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1고요한 전장
나흐체러르 킹의 부대는 집결을 끝냈고, 웰링턴 공작과 더블린 부대도 준비를 마치고 대기 중이다. 나인이 이끄는 새로운 리유니온은 이미 혼란 속에서 방향을 찾았다.
등장 오퍼레이터: 레드
하늘 위 재앙 구름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장갑을 벗으면 공기 중의 오리지늄 분말이 손바닥을 스쳐 지나가는 느낌을 느낄 수 있다.
나흐체러르 킹은 그의 왕좌에 앉아서 자신의 대군을 내려다보고 있다.
나흐체러르의 군대는 동요하지도, 약해지지도 않는다.
그들은 폭풍과 상처를 뚫고, 적과 동료의 시신을 건넌다.
살카즈들은 여전히 행군하고 있고 나흐체러르 킹의 적은 아직 완전히 부서지지 않았으니, 그들은 멈출 자격이 없다.
그들이 바로 전쟁 그 자체다.
공작님, 우리의 피해가 막심합니다. 선봉 부대 중 3분의 1에 달하는 고속 전함이 작전 능력을 잃었습니다. 상황을 반전시키려 하고 있으나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그 맹렬한 재앙이…… 갑자기 저희의 최전방 전선을 덮쳤습니다.
이 정도의 고농도 오리지늄 환경에서는 정상적으로 작전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드러난 활성 오리지늄 결정도 아군 고속 전함의 기동성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살카즈의 군대는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전혀…… 신경 쓰지 않더군요. 그쪽은 원래 대부분이 감염자이니까요.
나흐체러르의 군대에 저희가 처음 보는 주술 장치도 등장했습니다. 그것들이 투척하는 혼란의 균열이…… 너무 까다로워서 아직 반격 대책을 찾고 있습니다.
전선을 유지하고 후방 포병에게 전장을 제압하게 해서 동쪽 돌파구를 열라고 해.
알겠습니다.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가여운 윈더미어에게 일말의 자비조차 없군, 웰링턴 공작.
윈더미어는 아까 우리가 장난감을 쟁탈하려 보낸 함대를 구해줬어. 살카즈를 윈더미어의 주둔지로 내몰다니,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는 거야?
내 통신에 연결하라 허락한 적은 없다, 캐스터.
여전히 융통성이 없네.
난 윈더미어에게 준비하라고 알려줄 거야. 우리는 모두 빅토리아의 일원이니까.
웰링턴, 당신이 뭘 원하는지 잘 알아.
당신은 너무 조급해.
다음에는 더 신분에 걸맞은 방식으로 나와 의견을 나누길 바라지, 캐스터.
흥.
웰링턴 공작, 계속 갑판에 서 있으면 안 돼. 여긴 재앙이 떨어진 곳에서 거리가 좀 있긴 하지만 이 분진은 당신 건강에 좋지 않을 거야.
이건 제 일입니다, 에블라나 전하.
공작은 언제나 참 믿음직스럽다니까.
후훗…… 저 남매는 아주 신중하네.
더 샤드 빌딩의 위력은 절대 이게 다가 아니야. 저 남매는 우리가 알기를 원하지 않아. 아직 폭풍의 힘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건지, 아니면…… 더 좋은 기회를 기다리는 건지 말이야.
이건 원래 빅토리아의 폭풍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먼저 마주하게 되었군요.
군관들이 긴장한 채 소곤거리는 걸 들었어. 하지만 공작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것 같네.
오히려 조금…… 들뜬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에블라나 전하.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이 전장은 사람을 두렵게 하면서도 존경스럽게 합니다.
가울의 올드 가디언 이후로 전 오랫동안 이런 상대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진작에 준비를 마쳤습니다. 누구 손에 들어가든 폭풍은 타라인의 우유부단함과 나약함만 쓸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젊은 부대는 그 안에서 더 단련될 겁니다.
제 눈에…… 나흐체러르 킹이 보입니다.
모든 가식은 내려두고 서로의 진영을 마주 보게 해 주십시오.
타라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겁니다. 우리의 분노도 당신들보다 적지 않죠.
에블라나 전하, 제가 전하와 타라인을 위해 다음 시대를 거머쥐겠습니다.
나의 충성스러운 공작이여……
곧 결론이 날 거야.
어서 와, 에르망가르드. 리치의 선의를 가져왔구나.
