 목소리

휴…… 알았어. 갖고 있으면 되잖아.

쉰 목소리

그래.

늠름한 목소리

참나, 내 명줄이 더 길 테니까, 본인 목숨이나 잘 챙기라고.


패트리어트

……

패트리어트

돕는다니, 누굴? 끝낸다니, 무슨 전투를?

패트리어트

내 부적은, 이미 부서져 버렸는데.


살카즈 전사

……

살카즈 전사

W를 죽였나.

살카즈 전사

무슨 짓이냐?

탈룰라

너희를 해방시키려는 거다. 이제 살카즈를 우두머리로 모시는 일이 없도록.

탈룰라

너희가 원하는 모든 것을, 내가 줄 수 있다.

살카즈 전사

뭘 줄 수 있지?

탈룰라

전쟁.

탈룰라

약자나 괴롭히는 시시한 것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무의미한 싸움도 아닌,

탈룰라

진정으로 평등한 전쟁 말이다.

탈룰라

살카즈, 유랑하는 마족들이여.

탈룰라

앞으로 너희 앞에는 피해자의 공포뿐만이 아니라, 너희가 여러 세대에 걸쳐 겪어온 치욕과, 가죽과 살, 새로운 폐허, 다시 세워진 강철이 나타날 것이다.

탈룰라

내가 너희에게 죽임과, 죽음을 선사하마.

탈룰라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전쟁이 왕이 되는 시대가 왔다.

탈룰라

이 새 시대를 맛보고 싶은 살카즈는, 앞으로 한 발 나와라.

살카즈 전사

……

살카즈 전사

우리가 누구를 죽여주길 원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