잊지 않을게. 살카즈에게 단결이 시급한 때에 리치가 당신들의 도서관에서 나와 우리 곁에 서기로 했다는 걸.
후훗, 그렇게 정중하게 말씀하지 마세요, 테레시아 전하. 전 그저 관찰자일 뿐이랍니다.
하지만 그래도 선물을 줬잖아. 최전방에 있는 병사들이 잘 사용할 거야.
균열을 상대하는 잔재주일 뿐이에요.
리치들이 장악한 공간 관련 지식은 우리 대다수의 인지를 훨씬 뛰어넘었어.
계속 카즈델에 있는 여러분과 달리, 우리 리치는 목숨을 아끼는 녀석들이라 안전한 곳을 찾아 '생명함'을 숨기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왕정 의사당에서는 한 번도 리치의 의자를 치우지 않았어.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아시겠지만 오는 길에 켈시 경이 절 찾아왔었습니다.
여러분의 편에 서지 말라고…… 아주 열심히 절 설득하더군요.
죽음의 왕궁인 그 젊은 주인도 그들과 함께 싸우고 있답니다. 선생님들께 들었는데 그 밴시의 실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더군요.
켈시 경 말로는 전하와 섭정왕이 이번 전쟁을 일으킨 건 그저 이 땅을 더 돌이킬 수 없는 무질서와 분쟁으로 밀어 넣기 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것들은 다 잠시일 뿐이야. 우리는…… 반드시 참아 내야만 해.
단결에 필요한 공동 인식은 그렇게 만들어 낼 수밖에 없어.
……후훗.
가장 재미있는 게 뭔지 아십니까, 전하?
전하와 켈시 경의 변명이 아주 비슷하다는 겁니다.
두 사람 모두 단결에 호소하고 있어요. 곧 다가올 재앙 앞에서 이게 유일한 출구라면서요.
……켈시.
그렇다면 왜 서로 다른 편에 서 있습니까?
어쩌면 그저…… 우리 모두 너무 마음이 급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네.
걱정하지 마세요. 전 리치 왕정의 전달자로서 켈시 경에게 그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에게 그 어떤 약속도 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 리치는 언제나 우리의 입장을 급하게 선택하지 않거든요.
물론이지.
기나긴 고통과 산산이 조각난 마음엔…… 결국 끝이 있을 거야.
멀지 않았어.
……아미야, 넌 그 길을 찾을 수 있겠니?
빌어먹을 군관놈들! 그놈들 눈에는 우리보다 터스크비스트를 데려가는 게 더 의미 있겠지!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옛날에 내가 병에 걸리기 전이었다면 고개 들고 날 쳐다보지도 못했을 거라고!
제기랄, 빌어먹을, 이놈의 *빅토리아 욕설* 광석병!
차라리 로도스 아일랜드라고 했던 사람들이 나한테 억제제를 안 놔줬으면 좋겠어. 노포트 구에서 터져서 오리지늄 분진이 되어버리게.
그럼 적어도 구경하는 놈들 얼굴에 뿌려져서 내 심정을 체험해 보게 할 수 있잖아!
하! 그 카우투스가 나한테 억제제 하나를 또 남겨줬네……
이런 약으로는 *빅토리아 욕설* 날 구할 수 없다고!
……난 끝났어.
난 여기에서 나갈 수 없다고.
내 인생은…… 다 끝났어.
노포트 구에서 빠져나오면 뭐 해? 이 망할 오리지늄, 내 몸 안에 망할 오리지늄이 있는데!
날 찔러! 깔끔하게 날 찌르라고!
감염자 시민은 분노하며 팔 위의 오리지늄 결정을 긁어댔다. 마치 그것만 깨트리면 모든 게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처럼.
극심한 고통이 찾아오자 새로운 감염자는 크게 호흡했다. 막 익숙해지기 시작한 고통에 감염자는 바닥으로 쓰러져 버렸다. 땀과 눈물이 섞여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진흙투성이에 벌러덩 누운 그의 시야에 높이 떠오르는 태양이 들어왔다.
눈을 감기 전, 그의 시야에 느닷없이 분홍색 머리카락이 들어왔다.
여기는 일광욕하기에 좋은 곳이 아니야. 진흙 때문에 옷이 다 더러워졌잖아.
나한테서 떨어져. 난 감염자라서 언제 폭발할지 모르니까.
하, 광석병에 걸린 지 일주일도 채 안 됐지? 처음 며칠간은 다들 당신과 비슷해.
충격과 부정, 고통과 부담감, 분노와 좌절……
결국 본인이 불쌍하고 재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넌……
나도 감염자야. 뭐 이상해?
너도 감염자라고? 보기에는 전혀……
잠깐만, 널 본 적이 있어……
안녕, 난 선셋 스트리트 호텔의 도어맨 퍼시벌이야.
내가 대신 들어줄 짐이 없는 것 같아서 참 아쉽네.
아, 아니, 노포트 구가 아니야……
……뭐? 그거 참 신기하네.
난 오랫동안 기마 경찰이었어, 퍼시벌 씨. 내 손을 거쳐 간 사건 중에는 감염자와 관련된 것도 있었거든.
하, 예전에 그 사람들을 대했던 태도를 생각하면 난 정말 반성해야 해. 지금은 나도 그중 한 명이 됐으니까.
내가 아는 조직 중에는 런디니움 주변까지 행적이 닿는 데도 있어.
이름이 뭐였더라……
퍼시벌, 여기서 뭐 해?
아, 레드.
길가에서 감염자 한 명을 주웠어. 윈더미어 공작 쪽 사람이 여기에 버린 것 같아.
또?
퍼시벌, 네가 노포트 구와 런디니움의 분리 절차가 막 시작됐을 때 소식을 보내지 않았으면, 이 감염자들의 결말은 훨씬 참혹했을 거야.
후훗, 난 언제나 내 기민함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너니까 그런 생각도 하는 거야. 우리와의 통신을 런디니움의 공개 방송인 척하고 내보내다니. 나한테 라디오를 듣는 좋은 습관이 있었던 것에 고마운 줄 알아.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쉽지는 않았어. 내가 호텔에 있던 통신기지를 뜯어서 겨우 장소를 찾아 소식을 보낸 거란 말이야.
로도스 아일랜드랑 델핀 씨만 불쌍하게 됐지.
너희들은 도대체……
'리유니온'이라고 들어봤어?
리유니온?! 너희들이……
와, 다 왔구나.
잘했어, 퍼시벌.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감염자를 받았는데 우리가 처음 생각한 것보다 상황이 훨씬 좋아.
구역에서는 거의 레드가 사람들을 돕고 있어. 난 대부분 게으름만 피우고 있고.
인정하기는 싫지만 로도스 아일랜드도 공을 세웠지.
……로도스 아일랜드, 역시 녀석들도 여기 있었구나.
……리유니온, 난 너희들이 해왔던 일을 알아.
이번에는 빅토리아에 어떤 재앙을 가져오려는 거지?
아니, 뭔가 오해하는 것 같네.
우리는 옛 리유니온의 폐허에서 잔해를 수집하는 사람들이야.
하지만 우린 예전과 달라.
우리는 그 이름과 그 죄를 버리지 않고, 잘못한 건 반드시 기억할 거야. 하지만 새로운 작전을 펼치며 감염자들 사이에서 다시 우리를 증명해 보여야겠지.
새로운 리유니온에는 리더가 필요하지 않아. 우리는 여러 국가에 갔었고, 우리를 인정하는 감염자 단체들과 함께 싸웠어.
……대체 너희들은 뭘 하려는 거야?
약물과 동정심만으로는 감염자를 진정으로 돕지 못해. 하지만 단결과 힘이라면 가능하지.
감염자에게는 조국이 없어. 그렇다면 새로운 리유니온이 바로 감염자들이 발붙일 곳이 되는 거지.
우리한테 합류할 생각 있어?
탈룰라, 뭘 보는 거야?
……아직 사라지지 않은 재앙 구름. 더 샤드 빌딩이 가동됐어.
하아, 또 감염자가 늘어나겠네.
너한테 전할 소식이 있어, 탈룰라.
나…… 보라색 불길을 쓰는 드라코를 봤어.
……그랬구나.
퍼시벌, 최근에 난 계속 생각했어……
그래, 세상에는 태어날 때부터 파문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어. 그런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 이 모든 걸 추진하고 이끌었으며 만들었다고 말하지.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보면, 그런 사람들은 늘 성공하지만…… 난 절대 그자들을 승자라고 부르지 않을 거야.
그자들이 만든 이 모든 것이…… '역사'라고 불릴 만하다고 인정할 수 없거든.
난 영원히 인정하지 않을 거야.